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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쓰는 비정규운동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무료노동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공인노무사

 

 

 

1. 노동자, 얼마나 일하나

 

노동시간이란 일하는 데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가를 말한다. 보통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할 만큼, 노동의 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길게 또는 짧게 일하는가 하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물론 노동시간의 단축이란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적정한 시간 일을 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산업혁명 초기 노동자들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죽지 않을 만큼의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일해야만 했다. 그러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개인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하면서도 노동자들은 굶주림을 피할 수 없었고, 일하다 죽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도, 어쩔 수 없는 문제도 아니었다. 결국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공장을 멈췄다. 그래도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8시간 노동은 너무 먼 꿈에 불과했다. 하루 8시간 노동이 세계적인 기준이 된 것은 1919년 ILO가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ILO 협약 제1호로 하루 8시간, 주 48시간 노동제를 채택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1919년 국제사회가 정한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한국은 OECD 28개국 중 가장 긴 시간 일하는 국가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 발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임금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OECD 평균인 1,692시간보다 379시간 더 일하고 있다. 그러나 위 자료가 한국사회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임금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노동시간의 통제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최악의 초장시간 노동사회임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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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2. 과로사와 과로자살 없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과로사 OUT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출처: 노동과세계]

 

2. 한국의 노동시간과 보장 – 근로기준법 제50조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하루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제50조 근로시간). 다만,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즉, 법률에 따르면 한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총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왜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의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노동자가 더 일하기를 바라는 것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동자는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수적이다. 사용자는 돈을 줄 테니 얼마든지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을 할 수는 없다. 일정 정도 일을 한 이후에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4시간 일을 할 때마다 30분 이상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줄 것(제54조 휴게시간)과 한 주에 일정 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는 유급으로 1일을 쉬도록 강제(제55조 주휴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정 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임금의 수준이 일정 정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만약 시간당 5,000원씩 밖에 못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하루에 4만 원, 한 주에 24만 원, 한 달에 고작해야 100만 원만 벌 수 있는데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노동시간의 상한을 정해놓는다면, 이것은 노동자에게 굶어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때문에 헌법은 국가에 적정한 임금의 보장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두고 있고, 최저임금법을 통해 노동자가 1시간 일할 때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임금과 근로시간은 서로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논할 때는 최저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정도에 따른 생계 보장의 필요성 등이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노동시간은 임금과 함께 이야기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교육하다 보면 임금 문제로 넘어가고, 임금 교육을 하다 보면 노동시간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동시간 교육을 하든 임금교육을 하든 결국 또 다른 주제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와 같이 ‘노동자이지만 노동자가 아닌’ 노동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이다.

 

* 그러나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일했을 때 200만 원이 안 되는 수준으로, 매우 부족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규모가 전체 산업의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이 최저임금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여전히 최저임금은 생계비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3.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것은?

 

그렇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은 어떤 게 있을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란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으며,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 둔 이상 사용자가 일을 시키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즉, 출근한 이상 일을 안 하고 대기하고 있다 하더라도 근로시간에 해당하며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은 대기시간이라고 하며, 대기시간에는 사용자로부터 언제 일을 요구받을지 알 수 없이 기다리는 시간이다. 반면에 휴게시간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완전히 벗어난 시간이기 때문에 휴게시간에 사용자가 일을 시키는 경우에는 노동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각종 교육을 실시하고 노동자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교육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교육의 참여를 독려하고 교육수당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교육의 이수의무가 없고 교육 불참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았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해석하였다.

출장의 경우 근로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노동자, 노동조합이 출장 시 근로시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근로기준법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업장에서 일한 시간은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제58조). 다만, 출장이나 사업장 밖 노동에 필요한 시간이 명백하게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다면 그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회사에서 워크숍이나 세미나,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노동자에게 그 참여가 강제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때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나 지시에 따라 필요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지만, 워크숍의 본 프로그램 등의 진행 후 친목 도모를 위한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해석이다.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직원 간 단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워크숍이나 행사 등을 근로시간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회식도 강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해석은 다르다.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행사일 경우, 사용자가 강제로 참석을 요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의 일환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노동부는 근로계약상의 노무제공 일환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간만을 엄격하게 노동시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이 강제되고 이에 불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불응 시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는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지급될 필요가 있다.

 

 

4. 탄력적 근로시간의 문제

 

2020년 근로시간과 관련해 주 52시간 상한제가 한창 논의되던 때, 사실 더 중요한 노동쟁점은 탄력근로제였다. 탄력근로시간제란 지금처럼 고정적으로 8시간씩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의 특성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 사업에서는 특정기간 동안 평균하여 주 4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주간 탄력근로제를 시행한다고 하면, 첫 주에는 32시간 일하고 다음주에는 48시간을 맞춰 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일하는 거라면 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탄력근로시간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한 주에 32시간 일을 시키면 남은 8시간은 사업의 휴업으로 보아 임금 70%를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48시간 일을 시켰기 때문에 40시간은 통상임금을 지급하고 8시간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즉, 총 72시간의 통상임금, 8시간에 대한 휴업수당 70%, 연장근로수당 8시간치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탄력근로시간제에서는 회사는 2주를 통틀어 연장근로나 휴업수당 없이 그냥 80시간치 통상임금을 지급하면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을 단지 2주간이 아니라 3개월이나 6개월간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 3개월만 해도 첫 6주에는 28시간씩 일하고, 다음 6주는 52시간씩 일해야 한다. 6개월의 경우, 더욱 최악의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첫 6주는 28시간, 다음 6주는 52시간, 다음 6주는 52시간, 다음 6주는 28시간을 일을 시킬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업수당은 없다는 것이다.

