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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2019년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경과와 쟁점 및 과제

- 노동자의 힘으로 정규직 전환 완수하고, 평등과 연대로 나아가자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철폐연대 후원회원)

 

 

원청을 상대로 한 10년의 투쟁, 문재인 대통령을 인천공항으로 불러오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발표 언론기사 댓글들을 보면 ‘로또 맞았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지부) 조합원들은 억울했다. 정규직 전환이 절대 운이나 공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청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2009년 기업별노조를 산별노조 지역지부로 재편, 2012년 공기업화 선포 투쟁으로 시작해 2013년 인천공항 역사상 첫 파업. 2016년 제2여객터미널 조직화를 위한 전략조직사업과 2017년 대선투쟁 등을 전개해왔고,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서린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인천공항을 찾았다(대통령이 노총 중앙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찾아온 것이 놀라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노총을 상대화하는 행보로써 좋게 볼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정일영 공사 사장은 ‘1만 명 연내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간절했던 누군가는 복받치는 환희와 설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기까지 했다.

대통령은 왜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을 선택했을까. 정권의 1호 정책인 정규직 전환의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공기업 비정규직 중 파업을 할 만큼 힘이 있고, 간접고용 6,600명 중 3,000명의 조합원이 민주노총으로 뭉쳐 조직률이 가장 높았던 곳.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처음으로 찾은 이유일 것이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아쉬움을 남긴 2017년 1기 노사전협의회 합의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천공항은 1기 노사전협의에서 고용 대상과 방식을 확정했다. 1만 명 중 1/3 직접고용, 2/3 2개 자회사로 해고자 없이 전환하는 것이었다. 성과를 꼽자면 △1만 명 전원을 해고 없이 전환 △직접고용-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차별 방지 협약서 작성 △원청-하청 노사가 지속적으로 근로조건을 논의하는 ‘노사공동위원회’ 설치가 있다. 무엇보다 지부는 공사와의 투쟁과 협상 과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비정규직 대표로 거듭났고, 2017년 1년 동안 조합원은 2,300명에서 3,500명으로 1.5배 이상 확대됐다.

7천 명의 자회사 전환은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상시·지속업무는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고용원칙을 100% 관철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부는 처음 겪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청년실업, 공정 이데올로기 등 여론의 변화, 연내 타결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기대와 정부의 의지 등 제약 조건 속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해결이 어려웠던 ‘직접고용-자회사’ 쟁점이 아니라 ‘1만 명 단결’을 중심으로 고민한 결과였다. 용역업체와의 연내 계약 타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공사에 대한 투쟁 역시 좀더 강력하게 진행했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어용·기득권세력의 반격과 득세, 2018년 2기 노사전협의회

 

어용·기득권 세력은 1기 노사전합의를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한국노총 소속 공사 정규직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이었던 정규직노조는 2009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출범하자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명분 등을 제시하며 한국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는 조합원의 2.8배 인원이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위기로 인식했고(“민주노총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공항종사자를 대표하며… 직고용을 해달라며… 온갖 투쟁을 공항 내에서 일삼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노동조합은 패싱되었고 한국노총이 배제된 채 민주노총과 공사 사장이 단독으로 정규직 전환을 체결했습니다.” 2019.9.28. ‘도공사태 조속한 해결 촉구 결의대회’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 발언 중), 소수였던 한국노총 비정규직 노조들(민주노총을 제외한 무상급 기업별노조, 한국노총 소속 노조들은 민주노총의 대표성에 대항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며 세력화한다. 한국노총 비정규직 통합노조를 추진하지만 내부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하고 결국 공공노련과 연합노련으로 분열한다.) 역시 몇몇 용역업체에서 확보한 교섭권이 자회사 전환 후 사라질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이들은 정규직 전환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하기 위해 노사야합을 추진했다. 9월 국정감사에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채용비리 의혹을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등 수구세력에게 제보하여 정규직 전환을 흠집 내고, 노사전협의회 단위별 참가 인원수를 빌미로 노사전협의회를 파행시켰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공사는 국정감사 후속 조치, 노동단체간 인원수 선합의 등을 이유로 3개월여 간 노사전협의회를 열지 않았다.

