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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전략, 그리고 비정규직부터 시작된 전면적인 구조조정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1. 한국GM과 글로벌GM 관계 주요 역사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것은 2002년, 그러니까 이제 15년이 조금 넘었다. 국내 완성차업체를 해외 자본이 인수한 것은 처음이었고, 해외매각과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대우차노조의 처절한 파업투쟁도 민주노조운동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지난 15년 동안 해외자본 GM과 대우차 사이에 어떤 일들이 전개되었을까?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다.

 

◼ 2002년

- 우선협상대상자 포드가 인수를 포기한 뒤 헐값으로 GM이 대우차를 인수.

- <주주 간 계약서>는 대표적인 퍼주기 계약인 것으로 추정(계약 내용 비공개).

- 산업은행은 지분 28% 출자 및 채무유예 특혜 제공, 대신 GM은 우선주 12억 달러 지급.

 

◼ 2006년

- 정리해고자 복직 합의, 그 이후 비정규직 규모도 증가.

-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 시작, GM대우는 글로벌 GM의 소형차 전진기지가 됨.

 

◼ 2008~2009년

- 글로벌 금융위기, GM은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다 결국 2009년 6월 파산보호신청.

- 한국GM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 떠안겨 … 유동성 위기로 이어짐.

- 2009년 부평공장 비정규직 집단해고, 유동성 문제로 산업은행-글로벌GM 이해관계 충돌.

- 2009년 9월, 글로벌GM은 4,912억 규모의 유상증자 단독 실시 … 산업은행 비토권 상실.

 

◼ 2010년~2011년

- 2010년 12월, 산업은행이 글로벌 GM과 ‘GM대우 장기발전 협약’(비공개) 체결, 비토권 회복.

- 2011년 3월, 회사명을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바꾸고 브랜드 명칭도 ‘쉐보레’로 변경.

 

◼ 2012~2013년

- 2012년 말 2013년 초에 1조 5천 억에 달하는 우선주 전액 산업은행에 현금으로 상환.

- 2012년 사무지회 결합 시너지로 최장기 임‧단협 파업, 연말 돌연 차세대 크루즈 배제 통보.

- 2013년 초 한국GM에 5년간 8조 원 투자한다는 골자의 ‘GMK 20XX' 발표.

- 2012년 말부터 글로벌 GM으로부터 대규모 차입 시작, 2013년 12월,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

 

◼ 2015년 이후

- 쉐보레 유럽·러시아 철수, 2차례의 사무직 희망퇴직, 생산량 급감, 비정규직 전면 구조조정.

- 오펠 매각, 유럽물량 지속 축소 예상, 제임스 김 돌연 사직, 카허 카젬과 2명의 부사장 취임.

- 2017년 10월 16일, 유효기간 15년의 ‘주주 간 계약서’ 만료로 산업은행의 비토권 사라짐.

 

2. 지난 5년간 글로벌 GM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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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GM의 글로벌 사업 변화를 지도상에 나타내 본 것이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GM은 유럽 사업을 사실상 철수한 상태이다. 유럽 사업부인 오펠·복스홀을 모두 PSA에 매각했으며 해당 시장에서 GM 차량 판매도 언젠가는 중단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GM이 포함되어 있는 GMI 부문에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실시되고 있다. GMI에 속해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이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중동 등인데 실제로 이들 나라의 GM 사업은 최근 매우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은 바 있다.

우선 호주에서는 생산공장을 올해 10월에 폐쇄한 상태이다. 다만 호주 내수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 GM은 수입차 업체로 남게 된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미 폐쇄된 상태이며, 남아공에서도 GM은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인도 법인의 경우 2개의 생산공장 중 1개를 상하이차에 매각했고, 나머지 1개 공장은 수출 물량만 생산하며 내수 판매를 중단한다. 참고로, 내수 판매 중단이 결정되던 시점의 인도 법인 CEO가 바로 얼마 전에 한국GM에 새로 부임한 카허 카젬이다. 태국의 경우 조만간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고 상용차와 SUV 생산만 할 계획이다. GMI 본부가 있던 싱가폴에서도 올해 5월 180명 직원 중 13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자 150명이 사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사실상 GMI 사업부는 해체된 상태나 다름없었으며, 지난 10월에 남미 사업부와 통합에 이르게 된다.

