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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이유

-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의 투쟁과 조직화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파행으로 치달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노동 존중, 사람 존중 정책을 펴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실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며 정규직 전환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노동자들은 타 법령 적용, 정부 지원 사업, 일시 간헐적 업무, 민간위탁 업체, 자회사 소속 등 온갖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었다. 이렇게 전환 제외된 노동자들이 절반이 넘는다. 정부가 말하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도 영원한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나 고용 불안과 차별적 처우가 유지되는 자회사로의 전환이어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비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조합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배제는 부당

기간제교사는 이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상이다. 4만 7천여 명 전원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차별적 처우도 여전하며 어느 때보다 극심한 해고 사태까지 벌어졌다. 장기근속자들이 계약 만료로 해고를 당하고 계약 연장을 할 수 있음에도 신규 채용을 고집하는 학교들이 늘어났다.

정부는 기간제교사가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고 있지만 사용 기간을 타 법령(교육공무원법)에서 정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타 법령에서 기간제교사의 사용 기간을 정하고 있다는 것이 정규직 전환 배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를 4년 동안 계속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은 오히려 이 업무가 상시‧지속적 업무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으로 계속 사용하도록 허용한 이 법령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가 다양한 교육 과정의 상시적 운영을 위해 교사가 필요한데도 기간제교사를 비롯한 비정규직 교‧강사를 늘려온 것이 문제이므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비정규직 교‧강사를 정규직화하는 것은 마땅히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교원법정정원제를 없애 사실상 정원을 줄이고, 교사 채용을 억제하는 교원수급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고용이 유연하고 통제하기 쉬운 기간제교사가 대거 양산되었다.

기간제교사들은 부족한 정규직 교사를 대신하기에 근무시간, 근무일수, 근무 내용(수업‧행정업무‧담임)이 정규직 교사와 똑같다. 그러나 급여‧복지 및 각종 권한 등에서는 정규직 교사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이는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기간제교사는 한시적 대체 업무?

일각에서는 기간제교사들이 휴직 교사를 대체해 근무하므로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매년 예측 가능한 휴직 수요가 발생해 상시적인 교사 공백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 마땅히 정규직 교사를 충원해 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에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공백을 모두 기간제교사로 메우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휴직 공백을 메우는 한시적 업무로 간주한다면, 기간제교사는 영원히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없다.

기간제교사 입장에서 봐도 동일 학교 또는 특정 지역에서 학교를 바꿔 가며 계속 근무를 하고 있다. 동일한 교사가 어떤 해는 휴직한 교사를 대체해서, 어떤 해는 학교의 부족한 정원을 메우기 위해 채용돼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형식적인 채용 사유로 상시 업무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정규직 교사를 대신해 기간제교사들이 상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그 실질성을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진보교육연구소 정책연구팀이 ‘대체전담교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대안은 “기간제교사의 노동은 한시적 대체 노동”이므로 “정교사와 구분되는 직군”이라고 규정한다. 즉 한시적 대체 노동 형태는 유지하고 교육청 및 정부에 고용된 별도 직군을 만들자는 것이다.)

 

더 나은 교육

무엇보다 정교사의 부족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학교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해서 온갖 차별적 처우를 하는 환경에서는 질 좋은 교육을 실현하는 것은 가능치 않다. 기간제교사들의 고용 불안은 교사들의 역량 발휘와 교육활동의 장기적 계획 수립과 실천에 큰 어려움을 준다.

기간제교사들은 채용 때마다 수업 시연 등 자격을 검증받지만, 정작 수 년을 근무해도 정규직 교사들이 받는 교육 연수를 받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교사 역량 향상은 순전히 개인의 노력으로만 채우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백화점’인 학교에서 차별이 횡행하는데, 학생들에게 차별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하는 것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한편,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나온 <기간제교원 차별 해소 및 채용 제한의 고용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교사 채용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교사 통제를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립학교 관리자들은 기간제교사가 “을이다 보니 말을 잘 듣는다”, “정규 TO를 바라니까 대부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는 기간제교사만이 아니라 정규직 교사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는 시도다. 역사 국정교과서 시범 운영이 정교사들의 거부로 어려움을 겪자 기간제교사를 채용해 이를 실현하려 했던 문명고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교사에 대한 통제 강화는 교사들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시도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마련이다. 이는 당연히 수업, 자치 활동 등 교육 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의 독립적 교육 활동이 침해 받고 노동조건이 악화되면 질 좋은 교육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따라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제대로 된 교육, 질 좋은 교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것이 정규직 교사들이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기간제교사들의 저항과 조직화, 그리고 연대 확대

2012년 기간제교사들의 성과급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계기로 기간제교사들이 온라인 카페에 모였다. 정교사와 동일 업무를 하면서 10년 넘게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2천 5백 명이 넘는 기간제교사들이 집단 소송을 하게 되었다. 이후 2013년부터 정규직 교사와 차별이 있기는 하지만 기간제교사들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되었다. 이것이 낮은 수준이지만 기간제교사들이 집단적 행동에 나선 첫걸음이었다.

