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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개악이 시도된다. 9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그리고 9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준비한 토론회 발제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대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최저임금제도에 대한 개악이 시도된다. 9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그리고 9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준비한 토론회 발제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대해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익위원만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생산성과 고용효과에 기반해서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고 하며,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임금에 포함시켜 최저임금을 낮추겠다고 주장한다. '취약근로자'를 보호한다고 떠들던 노무현 정권의 실체가 실은 이런 것이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최저임금 개악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최저임금에 대한 제대로 된 개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공익위원들이 모여서 올해는 몇 퍼센트나 인상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결국 다수결로 처리했다. 최저임금 결정을 하기 위해 하는 실태조사들은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있어서는 안 될 기구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자기들끼리 주고받기 하다가 적당한 수준에서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결코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을 한치도 대변할 수 없다. 50만원의 저임금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50만원밖에 못 받으면 딴 데 가서 일할 것이지"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경총에, 그 50만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도시락에 무 반찬만 들고 다니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고통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부 공익위원들에, 그리고 "중소기업 다 죽는다"고 엄살을 떠는 중소기업 대표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노동자위원들과 공익위원 일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하고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의 무효화선언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최저임금위원회를 완전히 무력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기구가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왜곡시켜서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성격을 무너뜨리고, 생산성과 경제효율 논리를 도입해왔다. 우리는 단지 최저임금이 너무 낮은 것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당연히 지불해야 할 최소 수준의 노동력 재생산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노사공익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합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을 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생산성도 필요 없고, 이것이 사회의 고용에 미치는 효과 등도 전혀 관련이 없다. 오로지 이 돈을 갖고 노동자들의 생활할 수 있는가 아닌가만 중요할 따름이다. 즉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은 생계비여야 한다. 도대체 열심히 일을 하는 노동자인데도, 극도의 빈곤과 절제가 강요되는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단 말인가? 저임금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고민하지 않고, 그 노동자들의 삶에 기반하지 않고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그 자체로 '악'이다. 최저임금 투쟁의 역사가 짧다보니 결정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 논쟁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본질상 여느 임단협처럼 노사간 밀고당기식 협상의 결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미 정권이 최저임금위원회의 한계를 스스로 폭로하고, 최저임금제도의 개악을 통해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을 더욱 낮추겠다고 선언한 만큼 더 이상의 망설임은 필요 없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조를 하루빨리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만들어지도록 힘을 집중해서 투쟁하자.
물론 우리는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만으로 저임금문제가 해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임금을 양산하는 구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용역·외주화 등 중간착취자들이 늘어나고 간접고용화되면서, 그리고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악용해서 저임금을 유지 온존시키는 것들과 맞서 투쟁해야 한다. 또한 어떤 직종에는 저임금을 주어도 된다는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장애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여성이 저임금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자본가'들이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임금을 둘러싼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난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힘겹게 투쟁해서 쟁취해온 우리의 임금을, 자본가들은 비정규직으로 만들거나 직종 자체를 저임금노동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빼앗아가고 있다. 점점 낮아지는 임금을 경계하며 투쟁으로 만들어놓은 하한선인 '최저임금'마저 자본의 논리로 포섭하여 마음대로 낮추려 한다. 이제 올바른 최저임금쟁취투쟁을 함께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전체 노동자들이 노동력의 대가를 올바르게 쟁취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취약근로자 보호' 운운해왔던 정권의 입 발린 말은 말짱 거짓이었으며, 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자들은 바로 우리 노동자 자신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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