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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포커스

 

 

요양보호사의 권리 보장을 위한 과제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노동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노동은 직접 대면하여 이루어지는 노동임을 알게 되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정부는 ‘필수노동자’라고 부른다. 보건의료 종사자들, 사회복지 종사자들, 택배 노동자들, 그리고 대중교통 운행 노동자 등이 필수노동자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의 노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필수노동자 지원에 관한 법도 만들었지만, 정작 이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노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필수노동자이면서 노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요양보호사이다.

 

1.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요양보호사

 

2008년 7월 1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다. 그동안 노인돌봄은 가족 구성원, 그 중에서도 주로 여성들이 무급으로 담당해왔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때문에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도 늘어났다. 그런데 가족 구성이 급격하게 변화하여 돌봄노동을 할 수 있는 구성원이 없거나, 가족 구성원이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노인돌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부가 노인들에게 신체활동과 가사활동 지원 등을 제공하여 건강증진과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여, 노인돌봄을 사회적인 일자리로 만들게 된다. 이것은 여성노동력의 활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목표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장기요양보험 가입자 및 그 피부양자 또는 의료급여수급자 중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자로서 치매, 뇌혈관성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는 신청 자격이 있고, 6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자는 장기요양급여의 대상이 된다. 이용자가 신청을 하면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조사를 한 후, 등급판정위원회에서 장기요양을 인정하고 등급을 판정하게 된다. 그러면 장기요양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요양시설에 장기간 입소를 해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요양보호사 등이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 목욕, 간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요양보호사인데, 요양보호사들은 서비스 제공기관인 장기요양시설이나 재가요양기관, 혹은 시나 도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에 고용되어 있다. 요양보호사는 요양서비스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신체·가사·정서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양성 교육기관의 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시·도지사가 교부하는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에 의하면 2019년 요양보호사는 444,525명에 달한다. 여성이 94.7%를 차지하며, 60대 이상이 48.8%, 50대가 39.4%, 40대 이하가 11.8%이다. 그동안 가족 구성원 중 여성노동자들이 하던 노인돌봄을, 공적인 노동이 되어서도 고령 여성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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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7. 공공운수노조가 정부와 서울시에 요양시설 집단감염 방역대책 및 종사자의 안전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2. 요양보호사 노동실태

 

요양보호사가 ‘필수노동자’라고 하지만, 노인돌봄을 하는 요양보호사는 돌봄대상자와 요양보호사 모두가 감염에 취약한 계층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요양보호사들도 고령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관련 요양보호사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55.2%의 요양보호사가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에게는 감염의 위험만큼 일자리 중단으로 인한 실직과 휴업에 따른 소득감소도 심각한 문제였다. 위 조사에 참여한 서울지역의 요양보호사 3,456명 중 일자리 중단을 경험한 노동자는 71.4%였다. 그 중 72.4%는 일자리 중단 기간 무급 상태였다고 한다. 가장 필요한 노동자들이지만 가장 불안정한 노동자들이기도 했던 것이다.

2018년 고용노동부에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7,691원이었다. 전 산업 평균이 19,522원이고, 보건 및 복지서비스업의 평균이 16,168원인 것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인 점을 고려하면 요양보호사들은 대다수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고 수당도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의하면 재가기관에 속한 요양보호사의 74.7%가 계약직이고, 시설은 정규직 비율이 72.3%였다. 근속기간은 평균 3.3년에 불과했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비율이 23.0%라 4대보험에서도 적용이 제외되는데, 그 노동자들을 제외하고도 국민연금 가입률 41.0%, 건강보험 가입률 73.5%, 고용보험 가입률 85.2%였다.

요양보호사들은 강도가 높은 신체노동을 하므로 근골격계 질환이 많다. 그런데 50대 이상 여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산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상자의 가정으로 가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은 규정 이외의 일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 농촌에서는 몸이 아픈 노인을 대신해서 농사일을 하거나 자녀들이 맡긴 손자녀를 돌보는 일을 하기도 한다. 수급자나 가족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은데, 2020년에 열린 ‘서울시 장기요양현장 성희롱 피해근절 대책마련 토론회’ 자료집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4.1%였으며, 두 개 유형 이상의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70%를 넘었다. 요양보호사의 노동은 저임금·불안정노동이며, 존중받지 못하는 일자리인 것이다.

 

3. 왜 이렇게 노동조건이 안 좋은가?