온라인 활동에만 머물던 기간제교사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온라인 밖에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비정규직의 굴레가 죽어서도 이어지는 현실 앞에서 그저 묵묵히 있을 수 없었다. 좀 늦은 출발이었지만 2016년 3월 기간제교사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기간제교사 차별 폐지 등을 요구하며 기간제교사연합회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러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기간제교사들은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하였다. 정부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배제에 항의하며 정규직화를 요구하였고 기간제교사들이 놓인 구조적 차별과 부당성을 알림으로써 기간제교사 문제를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었다.

9월 11일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제외가 최종 결정되었다. 이에 낙담한 일부 기간제교사들이 정규직화는 불가능한 요구라며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우선 요구해야 한다며 떠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간제교사들은 분노했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규직화 요구를 더 힘차게 하자고 결의하며 올해 1월 6일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혹자는 정규직화는 불가능하니 고용 안정을 요구하자, 정년까지 고용 안정이 되면 정규직화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바로 고용 안정 먼저, 처우 개선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정부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에게 ‘표준임금모델’을 통해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고, 자회사로 전환해 여전한 고용 불안과 열악한 처우를 유지하려는 것을 보라. 이처럼 노동자들 입장에서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은 분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일한 노동에 대한 동일한 처우가 제대로 된 정규직화이다.

그래서 기간제교사노조는 고용 안정과 차별 폐지를 통한 처우 개선 모두를 실현할 정규직 교사로의 전환을 일관되게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투쟁을 지지하는 사회‧노동단체들과 함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연대도 넓혀 왔다. 인권위에 기간제교사 차별 시정 진정, 기간제교사 해고 규탄, 정규직화 요구 기자회견, 집회 등을 함께해왔다.

기간제교사노조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적극 연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 공공운수노조의 여러 집회와 투쟁에 함께 참가해 기간제교사노조 활동도 알리고 연대도 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간담회를 하여 연대도 요청하였다. 이후 민주노총은 기간제교사노조와 공대위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요구 활동에 연대하고 있고, 정부와의 협의 자리에서도 기간제교사 전환 제외를 비판하고 있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의 연대는 기간제교사노조에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이 외에도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발전비정규직, 철도비정규직 등 많은 노동자들이 기간제교사들도 노조를 만들어 투쟁을 시작한 것에 기뻐하며 연대를 표해 주는 것도 든든하다.

 

3 2018.4.21. 기간제교사 농성장을 방문한 공대위 소속 전교조 교사들과 옆에서 농성하던 비정규직 발전 노조 동지들과 즉석 간담회를 마치고 인증샷 [출처 필자].jpg

2018.4.21. 기간제교사 농성장을 방문한 공대위 소속 전교조 교사들과 옆에서 농성하던 비정규직 발전 노조 동지들과 즉석 간담회를 마치고 인증샷 [출처: 필자]

 

기간제교사노조는 지난 4월 18일부터 열흘 간 기간제교사 해고 반대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진행한 청와대 앞 농성에서 이런 연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공대위 단체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고,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등의 임원들, 경기의 송주명 교육감 후보와 서울의 이성대 교육감 경선후보,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전교조 교사들, 대학생 등이 농성장 지지 방문을 오기도 했다. 이런 지지와 연대는 지난해 7월부터 기간제교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일관되게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배제된 것에 항의하며 정규직화 투쟁을 해온 것에 대한 노동운동의 고마운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기간제교사노조는 투쟁뿐 아니라 조직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조합원 수가 적은 노조이지만 노조 활동에 관심을 보내 주고 응원해 주는 기간제교사들이 늘고 있다. 조금씩 가입도 늘고 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당선 교육감에게 전달할 우리의 요구” 서명 운동을 적극 조직하고 지역 순회 등을 이어가며 노조 조직화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간제교사노조는 차별 폐지와 정규직화 투쟁을 계속할 것이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또한 이런 투쟁을 통해 기간제교사 조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기간제교사노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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