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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위장된 노동자, 보험설계사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 위원장)

 

 

보험설계사란?

 

‘보험설계사란 보험회사,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중개사에 소속되어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라고 보험업법에 정의되어 있다. 보험설계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은행, 증권사 임직원 등을 포함하면 약 50만 명인데, 보험영업을 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의 보험설계사는 약 40만 명이다(2016년 기준 보험회사 소속 약 18만 명, 법인 보험대리점 소속 약 22만 명).

보험설계사는 원칙적으로 1개 회사 소속이지만, 2008년 8월부터 ‘교차 모집 제도’가 시행되어 생명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가 1개의 손해보험사를 위해 보험을 모집하거나, 손해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가 1개의 생명보험사를 위해 보험을 모집할 수 있다. 그리고 우체국 소속으로 우체국 보험의 모집을 하는 사람은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노동실태

 

보험설계사는 크게 종신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 등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 소속 설계사, 건강보험‧화재보험 등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 소속 설계사, 그리고 생명보험‧손해보험 상품을 모두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General Agency, GA) 소속 설계사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보험설계사는 위촉계약서상의 판매수수료 지급 기준에 따라 정해진 보험계약 체결 수수료 및 각종 수당을 지급받는데, 그 중 일정비율을 보험계약을 청약한 다음달에 ‘선지급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받고 나머지를 ‘유지 수수료’ 라는 명목으로 일정기간에 걸쳐 나누어 받는다.

 

캡처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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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들에 대한 부당행위

 

보험설계사들이 당하는 가장 일반적인 부당행위는 회사의 일방적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이다. 보통 설계사 계약은 1년마다 갱신되는 형태인데, 회사는 여러 가지 꼼수로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를 삭감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에서 법적으로 수수료 분급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12개월 동안 나누어 받던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를 최근에는 18개월~36개월 동안 나누어 받게 함으로써 설계사들의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었으며, 그렇게 나누어 받는 수수료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설계사는 회사를 그만둘 때 못 받는 금액이 커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면서 못 받는 수수료도 억울한데, 설계사는 자신이 판매했던 보험계약에 대한 해약, 실효가 발생하면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수수료 환수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보험이라는 것이 보험 가입자들의 사고‧질병에 대비한 상품인데, 정작 사고나 질병으로 보험금 지급이 많으면 담당 설계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도 있다.

그 외에도 회사의 일방적인 부당해촉, 상위 관리자의 갑질 행위 등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어떠한 기관에서도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악용한 회사들의 횡포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설계사노조 설립 및 조직화 과정

 

전국보험모집인노조가 2000년 설립되어 조합원 수천 명의 조직으로 활동하였으나 합법적 노조로 인정을 받지 못했고, 여러 내외적 상황으로 조직이 와해되면서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3년 대한보험인협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설계사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이 시작되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공약 등 여러 상황 속에서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으로 전환하여 활동을 시작하였다.

설계사들은 대부분 개별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성향이 강하고 일반 생산 현장 노동자와 특성이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노동조합보다 오히려 시민조직 형태와 유사한 성격이 강하다. 보험설계사노조도 현재 전체 조합원은 400여 명이지만 조합비를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조합원은 100여 명에 지나지 않고, 그 또한 전국적으로 떨어져 있기에 서로 소통하거나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2000년 설립된 보험모집인노조 활동 평가를 보면, ‘조직력 확대의 수단이 노조 자체의 조직 확대 노력에 의거했다기보다는 보험모집인의 노조활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보험모집인의 노동법 적용 문제가 당사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분위기가 작용했었다’고 평가하면서 결과적으로 ‘회사의 노조탈퇴 강요가 별다른 저항 없이 조합원 감소로 이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2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예전처럼 노동법 적용 문제조차 관심사가 되지 않는 분위기이고, 많은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노조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평가를 기반으로 협회에서 노동조합으로 전환 이후에는 아주 작고 개별적인 사안이라도 투쟁을 통해 조직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동자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비록 더디지만 단단한 조직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멀게 느껴지는 큰 이슈보다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보험설계사 전체의 문제, 특수고용직의 문제, 사회 문제로 인식을 확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1 2017.9.13. '노조할 권리 쟁취'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선포 기자회견 [출처 필자].jpg2018.7.10.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토론회 [출처: 필자]

 

 

활동하며 느끼는 소회

 

보험설계사들은 대부분 회사의 실적 강요, 출퇴근 강요 등에 반대하며,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원하기에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렇기에 정규직화를 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한편으로 대다수의 설계사는 회사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부당행위 등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3권(단체결성,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은 원한다. 이러한 설계사들의 생각을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의 개념은 협소한 것이며,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개념이 일반적인 노동자의 개념일 것이다. 즉 출퇴근이 자유롭고, 자신이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한다고 해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면 모두 노동자이다. 이런 면에서 플랫폼 노동자, 문화예술 노동자 또한 당연히 노동자이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어도 노동자로서의 기본권, 노동3권 등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4차 산업, 인공지능의 발달은 이러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더욱 확산할 것인데, 다른 형식적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임금노예의 형태로 착취당하는 이러한 노동형태와 노동자들의 의식에 대해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노예제, 봉건제 그리고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착취를 은폐하고 노동자들은 자유와 평등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은 어쩌면 그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된다. 특수고용 노동은, 형식적 자유를 보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임금노예라는 본질을 은폐한 고도의 착취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계사들에게는 자유가 주어졌지만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생계를 위해 스스로가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자기 고용된 노동자, 위장된 노동자, 스스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험설계사 노동3권 투쟁은 임금노예의 사슬을 끊기 위한 투쟁이며, 노동해방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투쟁일 것이다.

 

 

동지들께 전하고 싶은 말

 

보험설계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많이 퍼져있다. 물론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는 보험설계사를 방패막이로 고객의 돈을 갈취하는 보험회사가 만들어 놓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렇기에 보험설계사노조의 활동은 설계사들의 권익 보호 활동임과 동시에 고객 보호를 위한 활동이다. 동지들이 이러한 보험설계사노조의 활동에 대해 인식하고, 특히나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보험설계사들에게 노조 가입을 홍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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