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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노동자의 권리, 민주노조의 자긍심을 반드시 지키겠다”

-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 인터뷰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상표와 경영 노하우를 가맹점에 제공하고, 가맹점은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대가로 본사에 수수료를 내는 사업형태를 말한다. 이 같은 사업형태는 기업이 브랜드 효과로 인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힘을 쏟는 대신, 고용은 외부화하여 사용자로서 책임을 쉽게 외면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국내 제빵제과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브랜드 구축과 충성고객 유치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인건비 절감 및 핵심기술 독점을 위해 프랜차이즈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2017년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에도 파리바게뜨를 소유한 SPC그룹은 식품유통업에서 간접고용구조 유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저임금․불안정 노동 문제가 여전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지난 7월 13일, 전국화섬식품노조 사무실에서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을 만났다.

 

인터뷰 ‧ 정리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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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철폐연대]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과정이 궁금하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는 1~2명의 제조기사들이 일한다. 제조기사는 빵을 만드는 제빵기사,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카페기사가 있다. 요즘엔 카페형 베이커리 매장이 많아져서 카페기사들이 일하는 매장 수가 적지 않다.

제빵․카페기사들 출근 시각은 매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6시~7시 사이이고, 오전에는 당일 판매할 빵을 굽고 오후에는 부족한 빵을 더 굽거나 다음날 영업 준비, 주방 청소 등을 하고 나면 17시에 업무가 종료된다.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일은 가맹점주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하는데, 요즘엔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빵기사나 카페기사들에게 고객 응대를 요구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애초 근로계약 체결 시에도 고객 응대는 제빵․카페기사의 고유 업무가 아닌데도 점주 입장에서는 자기가 높은 용역비를 내고 인력을 사용하고 있으니 매장 일을 돕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그런 문제로 마찰을 종종 빚고 있다. 특히, 제빵기사는 제빵 업무를 주로 하니까 그나마 낫지만, 카페기사의 경우에는 점주들이 ‘매니저’로 생각하고 고용하다 보니 주문, 계산 등 고객 응대나 아르바이트 관리 업무를 너무나 당연하게 맡기는 일이 허다하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건가?

코로나19 이전부터 늘 있어왔던 문제다. 가맹점주들이 부담하는 용역비는 실제로도 꽤 높은 편이다. 제빵․카페기사들 월 평균 급여는 210만 원가량인데, 점주들은 1인당 4백만 원 후반대의 용역비를 파리바게뜨 본사(㈜파리크라상)에 내야 한다. 그러니까 제빵․카페기사를 채용하고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매장을 예로 들면 제조기사 두 명을 사용하는 데 월 8~9백만 원이 나가는 셈이다.

 

2017년 6월경 불법파견과 임금착취 논란이 일고 나서 오래지 않아 파리바게뜨지회가 결성됐다. 당시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거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시기적으로 운때가 잘 맞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의 결성을 가로막는) 부당노동행위는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장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발언이 담긴 방송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파리바게뜨 현장노동자들은 본사직(정규직 노동자)과 섞여서 일했는데, 본사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굉장히 달랐다. 예전에는 3년 정도 근무하면 본사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험을 치를 기회가 부여됐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파리바게뜨 본사(㈜파리크라상)에서 일언반구 얘기도 하지 않고 그 기회를 은근슬쩍 없애버렸다. 그렇다고 본사직 전환 기회가 아예 닫힌 건 또 아니었다. 본사에서 협력사 제빵기사를 대상으로 매년 혁신경진대회를 열었는데, 전국 각 사업부 별로 예선을 거쳐 10명 정도가 본선 단계에 오르면 대회 최종 우승자한 사람에게 본사 소속으로 전환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본사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게 만들어놓고, 현장노동자들을 ‘희망고문’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2017년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때에도, 저도 다른 현장노동자들도 불법파견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당시에는 현장노동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도 원래는 본사 소속이 맞는데, 회사가 꼼수를 써서 우리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많은 현장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함께한 이유도 자신들이 일터에서 느꼈던 각종 차별, 부당 처우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회사 전환 이후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현재의 노동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협력사 시절에도 우리 스스로를 비정규직으로 인식한 적은 없었다. 협력사 내부에서 진급도 하고, 우리끼리는 협력사의 정직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불법파견 문제를 알고 나서야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아시다시피,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이 나온 이후 파리바게뜨 본사는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본사와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 3자가 공동으로 출자하는 ‘상생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오랜 진통 끝에 결국 PB파트너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카페기사를 고용하는 방안으로 타결됐다.

