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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현재의 노동정세에서 전교조의 참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영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철폐연대 회원)

 

 

이야기 하나

 

올해로 전교조는 창립 30년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전교조는 법외노조입니다. 하지만 30년 전에도 전교조는 불법노조로 시작하였으니,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10년이면 세상도 바뀐다는데, 노동 현실의 변화는 자연풍화를 기다릴 게 아니라, 천지개벽의 상황을 만들어야 함은 분명해 보입니다.

많은 분들이 ‘문재인 정부가 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느냐고 물으십니다. 물론, 궁금해서 묻는다기보다는 답답해서 물으시는 걸 겁니다. 하지만,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것뿐 아니라, 2017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서도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왜’가 아니라, 이미 ‘문재인 정부 역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상황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관련하여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은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 했습니다. 2016년 말 공개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청와대의 법외노조 공작의 증거가 차고 넘칩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관련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는 이미 모두 공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9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의 답을 내기 어려운 문제다. 시행령 9조 2항이 폐기되어도 소급적용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전교조는 5월 20일부터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5월 25일 ‘법외노조 취소! 노동기본권 쟁취! 전국교사대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6월 12일에는 전국분회장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결성 30주년. 올해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원년이 되길 바랍니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갑시다. 

 

 

이야기 둘

 

6월 12일이면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지 딱 1년이 됩니다. 지난 1년은 사회적응기간(?)이었습니다. 나도 몰랐던 많은 증상이 내 안에 있더군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또는 아주 낯선 곳으로 여행을 온 사람처럼요.

작년 6월, 은행에서 체크카드를 만들었는데, 은행직원분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체크카드로는 물건을 살 수도 있고, 돈을 찾을 수도 있어요.” 한동안 은행 거래기록이 없는 짧은 머리의 마른 나를 보고, 아마도 암투병을 하다가 사회복귀를 한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지하철역에 처음 간 날은 순간 막막하더라고요. 전철 개표구를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역무원께 물어보고 ‘티머니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아마도 이분은 내가 신용카드가 없어서 물어봤다고 생각한 듯합니다..ㅎ), 막상 개표소에서 보니 다른 사람들은 그냥 신용카드로 통과하더군요. 문득, ‘아, 나도 몇 년 전에 이미 신용카드로 전철을 이용했었는데……’ 하고 기억이 났습니다.

가까운 거리도 전철이나 택시를 이용하곤 했습니다. 서대문역에서 광화문을 어떻게 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안 쓰던 서랍 속에서 오래된 물건을 찾으면, ‘아, 이런 게 있었지? 예전에는 늘 사용했는데’ 하고 옛 기억이 되살아나듯, 한 번 걸어가 봐야, ‘아, 이런 길로 이렇게 연결되는 거지……’ 하고는 머릿속에 길이 하나 살아났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삭제되었던 기억들을 복원하는 중입니다. 때론 길이고, 때론 단어이고, 때론 음식조리 과정이고, 때론 사람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증상이 당황스러웠는데, 구속되었던 동지들 중에 유사한 증상이 있었다는 분들을 만나고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현재 나는 복원 중이구나 하고요.

올해 1월 민중총궐기로 진행된 재판은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입니다. 실형이면 공무원 자격이 박탈되므로, 다시 교사로 복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전교조 해고자입니다. 전교조 법외노조로 해고된 것은 2016년입니다. 우선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을 하고, 이후에는 민중총궐기의 민주화운동 인정을 받아야 복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한 복직투쟁이 되겠군요..ㅎ

 

 

1 출소 후 농성 중인 필자 [출처 필자].jpg

출소 후, 농성 중인 필자 [출처: 필자]

 

 

이야기 셋

 

올 2월에 전교조에 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전교조에는 지금껏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전교조의 중심사업과 해고자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1989년의 1,500명이라는 대량 해고사태 이후, 법외노조로 34명이 함께 해고된 상황이라, 해고자들의 요구로 ‘해고자원복투’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전교조에는 38명의 해고자가 있습니다. 법외노조 노조전임자로 해고된 33명(해고 이후 정년을 맞은 김재석 동지 제외), 사학민주화투쟁 해고 2명, 교육자치선거 관련 해고 2명, 교육민주화선언 관련 해고 1명입니다.

전교조 해고자원복투는 3월 14일부터 매일 12시에 청와대 앞에서 전국의 해고자들이 릴레이 일인시위를 전개 중입니다. 또한 5월 20일부터는 세종로공원에서 중집-해고자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전교조 해고자원복투와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는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136명과 전교조의 38명, 모든 해고자가 복직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투쟁!

 

 

이야기 넷

 

올해는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연구주제는 노동교육입니다. 현장교사들과 연구팀을 만들어서 학교에서 사용할 노동인권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노동을’ 가르쳐야 하냐고 묻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거꾸로 묻습니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는 데, ‘왜 노동만’ 안 가르쳐 왔는지.

지난 4월에는 경사노위에서 주관하는 ‘노동인권교육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은 인사글에서 ‘노동인권교육의 강화는 ……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노동교육에서부터 계급전쟁이 시작됩니다.

노동자계급에 의한, 미래 노동자를 위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자료. 민주노총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면 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일입니다. 또한 2016년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군, 2017년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망한 제주 이민호군과 작년 말 태안발전소 김용균 동지의 죽음 앞에서 교사로서 약속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야기 다섯

 

전교조가 결성되던 1989년 당시, 전교조 창립선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회의 민주화가 교육의 민주화에서 비롯됨을 아는 우리 40만 교직원은 반민주적인 교육제도와 학생과 교사의 참 삶을 파괴하는 교육현실을 그대로 둔 채 더 이상 민주화를 말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없다. ……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30년 전에도 전교조의 투쟁은 절박했지만, 한편으로는 30년 전만 해도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인 지금은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은 오히려 경쟁교육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은 요원합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는 경쟁교육을 멈출 수 없습니다. 이제 사회변혁 없이는 근본적 교육개혁도 불가능합니다. 그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다시 학생입니다.

오늘, 전교조의 참교육은 사회변혁의 실천과 교육개혁의 실천을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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