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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파업 DNA의 복구를 위하여

 

권두섭 • 민주노총 법률원, 철폐연대 회원

 

 

 

현장의 이런저런 상담을 하다보면 ‘파업’을 결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의 법제도가 파업권을 옥죄고 있기 때문에 늘 불법파업의 위험에 놓이고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면 간부들에 대한 대량의 해고 등 징계, 거액의 손배해상과 가압류 조치와 노조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형사처벌도 뒤따른다. 물론 형사처벌 부분은 대법원의 판례변경으로 많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늘 하던 익숙한 이야기다.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가끔 ‘우리 스스로 파업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조직과 사업장에 따라 차이가 있고 현장에서 직접 파업을 조직해온 분들이 달리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난 20년간 파업에 들어가거나, 고민하는 사업장의 이야기를 들어온 경험과 파업이 끝나고도 수년간 이어지는 재판들에 나오는 자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내가 본 현장은 점점 파업 DNA가 사라지거나,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파업 DNA가 약해서 합법파업인데도 한번 실행하려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파업 DNA가 없거나, 약한데 민주노총이 매번 의결기구에서 총파업을 결의하더라도 말 그대로 총파업이 제대로 실행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총파업이 무엇인가? 예를 들어 전태일 3법 쟁취, 노동법 개악저지를 목적으로 민주노총 사업장들이 일제히 같은 시기에 파업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각 사업장들의 요구가 아니라, 위와 같이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내걸고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120만에 육박하는 조직이니 4시간이든, 하루든 최소한 50만 이상은 참가해야 그 총파업이 성공했다고 할 것이다. 냉정하게 봐서 말 그대로 총파업이 성공한 적이 있었던가? 2008년 촛불파업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 파업에 참가한 사업장의 90% 이상은 그해의 임단투 파업이 이미 진행 중이었거나, 임단투 파업과 결합한 참가였다.

 

 8 살아가는 이야기_01.jpg

2001년 시기집중 공동파업 당시 조중동 보도, 저 당시 병원사업장은 직권중재 제도 때문에 파업 자체가 불법이었다. 색깔론, 불법, 나라가 망한다는 기조의 악의적인 보도였지만, 민주노총은 이슈화를 성공했다.

 

파업 DNA가 약해져 있는데, 갑자기 총파업을 결의한다고 한들 실행이 가능할 리가 없다. 파업도 여러 번 해 본 사업장이 잘 할 수 있다. 총파업에 늘 주대오로 참여하는 것이 금속노조인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현장 교육에서 농담으로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최소한 3년에 한 번은 파업을 할 의무를 부여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유도 없이 파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혹시 이유가 있는데 파업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런 요구를 내걸고 파업까지 결심해야 하는데 정작 그 요구를 못 내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총파업에 나서려면 먼저 각 조직이 임단투 파업 같은 합법파업이 아주 수월하게 가능해야 그것도 시도해볼 수 있다. 현장에서 하는 임단투 파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합법파업이 가능하다. 이런 파업도 조직해 본 경험이 없고, 조합원은 참가해 본 경험이 까마득한데, 하루아침에 총파업 참가가 가능한 일인가.

 

우리 스스로 파업을 지나치게 어려운 것이거나, 무언가 비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버리고 파업을 그냥 일상적인 우리의 권리행사로 생각하자. 나아가 파업을 했으면 반드시 우리 요구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좀 내려놓고 조합원들도 좀 그렇게 설득하자. 1년에 하루 정도는 파업을 하고 그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은 감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보자. 1년에 하루 파업을 준비하기 위하여 그 전년도 임단투가 끝난 이후부터 노조간부들은 휴지기를 가지지 말고 다음 해의 파업을 준비하자. 다음 해는 우리가 무엇을 내걸고 할 것인지를 조합원과 토론하고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파업권이 가지는 의미를 토론하자.

그래서 모든 조직에서 파업을 하는 것이 그냥 할 수 있는, 비장한 결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아주 익숙한 일이 되도록 만들어가자.

