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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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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사회는 장애인 문제에 있어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장애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고용장려금을 주고, 저리의 대출을 보장해주는 식의 사업만이 진행되어져 왔다. 정작 노동현장의 장애노동자들이 어떠한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속에 있는지오픈에스이(OPENSE)는 2001년 2월에 설립한 회사로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주요한 사업분야로서 국회도서관, 중앙도서관, 국사편찬위원회, 정신문화원 등의 정부 관련 기관과 서울대 규장각, 연대, 홍대 등 대학의 데이터베이스사업을 용역수주를 통해 진행해 왔고 현장 노동자 중에 30명 정도의 장애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다. 오픈에스이의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자판을 두들겨 입력하고 마우스 붙잡고 이미지 보정하고 스캔하는 것이 업무의 전부이다. 1년 2년 이일을 해오다 보니 어느샌가 눈이 침침해 오고 허리가 끈어질 듯 아프고 어깨, 목의 통증, 손을 못들 정도로 힘이 없고 귀가를 해서도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그러나 계약직이라는 언제 어떻게 잘려 나갈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보니 아파도 참고 파스붙이고 찜질방 가고 정아프면 내돈들여 물리치료 받으며 그렇게 버텨왔다. 그나마 잡은 일자리 놓치지
않으려고 숨죽이며 살아왔지만 계속해서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사측에 맞서 지난해 2월 장애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다수가 호소하는 이런 증상들이 직업병이 의심되고 근래에 많이 발생하는 근골격계질환 일수 있다는 판단에 현장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노동자의 60%가 근골격계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은 사측에 줄기차게 노동자에 대한 정밀한 검진을 요구하였고 마침내 지난해 12월부터 현장노동자에 대한 직업병 검진을 실시하게 되었다. 12월부터 이대목동병원 산업의학과를 통하여 현장 노동자 32명에 대한 1차 검진을 실시하였다. 검진결과 근골격계질환이 의심되는 14명에 대해 재활의학과를 통한 정밀검진이 실시되어 13명의 노동자가 진료를 받았다. 이 중 최근 교통사고 경력이 있는 2명을 제외한 11명은 업무와 연관된 근골격계질환자로 드러났다. 32명 전원이 안구건조 증상을 호소하였고 질환자 11명은 근골격계직업병의 전형적인 특징인 근막통 증후군, 기능성 요통 증후군 등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3월 27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서를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근로복지공단은 근골격계직업병임이 분명한 11명의 요양신청을 조속히 승인하여 근골격계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신속한 처리를 하지 않고 승인을 지연하려 한다면 이것은 직무유기이자 노동현장의 직업병문제를 은폐하려는 처사이다.

오픈에스이에서 발생한 직업병의 문제는 열악한 작업환경과 강도 높은 노동, 계약직의 고용불안 상태가 초래한 결과이다. 그러나 장애·비정규노동자에게 있어 직장은 여느 노동자와는 사뭇 다르다. 사표 던지고 좀 더 낳은 조건을 찾아 구직활동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장애·비정규노동자에게 있어 노동하고 있는 직장은 놓칠 수 없는 생존의 터전인 것이다. 정부의 통계를 보더라도 장애인 실업률은 28.4%로 전체 실업률 4.8%에 비해 6배 높다. 구직을 포기하는 이른바 ‘실업실망’장애인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10명 중 6~7명 정도가 실제로 실업상태이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노동자에게 지금의 직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산업재해나 직업병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없게 되고 직장의 유지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용주들은 이를 악용하여 산재가 발생하면 고용유지를 무기로 장애노동자에게 공상처리를 요구하고 몇푼의 보상금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노동자도 몸뚱이 하나로 살아가는 노동자이다.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가들에 의해 착취의 강도는 강해져만 가고 있는 지금의 노동현실은 수많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장애노동자에게도 산재와 직업병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껏 사회는 장애인 문제에 있어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장애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고용장려금을 주고, 저리의 대출을 보장해주는 식의 사업만이 진행되어져 왔다. 정작 노동현장의 장애노동자들이 어떠한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속에 있는지, 산업재해의 문제에 어떻게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해 어떠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떤한 대책도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장애노동자를 노동자로서 인정하지 않고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왔기 때문이며 장애노동자의 문제를 노동권의 문제로 보지않고 복지사업으로만 여겨왔던 것에 이유가 있다. 노동현장의 장애노동자에게 닥치는 모든 문제는 그가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노동자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문제이다. 노동현장에서 8시간 10시간씩 일하는 노동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와 직업병이 장애로 인한 것이라는 편견은 단지 편견일 뿐이다. 이러한 편견은 이제껏 산업재해에 대해 자본가들이 유포하는 이데올로기인 '자신의 부주의로 발생한 문제이다'라는 논리의 재판인 것이다. 장애노동자에게 건강한 일터가 보장되고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각종재해와 직업병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그 사회의 당연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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