자회사 전환 이후 노동조건에 대해 말씀드리면, 협력사 시절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계속 새로운 이슈가 생기고 있다. 가령, 노조와 일절 상의 없이 주 52시간을 강제 시행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주 52시간을 맞춘다는 이유로 회사가 매장별 노동시간을 관리하고 있는데, 별도의 인력충원이 없다 보니 이전보다 노동강도가 강화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연장근무 신청도 점주의 눈치를 봐야 하거나, 심지어 퇴근 이후 무료노동을 하는 사례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자회사 설립이 노동조건의 개선을 이끌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과거에는 관리자나 점주 마음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런 식이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원칙과 기준이라는 게 조금씩 마련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많은 권한이 여전히 본사(파리크라상)에 집중돼 있고 자회사(PB파트너즈)는 인력수급회사에 불과한 것 아닌지.

프랜차이즈 영업 특성상 자회사로 전환된 이후에도 제빵․카페기사들의 고용관계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실정이다. 그래서 직접고용 투쟁을 시작했을 때에도 우리는 본사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도 투쟁과 대화의 상대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의 점주들은 자신들이 본사에 내는 용역비의 산정 근거를 모른다. 오죽하면 본사가 청구하는 용역비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우리 노조에 문의하는 점주들까지 나오겠나. 여하간 당시에도 용역비는 3백만 원 중후반대로 낮지 않았는데, 본사 직접고용에 반대하는 점주들을 이렇게 설득했다. “과일을 사더라도 소매상에게 사는 것보다 도매상에서 구입하는 게 훨씬 저렴하지 않냐. 파리바게뜨 역시 마찬가지다. 중간에 인력회사가 끼어들 이유 없다. 실질적으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용역업체 하나가 끼어 있으니까 당신(점주)들이 지불해야 할 용역비도 쓸데없이 커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사들한테 이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했다. 만약 파리바게뜨에서 어떤 제품이 대박이 났다고 치자. 매출이 상승하고 수익이 증가하면 회사의 구성원들은 당연히 자신이 받는 임금에도 그 성과가 반영되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용역비로 굴러가는 자회사에 만날천날 요구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아시다시피, PB파트너즈는 인력만 관리하는 자회사이다 보니 파리바게뜨가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어떤 수익 배분도 받지 못하고 점주들이 내는 용역비로만 운영되는 회사이다. 결국 용역비 단가를 결정하는 본사에 직접 요구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최근 들어서는 용역비 상승 문제로 점주가 직접 빵을 만드는 ‘자체점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영업은 브랜드 이미지가 생명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폐점을 여간해서는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용역비 상승 때문에 자체점포가 늘어나면서 가맹점 배정을 못 받고 ‘대기’ 상황인 기사들도 많아졌다. 갈 곳 없는 기사들의 경우 반강제로 휴무 일수가 늘어나니까 임금에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질문하신 것처럼 과거 협력사(용역업체) 시절에도 자회사 전환 이후에도 본사가 권한과 이익은 독점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문제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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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3.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라!” 청와대 앞에서 회사의 마스크 지급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파리바게뜨지회 최유경 부지회장. [출처: 파리바게뜨지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 같은데.

코로나19가 막 터졌을 때 회사에서 품질교육을 실시한다고 기사들을 교육장으로 불러모은 적이 있다. 당시 확진자 수가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 일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우리는 PB파트너즈에 교육 일정 취소를 요구했는데, 역시나 “파리크라상 본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정 권한이 없다”는 (자회사 관계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참다 못한 제가 트위터에 해당 문제를 고발하는 글을 썼고, 모 언론사의 기자가 그 트윗을 읽고 기사를 썼다. 바로 다음날 본사에서 교육일정을 취소하더라.

그 이후에는 마스크 지급 문제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제빵․카페기사들은 가맹점 매장에 파견돼서 근무하다 보니, 마스크 지급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로 진통을 겪은 것이다. 본사에서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단속하는데, 가맹점주는 본인들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거나 마스크를 구할 수 있어도 너무 비싸서 기사들한테까지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기사들이 알아서 마스크를 구하라는 말이다. 이 때가 공적마스크 요일제 판매를 시행하는 시기였는데, 현장노동자들이 근무시간 중 짬을 내어 약국 앞에서 줄을 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파리크라상 본사가 있는 양재동 SPC(㈜파리크라상의 모 그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PB파트너즈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마스크 수급 물량이 부족한 것은 본사 책임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원래는 본사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을 대비하려고 마스크 생산업체와 수급계약을 맺었는데, 정부가 이 업체로부터 공적마스크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한 직후 마스크 물량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거다. 따지려거든 청와대에 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답하고 지체 없이 그날 바로 청와대 앞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마스크를 일괄지급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노조의 정당한 문제제기가 매번 벽에 부딪히고, 이렇게 세상이 떠들썩하게 돼야만 회사가 반응하고 움직이는 걸 보면 답답할 때가 정말 한 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6월26일) <제4회 파견노동포럼>에서도 자회사 전환 이후 현장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여하신 소감을 듣고 싶다.

