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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 요양보호사도 눈물 흘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이건복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장)

 

 

노인장기요양제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돌봄으로 살아갑니다. 예전에는 대가족 안에서 서로 돌봄을 이어가면서 당연하게 살아왔습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00세 시대를 꿈꾸면서 가족 안에서 자연스러웠던 돌봄은, 노후를 책임지기 힘들어진 개인을 대신해 사회가 ‘효’를 대신한다고 2008년 노인장기요양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65세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 수발 및 일상생활과 정서 지원 등의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요양보호사라고 합니다. 올해 7월이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지 10주년이 됩니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로 전 국민이 내는 장기요양보험료와 본인부담금 15~20%를 합쳐 운영됩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요양제도 준비 과정부터 민간시장 유치 전국 설명회 등 민간시장화를 전제로 추진을 하였습니다.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노인장기요양을 민간시장에 내맡기면서 노인요양서비스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이렇듯 노인요양이 영리추구 수단이 되다 보니 영세기관의 난립과 하향식 과당경쟁으로 치닫게 되고, 결과는 서비스의 질 하락과 요양보호사들의 임금 저하와 고용불안, 노동법 위반과 시간제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으로 귀결되었고 결국 이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인 노인과 요양보호사에게 전가되면서 점점 심화되어 왔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작될 때 요양보호사에게는 초등학교 교사임금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다고 홍보했습니다. 집안에 어르신들이 계시는 여성들은 나중에 사용한다고, 경력단절여성은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 사회경험이 없어도 집안에서 해오던 일이라고 생각되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아 교육원에 등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교육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140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노동 실태와 문제점

 

- 재가요양보호사 노동실태, 시급은 7,530원 월급은 1,020,000원

2018년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올랐을까? 한마디로 놉!!!!! 2008년부터 지금까지 최저임금도 오르고 수가도 올랐지만 요양보호사 임금은 제자리입니다. 발표하는 숫자는 오르는데 우리가 생활할 수 있는 손에 쥐는 금액은 왜 같을까요? 이제부터 그 마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008년 재가요양보호사는 한 어르신 댁에서 4시간 근무했습니다. 두 집을 방문해서 일을 하면 8시간 근무를 주 5일 할 수 있지요. 2017년부터 재가요양보호사는 3시간의 초단시간 일자리로 떨어졌습니다. 2017년 올라간 최저임금만큼 수가 인상을 따라갈 수 없으니 기관운영자의 압력과 보건복지부의 꼼수가 더해져서 4시간 근무가 3시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장기요양수가는 30분 단위로 다르게 책정됩니다. 3시간 근무는 4시간 일자리보다 시간당 시급을 더 높게 받을 것이라고 건강보험공단은 홍보했으나 이것도 슬그머니 철회했습니다. 최단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일 때는 근무일수를 늘립니다. 재가요양보호사는 25%의 급여가 삭감되었고 근무일수가 늘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초단시간 일자리는 불법과 탈법을 취미로 삼는 기관운영자의 먹잇감이 되어 한 달 근무 59.5시간으로 계약서를 체결하고 사회보험료와 퇴직금을 안 주는 방법으로 악용됩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되자 일하는 횟수를 통제합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일을 안 해도 됩니다. 2013년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될 때까지 처우개선비를 지급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처우개선비가 지급되었습니다. 처우개선비는 요양보호사의 유일한 수당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개선되었다고, 처우개선비를 없애버렸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올해부터는 최저임금 7,530원만 받으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도 한 달 수입 1,040,000원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올해 1,020,000원입니다. 여기에서 사회보험료와 교통비, 점심식비를 제외하면 해마다 손에 쥐는 임금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항상 동일한 수준이라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140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있으나, 열악한 처우와 고강도의 노동 등은 현장에서 요양보호사 구인난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요양보호사 인건비비율 86.4%의 허점

요양보호사는 본인들이 일한 급여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에 요양보호사 인건비비율 86.4%를 고시했습니다. 수가에서 간접인건비까지 포함하여 인건비를 86.4% 이상 방문요양보호사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지침입니다. 장기요양기관 1년 총 운영인건비 비율로 2019년에 확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내년 일을 장담할 수 없는 일자리에서 비율대로 받았는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내 급여를 내가 모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직접인건비 비율로 만들어 놓으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해소되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지 보건복지부의 속내를 모르겠습니다.

