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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입니다

 

이진욱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고요?

방과후학교는 교과수업에서 못하는 특기, 적성, 예체능, 진로, 직업 등의 교육을 합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특별활동, CA가 있었고, 그 뒤 특기적성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하다가 지금과 같이 방과후학교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이러한 교육이 학교에서 꼭 필요한 것임에는 두말의 여지가 없습니다. 교과수업에서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각자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과후학교를 폄하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방과후학교는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 ‘방과후학교는 학교 안의 사교육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는 사교육업자다’ 등. 다른 이들도 아닌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교육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니 기가 막히고 답답할 지경입니다.

방과후학교가 있어 아이들도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고, 학교 안에서 하는 교육이기에 학부모들도 늦게까지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과후학교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전담 부서가 있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정책 연구를 하고, 소식지도 발행하고, 우수사례 표창도 하고, 일부 교육청에서는 강사 연수도 하고, 교육부와 각 교육청마다 운영 가이드라인과 길라잡이라는 지침서가 있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수강료와 교재비 등은 학교회계로 처리되고, 학교안전공제 적용도 됩니다. 이렇게 공적인 절차와 근거가 많은데도 사교육업자가 하는 사교육이라니요!

 

4 오늘 우리의 투쟁_2 방과후학교강사지부01.jpg

 

2020.3.12. 방과후학교 강사 생계대책 마련 요구 기자회견(고용노동부 앞) [출처: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노조가 생기면서 생긴 변화들

이렇게 늘 무시당하는 방과후학교이기에 지금까지도 이를 담당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늘 불안정한 처지에서 일을 하고 어처구니없는 불이익을 당할 때도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잘 하고 있다가도 툭하면 별것 아닌 일로 휴강이나 폐강을 할 때도 많았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학생들의 체험학습 또는 학교 재량휴업일이라고, 심지어는 교사들의 체육대회를 한다고 휴강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휴업한 날에 해당하는 수강료는 환불하여 강사들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또 학교 시설 운영에 사용하는 ‘수용비’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강사료의 5~7% 정도 액수로 학부모가 부담하여 수강료로 납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지키지 않고 강사료에서 수용비 일부를 공제하는 학교가 많았습니다.

수업하는 환경이나 처우에 있어서도 많은 불이익이 있었습니다. 수업에 필요한 교재나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학교에서 복사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수업하는 도중 냉난방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방과후학교 강사는 학교 안에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하여 학교 밖에 주차를 해야 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공예나 미술 등 일부 과목은 수업 중 쓰레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게 해서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다녔다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방과후학교 수업은 보통 체육관, 강당, 특별실 또는 방과후 전용 교실을 사용하는데 교실이 부족할 경우 학급 교실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학급의 담임교사와 종종 동선이 겹치기도 합니다. 그중 일부는 수업 중 교실에 들어와 자기 업무를 보고 있는가 하면, 가끔씩 수업에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수업하는 방과후학교 강사가 담임교사로부터 “교실 빌려 쓰면서 업무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막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고 믿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 맞는지, 학교 수업을 하는 교육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관행은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들리곤 합니다.

다행인 것은 노조가 만들어진 뒤 이런 관행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노조가 나서서 부당한 수용비 징수를 없애도록 했고, 학급 교실 사용의 불편함을 고치도록 했고, 부당하게 수업 시간 축소하려는 것을 막아냈고, 학교 시설물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없앴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선생님’인 강사들이 조금이나마 당당하게 학교에 가고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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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8.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간담회 모습(서울특별시교육청) [출처: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코로나19와 방과후학교의 법제화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길게는 1월부터 5월까지 무려 5개월간을 무급 상태로 있어야 했습니다. 수업이 없다는 현실보다 더 참담한 사실은 이러한 ‘소득절벽’의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도 교육청도 어떤 직접적인 지원도 보상도 하지 못했고, 다만 고용노동부에서 하는 ‘특고·프리랜서 지원금’이 잘 적용이 되도록 한 점, 온라인 수업에 보조인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 점 등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역할만을 했을 뿐입니다.