파업하는 하루는 파업학교를 열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하고 파업권의 의미에 대하여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그렇게 조금씩 파업 DNA를 살려가면 안 될까. 파업 DNA를 살리는 것은 단지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 파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의 운동성, 투쟁성, 연대성도 회복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해야 정말 중요한 사안이 그 사업장에서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파업도 가능하다.

 8 살아가는 이야기_02.jpg

시기집중 공동파업의 경험이 쌓여 파업 DNA가 살아나고, 같은 시기에 파업을 하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언젠가 필요한 때, 그야말로 총파업도 가능하다. [출처: 민주노총]

 

다음으로 총파업을 아무리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에서 결의해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자. 한국의 법제도가 정당한 총파업도 불법화하고 있는데, 현장의 파업 DNA까지 약해져 있는 현실에서 대의에는 동의하지만 참가가 쉽지 않다.

현장의 임단투 파업의 시기를 한 시기로 모으는 2000년대 초의 시기집중 공동파업으로 돌아가자. 영원히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일단 그렇게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다. 시기집중 공동파업의 경험이 쌓여 파업 DNA가 살아나고, 같은 시기에 파업을 하는 경험이 축적되어야 언젠가 필요한 때, 그야말로 총파업도 가능하다.

시기집중 공동파업은 각 산별노조, 사업장의 임단투 파업을 같은 시기 내지 비슷한 시기에 맞추어 들어가자는 것이므로 불법파업이 문제될 것이 없다. 법에서는 주로 파업 목적을 문제 삼게 되는데, 시기집중 공동파업은 각 산별노조, 사업장에서 내건 임단투 요구를 가지고 판단하므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이미 대법원에서도 확인이 된 바가 있다.

각 산별마다 임단투를 진행하고 있어서 어렵다고? 어떤 곳은 상반기에 어떤 곳은 하반기에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그래도 주로는 상반기에 임단투를 많이 한다. 하반기에 하는 곳들은 하반기에 집중하면 된다. 산별을 설득해서 시기를 모으는 역할은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이다. 창구단일화 절차가 진행되는 사업장은 절차를 조금 일찍 들어가면 된다.

2022년에 내걸 요구를 토론을 통해서 정한다. 만약 ‘최소한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애자’는 요구를 내걸겠다고 한다면, 민주노총은 제도적, 정책적인 요구를 제기하고, 공론화를 위한 활동을 개시한다. 각 사업장의 임단투에서 제기할 노동안전과 관련한 공통의 사업장 요구안을 만든다. 각 사업장 조직들은 그해 임단투에 위 요구안을 넣어서 교섭을 시도한다. 산별노조는 산별의 특성에 맞는 공통의 노동안전 요구안을 만들고, 그 요구안을 조직된 사업장뿐만 아니라, 그 산업 전체에 공통으로 적용하자고 제기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안전’에 관한 것만큼은 전 산업에 효력확장이 될 수 있게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도를 만들라고 또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최소한 1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고 2022년 대대를 시작으로 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사업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예정된 일시인 2022년 7월 1일에 일제히 파업에 들어간다. 하루로 일정을 잡는 것이 어렵다면 7월 1일부터 1주간 이런 식으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파업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타결이 되는 곳은 안 들어 갈 수도 있다. 민주노총은 7월 1일 하루를 시기집중한다고 했지만, 산별노조와 사업장에 따라서는 파업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 각 산별과 사업장은 현장의 요구를 가지고 파업을 하는 것이고 단지 시기를 집중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그런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공통의 요구를 제기하는 것이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다. 이런 파업은 많은 효과를 가진다. 실증적으로 증명된 바가 이미 있다. 많은 조직이 파업에 들어가면 좀 약한 조직은 도움을 많이 받는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파업을 하면 우리도 같이 하기가 수월해진다. 어떤 경우는 파업을 하지 않고도 요구가 관철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우리도 노조를 만들어 저렇게 파업하는 것을 한 번쯤 상상해보지 않을까? 어용노조가 지배하는 사업장도 그 조합원들은 이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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