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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위한 선언,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다시 시작합니다!

훈창 (인권운동사랑방,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일터에서 겪는 모욕과 괴롭힘, 임금이나 노동조건과 같은 차별이 차별금지법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들지만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의식을 보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선 후보가 공개적으로 성소수자가 싫다고 이야기하고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회, 직장에서 상사에 의한 괴롭힘은 사회생활이 그렇지 라고 이야기되는 사회, 노동자는 못 배운 자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의식이 하나의 법률로 손쉽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수구 혐오세력의 끊임없는 차별금지법 반대와 혐오 발언, 그리고 세력 확장을 보면 이와 같은 생각이 두려움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의 태극기 집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고 탄기국에서 만든 새누리당의 대선후보인 조원진은 동성애 금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웁니다. 대형교회는 매주 예배에서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칩니다. 저들의 힘은 물리적 실체로 드러나고 광장에 10만 명이 모여 차별금지법반대 기도회를 엽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로 수구세력이 반대하는 법률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딱 떠오른 것은 국가보안법입니다. 반공 이데올로기, 국가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국가보안법은 한때 폐지 혹은 개정을 이야기했던 민주당에서 거론조차 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질서가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 또한 그렇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도대체 이 법률이 무엇을 의미하기에 저들은 극렬하게 반대를 외치는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려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1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캠페인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jpg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캠페인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모욕감과 존엄성의 훼손은 평등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한다.”

“평등세상 앞당기는 전노협”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많이 알고 계실 민주노총의 강령과 전노협의 슬로건입니다. 이 강령과 슬로건을 보며 노동운동이 지향하는 사회, 전노협이 전개한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와, 반차별 운동이 지향하는 사회에는 같은 궤적이 있단 생각이 듭니다. ‘평등세상’, 사회운동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품었을 바로 그 사회입니다.

차별금지법은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법입니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평등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또 차별금지법은 ‘인권기본법’이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의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에 대한 처벌보다는 무엇이 차별인지, 차별 사유는 무엇인지,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헌법 11조의 평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출신학교,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신분 등’을 차별금지 사유로 이야기하고, 한 개인의 삶이 오롯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복합차별’이라는 개념을 법률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임금 차별과 같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차별만이 아니라 존엄성을 훼손하는 ‘괴롭힘’과 혐오 발언, 모욕도 차별로 규정합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해보면 이렇습니다. 공단에서 파견노동자로 일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여성이 있습니다. 그이가 직장에서 관리자에 의해 모욕적인 말을 듣는 상황이 생깁니다. 보통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 많은 사람들은 “차별 당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떤 차별을 당했는데?” 라고 물어보면 쉽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차별이라면 성차별, 비정규직차별, 학력차별처럼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욕적인 말을 들었지만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임금을 적게 받는 건 아니잖아.” 라는 말처럼 직접적인 형태로 차별이 이야기되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겪은 사람이 느낀 감정은 하나의 사유로만 설명할 수 없고 그이가 겪은 자존감의 훼손을 꺼내 보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사회에서 말해온 차별은 이것을 차별로 해석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모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중심으로 차별을 규정하고 이야기하고, 차별은 하나의 사유가 아닌 복합적인 형태로 드러난다고 규정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가 지향해야 할 평등의 의무를 선언합니다. “한 인간의 존엄성은 절대 부정당해서도 모욕당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 서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인권옹호자가 돼야 한다.”, “국가는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이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국가에서는 이를 위해 사회의 제도, 규범, 의식이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 바로 그것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가치투쟁의 최전선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차별당하는 사람을 어떻게 구제하고 차별행위를 어떻게 처벌할지 더 논의해야하는 것 아니니?”, “너희는 왜 그렇게 차별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는 거니? 그것보다 빨리 법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 아니야?”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국회를 통한 로비, 정부에 대한 압박보다 무엇이 차별인지, 차별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한 건 사실입니다. 이것은 차별이 어떻게 인간존엄성을 훼손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차별에 대한 투쟁, 차별금지법입법운동의 전선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투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의 전선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 전선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또 국가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 전선에서 불평등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과 자본에 대응하는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평등의 깃발’ 아래에서 함께 우리의 존엄을 외치자

2017년 대선은 촛불에서 시작하였지만 정권교체로 귀결되어 가고 있습니다. 촛불에 불을 지핀 사회의 불평등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고, 장미대선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세력은 어느덧 인간존엄의 불평등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우향우는 점점 심각해지고 존엄성 회복과 평등사회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시 고공에 오르고 거리에 나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17년 2월 23일, 평등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 전국 107개 단체가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연대를 재발족했습니다. 불평등, 인간존엄성의 훼손이 지배질서로 용인되는 세상에 대해 평등세상을 이야기하고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함을, 그리고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평등과 인간존엄성임을 선언하고 싸워나가고자 합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존재를 모욕당하고 그에 대해 싸워가는 사람들과 이 싸움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철탑에 있는 사람, 야근에 시달리는 사람,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기와 씨름하는 사람 들이 ‘평등의 깃발’ 아래에서 우리의 존엄을 위해 함께 외친다면 ‘평등’은 우리에게 한 발 다가올 것입니다.

 

 

평등을위한선언,차별금지법제정운동_훈창-질라라비20170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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