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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대한민국 No. 1 직영중고차’ K Car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장문교 (금속노조 서울지부 K Car지회 부지회장)

 

 

K Car는 2001년 박성철 전 대표가 SK 사내벤처 프로젝트 일환으로 최초 5명 인원(대표·이사·상무 외)으로 출발해, 엔카네트워크라는 중고차 유통사업을 시작하게 된 회사입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듯 설립 초기에는 힘들었고, 몇 년간은 적자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아시는 중고차 사이트(encar.com)로 성장했고, 그렇게 되기까지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중고차 매매단지를 돌아다니며 광고대행을 진행하고 중고차를 진단하는 서비스를 확대하였고 끝내는 직접 매입과 판매를 하는 직영시스템을 만들어 냈습니다.

 

모든 자본가들이 그렇듯 애사심을 강조하던 때였고, 전 직원들은 밤낮없이 일하면서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당시의 기업 문화는 입사 후 교육과 행군 등의 훈련을 통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더구나 남자직원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군대문화 또한 웬만한 회사보다 심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엔카에 입사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만드는 문화와 분위기 속에서, 또 경영진들이 항상 입버릇처럼 했던 “회사가 좀더 성장하게 되어 주식을 상장하게 된다면 직원들에게 사주도 나눠주겠다. 멀지 않았다. 곧 그런 날이 올 것이니 더 열심히 실적을 쌓아 올려 달라”는 주문에 대다수 직원들은 한마디 불평 없이 열심히 일했습니다.

회사에서 까라면 까라는 대로 했었습니다. 회사에 반발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으며, 실적이 깡패라는 말이 회사에서는 당연시 되던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회사는 계속 성장하는 것에 반해 경영진은 매년마다 힘들다는 신년사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은 엔카를 국내 중고차 유통을 선도하는 1위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2013년 엔카네트워크는 SK C&C와 합병을 하게 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당연히 직원들의 복지 또한 상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당시 SK는 신입사원 초봉이 4,000만 원대였던 반면에 엔카는 고작 2,100만 원 수준이었으니까요. 신입과 기존 직원과의 연봉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은 연봉으로도 굴러가는 것을 SK C&C에서 보고는 연봉체계는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SK C&C에 합병이 되고 나서는 연봉 인상률도 기존보다 후퇴하였습니다. 정률 3%, 고작 50~60만 원의 연봉 인상이었습니다. 그것이 5년간이나 유지되었습니다. 직원들은 터무니없는 연봉에 힘들어했습니다. 매달 많으면 40~50대, 평균 30대, 적게는 20대를 거래하는데도 월급은 200만 원이 고작이었습니다. 남들이 보았을 때는 그래도 SK니까 4,000만 원은 받겠지 생각하는데 실상 그렇지 못한 저희들은 어디 가서 급여 얘기 또한 하지도 못했습니다.

 

2014년에는 회사를 online 사업부와 off-line 사업부로 물적 분할하여 online 사업부를 호주 카세일즈닷컴이라는 회사에 매각을 하였습니다. 경영진에서는 ‘좋은 곳으로 시집 보낸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분명 온라인을 키운 것은 경영진이 아닌 전 직원들이었습니다. 고작 몇 푼의 푼돈을 직원들에게 생색을 내며 주고는 불만을 지우려 하였습니다. 그 뒤부터가 더욱 고난이었습니다. 온라인이 매각되는 바람에 무료로 사용하던 광고료는 높은 비용으로 상승하게 되고 그에 대한 부담은 곧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올해 첫 적자라며 또 채찍질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미 online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누가 가장 이익을 보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항의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적 개선을 이유로 휴일을 반납하였습니다.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휴일에 차를 팔고 사야했으며, 휴일에 일을 했기에 수당을 받은 것이 아닌 평일 대체휴무로 쉬었습니다. 쉬프트제도라는 명분하에 직원들의 주말이 없어졌습니다. 그전에는 휴일에 일을 하면 수당으로 보상을 받았지만, 수당제도 또한 경영진의 마음대로 없애버렸습니다. 정말 회사가 갈수록 좋아지는 것이 아닌 지독하고 악독하게 변해갔고, 경영진은 이렇게 큰 회사를 만들어준 직원들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짓밟기가 일쑤였습니다. 급여 또한 기본급 인상이 아닌 인센티브를 만들어 직원들끼리 경쟁하고 시기하게 만들었으며, 인센티브 비중이 워낙 높아지게 됨에 따라 기본급으로는 생활조차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화목했던 회사의 분위기는 어느 순간부터 이기주의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다들 돈돈돈, 인센티브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2017년 뉴스를 통해 회사를 사모펀드로 매각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경영진은 사실 무근이니 업무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직원들을 다그치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점점 기정사실이 되어가기 시작했고, 직원들의 불안은 높아가는 데에 반해 경영진은 이렇다 할 조치가 없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었음에도 경영진은 쉬쉬하며 매각사업을 추진해나갔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전부터 구자균 지회장님은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지회장님의 설득에 의해 비로소 집행부가 결성되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최초의 중고차 유통회사가 되었습니다. 금속노조의 도움 아래 노동조합을 조직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그리 쉽게 노동조합이 생기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집행부의 동선 파악은 기본에 업무 외 활동은 모두 연차를 사용하며 감당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업무시간 외 조합 활동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업무시간 외 조합 활동은 물론 사업장 외부에서 해야 했기에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전국 지방을 돌면서 조합원을 조직하였고, 결국은 90%에 달하는 현장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800명가량의 전 직원 중 600명 정도가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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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14. 단체협약 체결식 [출처: 지회]

