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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독일 파견 노동의 현실과 시사점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1. 서론

 

현재 독일의 고용현황을 살펴보면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나타내며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의 양적 측면의 호조와 달리 이른바 하르츠(Hartz) 개혁에 따른 규제 완화의 흐름 속에서 고용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파견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에 비하여 높은데, 이는 독일 「근로자파견법」 규제 완화의 흐름에 터 잡은 바 크다. 또한 독일 파견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독일 정규직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비하여 열악하며, 이 역시 독일 노동자파견제도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른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독일 노동법 개혁의 중요한 입법 중 하나인 「근로자파견법」 규제의 강화, 또는 규제의 재조정은 최근 「근로자파견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된다. 독일의 개정 「근로자파견법」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애초 「근로자파견법」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노동자파견기간의 제한 규정이 다시 부활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개정 「근로자파견법」은 파견노동자에 대한 임금덤핑, 저임금 등을 억제하기 위해 파견노동에 있어서 동일임금원칙 실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예컨대, 파견노동자가 사용사업주에 고용된 비교 가능한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등)들을 정비하였다. 나아가 개정 「근로자파견법」은 파견과 도급의 경계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위장도급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독일 파견노동의 현황

(Der Arbeitsmarkt in Deutschland - Zeitarbeit - Aktuelle Entwicklung (2016), Bundesagentur für Arbeit.)

 

1972년에 제정된 독일의 「근로자파견법」은 지난 20여 년간 다섯 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파견근로의 제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독일의 파견 분야는 긴 시간 동안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1994년 파견노동자 수는 연평균 11만 4천 명이었지만 5년 후 그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났다. 특히 하르츠 개혁에 따른 법률의 변화로 파견 분야가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1985년 1차 파견법 개정 시기에는 42,000명이었던 파견노동자의 숫자가 1994년 2차 개정에는 103,000명, 1997년 3차 개정에는 181,000명으로 점점 늘어나다 2002년 4차 개정에서는 288,000명으로 늘어나면서 2008~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성장이 멈추거나 하락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급격하게 증가하여 2015년 6월 기준으로 독일의 파견노동자 수는 951,000 명이다. 2015년 6월 기준 96만여 명의 파견노동자들은 전일제 또는 단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하여 파견노동자는 약 5%(4만 9,000명) 정도 증가하였다. 독일 전체 노동자(3,596만 명) 중 파견 노동자의 비율은 약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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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파견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근무형태 비교(단위 : 명, %)

 

파견노동자의 근로형태는 대부분이 주당 15시간 이상 일을 하는 전일제 또는 시간제로, 이 경우 사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88만 8천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를 했는데, 이는 전체 파견노동자 10명 중 9명꼴이다. 전년 대비로는 약 5%인 4만 4천 명 정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보험 가입의 의무가 있는 파견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2015년 6월 기준 75만 4천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전일제로, 13만 4천 명의 파견노동자들이 주당 15시간 이상의 시간제 근무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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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파견노동자의 업무수준(단위 : %)

 

파견노동자들은 대부분 낮은 수준의 업무를 하고 있다. 2015년 6월 기준 전체 파견노동자의 54%는 보조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노동자 중 약 20% 정도만이 보조업무를 하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반면 높은 수준의 업무를 하는 파견노동자는 전체 파견 분야에서 매우 적은 편이다. 전체 노동자 중 전문가(Experten)와 숙련가(Spezialisten)는 각각 11%인데, 파견노동자 중 전문가와 숙련가인 이들의 비율은 각각 3%, 5%에 불과하다. 파견노동자 다섯 명 중 두 명이 숙련노동자(Fachkraft)로 종사하는 것에 비해 전체 노동자들 중에는 다섯 명 중 세 명이 숙련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이렇듯 파견노동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실업상태나 경우에 따라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일할 수 있는 고용형태이다.

파견노동자들의 나이는 압도적으로 젊은 편이다. 전체 노동자 중 35세 미만의 비율은 약 3분의 1 정도인데 반해 35세 미만의 파견노동자는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55세 이상 파견노동자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전체 노동자 중 55세 이상 노동자의 비율은 20% 정도이다.

파견노동자의 성비를 보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5년 6월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의 남녀 성비는 비슷한 반면, 파견노동자의 70%는 남성이다. 특히 파견노동에서 남성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교통과 배달이 파견 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파견노동자 중 남성의 36%가 금속과 전기 분야에 종사하며, 그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금속생산, 금속가공, 금속건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 외 12%는 기타 제조업과 농업‧조경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편, 여성은 주로 사무, 의료와 판매 서비스, 관광 등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여성 파견노동자 중 46%가 해당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 밖에 32%의 남성 파견노동자와 25%의 여성 파견노동자는 교통, 배달, 안전과 경호, 위생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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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파견노동자의 실업위험(단위 : %)

 

전일제로 일하는 파견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될 확률은 전체 노동자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으로 매우 높다. 파견노동에서 실업위험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11월까지 평균 3.75%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노동의 실업위험이 0.70%인 것과 비교하면 5배 높은 수치이다. 이렇듯 높은 파견노동자의 실업위험은 지나치게 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고,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파견노동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8~09년 경제위기 당시 파견노동자 중 실업자의 숫자가 증가하고, 실업위험도 상당히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기 전체 노동자의 실업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11년부터는 실업위험과 관련하여 변화의 폭도 작아지고, 2009년 경제위기 당시 7%에 달하던 실업비율은 4%로 낮아졌다.

