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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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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석 달째, “코로나 위기가 노동자 책임인가?”

-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부지부장 인터뷰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재벌에게 정리해고 당하고, 정부에게 강제철거 당했다.”

지난 6월16일, 5월 18일에 이어 두 번째 천막농성장 강제철거 사태를 겪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이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노숙농성 돌입을 예고하며 밝힌 말이다. 종로구청은 행정대집행 사유로 첫 번째 철거 당시엔 ‘도로법 위반’을, 두 번째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들었다.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이 항공기 기내 청소와 수하물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강제 무급휴직과 해고를 통보하면서 기업의 존속을 언급했던 것처럼, 정부와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 경찰청도 공공의 안녕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든 것이다.

사측의 무기한 무급휴직 방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5월 11일 해고된 8명의 하청노동자 중 6명이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월 11일, 금호아시아나 종로 사옥에서 멀지 않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부지부장을 만났다.

 

인터뷰 ‧ 정리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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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철폐연대]

 

재직 당시 노동환경은 어땠나.

기내 청소든 수하물 분류 작업이든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빨리빨리’가 몸에 늘 배어 있다. 기내 청소 작업에는 화장실과 갤리(기내 주방)의 오물을 제거하는 작업, 먼지를 닦아내고 소독제를 뿌리는 작업, 쓰레기를 배출하는 작업 등이 있다. 청소 작업 팀은 13개 조로 편성되는데, 한 조에 7명이 소속돼 있다. 그런데 우리 일이라는 게 어차피 비행기 스케쥴에 맞춰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따라 한 조에서 여러 파트로 인원이 쪼개지기도 하고, 다른 조와 뒤섞여서 일할 때도 생긴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시간에 맞춰서 청소 작업을 후다닥 해버리니까 노동자들은 식사나 휴게시간, 심지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고되게 일해야 했다.

나는 비행을 앞둔 여객기의 객실 청소를 했는데, 기내에 들어선 순간부터 감독의 압박이 시작된다. 시간에 쫓겨 몸을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도, 감독은 “몇 칸 남았냐?”고 수시로 물어본다. 우리는 객실 통로를 오가면서 쓰레기나 비품을 옮기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감독은 무조건 빨리빨리 하라는 말뿐이다. 갤리에서 물기가 가득한 쓰레기를 200리터 비닐봉투에 쏟아지지 않게 꾹꾹 눌러 담아서 배출하는데 그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그걸 좁은 통로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질질 끌어다가 치우느라 안간힘을 쏟아야 한다. 승객용 담요를 옮길 때도 마찬가지다. 담요 10장 무게가 4.65㎏인데, 항상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10장 묶음을 한 번에 2~3개씩 들고 다니면서 좌석마다 보충 작업을 했다.

이렇게 비좁은 객실 통로를 하루에도 수백 번씩 오가면서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허리를 굽힌 채로 일할 때가 많다 보니 노동자들 대다수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나 역시 입사한 지 9개월 만에 무릎 통증이 심해져서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공항 풍경이 궁금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번지고 2월경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 대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출근길 모습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는 여행객들로 지하철이 항상 만원이었는데, 요새는 좌석이 텅텅 비어 있다.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공항 분위기도 지금은 온 데 간 데 없다. 탑승구 바깥으로 보이는 비행기들은 하나같이 다 멈춰 서 있고, 어느 날 모든 게 ‘멈춤’ 상태가 된 거다. 예년 성수기로 치면 하루 운항 편수가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만 200대를 웃돌았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내 메이저 항공사 말고도 저비용 항공사, 외국 국적 항공사까지 포함하면 인천국제공항 하루 운항 편수가 거의 1천 대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하늘길이 닫히지 않았나. 그러니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 수도 평소의 1/10이 안 될 정도로 급감한 것이다.

 

정리해고에 이르게 된 과정을 듣고 싶다.

항공기 운항 편수가 감소하면서 지상조업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3월 들어 회사는 일감이 없다는 핑계로 우리 노동자들에게 연차휴가를 쓰도록 강요했다. 연차를 쓰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는 일일이 날짜까지 지정해서 강제로 연차 소진을 시켰다. 이어서 회사와 제1노조(한국노총 소속)가 3월 16일 노사협의회를 열고 4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한다면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공지했다. 당시에는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유급휴직 동의 서명에 대다수가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나흘 만에 다시 긴급노사협의회를 열더니 ‘4월 한 달만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5월부터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간다’며 기존 합의를 뒤집어 버렸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일하는 500여명의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 중 120명이 희망퇴직을 택했고, 370명은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했다. 회사는 무급휴직을 받아들인 노동자 중에 필수유지업무 인원 160명만 남겼고 나머지 200여 명은 무급휴직인 상태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기한 무급휴직은 해고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주노조 조합원 10명이 끝까지 무기한 무급휴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회사는 나를 포함한 8명을 5월 11일자로 정리해고 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는데.

3년 전 우리 노조가 체불임금 건으로 노동부에 회사를 고발한 적이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회사가 휴게시간은 고사하고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임금체불이 명백하다고 결론지었고, 올해 초 있었던 법원 1심 판결에서도 승소했다.

그런데 3월 16일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유급휴직 실시를 번복한 이유에 대해 회사는 느닷없이 “제2노조(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의 체불임금 소송 탓”으로 돌렸다. 노동부에 확인해봤더니 고액 또는 상습적인 체불임금 사업장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아시아나케이오의 경우에는 체불임금 사업장 명단에 등록돼 있지도 않았다. 결국 노조의 체불임금 소송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대상 기업에서 제외됐다는 회사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에 지나지 않았다.

