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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길에서 만나다

10개월 투쟁으로 임금 착복 업체 몰아낸 웰빙환경지회

이정호 (뉴스타파 객원기자)

 

2016년 6월 경산시는 5개 업체(경산환경, 성암환경, 웰빙환경, 대일환경, 고일환경)에 생활폐기물·재활용품 수거 및 운반 업무를 위탁했다.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예년과 비슷했지만 2015년 중순부터 잔재물 정리와 불법투기 생활폐기물 정리까지 새로 맡으면서, 110여 명의 청소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급속히 늘었다. 경산시는 불법투기한 쓰레기 정리도 위탁 업체 평가에 넣었다. 낮은 점수를 받은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실제 고일환경을 뺀 4개 업체는 이윤이 25%나 줄었다. 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했다.

당시 최종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 경산환경지회 사무국장은 “업무 강도가 늘어나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며 “무단 투기는 시민의식이 나아져야 해결되는데 경산시는 힘없는 청소노동자를 쥐어짜서 해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업체 가운데 웰빙환경은 소속 노동자 15명의 4년간 인건비 1억 5천만 원을 산정된 인건비보다 적게 줬다. 노동자들은 공공운수노조 웰빙환경지회를 만들어 지난해 5월부터 경산시청을 상대로 업체 계약해지와 시 관리자 처벌, 청소노동자 직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들어갔다. 노조의 폭로에 경산시도 조사에 나서 약 1억 원의 임금 미지급 사실을 파악했다.

웰빙환경은 2004년부터 경산시와 폐기물 수거업무를 수의계약으로 위탁받아왔다. 웰빙환경은 2015년 경산시 자체 감사에서도 2012~2013년까지 1억 2,252만 원의 인건비를 미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산시는 계약 해지 등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앞서 2013년에는 시 감사에서 웰빙환경은 용역비 과다 산정, 인건비 횡령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업체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노동자들은 고발 직후 “수년 동안 임금 착복 문제를 경산시 자원순환과에 얘기하고 해결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도 벌였다. 경산지역 시민단체들도 부시장을 만나 청소업체 임금 착복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추석 연휴가 지난 10월 16일에서야 최영조 경산시장과 마주 앉았지만 “법과 원칙대로 조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들었다. 임금 착복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경산시의 계획을 묻거나 해결 마련을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으나 명확한 답을 받지는 못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청 앞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에 들어가면서 공공운수노조 현태용 경산환경지회장은 “인건비 착복 사태가 드러났는데도 경산시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고 한다”며 업체 퇴출(계약해지)을 요구했다.

지난해 9월 고발장을 접수받은 경찰은 반년 넘게 뜸만 들이다가 지난 2월초 업체가 경산시 공무원을 속인 사실이 없고 정부 지침도 강제성이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서류를 검찰에 넘겼다.

노조는 “업체를 사기죄로 고발했는데 경산경찰서는 혐의가 없다고 한다. 노동자 임금을 떼어 먹었는데 이것이 죄가 안 된다는 말인가”라며 “근로조건 이행확약서가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고 한다면 전국 공공기관 용역업체 노동자를 보호할 길이 없다”고 경산경찰서를 규탄했다.

 

임금 착복 논란을 일으킨 경산시 청소환경 위탁업체 웰빙환경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 없이 지난해 12월 19일 경산시에 사업계약해지를 요청했고, 경산시가 받아들여 오는 3월 31일이면 용역 업무에서 손을 뗀다.

인건비 착복을 지적한 노조원들은 이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시민사회는 지역대책위를 발족하고 경산시에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결국 50~60대 늙은 노동자들은 2월 28일 경산시청 앞에서 위탁업체 청소노동자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면서 삭발까지 해야 했다. 현태용 경산환경지회장과 최종현 사무장, 이재기 조합원이 머리를 깎았다. 현태용 지회장은 이날 “산정인건비대로 임금도 받지 못하는 부당한 현실에서 웰빙환경 노동자는 해고 위기에 처했다. 이제는 삭발까지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민간위탁 업체가 폐업하거나 업체가 바뀌면 소속 노동자 고용은 해당 지자체가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고 현 정부 정책에도 부합하는데도 경산시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웰빙환경 노동자들의 10개월 넘는 투쟁은 3월 15일 시장 면담을 통해 고용승계를 약속받고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3시 공공운수노조원 150여 명은 경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연 후 오후 4시부터 시청 1층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같은 시각 이전락 민주노총 경북본부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식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장, 현태용 경산환경지회장, 이재기 웰빙환경 노동자 현장대표는 최영조 경산시장과 한 시간가량 면담을 이어갔다.

경산시는 오는 6월 말까지 웰빙환경 노동자 18명을 지역 내 다른 생활폐기물 위탁업체 4곳으로 고용 승계하기로 약속했다.

노동자들은 시장과 면담에서 그들이 내걸었던 시청 직접고용 요구도 내밀었다. 이에 경산시는 “올해는 4개 업체에 위탁하고, 연말에는 폐기물 수거 업무 관련 용역 결과와 정부의 로드맵을 고려해 업무 용역 방식이나 직고용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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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15. 웰빙환경 청소노동자들의 10개월 투쟁 마무리 [출처: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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