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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법파견 판정을 가로막았던 국가권력의 민낯을 보다

- 자동차 업종 불법파견 사건처리에 대한 조사결과와 권고를 중심으로

김상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위원)

 

 

1. 들어가며

 

문재인 정부가 각 부처에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정부의 잘못된 사건처리 및 관행을 밝혀내고 있다. 그런데 ‘노동사건’의 적폐는 특정 정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자본의 대립에서 비롯된 문제이고 현 정부에서도 계속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법파견과 노조파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2017. 11.~2018. 7.까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함)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업종 불법파견 사건처리에 대한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국가가 불법파견의 진실을 어떻게 방치하고 은폐하려고 시도하였는지 살펴본다.

 

 

2.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처리에 대한 조사결과와 권고

 

가. 조사배경

 

2010년 이후 법원이 완성차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소속된 각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음에도{대법원 2008두4367 판결, 대법원 2010다106436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나516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나48790, 2014나48813(병합) 판결 등}, 수사기관이 관련 고소사건에서 합법도급으로 판정하거나, 수년간 판정을 지연하고 있어 이에 대하여 학계, 국회, 노동계로부터 국가가 자동차업종의 불법파견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2018. 5. 28. 노동부가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774명에 대해 불법파견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부 관계자가 “창원공장 불법파견 결론은 2016년 창원공장 하청 노동자 5명 관련 대법원 판결과 올해 2월 한국지엠 부평·군산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관련 인천지법의 판결을 참고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2018. 7. 20.자 노컷뉴스).).

 

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1) 사건 경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010.8.30. 서울중앙지검에 현대차에 대하여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였고(산공장의 경우 2010.8.12.부터 총 5건의 고발사건(‘10.8.30. 12.10.26. ’12.12.13.’13.8.23 등)을 접수하였다.), 서울중앙지검은 2010.9.14. 울산, 천안, 전주의 3개 지검으로 사건을 분산·이송하였다. 노동부(정식 명칭은 고용노동부이나 이하 ‘노동부’라 한다.) 울산지청은 수사개시 후 5년이 경과된 2015.10.22.에, 노동부 천안지청은 2015.11.3.에, 노동부 전주지청은 2015.11.2.에 각 최종의견서를 검찰에 송치하였고, 이를 송치받은 검찰은 2015.12.7. 한시·비상도급(검찰은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업체와 체결하는 도급계약을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정기도급(통상 매년 6월과 12월에 6개월 단위로 체결), 한시도급(통상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 비상도급(1개월 미만 도급)으로 구분하였다.) 관련 피의자에 대하여는 ‘기소유예’ 처분을, 정기도급 관련 피의자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2) 노동부 수사의 부당성

첫째, 노동부는 2010. 8. 고소장이 접수된 지 5년이 지나서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불법파견 사건을 5년 이상 방치한 것은 2014. 9.경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사실상 전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점, 불법파견을 둘러싼 노사간의 극심한 분쟁이 지속된 점, 최근 한국지엠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처리기간이 1년이 안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노동부가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둘째, 노동부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았다고 변명하나, 각 지청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기재된 노동부의 의견에 따르면 노동부 스스로 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4. 9. 18.과 동년 9. 19. 2010가합112450 등 근로자지위확인 사건에서 차체, 도장, 의장, 시트, 엔진, 변속기, 품질관리, 생산관리, 출고, 포장 등 사실상 전 공정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그럼에도 노동부 각 지청은 2015. 10.경 수사지휘건의서에서 일부 혼재공정 및 한시·비상도급에 대하여만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울산지청은 2015. 10. 12.자 수사지휘건의에서 2010년 기준 정기도급공정 중 직접 생산공정의 혼재작업․그룹작업과 비직접생산공정의 공동작업공정, 직접생산공정의 한시도급공정, 비상도급공정은 파견법 위반사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천안지청의 2015. 10. 23.자 수사지휘건의와 전주지청의 2015. 10. 28.자 수사지휘건의도 동일한 취지다.). 검사가 ‘한시·비상도급 관련 피의자들에 대하여만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라’는 수사지휘를 하기 전에 노동부 스스로 법원 판결의 취지를 전혀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3) 검찰 불기소처분의 부당성

