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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월담노조, 실험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움직임

 

이미숙 •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위원장,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2021년 10월 16일,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약칭 월담노조)이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으로 활동해 왔던 지난 8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배제되고 차별받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함께 투쟁을 만들어내고, 그 투쟁을 통해 지역 전체의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창립 목표에 담았다.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은 2013년부터 꾸준한 일상 활동과 의제별 집중행동을 통해 공단 노동자와 소통하고, 수년째 바뀌지 않는 노동조건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열악한 환경을 바꿔 낼 대안을 제시해 왔다. 월담노조는 이러한 월담의 활동을 기본 근간으로 이어 가되, 지금까지 집중하지 못했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제기해 왔던 문제 제기와 실험을 이제는 실제 작동시켜 내고, 이를 통해 작더라도 공단 노동자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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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6.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쉴 권리’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사업을 진행 중인 월담 창립멤버들과 찰칵~ 인증샷. [출처: 월담노조]

 

무엇을 할 것인가?

 

▶ 배제와 차별을 넘어

 

월담노조는 배제되고 차별받는 공단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모으고, 그 실태를 끊임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작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수록 제대로 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 위험한 노동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늘 뒷전이었다. 그나마 최근 몇 년간 지역의 공단 노동자를 조직하는 단위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긴 했지만, 이 역시 단편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업체 규모를 중심으로 사용자의 어려움이 부각되고, 최저임금 시기나 노동 관련 법 적용 논의 시기에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가르는 수단으로 정부와 자본에 활용되곤 했다. 정부와 자본이 주장하는 기업의 지불 능력에 대한 차이가 해당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해야 할 이유로 작동해 온 것이다. 이미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공서 휴일에 관한 적용 등 많은 부분에서 차별받고 있다. 월담노조는 이처럼 작은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배제된 권리를 되찾기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자 한다.

 

▶ 자본의 위계 구조를 넘어

 

반월시화공단의 대부분 업체들은 대기업에서 물량을 받아 생산하고 납품하는 회사들이다. 이는 원청 대자본의 지배 구조에서 벗어나 있지 않고,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의 위계 구조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청기업은 원청 대자본의 수탈 결과를 자기 사업장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만회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결국, 원청 대자본의 책임을 묻는 투쟁이 필요하다.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이 납품단가를 정할 때 하청노동자의 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게 하거나 임금, 고용, 인권침해, 복지, 노동안전, 환경 등 전반적 노동환경 개선을 공동으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 사용자단체의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지역의 사용자들이 암묵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하향 평준화된 노동조건 약속에 파열구를 내야 지역 전체 노동조건도 상향될 수 있다. 엄연히 사장이 따로 있고, 근로계약도 대기업과 맺는 게 아닌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은 요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원청 대자본이기도 하고, 지역 사용자단체이기도 하다. 월담노조는 이들이 공단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해 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별 현장에서 바꾸지 못하는 노동조건을 바꿔 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공단의 사업장은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사장과 직접 대면하는 일도 많고, 소수의 직원 중에서 사장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회사 내에서 노조를 결성하는 것이 노동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도 폐업과 이전이 쉬운 구조를 이용해 노조를 압박하기도 한다. 그래서 월담노조는 사업장별로 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월담노조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노조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투쟁도 중요한 활동의 목표이다. 고용과 일자리에 관련한 지원체계를 만드는 일, 노동자를 위한 공동 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일, 공단 환경을 개선하는 일, 출퇴근 교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 등 지역 전체 노동자가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정최저임금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지역 차원의 낮은 임금을 올리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노조라고 해서 개별 현장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플 때 전담해서 치료해주는 주치의처럼 현장의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는 일에도 노조는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개별 현장의 변화 시도를 지역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실제 변화가 생기면 그 경험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야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우리 모두의 노동조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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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월담노조 창립총회를 마치고 다 같이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출처: 월담노조]

 

체념을 넘어 불만을 조직하자

 

지난 월담 활동에서 확인했던 사실 중의 하나는 ‘낮은 기대치’가 ‘불만 없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자체가 애초에 없었으니 불만도 없다. 다시 말해 변화에 대한 낮은 기대치로 불만을 스스로 잠재우고, 노동조건의 개선 의지도 함께 꺾여 버렸다. 결국,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다. 다양한 투쟁과 교섭의 시도로 작더라도 변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공단 노동자들이 희망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임을 지난 8년의 월담 활동을 통해 확인해 왔다. 노동자들의 불만을 깨워내고 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을 넘어 의식과 저항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짜 공단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길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월담이 노동조합으로 전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월담노조는 지금까지 외쳐왔던 문제 제기를 넘어 노동자들의 불만을 조직하고, 현장과 지역에서 진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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