이 중에서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은 오펠 매각이었다. GM은 올해 3월에 갑자기 유럽 사업을 정리하고 푸조시트로앵(PSA) 그룹에 자회사 오펠(Opel)을 매각한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 세계적인 완성차업체가 유럽 사업을 포기한다니, 충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 GM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차트 한 장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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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GM의 향후 투자계획을 나타내는 위 차트를 보면 가로 축은 수익잠재력(Profit Potential), 세로 축은 GM의 사업능력(GM Franchise Strength)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매출 규모나 생산 규모가 아니라 수익성과 브랜드 파워를 제1의 기준으로 투자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여러 사업부문을 3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검은색(Opel/Vauxhall, e.g. Chevy Europe, Russia)은 성장가능성이 없어 철수하는 사업부를 의미하고, 빨간색(Na Car, Select GMI Markets)은 성장가능성이 낮아 투자를 축소하며, 초록색(나머지 지역 및 부문)은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아 투자를 늘린다.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게 평가되는 부분은 북미지역 SUV/트럭(NA Truck/SUV)과 중국 시장이다. AV/TaaS(자율주행, 미래형 대중교통 서비스) 부문 역시 우선순위로 꼽히며,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상용차(Commercial Vehicle)와 캐딜락 부문도 그러하다. 남미의 경우 불확실성이 약점이긴 하나 높은 점유율과 사업능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 한다.

반면 북미지역 승용차 부문(NA Car)의 수익성 악화로 투자 순위가 하향 조정되며, 일부 GMI 부문(Select GMI Market)은 수익성, 사업능력에 따라 선별적 투자계획 수립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성, 사업능력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난 오펠/복스홀(유럽사업)과 쉐보레유럽, 러시아 사업은 철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오른쪽 위 차트에서 진회색으로 표시된 GMI(GM International) 역시 투자 축소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이 부문에서 현재 공장 폐쇄, 부분매각, 감원, 생산량 축소조정 등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GM이 바로 이 GMI 사업부 소속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GM은 2017년 하반기부터 전략과 비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었다. 그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는 것은 지면상 쉽지 않은 관계로, 간략하게 글로벌 GM의 새로운 전략을 요약해 보기로 한다.

 

① 생산량·판매량이 아니라 주식가치 중시: 오펠 매각으로 글로벌 판매량은 4~5위 수준으로 추락,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 분명,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GM 주가 부양을 위해 오펠 매각대금 등을 주식 환매에 투입

② 대륙 및 사업부 전략에 대한 대폭 수정: 유럽시장 과감하게 포기하며 중국·북미 시장에 집중, GMI 사업부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남미사업부와 통합

③ 신기술 투자를 통한 이윤 창출: △자율주행차 △전기차 △카 쉐어링 △커넥티드 카, 4가지 신기술을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 엄청난 현금을 투자하고 있음.

④ 메리 바라가 제시한 새로운 Vision: Zero Crashes, Zero Emission, Zero Congestion (충돌사고 제로, 배기가스 제로, 교통혼잡 제로)

   

3. GM은 한국에서 철수할까?

 

올해 7월,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 지상욱 의원(바른정당)에게 한국GM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그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은 직접 ‘GM의 한국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이 자료가 공개되자 언론들은 앞다투어 GM의 한국 철수설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GM은 진짜로 한국 사업을 철수할 생각이 있는 걸까? 필자가 볼 때 다음의 이유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첫째, 한국GM은 부평‧창원‧군산에 완성차 생산라인을, 보령에 변속기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한국GM이 직접고용한 노동자만 1만 6천 명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의 완성차 해외법인이 한순간에 ‘먹튀’를 하고 나가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은 얘기이다. 세계 자본주의 역사상 (세계대전 수준의 사건이 아니고서는) 이런 규모의 먹튀는 존재한 적이 없다.

