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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

조한경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비정규직위원장, 철폐연대 회원)

 

 

촛불 이후, 변함없는 우리의 투쟁

2016년 광장의 촛불로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다른 대통령을 만들었다. 촛불의 힘은 위대하고 새로운 시대의 개막은 바로 눈앞에 와 있는 듯 했다.

2017년 당선된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밝게 웃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는 기대감에 슬그머니 머리띠를 풀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대와 희망은 1년도 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이 발표될 즈음에 투쟁을 시작한 중부지역일반노조 춘천지부 춘천환경사업소 조합원들 또한 같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춘천시장 당선자는 춘천시청 광장에 천막농성장을 차린 춘천환경사업소 해고노동자들을 찾아 왔다. 그리고 약속했다. 관련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천막농성 247일차, 집단해고 180일차가 되던 날의 일이었다.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투쟁하고 있다.

 

1 중부지역일반노조 춘천환경사업소 동지들의 오체투지 행진 [출처 필자].jpg

중부지역일반노조 춘천환경사업소 동지들의 오체투지 행진 [출처: 필자]

 

중부지역일반노조 춘천지부 민간위탁 철회 투쟁,

문재인 정부의 허울뿐인 비정규직 대책에 맞서다

2016년 10월 10일 중부지역일반노조 춘천지부 춘천환경사업소에 노조가 설립되었다. 이들은 춘천시가 위탁운영하는 재활용선별장과 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2012년부터 춘천시가 동부건설에 위탁하여 운영해 왔다. 동부건설은 재활용선별장과 소각장 시설을 건설할 때부터 관여해 온 업체이다. 동부건설과 한라산업개발, 대양건설이 건설에 참여하였고, 운영은 동부건설에서 맡아서 했다. 건설 입찰 단계에서부터 일부 담당 공무원들이 뇌물을 제공 받아 지역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업체들이다. 당시 뇌물 비리에 연루된 당사자들 중 아직도 춘천환경사업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있다.

동부건설이 운영한 6년 동안 춘천환경사업소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격 탄압과 노동 탄압이 자행되었다. 또한 수없이 많은 불법이 발생했다. 지정폐기물 불법 반입, 폐수 무단방류, 불법 매립, 불법 야적 등을 버젓이 자행했다. 춘천시가 산정한 노동자들의 직접노무비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비상식적인 업무 지시를 통해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던 끝에 노동자들이 결국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춘천환경사업소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던 그 시기에 전국적으로 박근혜 탄핵의 촛불이 불붙기 시작했다.

2017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춘천환경사업소에는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격을 모독하고 욕설을 퍼붓던 관리자들은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비상식적인 업무를 지시하던 공무원들은 더 이상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 노조는 단협을 통해 일상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 받았고, 임금협상을 통해 직접노무비의 원상회복도 이뤄냈다. 1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이뤄낸 성과였다. 노조의 투쟁은 여기서 멈출 수 있었다. 회사가 인정하는 노조활동도 할 수 있었고, 춘천시가 산정한 직접노무비도 온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엄청난 변화였다.

춘천시는 노조가 거기에서 멈춰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더 이상 민간위탁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춘천환경사업소 조합원들은 민간위탁 철회 투쟁을 다시 시작했다.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투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어렵게 찾아 온 기회를 걷어차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지도부의 판단과 조합원들의 결단으로 민간위탁 철회 투쟁을 시작하였다.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동부건설을 끝으로 더 이상 민간에 위탁하지 말고 춘천시가 직접 운영하라는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에 나섰다.

2018년 1월 1일, 재활용선별장 31명의 노동자들마저 집단 해고되었다. 춘천시는 동부건설에 이어 한라산업개발에 위탁을 운영하였다. 노동조합은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시장 집 앞 선전전, 그림자 투쟁, 시청 출입로 점거 투쟁 등 다양한 투쟁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춘천시는 민간위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액을 증액시켜 위탁했다. 고용승계를 미끼로 민간위탁 철회 투쟁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였다. 선별적 고용승계 보장과 민간위탁 철회 투쟁을 맞바꾸자는 요구가 있었다. 민간위탁 철회 투쟁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포기 권유도 있었다. 들어가서 싸우자는 요구도 있었다. 장시간의 논의를 통해 노조는 단 한명의 해고도 인정할 수 없으며 끝까지 민간위탁 철회를 주요 요구로 싸운다는 결정을 했다. 이것이 이들의 해고 사유였다.

촛불이 사라진 광장은 많이 추웠다. 이들은 그 추운 겨울을 천막농성장에서 버티며 싸워 왔다. 다시 청와대 사랑채 앞으로 갔다. 주인이 바뀌어 활짝 열린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와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그러나 갈수록 정부의 대책은 미온적으로 바뀌어 갔다. 여기저기서 원망의 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춘천환경사업소 천막농성장에는 다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2 강원랜드 비정규직 동지들의 행정동 앞 집회 [출처 필자].jpg

강원랜드 비정규직 동지들의 행정동 앞 집회 [출처: 필자]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기다리면 좋은 세상 온다? 어림없다. 투쟁이 답이다!

매주 목요일, 강원도 고한 강원랜드 행정동 앞에서는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 지침으로 정규직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노사전문가협의회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그 속에서 정규직 전환 방침을 협의하라는 정부 지침이 내려 왔다. 시작부터 협의회 구성 인원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어떤 정규직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한 것이다.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 전환은 기다리면 당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1년만 믿고 기다려 달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기다려 왔던 노동자들은 허탈해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몇 년간 각자의 사업장에서 지역 주민주식회사라는 협력업체에 맞서 각자의 임‧단협 투쟁에 매몰되어 있던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은 이렇게 현장에서부터 깨지고 있다. 정부와 자본이 결코 호락호락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어 줄 리 없음을 깨닫는 것, 그것에서부터 제대로 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시작됨을 강원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

 

3 민주노총 법률원과 쌍용양회 동지들의 불법파견 투쟁 논의 [출처 필자].jpg

민주노총 법률원과 쌍용양회 동지들의 불법파견 투쟁 논의 [출처: 필자]

 

동양시멘트 투쟁을 이은 쌍용양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우리가 이겼나요? 아직 갈 길이 멀지요!

2017년 9월, 3년 넘게 싸워왔던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끝이 났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은 위장도급,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해 왔다. 법원의 판결이 아닌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을 통해 근속년수와 호봉을 인정받고 정규직으로 현장 복귀했다. 그러나 먼저 복귀했던 노동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노동하고 있다. 여전히 그들의 노동은 불법이고 위장도급인 것이다. 삼표로 넘어간 회사의 일부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복직하였지만 여전히 다수의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얻어 국내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다시 불법파견 투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이 전개했던 것보다 더 힘든 투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만둘 수 없는 투쟁이다.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교훈 삼아 전체 양회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촛불의 힘이었다고 말을 하는 문재인 정부의 탄생, 그러나 아직도 변함없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그들이 만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물건너갔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정부종합청사 앞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농성장으로, 삼성동 자동차판매연대노조 집회장에서 창원·울산의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현장으로, 파인텍 굴뚝농성장에서 레이테크코리아 투쟁 현장으로, 구미 아사히비정규직 농성장에서 춘천환경사업소 천막농성으로 연대는 커지고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드러낸 정부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힘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뿐이다. 촛불의 명령은 없다. 우리 스스로 촛불이 되어야 할 뿐이다.

 

 

* 이 글은 철폐연대가 발행하는 기관지 <질라라비> 179호(2018-07)호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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