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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전국의 토목건축 목수노동자들,

2017년 중앙교섭으로 안정된 생존권 쟁취에 나섰다!
최명숙 (전국건설노동조합 토목건축분과 중앙교섭사업팀장)

 

건물이 하나 지어지는데 얼마만큼의 건설노동자들이 필요할까? 굉장히 다양한 직종이 거기에 투입된다. 우선 땅을 고르게 펴야하는 토목공사, 여기는 주로 덤프와 굴삭기 등 건설장비를 가지고 있는 건설기계노동자들이 투입된다. 그리고 나면 건축공사가 진행된다. 실제 건물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목수, 형틀, 철근, 타설, 비계, 조적 등 기능공들이 투입된다. 그리고 이들과 합쳐져야 공사가 진행되는 타워크레인, 레미콘, 펌프카 등이 있다. 건물이 얼추 올라가면 외벽공사를 해야 한다. 스카이 등 크레인이 투입되어 마무리를 하게 된다. 이런 여러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 35,000명이 모여 있는 조직이 바로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다.
건설노조는 크게 4개의 분과로 나눠져 있는데, 장비를 소유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속해있는 기계분과, 형틀 목수‧철근‧타설‧미장 등 기능공들이 속해있는 토목건축분과, 그리고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타워분과, 마지막으로 전봇대에 올라가서 살아있는 활선을 만지며 작업하는 전기분과가 그것이다.

그 중 토목건축분과 목수노동자들이 2017년 처음으로 전국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토목건축분과는 그동안 충청 이남은 현장별로 교섭하고, 지방은 지역교섭을 진행해 왔었다. 현장별 교섭은 새로운 현장이 생길 때마다 해당지부가 찾아가서 조합원 고용과 노동조건 전반을 얘기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에는 신규 현장이 생길 때마다 1년 내내 투쟁을 해야 하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건설노조는 365일 투쟁을 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나마 좀 나은 게 지역교섭 방식이었다. 일정하게 지역적 힘을 가지고 있는 대구경북, 광주전남,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이 방식으로 지역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 지역에 본사를 둔 협력업체 대표와 지부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그 지역 공사현장에서는 똑같이 적용받는 방식이다. 이것 또한 그 지역에서만 적용되지 다른 지역으로 공사를 가면 그 지역하고 다시 논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우선은 이것을 한 곳으로 모아 교섭하면서, 과정을 단순화시키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고자 중앙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왜 지금 중앙교섭인가?
그런데 토목건축분과가 지금 중앙교섭을 요구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현재 건설산업의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제일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전문업체와 건설노동자들이 머리 맞대고 건설산업 구조를 함께 바꿔내고 장기적으로 건설기능 인력의 안정적인 고용문제를 얘기하자는 것이다. 
건설산업은 합법적으로 ‘발주자-원청(종합건설업체)-하청(전문건설업체)-건설노동자’의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위계적 수직구조 속에서 발주자와 원청은 이익을 가져가고, 전문건설업체와 건설노동자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공사 입찰시 최저낙찰제의 폐해가 워낙 커서 원청 단위에서는 폐지가 됐는데 전문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최저낙찰제 안에서 저단가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인력을 건설현장에 수급하는 직접 당사자인 전문건설업체는 낮은 공사비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자연스럽게 기능공 대신 값싼 외국인력을 쓰다 보니 건설현장에서 기능인력들의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 건설 기능공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장시간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건설산업이 처한 이와 같은 구조적 위기를 건설노동자와 전문건설업체가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교섭을 제안한 것이다. 건설노동자와 전국의 전문건설업체들이 꾸린 대표단이 하나의 창구로 교섭해, 입찰과정에서 공사금액의 기준이 되는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정한다면 그것을 근거로 원청의 공사비 지급, 공사기간 단축 관행을 제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한국의 건설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건설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평균나이는 52.4세였다.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건설현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이 굉장히 심각한데도 젊은이들이 건설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이유는 건설노동자를 바라보는 낮은 사회적 인식도 있지만 제일 심각한 건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고용을 보장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기능공으로 대접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고용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산업을 이끌어 나갈 인력이다. 내국인 기능 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지난 3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앙교섭, 중앙 단체협약 투쟁에서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이다.

 

중앙교섭 승리해서 인간답게 살아보자!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는 이러한 이유로 전국의 168개 전문업체에 중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9차 교섭까지 진행됐지만 업체는 아직도 관행대로 하자는 얘기만 하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중앙교섭이 되면 ‘건설노조에 끌려가고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다 망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건설현장은 조합원팀 이외에는 저임금 외국인력을 데리고 불법도급구조로 공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도 노조가 요구한대로 불법도급구조가 깨지는 순간 본인들은 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앙교섭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2017년 중앙교섭은 그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365일 투쟁하고 싶지 않은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생존권을 찾는 2017년 중앙교섭 투쟁에 여러 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2 2017.6.9.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9차 중앙교섭 [출처 건설노조].JPG

2017.6.9.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9차 중앙교섭 [출처: 건설노조]

 

토목건축목수노동자들, 2017년중앙교섭투쟁_최명숙-질라라비2017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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