둘째, 글로벌 GM 입장에서 한국은 ‘생산기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작년에만 18만 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한 해에 15만 대 이상의 차를 한국 내수시장에서 팔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내수 판매량은 글로벌 GM에서 8위, 즉 한국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GM 차량을 팔아주고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쉐보레 브랜드만 따로 놓고 보면 글로벌 5위에 해당한다.

셋째, 글로벌 GM이 사용하는 문법이 보통 사람의 그것과 다르다. 단순히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만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내수시장에서도 빠져나갈 때에만 ‘철수’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를테면 앞서 사례로 들었던 호주의 경우, 생산공장은 폐쇄하지만 GM은 수입차 업체로 호주에 남는다. 이 경우에도 GM은 호주에서 철수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니 매번 ‘GM 철수설’이 불거지면 GM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을 한다. 만약에 공장가동률이 가장 낮은 군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해도, 다른 공장은 가동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철수할 생각 없다”고 답변을 한다. 모든 생산시설을 폐쇄 또는 매각한다 해도 한국에서 GM 차량 판매가 유지되는 한 “철수가 아니다” 라고 얘기할 것이다.

다시 말해 ‘철수’라는 프레임 안에서라면 글로벌 GM은 아주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에서 철수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GM에게 너무 쉽다. 철수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생산시설 폐쇄와 내수시장 판매 중단을 당장 한꺼번에 할 생각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 도대체 글로벌 GM은 한국GM을 어떻게 할 생각이란 말인가? 제멋대로 쉐보레 유럽도 철수하고, 러시아 사업도 철수하고, 그 비용을 모조리 한국GM에게 떠넘기고, 그러는 사이 지난 5년 동안 무려 2조의 적자를 기록해 이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신차 배정과 물량 배정도 없고, 틈만 나면 사무관리직 희망퇴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말이다.”

 

철수만 안 하면 되는 것인가? 사실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도대체 GM은 한국 사업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말이다. GM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는다. 이것이 곧 장밋빛 미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과 일자리를 축소하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일삼고, 비정규직 쫓아내고 하더라도 ‘철수’만은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더 보탤 필요가 있겠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해도 생산·판매·연구개발·라이센싱 등 GM대우가 독자생존 할 수 있도록 장기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2010년 12월에 이러한 발표를 공개적으로 했던 산업은행이 갑자기 7년 만에 180도 태도를 바꿨다. 올해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GM이 철수해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철수해도 독자생존 가능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면서 왜 철수를 막는가? 철수한다고 협박을 하면 철수하라고 배짱싸움을 하면 된다. 독자생존이 가능하도록 체결한 2010년 협약을 발동시키면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2010년 협약을 공개하라는 노동조합, 정치권의 요구에 GM은 물론이고 산업은행조차 ‘비밀 협약’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은 “한국GM이 경영 정상화를 한다고 하니 구조 개편을 지원해야” 한다고까지 얘기했다. GM이 구조조정을 하면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 편을 들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4. 한국GM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구조조정

 

글로벌GM이 전략과 비전을 바꾸고, 한국GM에는 사장이 교체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산업은행은 사실상 직무유기를 행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칼날은 점차 구체적으로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부품사들이 대상이었다. 동광기연 공장을 폐쇄하고 기계까지 빼가며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이래오토모티브 등에 대해서는 분할매각이 시도되기도 했다. 완성차가 기침을 하면 부품사는 몸살에 걸린다는 말처럼, 수많은 부품사들이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2년 전에 군산공장에서만 1천 명의 비정규직이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는 연말 해고 예고통보서를 받아든 노동자들만 기백 명에 달한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사무관리직을 상대로 무려 5차례나 희망퇴직이 진행된 바 있다. 이제 희망퇴직이란 말만 들어도 넌더리가 난다. 사무지회 지도부가 부사장을 만나 또 희망퇴직 할 거냐고 따져 묻자 “올해 연말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년에 한다는 말일까?