12월에 재개된 노사전협의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공사는 12월 24일 임금과 처우 개선에 노측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합의문 초안을 12월 26일 체결할 것이라며 팩스로 보내온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1기 노사전합의를 전면 부정하는 독소조항들이었다. 채용비리 해결을 위해 대통령 방문 시점인 2017년 5월 10일 이후 입사자(약 3천 명)는 경쟁채용 도입을 추진하고, 자회사를 추가로 분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노총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민주노총이 불참한 상태에서 공사와 야합했고, 정부는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

지부는 3천 명의 고용을 위협하고, 용역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을 거부했다. 조인식 대신 공사 로비를 점거해 조합원들과 야합 규탄대회를 진행했고, 12월 27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야합분쇄 투쟁 중이다.

 

2 2018.12.26. 야합 규탄 로비점거 집회 [출처: 지부]

 

엉켜버린 정규직 전환, 풀 열쇠는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

 

2019년 지부는 3기 노사전협의회가 ‘고용안정’과 ‘자회사 분할 최소화’라는 1기 합의를 복원할 수 있도록 투쟁하고 있다. 채용비리는 조카 채용 과정에서 법을 어긴 박완수 전 공사 사장 같은 임원, 관리직들의 문제였음이 감사원을 통해 드러났다.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주장하는 노조의 잘못이 아니었다. 또한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해 큰 문제 없이 공항을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2017년 정일영 사장의 약속대로 공사가 용역업체들과 연내 계약 타결을 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이유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자체에 흠집을 내기 위해 채용비리를 들먹이고 경쟁채용을 도입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KT를 비롯한 수많은 채용비리가 경쟁채용 하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자회사 분할 역시 ‘공사 낙하산 자리 만들기’, ‘간접고용 체제 유지’, ‘어용노조 편들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사는 경비업법에서 겸업 범위가 적기 때문에 별도의 경비자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 번 양보해 공사 주장이 맞다 해도 1기 합의를 위반하며 3개 자회사를 만들 이유는 없다. 이미 설립된 2개 자회사 내에서 최대한 겸업 가능한 업종별로 조정하면 될 일이다. 기존 합의서를 어겨도 된다는 공사 논리를 따르면 1만 명 전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 된다.

정규직 전환 과정의 혼란은 처우개선 지체로 이어지고 있다. 공사는 정규직과 동일한 4조2교대 추진, 자회사 계약금액 낙찰률 적용 제외 등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방치하고 있다.

 

 

모든 수단 동원해서 ‘고용안정 쟁취’, ‘자회사 분할 저지’

 

지부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위해 10월 18일 인천국제공항 국정감사장 앞에서 유사 사업장인 한국공항서비스지부와 함께 ‘민주노총 전국공항 비정규직 공동투쟁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투쟁의 닻을 올렸다. 장시간 지지부진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조합원, 간부 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장순회와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후 등자보 부착 및 지회별, 현장별 집회와 중식집회 등 실천투쟁으로 현장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시설자회사 교섭 등 합의 시점에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쟁취해나갈 계획이다.

 

 

3 2019.10.18. 민주노총 전국 공항 비정규직 공동투쟁대회 [출처 지부].jpg

2019.10.18. 민주노총 전국 공항 비정규직 공동투쟁대회 [출처: 지부]

 

 

노동존중 표방한 문재인 정부, 이제 어떻게 볼 것인가

 

탄핵촛불을 계승했다고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멈춰선 지금, 빛과 어둠을 냉정하게 따지고 지난 2년간 노동운동의 발자취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간접고용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의지와 실력이 부족했다. ‘심화되는 청년 취업난’과 ‘노동시장 양극화 구조가 양산하는 기득권’이 쌓아올린 ‘공정’이라는 차별의 벽에 가로막히자 쉽게 물러서버렸다. 촛불정부라는 선전과 여론만 의식하는 얄팍한 정책들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이 너무 쉽게 환호하고 기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진지한 토론 주제이다.

 

 

정규직 전환 완수, 차별을 전제한 ‘공정’을 넘어 ‘평등, 연대’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서두에 썼듯이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정규직 전환은 노동자 투쟁의 요구였고, 문재인 정부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민주노총의 투쟁이 아니면 고용안정, 처우개선이라는 정규직 전환의 취지를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앞으로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거기서 멈출 수 없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시험에 통과해야 정규직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공정 이데올로기’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사회구조 전반을 조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 ‘평등, 연대’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마지막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를 앞두고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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