파리바게뜨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나서 곧이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잡월드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저희와 마찬가지로 잡월드도 자회사로 전환됐다는 소식까지 들었는데, 사측이 합의서 이행을 하지 않아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당사자 발표(한국잡월드분회 이주용 분회장)를 이날 듣고 ‘어딜 가나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저희도 ‘직접고용이 답’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싸웠는데, 그 결과가 실속 없는 자회사라는 게 여러 모로 실망스럽긴 하다. ‘자회사를 거부하고 우리가 더 싸웠어야 했던 것인가?’ 이런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파리바게뜨지회가 자회사 전환으로 투쟁을 마무리하고 나서, 잡월드분회 노동자들의 투쟁결의대회에 갔을 때 ‘빈 껍데기’, ‘쓰레기’ 자회사 등의 구호를 참가자들과 함께 외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과 기업노조가 급조해서 만든 연합노조는 철저히 기업의 편에 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들었다.

2017년 8월 17일 지회 설립신고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직접고용 반대한다. 협력사(용역업체)에 남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이 ○○지역에서 열렸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일부 노동자들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말이다. 그 뒤 자회사 설립 이전 ‘해피파트너즈’(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 용역업체 3자가 공동출자해서 출범한 법인)라는 새로운 합자회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한 지역에서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설립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노동조합의 가입원서와 ‘직접고용 포기각서’를 기사들에게 함께 받았다고 하더라. 현장 노동자들은 빵 만드느라 밀가루가 잔뜩 묻은 손으로 기재된 내용도 정확히 모른 상태에서 가입원서와 직접고용 포기각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어쨌든 사회적 합의를 통해 2018년 1월 11일에 자회사 전환이 결정되었지만, 민주노총 화섬노조 소속 파리바게뜨지회와 용역업체에 남겠다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 뒤이어 ‘PB파트너즈노조’라고 명명한 기업노조가 새롭게 출현했다. 기업노조는 자신들이 빠진 사회적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임금 및 기타 노동조건에 대한 처우개선, 부당노동행위자 처벌 등 자회사 전환 합의 내용과 절차에 대해 문제 삼기 시작했다. 2018년 6월경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 중이었는데 다음 달인 7월에 돌연 기업노조(PB파트너즈노조)가 한국노총에 가입했고, 뒤이어 기존 한국노총 소속 노조(한국노총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PB파트너즈지부)와 연합교섭노조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회사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빌미로 한국노총만을 교섭 상대로 인정하며, 2018년 사회적 합의를 지키라는 지회 요구에도 “한국노총과 먼저 대화하라”면서 여전히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가장 의아한 지점은 현장노동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지회 결성 초기에도 조직화가 가장 큰 난제였는데, 기업노조가 한 달 새 천 명의 조합원을 조직했다는 얘기다.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경위도 의심스럽지만, 기업노조의 조합원 중에는 관리자들이 유독 많다. 교섭위원 중 절반 이상이 관리자들이고, 그러다 보니 단협안도 현장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채워진다. 이번 임금 교섭 내용도 제빵․현장기사 월급은 종전 21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기껏해야 10만 원 올랐는데, 관리자들의 경우엔 30만 원가량 임금이 인상됐다.

이런 전후 사정을 살펴볼 때 노조 설립 과정에서 회사의 개입(부당노동행위)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 중인데 현재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 문제도 복수노조 상황이 도래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원래는 2018년 자회사 전환에 합의하면서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는데, 당시 지회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게 관건이었다. 왜냐하면, 기존의 상생기업(해피파트너즈) 체제에서 모그룹인 SPC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PB파트너즈로 사용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회로서는 원청의 책임을 그나마 강화한 자회사 전환 합의를 신규 근로계약서 체결로써 구속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업노조는 2018년 합의 당사자가 아니었으니 이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했었고, 심지어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근로계약서 파동으로 현장에서 갈등과 혼란만 가중되고 해결 가닥이 안 잡히면서, 지회에서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피파트너즈 체제에서 기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상황을 일단락 짓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사측이 지급하기로 했던 위로금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는 회사가 한국노총이 위로금 지급을 반대하고 있다는 걸 명분 삼아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위로금 지급까지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지회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회사와 한국노총이 2018년 사회적 합의를 무위로 돌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우리가 옳았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복수노조 상황을 악용해서 현장에 지속적으로 노노갈등을 일으키고 지회를 소수노조로 고립시겠다는 회사의 잔꾀를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나아가 파리바게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주는 판결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이후 계획과 각오를 전해 달라.

불법파견 이슈로 현장에서 노조를 만들고 투쟁한 지 벌써 3년째다. 회사의 의도가 적중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노총과 노노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들도 실은 적지 않다. 예전에는 사측을 비호하는 한국노총의 행태를 비판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는데, 결국 현장을 바꾸는 일,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조합원들도 잘 알고 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장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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