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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이슈

비정규직, 길에서 만나다

7살 딸아이에게 떳떳한 아빠, 서울의료원 비정규직 해고자 이원열 씨의 이야기

이정호 (뉴스타파 객원기자)

 

 

이원열 씨(51)는 서울시청 앞에서 점심시간 1시간씩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6개월째 1인시위 중이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서 계약만료로 쫓겨난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다. 2015년 9월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채용된 이 씨는, 1년 계약직으로 서울의료원에 들어와 주차관리요원으로 매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4시간씩 일했다. 이 씨는 2016년 9월 한차례 계약을 갱신해 2년간 근무한 뒤 계약만료로 쫓겨났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 씨도 기대에 부풀었지만 전환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계약만료와 함께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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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점심시간,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 중인 이원열 씨 [출처: 이정호]

 

이 씨는 “6살 딸아이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자 기필코 복직할 겁니다”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1인시위 중이다. 지난해 9월 13일 해고된 다음날부터 이 피켓을 들었지만, ‘6살 딸’은 해를 넘겨 7살이 됐다.

이 씨는 왼쪽 팔에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경기도 성남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 씨는 자라면서 장애로 인한 불편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시골 마을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뛰놀며 자라 고등학교까지 마친 이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편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래도 악착같이 직장생활도 했다. 많은 동료들이 잘려 나가던 1998년 IMF 구제금융 시절에도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열심히 살았다. 독립해 만화방과 PC방을 하면서 돈도 제법 모았다.

좋은 인연을 만나 나이 42살이던 2008년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결혼도 해 늦게나마 가정을 이루었다. 친구의 권유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건설현장에 안전장구 납품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끝이 안 좋았다. 5년쯤 하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다.

그 사이 태어난 딸아이를 생각하며 고심하던 이 씨는 2015년 서울시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공고를 보고 지원해 서울의료원에서 하루 4시간씩 주차관리 일을 시작했다. 처음 월급은 90만 원 남짓이었지만, 공공기관이라 열심히만 하면 막무가내로 쫓아내진 않을 거라고 믿었다. 월급도 서울시의 생활임금 인상에 따라 150만 원으로 올랐다.

 

‘희망고문’이 된 정규직 전환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의료원은 특별시 산하 12개 시립병원 중 하나로, 1977년 시립강남병원으로 개원했다가 2006년에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서울의료원에는 노숙인 일자리 사업이나 장애인 일자리 사업 등 서울시의 취약계층 고용지원 사업으로 수많은 기간제 비정규직이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7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이 씨가 하는 주차관리도 정규직 전환의 가장 큰 기준인 상시‧지속 업무다. 당연히 이 씨도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서울의료원은 비정규직 상당수를 이런 저런 이유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계약기간이 끝난 이 씨 등 10여 명은 아예 기간제로 재계약도 하지 않았다.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이상 지나면 정규직 고용의제자가 되기 때문에 피해 가려고 자른 거다. 이렇게 누군가 잘려나간 자리는 새로운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서울의료원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려는 선의로 이 씨를 뽑았고 입사 때 계약직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씨가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는 “의료원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신 비정규직을 내쫓고 그 자리에 다른 비정규직을 신규채용해 상시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을 영속화시키려 한다”고 했다.

분회의 이동환 조합원도 지난 2011년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사업’으로 서울의료원 중앙공급실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3년 8개월 일하다가 계약만료로 해고됐다가 계약직으로 재입사해 2년간 환자이송을 맡았다. 이동환 씨는 지난해 3월 계약만료로 다시 해고됐다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명령을 받은 끝에 최근 무기계약직이 됐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기관마다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지자체별로 전환율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같은 광역지자체인데도 전남은 지난해 9월에 이미 전환율 80.8%를 넘어선 반면 충북은 지난달까지도 14%에 그쳤다. 상시‧지속 업무 판단에서도 국고보조사업은 제외하고, 타법을 이유로 제외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전환 예외사유를 너무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이 밝힌 정규직 전환 정책이 ‘희망고문’이 되는 사이 이 씨는 지난 3월로 실업급여도 끝나 생계도 막막하다. 이 씨는 하루 1시간가량 1인시위를 하기 위해 남양주 집에서 서울시청까지 왕복 3시간을 매일 오가면서도 복직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편집자주] <뉴스타파>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길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준 이정호 동지의 ‘비정규직, 길에서 만나다’는 이번 호로 마무리됩니다. 2016년 5월부터 꼬박 2년, <질라라비>가 찾아가지 못한 외롭고 작은 투쟁의 사연들을 담아준 이정호 동지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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