교육부도 교육청도 지원할 수 있는 권한도 예산도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도 답답한 나머지 ‘방과후학교 강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중앙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공적 제도를 따라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지만 법적인 근거는 없는 것이 방과후학교이고, 아무 신분적 근거도 없는 것이 방과후학교 강사입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의 법적인 근거가 더욱 절실합니다. 지금과 같은 장기 휴업이라는 상황에 어떤 지원도 보상도 못하는 것도 아무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수차례 방과후학교 관련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별로 관심도 받지 못하고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해 임기 종료와 함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두어 해 전까지만 해도 방과후학교 법안이나 조례 제정에 대한 말만 꺼내도 득달같이 반대를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방과후학교까지 법을 만들어 교사들에게 부담을 지워야 하느냐’, ‘상위법도 없는데 조례를 만드는 것은 위법이다’, ‘학교 자율로 탄력적으로 해야 할 일을 법으로 규제를 두면 안 된다’ 등의 주장입니다. 하나같이 앞뒤가 맞지도 않고 이기적인 주장입니다.

심지어는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라는 주장도 들었습니다. 법이 없으면 무조건 불법인가요. 그러면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조례 먼저 만들고 시행한 무상급식, 무상교복, 마을교육공동체, 혁신교육지구, 꿈의학교, 고교무상교육 등도 모두 불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존에 발의했던 방과후학교 법안을 살펴보면 내용이 하나같이 대단하지 않습니다. 이미 있는 초중등교육법에 몇 줄 추가하는 정도입니다. 교육부장관, 교육감과 학교장의 운영계획 수립과 운영책임을 명시한 것이 핵심이고, 그 밖에는 지금 있는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길라잡이에 다 있는 내용들입니다. 지금 운영하는 방식에서 달라질 것도 없고 혁신적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무슨 새로운 막중한 책무가 주어지고 업무 부담이 폭증할 것처럼 생각하나 봅니다. 오히려 법적 근거가 생기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인력이든 예산이든 둘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지요.

상위법도 없이 조례 먼저 만들고 시행한 것들도 지금껏 많았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나 다 하고 있는 무상급식도 그랬고, 무상교복도 그렇습니다. 또 각 교육청들은 많은 '학교 밖 학교'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혁신교육지구, 꿈의학교 등도 조례부터 만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위한 전에 없던 새로운 부서도 직책도 만드는데, 이미 십수 년째 잘 되고 있는 방과후학교에 무슨 큰 변화가 생기고 부담이 생긴다고 책무 타령을 하다니요.

‘학교 자율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말은 곧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강사들은 학기 중에도 어이없는 일로 해고되기도 하고, 툭하면 휴업하고 강사료를 환불하기도 합니다. 교실이나 시설 사용에 제한을 받거나 대놓고 무시하고 불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항의를 해도 ‘학교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해야 하니...’라는 답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은 곧 ‘전횡’입니다. ‘노예는 주인이 밥을 안 주면 군말 없이 굶어야 한다’는 말과 다를 게 뭔가요. 이래도 모든 것을 학교 자율로 해야 하니 법이나 조례를 만드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까요.

이 모든 일이 초중등교육법에 ‘방과후학교’라는 다섯 글자가 없어서 생긴 일입니다. 이 다섯 글자가 있기만 해도 학교에서 할 일이고 학교의 교육이라는 근거가 됩니다. 지금과 같이 몇 달씩 일이 없어 생계가 위태로울 때 정부와 교육청이 지원이든 보상이든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근거가 될 수 있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했을 때 좀 더 당당히 따져묻고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방과후학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곧 없어질 조짐도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법이든 조례든 최소한 근거를 두어야 마땅합니다. 방과후학교 법적 근거를 두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습니다.

노조에서는 ‘방과후학교의 공공성’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법안 제정을 위한 노력도 계속 해왔습니다. 지난 4월 28일 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간담회, 그리고 5월 1일 교육부 면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는 ‘방과후학교 법안 제정을 21대 국회에서는 꼭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에는 약속이 지켜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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