아시아나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해서 휴직수당의 10%만 부담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아까워서 무기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강행한 것이다. 회사가 우리 노조에서 진행 중인 체불임금 소송을 핑계 대는 이유도 실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민주노조로 돌리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해고 사태 역시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 아닐지.

우리 노조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과 권리 침해에 계속 문제 제기해왔는데, 회사는 그게 지독하게 싫었던 모양이다. 체불임금 소송 건뿐만 아니라, 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은 그간 계속돼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아시아나케이오는 유해화학물질 사용 문제로 우리 노조와 대립한 적이 있었다. 기내 청소 때 사용하는 세척제에 알고 보니 유독 성분이 들어있었고 그게 우리 노동자들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던 거다. 우리 노조도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 일로 회사는 노동부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고 1천만 원가량의 과태료도 물었다.

이런 일도 있다. ‘그라운드 타임’이라고 해서 비행기가 지상에서 대기하는 시간 동안 수하물을 하역․적재하고 기내 청소, 기내식 운반 등도 이 때 이뤄진다. 그라운드 타임은 기종이나 노선에 따라서 주어지는 시간이 천차만별인데, 최소한 비행 시작 30분 전까지는 청소 작업이 완료되어야 한다. 그러면 캐빈(기내)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은 서둘러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작업복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땀이 흘러도 냉방장치를 틀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기내 조명조차 켜주지 않았다. 이런 열악한 작업환경을 바꿀 수 있었던 것 역시 민주노조 활동의 성과였다.

그런데 그라운드 작업 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불을 켜고 냉방장치를 가동하는 데에는 비용이 추가된다. 당연히 회사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인데도, 우리 노조가 자꾸 시비를 걸어서 아까운 회삿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듯 여기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회사는 민주노총에 대한 악선전을 끊임없이 해왔다.

게다가 회사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을 고립시키고 위축시키는 일도 서슴없이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많이 있는 파트는 조합원들을 다른 조로 뿔뿔이 흩어놓고, 나머지 인원은 메인조로 흡수시키는 식이었다. 해마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만 진급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일도 다반사였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한 현장 노동자들은 혹시 지금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일하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 500명 중에 회사는 필수유지업무 인원 160명만 남겼는데, 솔직히 어떤 기준으로 일할 사람과 무급휴직자를 선별했는지 모르겠다. 회사가 ‘우수 사원’을 선별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무기한 무급휴직 발표에 앞서 4개월 동안 인사고과 평가를 했다는데, 필수유지업무 인원 중에는 정직 징계 처분을 받은 노동자들도 있고 정년을 넘겨 촉탁직으로 일하던 노동자들도 있다. 사실상 회사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일을 준 것이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간 200명의 노동자들도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무급휴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 단기 알바를 전전하고 있는 신세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이 한두 달 안에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무기한 무급휴직 실시는 노동자들더러 굶어죽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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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호아시아나 종로 사옥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소속 해고 노동자들 모습 [출처: 철폐연대]

 

해고 통보 이후 어떻게 투쟁해왔나.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조합원 8명이 해고됐는데, 지금은 6명이 남아서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하고 있다. 5월11일자로 해고되기 전까지는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조차 기피한 채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사태를 정부가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인천 중부고용노동청 앞 농성과 청와대 사랑채 앞,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등을 했다.

5월 15일부터는 서울 금호아시아나 사옥 앞으로 농성 장소를 옮겼다. 왜냐하면,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이기 때문이다. 하청의 재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의 진짜 사장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 사태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지금 박삼구 씨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는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아시아나 케이오(KO), 케이에이(KA), 케이에프(KF), 케이알(KR) 등 4개 하청업체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하청의 재하청 착취구조를 통해 큰 돈을 번 박삼구 씨가 무기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 사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금호아시아나 사옥 앞에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매일 천막농성과 출근․점심․퇴근 선전전, 금요 투쟁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29일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간담회’에서 “단 하나의 일자리도 지킬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케이오 사측은 결국 정부 지원도 거부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정부에 바라는 바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을 찾아가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을 때 뭔가 노동자들에게 이롭게 노동 정책이 바뀌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장밋빛 약속에 속았다는 생각만 든다. 40조 원에 달하는 기간산업 안정자금 지원 업종으로 항공산업이 포함됐고 아시아나항공에만 1조 7천억 원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수히 잘려나갔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데도 아시아나케이오처럼 감원과 무급휴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방역대책은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이라며 자화자찬하는데, 정작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노동자들 생계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 아닌가. 이 정부가 최소한 노동자들 밥그릇은 지켜줘야 하는데, 박삼구 같은 탐욕스런 재벌 일당만 지켜주는 것 같아 분노스럽다.

 

서울시와 종로구청, 경찰청은 농성장 일대를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하더니, 5월18일에는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농성장 강제 철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처사다. 우리 노동자들에게 천막 농성장은 마지막 보루이고 하나의 외침이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항의하고 누구에게 호소하란 말인가. 노동자들의 억울한 심경을 이해는커녕 진압하기에 급급한 저들이 너무나 야속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회사가 잘 나갈 때는 노동자를 최대한 쥐어짜다가도 지금은 경영난을 앞세워 노동자를 쓰레기 버리듯 치우려고 한다. 우리가 뼈 빠지게 일해 이룩한 성과를 박삼구 같은 무능하고 욕심 많은 자본가가 독차지하는 게 과연 상식적이고 공정한 일인지 묻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아시아나케이오의 이런 부도덕한 행태에 관심 갖고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주신다면 우리 해고 노동자들도 좀 더 힘을 내서 끝까지 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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