파견노동자의 세전임금(Bruttoarbeitsentgelt)은 전체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조사 결과, 정규직노동자는 월 평균 2,960유로를 받았다. 파견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정규직노동자들의 평균임금에 비해 43% 낮은 월 1,700유로였다. 통계에서 보듯 이러한 임금격차는 다양한 파견업종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앞선 조사와 함께 살펴보면 파견노동자들은 전일제로 일하지만 약 절반 정도가 보조업무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각 분야에서 파견노동자로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는 전문가와 고도의 숙련노동자들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난다. 보조업무를 하는 파견노동자들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에 비해 30% 적은 1,449유로의 임금을 받는다. 전문가와 숙련된 파견노동자 역시 정규직노동자들에 비해 30% 정도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독일 파견법 개정 과정과 파견법의 내용

(황수옥, 독일 노동법 개혁의 시사점과 입법과제, 「강원법학」 제52권 (2017. 10).)

 

독일은 지난 2003년 하르츠 개혁(Hartz Reform)(사민당 슈뢰더 정부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페터 하르츠의 지휘 아래 진행된 노동개혁.)을 통해 파견기간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파견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 사이에 격차가 명확히 나타나고 파견노동자가 차별받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하르츠 개혁을 이끌었던 사민당에서조차 파견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2011년 사민당은 파견법 개정안(BT-Drucksache 17/4189)을 제출하면서 “파견노동은 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 즉 기업은 정규직의 숫자를 줄이고 그 대신 파견노동자들을 투입시키고 있다. 독일에서 약 4분의 1의 기존 정규직노동자가 파견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다”(BT-Drucksache 17/4189, S. 2.)며 파견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들이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파견노동자의 낮은 임금이다. 사민당은 “약 20%의 파견노동자들은 전일제로 일을 함에도 국가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처지이며, 이는 파견노동이 정규직으로의 연결다리가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기대를 저버리는 현실이다”(BT-Drucksache 17/4189, S. 2.)라고 하였다.

이렇듯 파견노동의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나면서 안드레아 나레스(Andrea Nahles – SPD) 독일 연방노동부 장관은 2015년 11월 파견근로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하였다('Entwurf eines Gesetzes zur Änderung des Arbeitnehmerüberlassungsgesetzes und anderer Gesetze', Referententwurf des Bundesministeriums für Arbeit und Soziales.). 파견기간 제한에 관한 법안은 사민당과 기독교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이 2013년 연합정부를 구성할 때 합의했던 핵심 사안으로, 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기로 한 합의문에 따르면 파견제한법의 도입목적은 “파견과 도급의 악용을 막는다”는 것이다. 다만 단체협약에 따른 파견노동자들의 투입기간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파견노동관계가 시작된 후 9개월이 경과해야 적용된다. 물론 단체협약에 따라 예외적으로 기간을 늘릴 수는 있지만 3개월을 넘기지는 못한다. 따라서 파견노동관계가 시작된 후 12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파견노동자에게 정규직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기업이 더 이상 파견노동자를 ‘파업파괴자’로서 파업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기민당‧기사당과 사용자단체의 반대로 1년여 동안 논의가 계속되면서 쉽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노동부 장관은 18개월로 제한한 파견기간을 24개월로 늘리는 수정법안(Entwurf eines Gesetzes zur Änderung des Arbeitnehmerüberlassungsgesetzes und anderer Gesetze', Referententwurf des Bundesministeriums für Arbeit und Soziales.)을 제시하였고, 이 수정법안에 대해 재계와 기민당‧기사당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파견법 개정을 단행하였다.

개정 전 「근로자파견법」에서는 위장도급에 대해 외형상 도급계약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 파견사업을 하는 사용자에게 파견허가증이 있으면 위장파견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정으로 파견사업주가 파견에 대한 허가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장파견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사용자가 만일을 위해 발급받은 파견허가증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개정 전과는 달리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조성혜(2016), 독일 개정 근로자파견법의 규제와 전망 - 현행법과 개정법의 대비를 중심으로, 노동법논총, 한국비교노동법학회.).

 

 

4. 시사점

 

독일의 파견노동 관련 통계와 파견법 개정 시도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독일에서는 파견노동의 확대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파견노동자들과 정규직노동자들 간 임금격차가 심하고, 기업들은 정규직을 파견으로 대체해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35세 미만의 젊은 노동자들이 단순한 업무를 하는 파견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비율이 높고, 이들의 실업률 또한 높아서 애초에 입법자들이 목표로 했던 파견노동이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진 상황이다. 파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국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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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파견법 폐기, 간접고용 철폐 2018 파견노동포럼』 1섹션, 발제하는 필자 [출처: 철폐연대]

 

이 글은 「노동사회 187호(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실린 “독일 파견노동의 현실과 시사점”의 내용을 수정·보완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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