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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인권

 

 

얼굴인식과 정보인권

 

장여경 •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2020년 12월 21일 공공운수노조 국가공무직지부가 얼굴인식기를 이용한 근태관리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미화·시설관리 노동자들만 출근·퇴근·외출 시 얼굴인식기를 이용하도록 요구받는 것이 차별이라는 취지이다. 2017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광주에서 도로를 청소하는 가로청소노동자들에게만 얼굴인식으로 출퇴근을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광주 광산구청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복무 신뢰도가 깨져 얼굴인식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었고, 광주 남구청은 청소노동자들이 새벽 5시30분에 출근해 출근 도장을 찍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에게만 얼굴인식을 적용하는 데 대해 차별과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고, 결국 당시 광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정책을 철회하였다.

 

하지만 지금 정부청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일처럼 여러 일터에서 노동자들에게 얼굴인식으로 출입 통제 또는 근태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얼굴인식은 확산 추세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한 얼굴인식은 물론 CCTV와 같은 기존의 영상정보처리기기에도 얼굴인식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공공기관들이 AI면접이라는 이유로 예비 노동자들의 얼굴인식과 음성인식을 실시해 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서울 성북구는 청사를 출입하는 직원들과 주민들의 체온을 측정한다는 이유로 얼굴인식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7 보통의 인권_01.jpg

미국 시민단체 ACLU의 얼굴인식기술 반대 캠페인. [출처: https://wp.api.aclu.org/wp-content/uploads/2019/10/WEB19-Public-Facial-Recognition-SocialShare-1200x628.jpg]

 

왜 얼굴인식이 문제인가

 

얼굴인식이 특별한 문제일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는다. 얼굴인식정보는 이것과 다른가? 얼굴인식기술은 때로 신통하고 편리하다. 스노우처럼 얼굴인식 기능을 이용한 사진편집앱은 우리의 여가시간을 즐겁게 한다. 페이스북은 사진에서 내 얼굴이나 친구들 얼굴을 자동으로 네모 안에 넣고 이름을 달 수 있게도 해 준다. 이 똑똑한 기능은 누군가의 얼굴에 이름을 한 번 달아주면 그 뒤로 다른 사진 속에서도 같은 사람을 자동으로 알아본다. 본래의 내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나를 알아내는 것에 무슨 특별한 문제가 있을까?

 

그런데 정보인권운동에서는 얼굴인식정보를 민감한 정보로 본다.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사람을 식별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육안으로 나를 알아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얼굴인식정보의 자동적인 처리는 휴대전화 화상통화, CCTV 등 다른 영상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다르다고 한다. 얼굴인식정보를 이용한 감시는 질적으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도 주장한다. 왜냐하면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얼굴이 자동으로 인식되고 우리가 누구인지 식별되며 또 자동으로 추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은 우리의 신체에 각인되어 있다. 사람의 신체에 각인되어 있는 생체정보를 이용하여 기계적으로 또 자동적으로 사람을 식별하는 기술을 생체인식이라고 부른다. 생체인식기술은 개인이 가진 신체 특징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과 신체 일부가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생체인식기술은 지문이나 홍채, 정맥처럼 신체적 특징을 이용하거나 필체나 보행처럼 행동적 특징을 이용하여 사람을 식별한다. 신체를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안구나 뼈의 골조를 바꾸는 일은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생체인식정보는 한 번 유출되면 당사자에게 평생에 걸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다.

 

얼굴인식에는 다른 생체인식과 다른 특성도 있다. 지문이나 홍채, 정맥 인식의 경우 당사자가 직접 접촉해야만 수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굴은 당사자가 제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원격으로, 또 몰래 은밀하게 수집하고 추적할 수 있다. 또 기술적으로 알아본다는 것은 육안으로 알아볼 때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더 많은 상황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일단 기술적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바탕 형판(이를 ‘템플릿’이라고 부른다)을 떠놓으면 서로 다른 사진이나 동영상에서도 그 사람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다. 지금 나를 알아본 얼굴인식기술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도 평생 동안 나를 식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적인 얼굴인식은 우리에게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최근의 얼굴인식 기술은 당사자의 인지나 통제를 벗어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를 무제한적으로 식별하고 추적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익명성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는 본래 익명으로 거리를 다니거나 공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또 국가나 회사에서 감시받지 않을 자유가 있었다.

 

회사와 경찰이 얼굴인식을 사용하면

 

지금까지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가의 동향을 파악하고 감시하려면 사람을 붙여 미행해야만 했다. 회사 건물이나 부지 곳곳의 CCTV나 회사 앞 식당의 CCTV를 입수하여 감시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시간을 들여 일일이 보아야 하는 수고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때 회사가 얼굴인식을 사용하면 사람의 시간과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누군가를 추적하거나 감시하는 데 들여야 하는 비용이 거의 사라지고 더욱 은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재료는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얼굴 이미지이다. 회사는 인사 자료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대상자의 얼굴 이미지를 쉽게 입수할 수 있다. 얼굴 이미지들을 얼굴인식기술을 활용하여 분석하면 새롭게 입수한 사진이나 CCTV, 동영상에서도 자동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다. 누군가를 찾아낼 수 있으면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한꺼번에 분석하면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을 언제, 어디서 만났고 무얼 했는지 그 관계도 알 수 있다.

