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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포커스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률 - 보호인가? 배제인가!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공인노무사

 

 

 

지난 2021년 3월 18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플랫폼법)’이 발의되었다. 그간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 확대는 확인되어 온 바이고,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규모에 비해 노동자성의 인정에 있어서는 계속 마찰음이 일었다. 이에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과 요구가 라이더유니온 등 관련 노동조합 및 당사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기대했던 환영이 아니라 당사자들로부터 반대 의견과 비판에 직면했다. 도대체 왜일까?

 

플랫폼법의 의미? 그러나 현실은…

 

해당 법률안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현재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 명으로 취업자의 7.4%에 달한다고 하며, 플랫폼 일자리가 자율성은 높으나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고 일하는 과정에서의 기본적인 권익을 보호받지 못해 개선의 필요성이 있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동관계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면 해당 법률에 우선 적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별도의 보호와 공정한 계약관계의 확립을 위한 사항을 규율하고자 한다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즉, 분명하게 플랫폼 종사자이지만 노동자가 아닌 경우에 한하여 해당 법률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법률체계에서는 플랫폼 종사자는 자영업자일 수도 있지만, 노동자일 수 있다. 그런데 해당 법률에 따르면 앞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자영업자이거나 플랫폼 종사자이거나 노동자일 수 있다. 짐작건대, 해당 법률안이 통과되면 우선 플랫폼 종사자로 분류될 것이며, 해당 법률의 적용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는 ‘플랫폼 종사자가 아닌 노동자’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을 통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플랫폼 노동자의 대부분은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소송 등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쨌든 한 산업에서 플랫폼 노동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존재할 경우, 특별히 다른 형태의 근로가 아니라는 확인만 되면 해당 산업 전체의 노동자성 인정이 용이하다. 또한 통상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용자 측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다른 자본이나 수단도 없이 건당 임금을 받는 플랫폼 종사자라면 당연히 노동자이겠거니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자영업자이거나 노동자이거나 양자택일 상황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플랫폼 종사자라는 다른 개념이 생겨나면 당연히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 종사자가 된다. 마치 제3의 계급처럼,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는 것이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새로운 지위.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종사자가 아닌 노동자임을 개별로 입증해야 하며, ‘자영업자 또는 사용자이냐 아니면 노동자이냐’가 아니라 ‘노동자와 유사한 플랫폼 종사자가 아니라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임을 입증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 전자보다 더욱 세밀한 기준을 가지고 다투게 되므로 당연히 입증이 더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현재의 법원은 전자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은데 후자는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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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1. 배달노동자 오토바이 퍼레이드 장면. [출처: 서비스연맹]

 

플랫폼법안의 내용과 위치의 모호성

 

해당 법률의 내용을 살펴보면 플랫폼 종사자와 노동자의 차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욱 명확하다.

법률안 제5조부터 제12조까지 플랫폼 이용계약 및 운영자의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용계약서를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거나 이용계약의 변경 및 해지 시 일정 기간 전에 이를 서면으로 알리도록 규정하고, 플랫폼 종사자의 정보 요청 시 일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며,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공제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제13조부터 제28조까지는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를 위해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대등하게 계약하고, 계약에서 정한 업무 외의 업무를 시킬 수 없으며,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을 플랫폼 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수는 필요경비 등을 고려해 적정하게 결정하고, 플랫폼 종사자에 차별적 처우 및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직업능력개발훈련 등의 지원, 참여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당 규정들은 노동자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적용되는 사항들이고, 노동자가 아니라면 왜 다른 업종과 달리 플랫폼 종사자에게만 이런 보호를 하는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노동자라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으면 되고, 노동자가 아니라면 민법 및 공정거래법 등 관계 법률에 따르면 된다. 바로 이 분명한 관계 사이에 “보호법률”을 들고 나오면서 노동관계는 복잡해지고 플랫폼 종사자가 어떠한 지위인지 알 수 없어진다. 이렇게 관계가 복잡해지고 알 수 없어지면 이득을 보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노동인가?

 

자본주의가 시작된 지 200여 년, 한국에서의 자본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친다고 하더라도 100여 년에 불과하다. 그간 노동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싸우면 되는 아주 간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는 어땠나? 파견법 제정 이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사용자를 찾아 헤맸다. 눈앞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하는 홍길동식 논리에 사용자를 사용자라고도 부를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투쟁은 막다른 길에 이르곤 했다. 이것이 간접고용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였고, 파견법의 가장 큰 효과였다.

그런데 점차 노동자의 유형이 다변화하면서, 이제는 더욱 근본적으로 노동자인가 아닌가로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으면 노동자라는 아주 간명한 공식은 현실의 변화 앞에서 무력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은 간접을 넘어 매뉴얼로 탈바꿈하더니 이제 디지털 안으로 꽁꽁 숨어버렸다. 분명히 노동자는 지휘·감독하에서 일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일일이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계로 대체되자, 노동자는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게 되었다.