전체 재가요양보호사 중 근무기간 1년 미만이 76.45%입니다. 한 기관에 근무하지 못하는 재가요양보호사의 근무조건은 이용자 상황에 따라 실업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용자의 시설입소, 이주, 사망, 일방적인 요양보호사 교체 요구 등으로 언제라도 일자리가 중단되는 것이 방문요양의 특성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자체가 단시간 시급제 노동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장기근속 장려금 기준은 ‘한 기관 월 60시간 36개월 근무’를 적용했습니다. 지금 10년차 근무자도 이용자가 없으면 다시 0에서 시작하는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 수당 제도를 만들었지요. 한마디로 생색은 내고 돈은 조금만 나가는 보건복지부의 꼼수입니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으로 퇴직금을 받기도 어렵고, 그 외에도 근골격계 질환, 성희롱‧성폭력, 일부 어르신과 보호자의 막말과 도둑 누명 등으로 무한소진되는 감정노동, 대소변이나 받아내는 일이라는 저평가된 사회적 인식 등 지금까지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요양노동자의 희생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민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적인 제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공적 재원에 의해서 제공되는 돌봄서비스는 대부분 민간시장을 거쳐서 제공됩니다. 장기요양기관 중 개인이 직접 관리‧운영하는 재가요양기관은 전체의 80.94%, 요양시설은 69.2%라고 발표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공공기관은 전무합니다. 민간시장에 던져져 있는 무한경쟁의 장기요양기관 운영은 10년이 지나도록 요양보호사의 임금 착취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장기요양의 핵심 주체는 이용자와 요양보호사입니다. 노인들의 돌봄권리와 요양보호사의 노동권리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핵심의 주체는 주변부로 밀려났고 거기에 천박한 시장주의만 팽배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가 좋은 돌봄을 만듭니다. 지금의 장기요양제도는 기능만 강조되고 사람이 없습니다. 노인은 상품이 아닙니다. 한때는 가정과 사회를 이끌며 주역으로서 당당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노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소외감과 외로움에 힘들어 합니다.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는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나도 늙어서 행복하고 존중받는 노인으로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간급제로 분절된 서비스는 기능만 강조하고 돌봄에 대한 철학이 없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전면 개정하고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가지는 순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좋은 일자리 공약, ‘사회서비스공단’에서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현재 단 한 개도 없는 재가공공기관을 설치하고 직접고용과 직접운영으로 재가요양보호사 전일제를 운영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 이상 요양보호사의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의 공약이었던 ‘사회서비스 공단’은 1년도 못되어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정책은 갈 곳을 잃고 일자리위원회는 아무 일도 안하고 보건복지부는 공단 이름을 바꾸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치매노인과 독거어르신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하고 지역에서 소외된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예상되는 의료비를 절감하는 단 하나의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금처럼 분절되고 경직된 서비스가 아닌 사람의 마음까지 돌보는 요양보호가 되어야 합니다.

 

요양노동자의 요구 그리고 조직화와 투쟁

 

요양보호사 자격증소지자는 140만 명이며 현재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36만 명입니다. 그중 29만 명이 재가요양보호사입니다. 공공운수노조 재가요양지부는 요양보호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인 재가요양보호사 노동조합니다.

2018년 재가요양지부와 조합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확충과 공공기관 설치를 통한 요양보호사의 좋은 일자리, 현장에서 비일비재한 노동법 위반과 저임금‧시간제 일자리를 지양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6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노동조합으로 모두 모이는 날을 위해 지금 행동 중입니다. 2018년 임금과 처우개선비 설명회와 각종 노동 상담을 하며 전국을 순회 중입니다. 못 받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해고수당을 찾아드리고 단체협약을 통해 처우개선비가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다시 체결하는 등 요양보호사의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며 요양보호사의 잃어버린 권리투쟁을 할 것입니다. 첫째, 보건복지부는 29만 재가요양보호사의 동의 없이 급여를 25%를 삭감했습니다. 이것은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며 그래서 무효입니다. 둘째,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지급되기 시작한 처우개선비도 요양보호사의 동의 없이 기관운영자들에게만 처우개선비 폐지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요양보호사를 기만한 행태입니다. 셋째, 요양보호사 간접인건비 비율 86.4%는 깜깜이 임금형태입니다. 넷째, 요양보호사 근속장려금을 실제 10%의 요양보호사만이 받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섯째, 재가요양보호사의 시급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여섯째, 사회서비스공단이 설치되어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일곱째, 장기요양정책에 현장노동자의 참여가 전무합니다.

재가요양지부는 언제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 손을 잡으시면 됩니다. 재가요양지부는 29만 명의 요양보호사 노동권과 조직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18년 재가요양지부 요구안

1. 재가요양보호사 25% 임금삭감 대책 마련하라.

2.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원상회복하라.

3. 요양보호사 직접인건비 비율 제정하라.

4. 요양보호사 근속장려금 실제 근무연한으로 지급하라.

5. 재가요양보호사 월급제 시행하라.

6. 사회서비스공단 설치하고 공공기관 직접 운영하라.

7. 장기요양정책에 현장노동자 참여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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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1.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위한 제8회 사회서비스노동자대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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