 

 

그렇게 금속노조 K Car지회(구 엔카지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전국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조합원들과 소통을 위해 그리고 조합원들을 조직하기 위해 한 번 지방을 돌면 2~3일은 집에 못가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직원들의 관심사와 주제가 같았기 때문에 거리낌없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에는 금속노조 서울지부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당시 지금 서울지부의 박경선 지부장님 외 정유림 부장님, 최상천 교육부장님, 이규철 사무국장님, 정찬희 부지부장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조직의 ‘조’자도 모르던 저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셨기 때문에, 엔카지회라는 노동조합을 회사에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합 설립신고와 더불어 교섭요청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교섭요청 사실공고 등으로 시일을 보내게 되었으며, 그 사이 매각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경영진이 매각계약서를 쓴 것입니다. 엔카지회는 매각 저지 운동을 하게 되었고 모든 조합원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하였습니다. 2017년 전태일열사 추모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엔카지회는 행진 중 종로 SK본사 앞에서의 첫 규탄발언을 시작으로 매일매일 릴레이로 1인 시위 및 전국 조합원이 모여서 본사 앞에서 집회도 하였습니다. 아직도 그때 당시가 기억납니다. “왜 우리는 노동조합을 더 일찍 만들지 못했을까. 만약 더 일찍 만들었더라면 회사의 매각은 없는 일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얘기를 조합원들과 나눴었습니다.

 

매각은 이미 기정 사실이 되었기에 우리는 고용 및 복지는 그대로 승계하기를 요구하였고 매각위로금도 요구를 하였습니다. 회사가 노동조합을 안 겪어봐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에는 단협도 체결 안 하더니 매각 관련한 요구에서도 고용승계는 무조건 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뿐 우리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엔카지회는 일주일간 파업도 진행하였고, 또 SK본사 앞에서 전국의 조합원들을 모아 2차 집회도 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연차수당 및 추가근무수당 미지급에 관해, 고용노동부를 통해 대표자 SK 최태원 회장을 고소하고 바로 기자회견도 진행하였습니다. 회사가 보이는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기자회견 후 한 기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SK C&C에서는 이미 노동조합과 합의가 된 사항이며, 노동조합이 합의를 했음에도 임의로 집회 및 기자회견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노동조합은 합의는커녕 최태원 회장 얼굴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는 게 자본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회사는 매각교섭 태도를 바꿨습니다. 매우 성실하게 교섭에 참석하였으며, 우리의 요구에 대해 조율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마도 최태원 회장이 출소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또 들어가면 안 되니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8년 엔카지회는 고용승계 및 복지수준 보장과 더불어 매각위로금 지급을 전제로 회사의 매각에 합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회사는 매각이 되었습니다.

 

매각 이후 엔카지회는 회사의 새 브랜드명인 K Car지회로 지회명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신입사원들도 수습기간이 지나면 자연히 각 분회의 선배들을 보면서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게 되었고, 지금 현재도 K Car지회는 지속적인 조합원 가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임금교섭을 2회 진행하였습니다. 최초 기본급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차례를 진행하였고, 얼마 전에는 기본급 상향을 위해 1차례 교섭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이제는 조합원들에게 주말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주말근무를 평일휴무로 대체하는 쉬프트제도가 없어지면서 주말에 출근하면 수당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의 오전 8시 출근-오후 9시 퇴근이 이제는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으로, 정시 출퇴근이 정착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 또한 12시~1시까지 보장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주 조합원들에게 개선사항에 대한 안건을 받아서 회사와 조율하여 근무환경 및 여건을 개선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던 바, 지난날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노동자를 위한 것들입니다. 이 모든 것이 일어나는 이유는 당연히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국사업장이니 만큼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전체 조합원이 모인 적이 지난 매각 저지 파업을 위한 집회 때 외에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행부가 직접 전국의 사업장을 돌아다녀야만 조합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볼 수 있고 얘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며칠 걸리는 큰 일정이기는 하지만 조합원들을 만나는 일에는 기다림이 즐겁기만 합니다.

그리고 조합원들도 영업을 업으로 하다 보니 개개인의 목소리도 매우 큰 편입니다. 하지만 항상 나보다 내 옆의 동료를 생각하자는 지회장님의 얘기 때문인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 자체에서도 각 분회장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업무가 마감되면 조합원들끼리 모여 맥주 한 잔하거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제조업이나 사무직 사업장이었다면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모임이 부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국 어디를 가도 K Car지회 조합원이 있어서 좋습니다.

 

현재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각종 비용 절감 및 인력 구조조정(사무직군 및 비조합원 등)이 이루어진 상황입니다. 분명 재매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며 한순간 방심하는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전 조합원들의 권리와 생존을 위해 K Car지회는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고공농성 및 단식투쟁 등 많은 사업장에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음에, K Car지회는 연대를 통해 지금까지 받은 연대와 도움을 베풀고 갚으며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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