이전이라고 배달노동, 배송노동이 없었나? 대리운전이 없었나? 수리기사가 없었나? 모두 이전부터 존재하던 노동이다. 다만 지휘·감독의 방법이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변화했을 뿐이다. 플랫폼 노동을 새로운 노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식만 변화되었을 뿐 존재하던 노동에 ‘새롭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 자꾸만 새로운 형태라며 눈 가리고 아웅할 뿐이다. 기존의 노동을 새롭게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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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전국대리운전노조 조합원들이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앞에서 성실교섭 촉구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전국대리운전노조]

 

가장 간단한 것이 정답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학설을 처음 접할 때면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파고 팔수록 어렵게 느껴지던 곁가지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곁가지는 본질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현상을 복잡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본질을 흐린다.

노동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근로계약에는 근로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하청계약, 위탁계약, 도급계약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느껴지지만, 결국 법률상으로는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는 근로계약만이 존재하고, 간접고용관계 역시 도급계약이냐 파견계약만이 존재한다. 다시 확인하지만 노동자와 사용자가 체결하는 것은 ‘근로계약’이다. 그 사이에 자꾸 다른 예외가 끼어들고, 다른 말이 끼어드는 것은 시쳇말로 ‘주작’이다. 본래의 관계를 흐리어 거짓을 꾸며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노동자인데 자꾸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노동자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과거 파견법이 도입되면 음성화되어 있던 파견노동이 양성화되어 많은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것이라던 주장과 달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음성화되었다. 더 많은 불법파견, 가짜 도급관계에 놓였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단순하게 ‘간접고용은 안 돼’였는데, 이제 ‘간접고용도 가능한데 이러이러한 경우만 돼’라고 설명해주자, 어떤 경우가 가능한 경우인지 내 알 바 아니고 ‘걸리면 벌금 내고, 일단 돈 되는 간접고용 하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법률이 일단 제정되고 나면 그 영향은 생각대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파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간접고용을 양산하는 법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아니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니?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 아니고’를 1단에 깔고, 2단으로 보호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것을 자백하는 것 아닌가?

 

발상의 전환이 안 된다면 환기라도

 

그렇게 플랫폼 종사자들의 확대가 우려스럽고 보호에 힘쓰려 한다면, 우선 플랫폼 종사자를 모두 노동자로 인정하고, 몇 가지 예외사유가 있을 경우 자영업자로서 개인정보보호 및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부당한 손해배상 금지 등의 보호를 하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예는 이미 존재한다. 바로 한국의 법처럼 익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5법이다. AB5법은 일단 모든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되, 완전히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라는 점은 사용자가 입증하도록 했다. 해당 법률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은 AB5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운수·배달앱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규정해 노동법 적용을 배제하는 대신 민간상해보험 가입과 의료비 지원 등 약간의 보호를 주는 주민발의법안 22호(Proposition 22)를 만들어 주민투표에 부쳤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플랫폼 기업은 자그마치 2억 500만 달러(한화 약 2천 400억 원)를 쏟아부었다. 해당 법률에 대한 슬로건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보호를 부여하는 법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민 58%는 이를 믿고 찬성표를 주었다. 주민들은 해당 법안이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점이라는 점은 알지 못했다. 해당 법안의 통과는 AB5법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던 다른 법안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러한 충돌을 일단락시킨 것은 2021년 8월 20일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이었다.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주민발의안 22호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해당 법안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비롯한 노동법적 보호를 부여하려는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플랫폼 기업의 법안 때문에 운수·배달앱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부정돼 노조 할 권리마저 사실상 박탈당하게 되었음을 드러내며, 법안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노조로 단결하기 어렵게 만듦으로써 플랫폼 기업의 경제적 이해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역행하는 법률이라는 점을 통찰한 것이다.

현재 발의된 플랫폼법안에 대해서도 동일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간 ‘보호’라는 이름으로 제정된 법률들의 선례에 비추어, 누가 노동자와 플랫폼 종사자를 가르며 노동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자 하는지, 존재하던 노동의 방식이 변경되었을 뿐인데 새롭다는 프레임을 씌워 완전히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자는 누구인지, 플랫폼 노동자 당사자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의 통과를 주장하는 자는 누구인지 점검해야만 한다.

 

‘근로자’ 정의를 개정할 때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노동의 방식에 변화는 언제나 발생한다. 방식이 변화되었다고 노동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뒤로 숨은 사용자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 누군가가 이득을 보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방식이 발생한 것이다. 이득을 본 사용자들을 찾아내면 된다. 그 사용자들이 한 명 또는 한 기업이 아니라고 한다면 여럿이 사용자 집단이 되면 된다. 어려울 게 없다.

플랫폼 종사자라는 새로운 중간적 개념을 만들어 낼 필요도 없다. 노동자 개념은 유연하고 그 폭은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에서 그러한 선례는 충분히 발견된다. 즉, 새롭게 개발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왜 계속 플랫폼 종사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가?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의 개정이 어렵다고 생각되는가? 매년 개정되는 조항들이 수 개씩 존재한다. 결국 어려운 것은 힘의 균형이다. 사용자를 꼼짝 못하게 할 노동자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회는 자꾸 사용자들에게 계속해서 우회로를, 곁가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플랫폼법이라는 우회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라는 곁가지에 빠지거나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보호를 받으려면 제대로 받자. 플랫폼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근로기준법도, 산재보험도, 산업안전도, 노동조합도 전부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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