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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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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

김헌주 이주노동자운동 활동가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역에서 이주노동자운동의 거점을 만들려고 준비 중인 김헌주 동지는 오랜 시간 이주노동자운동을 해오고 있다. 긴 시간 이주노동자운동을 해오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김헌주 동지는 “뭐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다만 굳이 언급하자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또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지듯 모든 운동도 아래로 흘러가야 하며 바닥부터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새벽과 저녁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니 점심시간 맞차가 오면 찜닭에 소주 한잔 하시면 될 거 같심다 하셨는데,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19로 인해 내려가지를 못했다. 인터뷰는 서면과 전화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틈틈이 마주하고 얘기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터뷰 및 정리: 안명희 (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3 김헌주.jpg

 

 

이주노동자운동의 시작

 

일선에서 물러나 재정 마련을 위해 돈을 벌러 다닐 때가 있었어요. 그때 한창 유행했던 것이 생활공동체였는데,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원칙 아래 함께 일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연들로 무산되면서 개인적으로 힘들어 쉬고 있던 차에 대구의 성서공단에서 비정규직 운동을 준비하고 있던 동지들이 이주노동자운동을 비정규운동 차원에서 같이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 동지들과는 오래전부터 같은 고민을 해왔었기 때문에 성서공단에서 이주노동자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거죠.

저는 노동운동은 성서공단노조가 처음이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주로 빈민운동을 해왔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주변에서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도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노동운동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문제, 생활의 문제 등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에 천착하고 싶었던 거죠. 이후에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결국 노동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의 문제로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한발짝도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게 된 거죠.

 

 

이주노동자운동에 있어 가장 큰 문제

 

이주노동자운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활동은 이주노동자가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로 나서고 스스로의 힘을 믿고 단결하여 조직하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한국의 제도는 이주노동자가 정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지 않아요. 이주노동자는 자기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과 만나서,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재생산 주체 형성의 문제인데, 이분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이후의 삶을 영위한다는 전제가 없기 때문에 운동이 계속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주체의 문제로 이주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체 형성이라는 것이 일이 년 만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상당한 기간 동안 단련되고 훈련되는 과정 속에서 본인들이 이런저런 결심을 하게 되는 건데, 뭔가 일을 할 만하면 돌아가게 된다는 거죠. 특히나 미등록노동자들의 경우 신분의 불안정이 해결 안 되면 더 어려운 거고요. 우다야 동지도 그렇고 성서공단노조의 자민다 동지도 그렇고, 다들 어쨌든 확실하지 않지만 신분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까 구체적으로 활동하게 되잖아요.

제도적으로 보면 체류의 문제인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얘기합니다. 결국은 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체류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주노동자운동을 이어가긴 어렵다고요. 저는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은 하는데, 답은 잘 보이지가 않네요.

 

 

달라진 이주노동 현장 분위기

 

제도적으로 다소 나아진 측면이 있지만, 쥐꼬리만 한 합법 공간이 열리면서 개량화의 경향이 더욱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미등록노동자와 등록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있고요. 제도개선 투쟁보다는 개인적 이익을 챙기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고용허가제 이후에 이주노동자들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몇 년 동안 돈 벌어서 돌아가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그 외의 문제에 대해 신경을 안 쓰는 겁니다. 본인이 현안에 부딪칠 때에는 자기 문제라서 조금 움직이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또 직접적으로 그런 문제에 부딪치지 않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은 투쟁이 이뤄지더라도 즉자적인 투쟁이 있을 뿐, 현안이 있을 때가 아니고서는 일상적인 투쟁이라든가 지속적인 제도개선 투쟁들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목적의식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일들인데 조직이 쉽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운동과 비정규직 운동

 

이주노동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권리의 최하층에 위치하지만, 비정규운동 진영에서 실질적인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를 포함해서 정주활동가들이 깨부수어야 할 지배블럭에 기생해왔음을 고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유입국의 구성원으로서 유입국 자본의 입장을 보장하고 대변하는 제도를 양산해온 책임이 있으니까요. 그 잘못된 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려지는 자본의 떡고물을 직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오래전 보았던 <한겨레신문> 만평그림을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 이주노동자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 위의 정규직 노동자, 그 위의 허연 이빨을 드러낸 자본가…….

 

 

이주노동자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 풀어나가야 할 과제

 

방향이라기보다는 지향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주노동자 중에도 더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농축산업노동자들과 수산업노동자들을 비롯해서 권리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어떻게 만나고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라는 게 고민입니다. 제조업노동자들의 현실이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의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농축산업현장과 수산업현장이 주목해야 할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노조(이주노동자운동)의 전국화입니다. 한국 사회와 한국 노동운동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정주노동자들과 함께 조직되고 활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종을 불문하고 특수성을 고려한 단결투쟁을 하듯이 이주노동자들도 이주노조를 중심으로 독자적 전국화를 꾀하고 싶습니다. 언어적 소통의 문제를 고려했을 때도 그렇고요. 향후 그렇게 이주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조직이 된다면 이후에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투쟁하고 단결할 것인가라는 화두로 또 고민해봐야겠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활동하면서 잊을 수 없는 가장 특별한 경험은 악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투쟁한 것입니다. 미등록노동자들을 공무집행이라는 미명하에 사냥하는 일은 ‘노동자에게 국경은 없다’라는 원칙을 생각한다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모하지만 출입국 단속반원들과 수시로 부딪치고 연행되는 가운데서도 단속을 무력화해냈어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었지만 또 그렇게 부딪쳐야겠지요.

이 활동은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게 설사 돈 안 되고 폼 안 나는 일이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운동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만 잘 안 됩니다.

귀국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고 올 때면,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고향에서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 운동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그냥 더불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이후 활동에 대해

 

이주노동자운동을 하려고 하는 젊은 활동가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있는데, 지금 우리 운동 전반이 그렇긴 하지만, 전망이 안 보이는 거죠. 전망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의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니까 결국 남들한테 손 벌리게 되어버리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운동을 결심한 젊은 동지들이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젊은 활동가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재정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가 뭘까,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지 후배들이 이주노동자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북북부지역에 이주노동자운동의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이기는 한데, 벌써부터 잘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작년 후반부터 젊은 정주활동가 동지 한 명이 마음을 내서 뒤에서 거들고 있는데 참 막막하네요.

 

 

철폐연대 동지에게

 

철폐연대 동지들은 2003년 성서공단노조에서 이주노동자운동을 시작할 때 이런저런 계기로 만났습니다. 돈 안 되고 폼 안 나는 일을 묵묵히 하는 동지들이겠구나라는 믿음이 가서 쪼매라도 마음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철폐연대 동지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서로 우두바가며 끝까지 지치지 말고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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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라라비> 200호 발간 기념행사에 함께해주세요.

- 2020년 4월 24일(금) 오후 6시 30분 /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강당(지하)

- 후원계좌 : 하나은행(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824-910011-23204

<질라라비>가 200호를 넘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운동에 함께하는 동지들의 참여와 후원을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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