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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포커스

 

 

21대 국회의 노조법 개정이 개악인 이유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공인노무사

 

 

 

1. 노조법 개악, 그 시작

 

2020년 12월 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및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같은날 저녁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이번 개정내용은 21대 국회에서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19년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라는 형식으로 이미 제출되었던 내용과 동일하며, 당시 노동법률단체는 단식농성까지 강행하면서, 해당 노사정 합의문이 ILO의 핵심협약과 상충하며, 헌법상 노동3권에 얼마나 반하는지에 대해 그 부당성을 알렸다. 결국 경사노위는 노사정 합의문 채택에 실패하였고, 공익위원 최종의견 제시형식으로 일단락되었다.

 

정부는 ILO 100주년인 2019년 노동·시민·종교 등의 단체들이 ILO 핵심협약의 체결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투쟁하자, 마지못해 4개 핵심협약 중 강제근로와 관련된 협약을 제외한 3개의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2020년 9월 21대 국회에, 정부가 정부입법의 형식으로 입법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은 문제가 되었던 노사정 합의문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채였다. 이에 다시 노동법률단체 및 양대노총이 강력히 반발하였지만 국회는 문제점을 그대로 담아 12월 9일 노조법을 정부입법에 기초하여 통과시켰다.

 

 

2. 노조법 개악의 내용

 

이번 노조법 개악은 크게 5개의 문제점이 있으며, 오히려 ILO의 지속적인 권고에 따라 이번에야말로 개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지 않은 내용들이 존재한다.

 

1) 해고자의 기업별노조 가입, 그것으로 충분한가

 

그동안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해고자의 근로자성 및 조합가입 자격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되던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를 삭제함으로써, 정부는 향후 해고자 및 구직자도 자유롭게 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일부는 사실이다.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단서의 삭제로 인해, 해고자·구직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ILO가 권고한 것은 단지 단서조항이 아니며, 라목 전체, 즉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 라목 본문의 삭제여야 한다. 그래야만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도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활동, 개정으로 제한되다

 

노동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한 노동조합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판례도 비종사노동자의 조합활동권을 인정하고 있으며1), 별도의 제한을 두는 것은 위법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종사노동자(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비종사노동자를 구분하고 있으며, 비종사노동자의 경우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향후 비종사노동자의 조합활동권이 제한될 것이 명백하다. 또한 종사노동자가 해고된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노위 재심판정까지만 종사노동자인 것으로 본다. 문제가 되는 것은 “효율적인 사업운영”이라는 추상적 문구로 비종사노동자의 조합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이며, 해당 문구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자가 비종사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비종사노동자의 사업장 출입제한에 관한 내용은 삭제되었지만, 해당 문구만으로도 이러한 제한으로 이어지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분쟁유발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종사·비종사의 구분은 노동조합의 대의원 및 임원 자격에서도 문제가 되는데, 개정안은 비종사 노동자의 대의원 및 임원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있다. 물론 해당 조항은 기업별노조에만 해당되고 산별노조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ILO는 해고자·구직자가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나 대의원이 될 수 없는 노조법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해고자·구직자도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나 대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인데2), 오히려 개정안은 적극적으로 해고자·구직자를 포함해 비종사노동자가 대의원이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함으로써 ILO의 권고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규정은 노조법 제22조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규정에도 반하여 비종사노동자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3)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의 삭제,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자유로워졌나

 

개정안은 노동조합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였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사는 향후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자유로워진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매우 치졸하기 그지없다. 급여지급 금지규정은 삭제하면서,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의 정도에 대해서는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이나 사용자의 동의를 무효로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여전히 노조전임자의 급여한도와 활동을 ‘근로시간면제한도’의 범위 내로 제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있다. ILO는 전임자의 급여지급에 대해 국가가 법으로 개입하거나 제한하지 말고 노사의 자율에 맡기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3). 그러나 여전히 개정안은 전임자의 급여지급의 범위를 근로시간면제한도로 제한하고, 그 이상의 협약이나 동의를 무효로 함은 물론, 이러한 한도를 초과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여 처벌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4)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

 

기존 노조법은 제32조에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길어질 경우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으며, 적절한 유효기간을 통해 장기간 노사교섭이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여 노사가 시기적절하게 교섭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ILO는 기존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며, 지나치게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길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으며, 이는 정부가 사용자의 민원을 받아준 것에 불과해 ILO 핵심협약의 비준과는 전혀 상관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ILO 기준과 반하는 것이다. 특히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의 복잡함, 불가피하게 장기간 단일화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교섭의 시작에 최소한 3개월 이상, 교섭이 통상 반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3년의 단체협약 유지에 이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및 재교섭 과정으로 인해 4년 또는 그 이상 제대로 된 교섭 없이 기존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소수노조 및 신생노조는 해당 기간 동안 교섭을 시도해 볼 수도 없게 된다.

