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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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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2018년, 월담이 보낸 한 해

이미숙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2018년 월담은 최저임금위반감시단 활동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상담과 실태조사를 통해 위반 사례를 모으고, 집단적 대응을 만들어내는 것이 활동의 목표였다. 선전전, 상담, 실태조사, 고용노동부 대응, 공단노동자모임, 토론회로 이어지는 사업들로 정신없이 보냈던 1년이었고, 나름의 의미 있는 결과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대감과 역효과 등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것에 비해, 여전히 공단노동자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한 해이기도 했다. 여전히 최저임금은 지켜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권리는 배제되고 있었다. 그 여전함을 바꿔내기 위한 움직임은 작고 느렸다.

 

선전전과 상담

 

선전전은 주로 최저임금 꼼수를 알려내고, 함께 대응해보자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내 월급 갉아먹는 우리 회사 꼼수 감별법’, ‘최저임금 위반 제보를 받습니다’, ‘우리 회사가 지키지 않는 노동법’, ‘공단노동자모임에 함께해요’ 등의 주제로 각각의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했고, 동시에 3회에 걸쳐 ‘회사에 불만 많으시죠?’, ‘상여금이 사라졌다고요?’,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월급은 그대로?’ 등의 내용으로 공단 전체에 다량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 외에도 그동안의 상담내용을 중심으로 ‘권리찾기수첩’을 만들어 배포했다.

상담을 위해서는 기존의 월담 난장 이외에 유선전화, 카카오톡 온라인 상담, 밴드 등 다양한 창구를 새로 개설했다. 그러면서 총 상담 건수가 늘어났고, 공단노동자 상담 비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직장갑질119 사업을 함께하면서 개설한 밴드와 대대적인 현수막을 게시를 통해 상담이 대폭 증가했고, 대화의 지속성 측면에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상담은 공단의 동향을 파악하고 노동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주요한 과정이다. 이를 통해 내담자의 주체화, 대응의 집단화라는 기본적인 방향 아래 상담이 조직화 과정 혹은 의제 발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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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2018년 마지막 월담 난장을 마치고 [출처: 월담]

 

최저임금 적용/위반 실태조사

 

실태조사는 현장에서 최저임금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하에, 이를 확인해내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동시에, 최저임금으로 인해 변화된 노동의 조건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해당 노동자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3월 첫 주부터 5월 둘째 주까지 총 20회, 주로 점심시간 공단 내 주요 거점에서 진행했다. 목표는 300부였지만 153부를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전 조사에서는 더 짧은 기간과 적은 횟수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최저임금 미달률은 42%로 파악되었고, 비정규직의 경우는 61%에 달했다. 위반이 아닌 경우에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고, 노동시간을 변경하는 방법 등으로 겨우 최저임금 수준으로 임금을 끼워 맞추는 정도였다. 이러한 노동조건 변경 과정 대부분이 사측에 의해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노동조합도, 노사협의회도 없는 공단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최저임금 위반 대응과 현장 주체화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력이 없는 상태에서 월담이 최저임금 위반에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노동자가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아니면 고용노동부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었다. 우선 상담과 제보 내용 중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었던 곳은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신고센터에 신고를 진행했다. 고용노동부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은 상태여서 단순히 신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진행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으로 개입해 들어간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진행했다.

역시나 고용노동부는 소극적이었다. D사업장과 S사업장의 경우는 만근수당을 기본급에 넣거나 상여금을 기본급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절차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된 점검도 없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 두 사업장의 현장노동자와 연락이 지속되지 않아 후속 대응을 하지 못했다.

M사업장 역시 상여금을 12개월 분할 지급하겠다고 나섰고, 취업규칙도 없었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행정지도 이후 사건을 종결하려고 했다. 다행히 D사업장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월담과 함께 논의하면서 대응해 나갔다. 그 결과 몇 년 동안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되었던 임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 D사업장 노동자들은 스스로가 현장의 문제점을 바꿔내기 위해 움직였고, 비록 작지만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공단노동자모임

 

설문조사나 상담에 참여했던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이야기를 나누고,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보는 모임을 진행했다. 총 3회 동안 ‘최저임금 위반사업장 현장대응 사례 공유와 임금 관련한 법‧제도 알아보기’, ‘퇴사할 때와 입사할 때 알아두면 좋을 것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법‧제도의 현재 흐름’ 등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상담과 실태조사, 일상 활동을 통해 월담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갔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참여했고, 현장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월담은 모든 사업을 조직화와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저임금감시단 활동 역시도 사업계획 초기부터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사업 과정에서 만난 노동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단노동자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계획되었다. 아직은 모임을 만들고 지속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과거 모임을 계획하고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 모임은 2019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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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공단노동자모임 [출처: 월담]

 

최저임금 실태와 대응방안 마련 토론회

 

올해 최저임금 실태조사는 월담 외에도 대구, 부산, 인천, 충북 등에서도 진행되었다. 토론회에서는 이들 지역의 조사결과를 함께 공유하면서,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투쟁을 되돌아보고 이후 실천과제까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체토론에서 제출된 의견으로는, 최저임금 최종수혜자인 대재벌에 대한 투쟁에 대한 필요성, 최저임금을 매개로 한 개별조합원 가입사업 강화, 공공부문에서 적용되는 생활임금을 민간으로 확산해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모색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었고, 이를 통해 종합적인 대응으로 최저임금 투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다.

아쉬움도 남는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를 잘하면 된다든가, 법‧제도를 중심으로 중앙 차원에서 고민하면 된다는 인식이 깊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는 최저임금 논의 시기에 서명전이나 일회성 캠페인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계획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공단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임금 인상의 통로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의 실천 활동과 당사자인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애초 토론회를 기획하면서 이러한 지역의 역할과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었으나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제도나 공공기관의 감시‧감독을 넘어,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실제는 퇴사를 각오해야 한다.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시피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체계 등 노동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거나 형식적이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의사결정 단위에 어떻게 참여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노조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대부분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주체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싸워야 할까. ‘기-승-전-노동조합’이라는 원론적 대답만 하기에는 지금 당장의 상황이 너무도 암울하다. 현실적인 조건을 기준으로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2018년 최저임금감시단 활동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 과제들이 유실되지 않도록 2019년의 사업계획 속에 잘 풀어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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