 

전 국민의 얼굴 이미지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경찰이 얼굴인식기술을 사용한다면 더 막강한 감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17세에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동사무소에 제출한 사진은 지금 열손가락 지문과 함께 모두 경찰에 넘어가 평생 수사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사진의 경우 지금까지는 육안으로 식별해야 하는 기술적인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범죄 현장 등 특정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경찰이 얼굴인식기술을 이용하여 집회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자동으로 태그할 수 있게 되면 어떨까? 앞으로 어떤 집회에서도 국민은 익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경찰은 대형 집회에서 채증한 수백만 장의 사진 중에서 집회 참가자를 콕 짚어 알아보고 소환해 왔다. 그 방법은 미스테리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법원과 국회에서 집회 채증 식별에 육안으로 식별했다고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경찰이 전 국민의 주민등록 사진이나 운전면허 사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이에 얼굴인식기술을 적용하여 집회참가자 얼굴 식별에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헌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굴인식정보뿐 아니라 생체인식정보 전반적으로 보호가 강화되었다. 2020년 8월 5일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정되었고 함께 개정된 이 법 시행령은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민감정보’에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 행동적 특징에 관한 정보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목적으로 일정한 기술적 수단을 통해 생성한 정보”, 즉 생체인식정보를 추가로 포함하였다. 앞으로 민감정보인 얼굴인식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정보주체인 당사자에게 얼굴인식정보의 처리에 대한 별도 동의를 받거나 어떤 법령에서 콕 짚어 얼굴인식정보의 처리를 허용하는 경우에 한한다. 회사에서 마음대로 얼굴인식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이제 불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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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얼굴인식기술 반대 활동가들. [출처: https://wp.api.aclu.org/wp-content/uploads/2019/10/WEB19-Public-Facial-Recognition-SocialShare-1200x628.jpg]

 

민감한 얼굴인식정보를 보호해야

 

그러나 경찰과 집회 감시의 문제는 상황이 여전히 나쁘다. 왜냐하면 본래 경찰에 좀 관대한 편인 개인정보 보호법령이 ‘범죄의 수사’를 위해서는 얼굴인식을 민감정보에서 갑자기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법 제18조 제2항 제7호 및 시행령 제18조). 게다가 정부는 역시 경찰에 관대한 개인영상정보보호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경찰이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를 이용하여 세월호 집회를 감시한 사건이나 제복의 바디캠, 순찰차의 블랙박스나 드론 등 첨단영상장비를 이용하여 영상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는 데 대해서는 지금도 법률적인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왔다. 그런데 여기에 만능 얼굴인식기술이 적용된다면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익명의 자유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2019년 홍콩 시위나 2020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가 거세게 일어난 미국에서는 특히 집회 참여자에 대한 얼굴인식과 경찰의 감시 문제에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홍콩 시위에서는 공공장소 CCTV와 스마트 가로등을 파손하거나 가리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집회 감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일자 IBM은 대량 감시와 인종 프로파일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경찰에 얼굴인식 및 분석 기술 제공을 중단하였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임시적인 제공 중단을 선언하며 의회에 얼굴인식 통제 법률 마련을 요청하였다.

 

얼굴인식기술의 정확성도 계속 논란이 되어 왔다. 얼굴인식기술에는 인공지능이 사용되는데, 최근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개발된다. 문제는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편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흑인보다는 백인 데이터가 많고, 여성보다는 남성 데이터가 많고,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 데이터가 많다. 그래서 얼굴인식의 정확성에 대한 여러 연구들에서 백인 남성보다 흑인 여성에 대한 오류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럽연합 기본권청은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소수자 계층에 대한 학습이 부족한 얼굴인식의 오류 문제는 경찰의 불심검문이나 강제조치 등 후속적인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2020년 1월, 디트로이트시에서 편향된 얼굴인식기술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디트로이트 경찰은 해당 얼굴인식 시스템의 오인식률이 96%에 달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이 시스템은 70번 사용되었는데 68명의 대상자가 흑인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얼굴인식 시스템에는 클리어뷰AI 등 민간업체가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인식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전 세계 여러 나라 인권단체와 시민들은 얼굴인식기술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소한 제대로 된 법률적인 통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인식을 사용하는 것을 중지시킬 것(모라토리엄)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민들의 요구로 지방 조례를 통해 경찰과 민간의 얼굴인식 기술의 사용을 규제하거나 금지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시를 시작으로 메사추세츠주 섬머빌,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버클리 등 약 10곳의 도시가 얼굴인식 금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 뉴햄프셔주, 오레건주에서는 경찰 바디캠의 얼굴인식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고, 2020년 3월 워싱턴주는 얼굴인식을 규제하는 최초의 주 법률을 제정하였다. 일리노이주나 포틀랜드시는 민간의 얼굴인식기술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인공지능에 대한 법적인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가게 예약처럼 위험하지 않은 인공지능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고위험’ 인공지능인데, 원격 얼굴인식의 경우 고위험으로 포함되어 이에 대한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 특히 ‘채용 과정과 근로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의 경우도 고위험으로 분류되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는 인공지능의 산업적 효과를 살피기에만 급급하다. 2020년 12월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 윤리를 발표하였지만 ‘기업 자율성 존중’을 강조하는 모습에 씁쓸하다. 국민과 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법적인 대책은 이들의 안중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요구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얼굴인식의 인권침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적어도 경찰은 법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모든 얼굴인식정보의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 얼굴인식정보를 이용한 감시로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모든 시도 역시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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