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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사회복지노동자 갈아치우기를 중단하라

 

 

허미라 •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

 

 

 

안녕하세요. 해방자, 질라라비와의 첫 인연에 반갑고 벅찬 마음입니다. 저는 청소년 쉼터에서 비정규직 야간노동자로 일하다가 1년 만에 해고되어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계약직이기 때문에 이기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해고될 수가 없어서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에도 그전에 일하던 청소년 쉼터에서 15개월을 일하고 계약연장이 되지 않아 체불임금 진정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서 싸워야 했습니다. 2022년에는 서울시립용산일시청소년쉼터에서 일하다 또다시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되어 ‘상시업무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철회’와 사회복지시설의 ‘진짜 사장인 운영 법인 서울YMCA(기독교청년회유지재단)의 원직 복직 책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10일 시설장의 해고예고 통보 후 계약연장을 위한 면담 및 협의 요구를 해 오다가 12월 19일부터 시위를 시작하였으나 계약만료일인 12월 31일 자로 해고되었고 지난 2월 17일 자로 39회차, 집중선전전은 4회차 진행하였습니다.

 

저를 해고한 서울시립용산일시청소년쉼터 시설장은 시위 중 어느 날 ‘나올(퇴사) 때마다 이렇게 나오냐’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그것이 해고한 사람이 할 말인지, 어디서 뒷조사를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터에서 해고되고 1년마다 싸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차별 사회의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거리 청소년이 찾아오는 청소년 쉼터에서 일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계약직으로 고용되었지만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말하곤 했습니다. 주거나 생계, 교육이나 노동에 있어서도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만나는 일에 10년여 남은 정년이 그리 긴 세월도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밤에만 일하는 야간노동은 힘들지만 청소년을 바라보며 일하였는데 1년 만에 해고되고 나니 참으로 허탈합니다.

 

계약직 노동자의 처지가 안타까워서였겠지만 어떤 분들은 왜 제가 계약연장을 위해 참고 일하지 않았느냐고 물으시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1년 계약이라는 족쇄에 말하고 행동할 권리가 묶입니다. 야간노동자는 주간노동자와의 위계 아래에 위치 지워져 역할이 축소되고 저평가되는 시설의 생리에 따라 일해야 하는 노동자입니다. 비정규직 야간노동자가 의견을 제시하면 시설장 말처럼 위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폄하됩니다. 작은 일 하나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어렵습니다. 정당한 제안이나 활동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불과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런 현실에서 2년을 참고 순응하면서 일해야 2년 고용을 겨우 보장받을 수 있고, 시설장 비위를 잘 맞추고 다른 노동자들보다 일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써야 무기계약직으로 혼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4. 본문사진1.jpg

2022.12.28. 서울YMCA 서울시립용산일시청소년쉼터의

상시업무 비정규직 계약종료 규탄 기자회견. [출처: 매일노동뉴스]

 

 

10대에서 만 24세까지 쉼터를 찾는 청소년들 중에는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일용노동이나 단기 계약으로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청소년은 ‘이 일 저 일 다 해 보았는데 - 온갖 차별을 다 겪어서 - 일하기 너무 싫다’라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청소년은 일을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권리 없는 노동을 계속하다가 노동시장에서 밀려 나거나 누군가를 누르고 올라서서 살아남는 노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청소년 쉼터에서 노동권 상담은 매우 필수적인 업무여야 하지만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위한 대책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사업 지침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 뿐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야간노동자인 제가 청소년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시설장은 문제를 삼을 것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상급자나 선임자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청소년 시설이 청소년 노동권 교육을 꺼리는 이유는 노동에 대한 무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사자들이 노동권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리 청소년은 무권리 상태로 수년을 살아가고 있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한 무권리 상태가 누적되고 연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할 청소년 쉼터에서 노동자들이 청소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필요한 일을 함께해 나가기 위한 논의가 상당히 부족합니다. 특히 야간노동자를 배제합니다. 야간노동자는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주간노동자의 보조자처럼 취급합니다. 시설장이 노동자를 1년 고용하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면 노동자를 어떤 식으로 대우하겠습니까. 사회복지시설의 상시업무 비정규직 고용 자체는 노동문제를 발생시켜 인권과 노동권에 기반해야 하는 청소년 쉼터 본연의 업무를 실상 비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립용산일시청소년쉼터는 잘 곳이 없고, 배고프고, 폭력을 피해 찾아오는 위기 청소년에 대해 24시간 지원을 하는 쉼터입니다. 단기, 중장기 청소년 쉼터와는 달리 밤이나 새벽에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일시 쉼터 특성상 어느 때곤 갑작스러운 퇴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리를 배회하다가 경찰 동행하에 입소하는 청소년도 있고, 보호자가 와서 청소년의 의사를 무시하고 데리고 가겠다고 하면 지난한 소통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매우 심각한 폭력과 범죄 상황에서 몸을 피할 곳을 찾아오는 청소년들에 대한 위기 상담도 필요합니다. 청소년 쉼터 업무는 주간노동이나 야간노동이나, 정규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나 직책을 달리하고 고용형태를 달리한다 해도 위기 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기본이고 필수이기 때문에 청소년 상담사, 청소년 지도사,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을 요구합니다. 자격증이 청소년 인권을 이해하는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점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저는 계약직으로 고용되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업무지원팀장에게 계속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입사하여 성심껏 일하였습니다. 계약직이더라도 상시업무이기 때문에 계약연장은 매해 있어 온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위기 청소년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계약 1년 만에 해고예고 통보를 받았고 계약연장을 위한 노동조합과의 면담 요청도 거부당하였습니다. 저의 지속적인 계약연장 요구에 대해서 시설장은 1년 계약이니 계약만료이며, 야간노동자는 앞으로도 1년씩 고용할 것이라면서, ‘선생님은 1년 계약인데 계약연장을 요구하니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노동조건을 이야기하니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연장을 할 수 없다’며 이의제기를 하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라고 하였습니다. 2월 17일 어렵게 이루어진 운영 법인의 면담에서도 서울YMCA 회장은 같은 답변을 할 뿐이었습니다.