 

5) 직장점거, 자유롭게 가능한가

 

애초의 정부안에서는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직장점거를 전면 부정하였지만,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노동조합의 쟁의권 무력화 및 노동3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헌성에 대하여 강력히 문제제기함으로써 관련 조항은 배제되고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이 노조법 제37조 제3항으로 신설되었다.

 

해당 개정안은 대법원의 판례를 옮긴 것이지만, 정부나 사용자가 남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가 정당하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의 판결이지만, 종전에도 사용자들은 노동조합의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에도 적극적 직장폐쇄를 실시하며 쟁의권의 행사를 방해하여 왔기 때문이다.

 

6) 개정 요구사항 누락내용

 

① ILO는 고용관계의 존재여부와 관계없이 결사의 자유가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현재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노조설립신고심사제를 통해 고용관계의 불명확으로 인한 노동3권 제약이 계속되고 있는데, 관련한 개정내용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② ILO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에 원청을 상대로 한 결사의 자유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 개념을 확대함으로써 원청 역시 사용자로서 교섭의 책임을 지도록 하여야 하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관련한 개정내용이 전혀 없어, 여전히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권은 제한되어 있다.

 

③ 필수공익사업 및 필수유지업무와 관련해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서비스에 대하여만 파업권이 제한되도록 노조법 제71조 제2항 필수공익사업 목록을 수정할 것을 ILO가 권고하였으나 관련한 개정내용은 없었다.

 

④ 업무방해죄와 관련해서도 ILO는 형법 제314조가 결사의 자유에 부합되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여전히 평화적 파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무방해죄의 적용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노조법 제3조를 개정하여야 하지만, 역시 개정내용은 없었다.

 

 

3.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노조법의 개정은 이뤄졌지만, 노조법은 무엇보다 노사자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노조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 이하로 유지하며, 비종사노동자의 조합활동권의 확대와 확보에 전력을 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조속히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ILO의 회원국은 ILO 핵심협약의 비준과 무관하게 핵심협약의 적용을 받는다고 하고 있지만, ILO 핵심협약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한국의 법원에 주장하기 위해서는 비준이라는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별노조에서 노조법의 내용이 ILO 핵심협약에 반하여 개별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이를 바로 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여력상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꼼꼼한 준비를 거쳐 ILO 핵심협약에 반하는 현행 노조법에 대해 ILO 제소 및 법률투쟁을 통해 무효화시키고 사문화시켜야 할 것이다. 노조법의 개악으로 인해 오히려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투쟁과 교섭력 향상, 민주노총의 준비가 더 중요해졌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길에 철폐연대 법률위원회를 비롯한 노동법률단체들 역시 함께 준비하고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1) 서울고법 2010. 5. 14. 2009라2341 언론노조 YTN지부 출입방해금지가처분 결정, 서울중앙지법 2012. 5. 29.자 2011카합2006 발전노조 조합활동방해금지가처분 결정

 

2) ILO 권고사항 : Report No 353, March 2009 (제1865호 사건)

(v) 해고자 및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유지 금지, 비조합원의 노동조합 임원후보 출마 금지 노조법 조항을 폐지할 것

 

3)  ILO 2017년 권고 :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하여

사용자가 조합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노조 내부 문제에 개입하고 이들을 사용자의 지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특정 사건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행동은 증거에 의해 처벌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가 노조활동에 개입하거나 노조 간부를 통제하에 두려고 시도했다는 증거나 진정이 없는 채로, 자율적으로 체결된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를 처벌하는 것은 사용자의 개입으로부터 노동조합을 보호하려는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자율적인 단체 교섭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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