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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정부의 노사관계 개혁방안이 발표되었다. 김영삼 정권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김대중 정권이 그것을 강경하게 밀어붙였다면, 이제 노무현 정권의 그것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듯하다.9월 4일 정부의 노사관계 개혁방안이 발표되었다. 김영삼 정권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고, 김대중 정권이 그것을 강경하게 밀어붙였다면, 이제 노무현 정권의 그것을 완성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노무현 정부는 노사관계 개혁방안의 목표를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축소',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 '근로계층간 격차의 완화'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목표는 '노동운동의 무력화와 상층 포섭을 통한 형해화', '비정규직의 확대 및 임금과 고용에서의 불안정성 확대', '정규직들을 깎아내려 계층간 격차의 하향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던 바, 그것을 정권 자신이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정권은 "노동문제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여" 확실하게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의 첨병이 되며, 자본의 편에 확고하게 설 것을 선언하였다. 이제 노동운동진영 안에서 더 이상의 논쟁과 갈등은 필요없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억제, 무노동무임금 원칙의 확고한 확립, 손배 가압류의 인정, 직장폐쇄 인정과 사용자의 대항권으로서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동운동에 대한 도전은 끝이 없다. 게다가 해고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한다면서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주장하고, 주5일제를 빙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 성과주의 임금제와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임금의 집단성을 없애고 임금을 유연화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적 유연화를 향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완전한 자본가 정책 그대로이다.
바로 이러한 유연화의 대가라고 이야기하는 바, "취약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방안"이라는 것을 보면 분노가 치밀다 못해 서럽기까지 하다. '정규직들이 취약근로자들과 함께 할 생각을 안한다'고 그렇게 민주노총을 몰아붙이더니, 기껏 정권이 만들어낸 '취약근로자 사회적 보호방안'이란 게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을 무릅쓴 투쟁으로 요구해왔던 내용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 역시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어 있다. 결국 '취약계층 보호'가 아니라, '취약계층 확대의 제도화'인 셈이다.

우리는 그동안 비정규직이 정말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임을 누차에 걸쳐 강조해왔다. 비정규직이라는 존재 조건으로부터 차별이 생기고, 고용불안과 삶의 파탄이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노사관계 개혁방안은 비정규직을 '정상적 고용형태'로 간주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만 약간의 생색내기를 하는 셈이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사유제한을 하지 않으면 계약직이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년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못받아놓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단결권 보장 등 보호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투쟁을 통해 쟁취한 노동3권을 임의로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산재보험 가입을 하도록 하겠다면서 화물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간주하여 임의가입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노동자성을 부정하거나 제한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파견법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파견법이 신종 인신매매로서 중간착취를 합법화하고 사용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주기적 해고로 삶을 파탄내는 악법 중에 악법이라는 것을 현실로 보아왔다. 그런데 그 악법을 없애기는커녕 이제는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불법파견을 단속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업종에 파견업이 확대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본가들의 이윤에 모든 것이 종속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노사관계 개혁방안]이라는 이름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결정판을 본다. [개혁방안]은 노골적이다. 도저히 합법적 쟁의가 불가능한 악법을 들이밀고는 법과 원칙을 무조건 지키라고 주장하고, 안그래도 자본가 세상인데 '사용자의 대항권'을 확립하겠다고 한다. 우리더러 죽으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상층만 자본가와 정권에게 설설 기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하위파트너 역할을 하고, 대부분의 이들은 비정규직이 되어 약간의 사회보장 떡고물을 받고 간신히 목숨만 살아남으라는 것이다. 사용자의 대항권 앞에 노동권은 무력해져서 단결과 투쟁이라는 무기마저 빼앗기고, 생산성 임금제 속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죽지 못해 지옥같은 노동을 감내하며 살아남으라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결국 길은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비록 투쟁의 힘이 약해지고 단결력이 흩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무기력하게 있지 말고 악법에 저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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