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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노조법 2조 개정으로 노동법상 사용자 범위를 넓히자!

- 간접고용노동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법, 공동투쟁으로 쟁취하자

 

정나위 • 민주노총 조직부장

 

 

 

“원청과 교섭하면 직접고용 하라고 요구할 거예요”

2020년, 민주노총 간접고용 투쟁의 목표는 원청 사용자성 쟁취다. 간접고용은 ‘실제 사용자와 근로계약서상 사용자가 다른 고용형태’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이는 근로계약의 형식과 실질을 분리해 진짜 사장을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게 한다. 때문에 ‘원청 사용자성 쟁취’는 간접고용의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내 바꾸는 것으로, 당사자들의 절박하고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이 요구는 “진짜 사장이 나와라”,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등으로 표현돼 왔다.

민주노총은 올해 원청 사용자성 쟁취 투쟁의 매개로 중앙노동위원회에 공동으로 조정을 신청해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코로나19로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이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기인 만큼 원청의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했다. 또한, 노조법 2조 개정 등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정부기관이 원청의 사용자성과 그 책임을 인정하라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조직과 지역을 넘어 전국의 간접고용노동자를 만났다. 그들에게 원청과의 교섭을 왜 요구하는지, 원청과 교섭장에 앉으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물었다.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직접고용 하라고 해야죠”라고 답했다.

간접고용이 너무나 당연한 고용형태로 자리 잡은 지금, 그래서 처우개선이나 임금인상 등이 비정규 노동자의 주요 요구로 부각되고 있는 지금, 당사자들의 요구는 여전히 ‘직접고용 쟁취’였다.

 

4 오늘 우리의 투쟁_2 간접고용 공동투쟁01.jpg

 

2020.6.1.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13일간 중노위 앞 농성을 벌인 민주노총 12개 비정규 사업장들의 공동농성 해단식 모습. [출처: 차헌호]

 

“원청이 사용자다” 민주노총 12개 간접고용 사업장, 중노위에 공동으로 조정신청

이번 중노위 공동 조정신청 투쟁의 시작은 각 사업장 원청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지난 4월부터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 노조 12곳이 진짜 사장에게 교섭하자고 요구했다. 현대차, 한국지엠, 기아차 등 금속노조 사업장 9곳, 공공기관인 한국마사회와 지역난방공사 등 공공운수노조 비정규 사업장 2곳, 전국 21개 지방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업무를 맡고 있는 민간위탁 노동자로 이뤄진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1곳 등 총 12개 사업장이었다.

12개 사업장은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전환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하에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 등을 공동으로 요구했다. 12개 사업장 중 8개 사업장에서 답변이 왔는데, 사용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노동법에 따라 교섭의무가 없다”, “용역업체와 대화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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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노동자와 원청 사용자는 조정대상 아니다” 원청 사용자성 부정한 중앙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합의체 행정기관으로서 노‧사 권리분쟁을 조정‧판정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중노위는 노동쟁의 조정,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 필수유지업무 결정, 복수노조 교섭단위 결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노‧사 교섭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관할구역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야 하고, 조정이 결렬되면 쟁의권이 발생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교섭에 응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조정중지를 결정하라’는 것으로, 간접고용노동자의 조정-교섭 대상으로 원청 사용자를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2~3차례 조정회의 끝에 6월 1일과 4일, 중노위는 공동 조정신청에 결론을 내렸다. 그 내용은 사실상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한 것으로, 중노위는 “우리 위원회의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중노위의 조정 기능이 사실상 ‘알선’이라고 한다면, 정부 기관조차 간접고용노동자와 원청 사용자는 알선할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문

(공통)

1. 노동법상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노동쟁의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우리 위원회의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2. 다른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결방법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

3. 사용자들은 사업장 상황을 고려한 자회사 사용자를 포함한 공동협의 등을 통해 자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노조별 권고)

(공공운수노조) 사용자들은 사업장 상황을 고려한 자회사 사용자를 포함한 공동협의 등을 통해 자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금속노조) 사용자들은 하도급 근로자들의 안전보건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하여 사업장 상황에 맞게 하도급 사용자들과 공동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민주연합노조) 각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상황을 고려하여 생활폐기물 처리 등 대행업체 사용자를 포함한 공동협의 등을 통해 대행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첨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

 

민주노총은 형식적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 사용자의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간 중노위는 쟁의조정 신청의 당사자를 근로계약상 사용자로만 해석·국한하고 간접고용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에 대한 쟁의조정신청에 ‘당사자 아님’으로 결정했다. 이미 대법원은 근로조건 등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그 부분에 한해서는 노조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중노위는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여부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구시대적 잣대를 들이댔다.

한편 중노위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판단 여부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정을 신청한 금속노조 9개 사업장 중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2개 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고, 5개 사업장 또한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법원 판결 과정에서 쌓인 입증자료가 차고 넘친다. 공공운수노조 2개 사업장은 자회사로 운영되는데, 노조는 자료와 조정회의에서 모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임금수준, 체계 등 설계)에 대해 입증했다. 노동조합이 이번 조정회의에 제출한 자료만 300페이지가 넘었다. 한국마사회 조정회의에서 조정위원들은 도리어 사용자 측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는데, 결론은 정반대였다. 문재인 정부의 중앙노동위원회도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섭권을 외면했다.

 

사용자에게 책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원청 사용자도, 중앙노동위원회도 하나같이 책임 회피의 핑계를 노동법에 두고 있다. 노조법 2조 2항,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 기준에 원청 사용자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법 2조는 ‘정의’ 조항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규정한다. 이 부분에서 근로자, 사용자,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등을 정의하는데, 지금의 노조법 2조 규정은 사용자도, 근로자도 그 범위가 너무 좁다.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가 노조법에서 배제되고, 원청 사용자가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20년째 노조법2조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간접고용노동자의 요구는 ‘사용자’ 정의 확대에 있는데, 지금 노조법 2조 2항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는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등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를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노총은 7.4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전태일3법 쟁취 투쟁을 본격화 한다. 전태일3법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는 법으로, △노조법 2조 개정 △근로기준법 11조(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삭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세 가지 내용을 포함한다. 이 법안들을 국회의원 10명을 모아 발의할 수도 있겠지만, 발의 과정에서부터 당사자들의 절박함으로 대중적 운동을 조직해보자는 것이 민주노총의 계획이다. 국회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30일 이내 10만 명 이상이 공동으로 청원한 법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발의될 수 있는데, 민주노총은 이 제도를 활용할 예정이다. 최소 20만 공동 청원으로 당사자의 요구를 모아 법안을 발의하자는 목표다.

청원이라는 형식만으로는 투쟁의 성공도, 사회적 여론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우려다. 고용보험 전면적용과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을 이어온 특수고용노동자, 중노위 조정신청을 매개로 원청 사용자성 문제를 여론화 한 간접고용노동자, 작년 공동 총파업으로 공무직위원회를 쟁취하고 제도개선에 나선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등 자기 요구로 투쟁을 이어온 당사자들이 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전태일3법 쟁취 투쟁을 모든 노동자의 의제로, 목소리로 모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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