 

요양보호사는 왜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가. 여기에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절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노인돌봄이 사회적 노동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성 개인의 경험에 의거하여 수행하는 업무,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그동안 이 노동은 지불되지 않았던 노동일 뿐, 가치가 없거나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노동이 아니다. 그런데 이 노동을 사회적 노동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는 별도의 교육과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미숙련 노동’으로 간주하여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려고 했다. 공적 재원을 충분히 투여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를 확대하려고 하다 보니, 결국은 그 업무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들을 제대로 처우할 수 없게 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절하였던 셈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게 된 데에는 장기요양서비스가 공적인 방식으로 제공되지 않고 민간에 위탁되어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자리한다. 요양기관을 운영하려면 「노인복지법」에 따른 시설·인력 기준을 갖추고 시·군·구청장에게 장기요양기관 지정 신청을 하며, 시·군·구청은 ‘지정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요양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시장 확대와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겠다’고 하며 민간 요양기관 설립을 쉽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윤을 목적으로 한 요양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75.7%이고 비영리법인이 21.8%, 영리법인이 2.5%였다. 즉 대다수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요양보호사들을 직접 고용하지도 않으면서, 수가는 낮게 책정하다 보니, 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민간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조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그것을 계속 방치해왔다. 지금도 수급자 규모는 아주 크게 늘지 않는데 요양시설과 기관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2월, 전국의 요양시설은 5,762개, 재가기관은 19,621개로서 전체 25,383개에 달한다. 그런데 2019년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장기요양기관의 48.4%는 과잉경쟁이 심각하다고 답변하고 있고, 수급자 모집이 어렵다는 답변도 72.3%에 달한다.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하여 경쟁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불안정하고 노인들에 대한 안정적인 돌봄도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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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9. 서비스연맹은 국회 정론관에서 ‘코로나19 대책 요양보호사 배재에 대한 규탄 및 안전, 생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

 

4. 어떻게 해야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공적 관리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의4는 장기요양요원이 고충을 경험하는 경우 장기요양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요양기관의 관리·감독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61조는 지자체장의 현지조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면 성희롱 예방, 인권침해 예방,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 주관의 장기요양기관 평가항목이나, 개업과 폐업 권한을 가진 자치구 지정심사위원회의 평가 관리항목에 노동권과 일자리의 질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들이 요양보호사 노동실태를 조사하고 처우개선 종합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노인돌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고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돌봄업무는 사회적 가치가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노인돌봄 노동은 육체적 에너지도 많이 사용되지만 정신적·심리적 전문성도 필요하고, 매우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노동이기 때문에 숙련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직무 내용을 구체화하여 표준화하고,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직무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숙련 형성을 위해 근속과 경력 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인식 개선 중 하나로, 호칭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는 캠페인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으며, 이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구체화해야 가능하다. 물론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교육도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직접 뭉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요양시설이나 기관의 문제를 안에서 제기하면서 이용자들의 인권이 보장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요양보호사이다. 아무리 관리감독을 잘 해도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요양시설과 기관은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또한 지금의 불안정한 노동조건도 요양보호사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낼 때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서비스원이나 요양시설 등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재가요양서비스를 하는 노동자들은 기관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일을 개별로 하기 때문에 집단화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재가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 조직화에도 힘을 써서, 요양보호사들이 주체가 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변화시키고 노동자들의 권리보장도 제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5. 마치며 - 노인돌봄을 위한 공적 체계를 세워야 한다

 

공적인 재원으로 운영되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가 민간의 이윤창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급자를 모으기도 어려운 영세한 기관들이 난립하여 과도한 경쟁을 하는 현재의 조건으로는, 아무리 관리감독을 강화한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나아지기 어렵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정부는 공적으로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서울, 대구, 경기, 경남 등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원은 국공립서비스제공기관을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며, 종합재가센터를 설립하고, 직접고용을 통해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유도하고, 민간제공기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데 고용 인원도 적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아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안정되게 유지하기 어렵다.

사회서비스원은 노동자들의 직접고용과 노동조건 개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서비스원은 이후 공적 노인돌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연구하는 시범 사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제대로 된 노인돌봄노동을 수행하려면 재원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노인돌봄만이 아니라 각 돌봄 영역의 연계 방안을 검토하고, 지역 사회 돌봄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봄노동자들이 좋은 돌봄을 위해 무엇을 교육받고 어떤 훈련과 숙련을 거쳐야 하는지, 이용자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각 지자체별로 인구 구성도 다르고 돌봄의 수요도 다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 수요를 파악하고 연결하는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노인돌봄을 제대로 된 공적 서비스로 전환하려면, 장기요양제도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현장에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적인 돌봄서비스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책임 있게 공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 있게 노인돌봄을 시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범사업으로서의 사회서비스원이 당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인돌봄을 공적인 운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현장에서 노인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때 의미 있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좋은 노인돌봄은 어떻게 가능한지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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