판매직, 정비직, 생산직…… 30만 일자리, 어느 부문이라고 안전할 수 있을까. 이처럼 구조조정은 어느새 바싹 다가온 상태이다. 어디 30만 일자리뿐일까, 가족들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무려 100만 명의 생존권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인소싱’이라는 이름으로 사내하청을 상대로 펼쳐지는 구조조정 공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면 관계상 인소싱 관련 구조조정 공격의 경과, 비정규직노조의 대응은 생략한다. 대신 우리가 왜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우선 금속노조 소속의 완성차 공장 내 민주노조를 직접 겨냥한 공격이라는 점이다. 그 전에도 구조조정 공격은 있어왔지만 주로 완성차 외곽의 부품사 또는 노조가 없는 곳을 겨냥하고 있었다. 아울러 인소싱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부평공장에서, 2014년 군산공장에서 인소싱으로 각각 1천 명의 비정규직이 일자리에서 쫓겨난 바 있다.

그러나 완성차 공장 안으로 구조조정 공격이 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과거 부평·군산공장에서 인소싱은 실제 급격한 물량 축소에 대응하는 방식이었지 비정규직노조를 향한 공격이 핵심 목표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벌어지고 있는 인소싱은 직접적으로 비정규직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둘째, 애초 ‘인소싱(insourcing)’은 ‘아웃소싱(outsourcing)’의 반대말로, 민주노조운동이 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즉, 외주화된 업무를 다시 원청이 수행하는 개념이며, 이 개념에는 일자리만이 아니라 해당 업무를 수행해온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정규직화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었다.

서울지하철 구의역 참사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부 안전업무에 대해 인소싱을 진행하게 된다. 당연히 이 업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히려 이런 경우 쟁점은 모든 간접고용을 대상으로 할 것이냐, 그리고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을 완전히 해소할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한국GM에서 벌어지는 인소싱은 업무만 직영으로 전환될 뿐, 해당 업무를 수행하던 비정규직은 해고되는 방식이다. 게다가 해고대상이 된 비정규직들의 압도적 다수가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조 말살까지 함께 획책하고 있다.

 

셋째,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을 무려 2차례나 받은 바 있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획득해왔던 권리조차 모조리 뒤로 돌리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 GM의 창원공장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업장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률이나 일자리의 이유로 비정규직을 쫓아내는 것이 합리화되는 순간 자본가들은 불법파견에 맞서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공격수단을 얻게 된다.

 

넷째, 이러한 공격을 방치할 경우 비정규직 운동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반대투쟁 전선도 교란되고 만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경우 향후 전개될 GM의 구조조정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금속노조 소속의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빼앗아서라도 자신의 일자리를 안전하게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비정규직 일자리가 인소싱 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일자리로 전환배치 되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자본이 정리해고·희망퇴직 등의 공격을 진행할 때, 동료들과 함께 어깨 걸고 집단적인 단결의 힘으로 저항하려는 의지를 꺾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식, 즉 비정규직 일자리를 차고앉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생각과 함께, 결국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일자리를 방어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머리에 똬리를 틀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앞의 네 가지 이유를 종합하면 다음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완성차 사내하청 중심의 민주노조를 직접적인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면, 이번 공격이 끝이 아니라 조직노동자 전반을 향한 공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보통의 경우 완성차 자본은 미조직 노동자를 공격하며 저강도 구조조정을 펼친다. 그러나 완성차 내 민주노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 폭이 깊고 자본 역시 급박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즉, 비정규직노조를 향한 공격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다음 차례가 있다는 얘기이다. 현재로선 생산물량의 급감이 있으면 항상 진행되었던 사무관리직을 상대로 한 희망퇴직 공격, 전성기에 비해 6% 수준으로 생산물량이 급감한 군산공장에 대한 공격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은 각각의 공격 단계에서 노동계급의 대응 양상을 보면서 다음의 수를 내놓을 것이다.

“아직 내 순서는 아니니까” 라고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 차례가 돌아온다. 그러나 아직 내 차례는 아니지만 부품사와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오는 공격을 모두가 힘을 합해 막아낸다면, 영원히 내 차례는 오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더 현명한 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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