‘일한 만큼 돈을 받으면 그만이니까, 이렇게 일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6주간 28시간만 일하다니 완전 꿀이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선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통상 특정시기에 업무량이 폭주하는 산업적 특성 때문에 탄력근로제가 시행된다고 하였을 때, 52시간씩 일하는 주에는 연장근로 12시간이 초과로 요구될 수 있다. 즉, 근로시간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탄력근로시간제의 경우에는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즉 28시간(6주)-52시간(6주)-52시간(6주)-28시간(6주)제 방식의 탄력근로시간제라면 약 3달간(12주) 52시간+12시간 연장근로가 이루어질 수 있다. 64시간씩 3달이라는 근로시간은 산업재해 과로사 기준에 따랐을 때, 일 때문에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인정되는 시간이다. 즉, 현재의 6개월까지 가능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합법적 과로사법이다.

사람의 몸은 고무줄이 아니다. ‘하루 최대 8시간’이라는 제한은 어느 정도는 예외를 두어도 되는 기준이 아니라 절대 지켜야 하는 제한이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으로 인해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것인데, 탄력근로제라는 엄청난 예외를 두는 것은 노동자 건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무지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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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 반대,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등을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앞 집단농성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민중언론참세상]

 

5. 노동자가 원하는 무료노동은 없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긴 것은 합법·불법을 불문한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가 만연하기 때문인데, 한편으로는 습관화된 또는 당연히 요구되는 무수히 많은 무료노동도 한몫한다. 대개 노동자들은 출근 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한다. 누군가는 출근시간대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더러는 일찍 출근하는 상사나 직장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규직 노동자인지와 상관없이 보통은 출근 시간 전에 도착해 유니폼을 갈아입거나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다. 일이 끝나더라도 근로시간이 끝나기 전 퇴근할 준비를 마치고 퇴근 시간 땡 치기 무섭게 회사를 떠나기 보다는, 끝나는 시각을 넘겨서야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한다.

이처럼 조기출근이 관행처럼 자리잡은 한국사회에서 조기출근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조기출근을 하지 않았을 때 제재가 이루어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우선 업무지시에 거부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즉, 이런 반항 한번 해본 적이 없어서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이것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노동자가 일찍 오는 것을 막지 않은 사용자는 그냥 열심히 하는 노동자의 덕만 보면 되는 것이고, 모두 일찍 오는데 출근 시간을 잘 안 지키는 특정 노동자가 있다면 그냥 괴롭혀서 일찍 오게 만들면 된다.

휴게시간도 대표적인 무료노동시간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한 주 40시간 일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 8시간을 일하는 노동자에게 통상 점심시간 1시간을 주는 경우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을 준 것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1시간을 온전히 쉬는 노동자가 많지 않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경우 점심시간이 25~30분 정도에 불과해 김밥이나 샌드위치, 주먹밥을 사와서 사무실에서 먹거나 차라리 굶는다고도 한다. 즉, 최소 30분의 휴게시간을 빼앗기고, 30분을 추가로 노동하면서도 제대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무료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점심 중 휴게시간을 빼앗긴 채 무료노동을 하는 일은 흔히 벌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더 많이 일하고 싶어서 일찍 오기보다는 회사 분위기상 눈치를 보며 일찍 오고, 쉬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싶어도 일이 많아서 쉬지를 못했다. 그러나 어느 노동자가 9시에 딱 맞춰 출근하고 6시에 칼퇴근하고 싶지 않을 것인가? 조기출근을 강요하는 직장 내 분위기로 인해 무료노동은 오늘날에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쉬는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되거나 제대로 된 휴게실이 있고 자유롭게 쉴 수 있다면 어느 노동자가 업무 중 휴식시간을 거부할까? 업무 중 불가피하게 동반되어야 하는 휴식시간이라고 한다면 이를 노동시간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6. 노동시간이 무엇인지, 다시 말해야 할 때

 

코로나19가 2년이나 지속되면서 그동안 노동시간 통제가 어려워 확대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재택근로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로를 하면서 노동자가 일을 안 할까봐 걱정된 사용자들은 그동안도 많던 업무를 더욱 과중하게 부과해 노동자들은 일만 많아지고 임금은 제자리인 고통을 겪고 있다. 아울러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회사 업무에 육아 및 가사업무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쉴 틈이 더더욱 없다. 이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라는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을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인권선언 제24조는 ‘모든 사람은 합리적인 노동시간을 제안할 권리와 정기 유급휴가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ILO는 노동시간의 양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의 배치에 대해서까지 제안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배치는 ‘건강해야 하고, 가족 친화적어야 하며, 성별 평등을 증진시키는 것이어야 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시간을 선택하고 영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노동에 접목되는 기술이 점차 발전하는 만큼, 노동시간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라는 모습이 매우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제 사용자는 직접적으로 일을 지시할 필요가 더 이상 없다. 노동자는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 필요한 매뉴얼과 자신의 기술에 따라 적절하게 일한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의 근로시간 기준에 따르면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은 언제나 현실을 뒤따를 뿐이다. 법이 언제나 진리일 수는 없으며,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도록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노동시간 단축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노동시간의 질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때문에 다변하는 노동시간의 모습을 쫒아가지 못했고, 이는 노동시간으로 인정되는 시간을 계속 축소시키거나 기존의 형태와 다른 노동시간을 갖는 노동자들을 노동자의 개념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가 되었다. 최근 노동자의 개념을 전폭적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개념은 단순하지 않다. 노동자의 고용형태, 노동이 이루어지는 방식, 노동자가 일하는 방법, 노동자의 임금과 지급방식 등 다양한 지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 역시 노동자 개념정립과 함께 바로 지금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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