첫째, 검찰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도급계약기간을 기준으로 합법도급과 불법파견을 구분했다. 각 지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담당검사들은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업체와 체결하는 도급계약을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정기도급(통상 매년 6월과 12월에 6개월 단위로 체결), 한시도급(통상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 비상도급(1개월 미만 도급)으로 구분한 후 한시도급과 비상도급만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도급계약의 주된 형태인 ‘정기도급’에 대해서는 합법도급으로 보아 해당 사업주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했다. 이는 법원이 관련 사건에서 정기·한시·비상으로 구분하지 않았고(2심은 사용자가 비상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를 해당 공정에 대체투입한 점을 하청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사정으로 보고 있음), 현대자동차 또한 상고심에서 도급계약기간을 기준으로 불법파견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남용하여 수사를 지연시켰다. 서울중앙지검이 2010.9.14. 울산, 천안, 전주의 3개 지검으로 사건을 분산·이송한 후 노동부 각 지청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5년이라는 기간이 경과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검사의 반복되는 수사지휘권 행사에 있다.

셋째,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남용하여 불법파견 공정의 범위를 더욱 축소시켰다. 노동부 각 지청이 2015. 10.경 수사지휘건의에서 혼재공정과 한시․비상도급에 대하여 파견법 위반사실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담당검사들은 이에 대하여 송치의견 변경(정기도급은 불기소의견, 한시․비상도급은 기소의견으로 송치)을 직접 지시하였다. 검사들의 수사지휘 내용에 정기도급을 한시·비상도급과 다르게 합법도급으로 봐야하는 정당한 이유가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한 수사지휘는 위원회가 2018. 3. 23. 의결한 노동사건 처리에 관한 개선 권고안에서 검찰의 ‘과거 부당한 수사지휘 사례’ 중 송치 단계에서 송치의견 변경 지휘 사례에 포함되었다. 한편 2004년 불법파견 조사 시 근로감독관직무규정상 파견법이 근로감독관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부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127개 업체를 경찰서에 고발할 수 있었다. 즉, 검찰의 수사지휘 여부에 따라 노동부의 송치의견이 달라질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넷째,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2014. 9. 18.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0가합112450판결 등에서 사실상 전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것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노동부 송치의견서나 검찰의 불기소이유서 어디에도 법원이 관련 사건에서 판시한 사실관계나 법리를 검토한 흔적을 볼 수 없었다. 검찰은 민사 행정 재판과 달리 형사적으로 파견이 인정되려면 파견요소가 명백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법원은 파견법 위반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객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파견을 인정함에 있어 민사(행정 포함)와 형사를 구별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기소처분 이후에 2017. 2. 10. 서울고등법원이 1심과 같은 취지로 대부분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여 불기소처분의 부당성은 다시 확인되었다.

 

2 2018.7.26.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서울고용노동청 점거농성 [출처 기아차비정규직지회].jpg

 2018.7.26.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서울고용노동청 점거농성 [출처: 기아차비정규직지회]

 

다. 기아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1) 사건 경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14. 9.경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의소에 대하여 사실상 전 공정에 대하여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75831, 75909(병합), 113115(병합) 등 판결}을 하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내하청분회는 2015.7.21. 위 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불법파견 공정에 대한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서울지검은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하고, 수원지검은 노동부 경기지청에 수사지휘를 했다. 이후 2016.10.31. 기아차 노사가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 및 민·형사소송의 전부 취하 등을 합의하여 노동부는 수사를 잠정 유보하였고, 촛불정국 이후인 2017.4.28. 노동부는 위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전담팀을 구성하여 약 2개월 간 현장조사 및 사내하청업체 29개사의 사업주 및 근로자 조사를 진행한 후, 담당 근로감독관은 2018. 4. 수원지검에 수사지휘 건의서를 제출하였으나, 담당검사는 보강수사를 지휘하여 현재 노동부 경기지청이 수사 중이다.