 

2021년 싸움에서도 2023년 지금의 싸움에서도 청소년 쉼터의 운영 법인들은 상시노동자 해고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대해 똑같은 말로 발뺌을 하였습니다. 서울YMCA는 위기 청소년 지원과 청소년 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종사자의 장기근속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서약과 현재 인력을 고용유지하겠다는 운영 계획을 제출하고 서울시의 청소년 사업을 위탁받았습니다. 또 서울YMCA는 2022년 3월 정부에 청년노동정책을 제시하면서 ‘갱신기대권을 법제화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 등 비정규직 고용형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의식과 해결 의지를 가져온 듯하지만, 정작 서울YMCA가 임명한 시설장이 상시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맘대로 해고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시설 운영과 인사권은 시설장에게 위임했다며 운영 법인으로써의 책임을 회피하였습니다.

 

또한 서울시립용산일시청소년쉼터는 저를 해고한 후 13일째 되는 날인 1월 13일과 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야간노동자 채용공고를 내어 저에 대한 부당해고를 강행한 것임을 스스로 입증하였습니다. 시설장은 ‘야간노동자의 급여가 너무 많이 나가니 임금체계를 바꿀 것이다’, ‘쉼터 리모델링 계획이 있어서 2개월여간 청소년 입소를 받지 않을 것이기에 야간노동자 업무가 중단된다’는 핑계를 대었고, 변화될 수 있는 노동조건이나 상황에 대한 합리적 협의 요청 또한 거절한 것인데 이 또한 저를 해고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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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0. 3차 집중선전전에서 서울YMCA에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학습지노동조합 재능지부,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가 함께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서울YMCA가 해고 노동자를 원직 복직시키는 것보다, 노동조합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이니 어떻게든 해고하고 말겠다는 시설장의 막무가내 권력 행사를 제어하지 않는 것은 시설장이 서울YMCA에서 오래 일한 간사 출신으로 재단이 임명한 시설장인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설장과 서울YMCA는 노동조합 활동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원직 복직을 위한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해고 노동자가 영혼을 탈탈 털어 버리고 머리를 조아리고 들어가면 복직을 시키겠다는 말인지, 서울YMCA도 시설장도 노동조합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자신이 판관인 것처럼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고 노동조합 활동을 비난하고 공격하려고 합니다.

 

저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이 투쟁은 동시에 사회복지시설 상시업무 비정규직 고용과 해고 행태를 바꾸기 위한 싸움입니다. 또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헌법이 노동자에게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사회복지시설 운영 법인이 부정하는 것은 사회복지시설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받고 사회복지시설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저는 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이기는 것에도 능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이어서 안 되고, 노동조건과 차별을 이야기하면 안 되고, 노동조합이어서 안 되는 이 현실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사회복지시설이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의 원직 복직 요구를 무시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고용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어쩔 수 없는 일로 용인하게 될 것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위계화하고 갈라치기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청소년도 노동자도 청소년 쉼터라는 플랫폼을 지나 또 다른 차별 지대로 이동하는 삶을 이어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국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동지들의 싸움을 지지하고 연대합니다. 사회복지시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1인의 투쟁도 기억해 주시고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 투쟁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숱한 사회복지시설 계약직 채용 공고를 보면 차별의 현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절망스럽습니다. 사회복지노동자 갈아치우기, 비정규직 고용과 해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집중선전전은 매주 금요일 정오, 종각역 8번 출구, 서울YMCA 앞에서 진행됩니다. 사람답게 노동하고, 같이 일하며, 함께 살아갈 모두의 권리를 위해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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