 

2) 수사의 부당성

첫째, 노동부는 2016.10.31. 노사 합의를 이유로 장기간(5개월) 수사를 유보하면서 사건을 방치하였다. 고소인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사내하청분회는 2016. 10. 31. 노사합의가 있었지만 형사사건 취하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5개월간 1차례의 피고발인 대리인 조사 이외에는 별도 수사 진행사항 없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노사합의를 이유로 수사를 유보하였다.

둘째, 검사는 수사지휘건의서를 접수보류 하는 등 부당한 수사지휘를 통해 사건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경기지청 근로감독관이 2017. 9. 22. 담당 검사실을 방문하여 수사지휘건의서(첨부된 수사기록 포함)를 전달했으나, 담당 검사는 실제로는 수사지휘건의서를 인도받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수사지휘서 접수를 보류한 채 4개월 동안 검찰 내에서 보관(방치)하다가 2018. 1. 18.에 이르러서야 사건과에 위 수사지휘건의서를 접수하도록 지시하여 4개월 여간 수사 지연(이하 ‘2017. 9. 22.자 부당수사지휘건’이라 함)시켰다. 2018. 3. 23. 위원회가 ‘노동사건 처리에 관한 개선 권고’에서 송치 전 부당한 수사지휘 사례로 ‘2017. 9. 22.자 부당수사지휘건’을 지적하였음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럼에도 동일한 사례가 같은 사안에서 반복되었다. 2018. 4. 4.~4. 5. 담당 근로감독관이 담당 검사실을 방문하여 수사지휘건의서 및 사건 기록 일체를 전달하였으나, 2017. 9. 22.과 같이 담당검사가 접수보류 지시하여 접수처리 못했다(이하 ‘2018. 4. 5.자 부당수사지휘건’이라 함). 담당검사는 이후 수사지휘건의서를 공식 접수하였으나 다시 보강수사를 지휘하여 노동부 경기지청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라. 위원회의 권고사항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위원회는 노동부 장관에게 자동차 업종 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부당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토대로 직접고용 명령, 당사자 간 협의·중재 등 적극적인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을 권고했다(‘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직접고용 명령을 하자’는 안과 ‘직접고용 명령에 대한 사전절차로서 근로감독을 하자’는 안이 대립했다. 논의 과정에서 ‘근로감독을 하자’는 안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결국 ‘근로감독’ 대신 원안에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를 삽입하는 형태의 안으로 의결됐다. 이러한 논의 경과에 비춰 보았을 때 ‘당사자 확정을 위한 조사’는 당초에 노동부가 주장했던 ‘근로감독’이 아님이 명백하다.). 또한 위원회는 행정개선사항으로 불법파견 판정기준 관련 법원 판례를 반영하여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 사내하도급 파견 관련 사업장 점검요령 등을 개정할 것, 파견법 위반 감독 및 수사에 있어서 신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침 및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3. 나오며

 

조사 결과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지속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수사기관의 행위로 나타난 국가권력의 의식적인 행위다. 즉, 담당 근로감독관과 담당 검사의 사건에 대한 지연처리와 법원 판결을 무시한 합법도급 판정, 담당 검사의 담당 근로감독관에 대한 부당한 수사지휘가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이 현재까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법원 판결마저도 완전히 무시하면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관계를 합법도급으로 판정하고, 3년이 넘게 수사지휘를 이유로 기아자동차 불법파견 고발사건에 대한 사건송치를 미루고 있는 비상식적인 행위의 책임을 일선 근로감독관과 일선 검사에게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조사권의 한계상 일선 근로감독관과 일선 검사에게 위법·부당한 수사를 명령한 대검과 노동부의 책임 있는 자들을 밝혀내지 못했다. 대검과 노동부 고위 공무원들의 노동권에 대한 인식 변화, 위법·부당한 수사지휘에 책임 있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인적쇄신이 없다면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처리에서 확인된 수사기관의 비상적인 행위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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