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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일 철도파업, 소회와 과제

엄길용 (철도노동자, 철폐연대 회원)

 

 

배경과 경과

 

지난해 철도노동자들은 파업을 했다. 성과퇴출제 저지를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 총파업이었다. 박근혜 정권의 지속적인 노동개악에 대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면화되고 있었다. 공공노동자에게 단협의 후퇴(후생복지의 감축),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퇴출제 도입을 순차적으로 강행하여 왔고. 철도에는 구조조정과 분할민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공세가 이어져 왔다. 9월 27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3년 전의 최장기 파업인 23일을 넘어 설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기록을 넘어선다면 승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박근혜 정권 초기인 3년 전 민영화 반대 파업과 탄압의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지 결의의 정도는 상당히 높았다.

 

철도노동자들은 적지 않은 파업을 경험하며 살아 왔다. 파업에 돌입할 때는 대개 기대에 찬 설렘 반으로 시작한다. 처음 1주일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2주가 넘어서니 안정적(?)으로 파업이 지속되었다. 이런저런 집회가 계속되고,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공동파업은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였다. 지난 파업기록인 23일을 넘어가면서 왠지 모를 자부심도 생겼을 것이다. 불규칙적인 교대, 교번근무를 하다가 파업을 하니 모처럼 동기모임도 하고 술도 한 잔하고 나름의 즐거움 속에 파업은 진행되었다.

그렇게 저들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한 달이 지나갔다. 그 무렵 파업을 함께 시작한 사업장들이 이미 하나 둘 복귀하였고, 결국 철도만 남아 투쟁을 지속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전술 변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겉으로는, 그리고 조합원들은 “이왕에 내친걸음 갈 때까지 가보자.” 하며 더욱 단결하였다.

 

한 달이 넘어도 열차 운행은 거의 정상적이었고, 사측의 회유와 협박은 지속되었다. 이 무렵부터 군인의 대체인력 투입에 대하여 국방부에 항의하는 등 불법적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문제제기를 다양하게 진행하였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다. 지도부는 정치권의 중재를 요구하며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이 또한 성과는 지지부진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지만 파업 중인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시하며 시국에 참여하였다. 촛불집회 초기, 청계광장과 광화문에는 철도노조 깃발이 중심을 형성하였고, 이 또한 자부심으로 이야기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그렇게 촛불은 커져가고 촛불 속에서 노동개악, 성과퇴출제 문제도 부각되었지만 모든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탄핵으로 모아져 갔다.

 

그렇게 또 한 달이 되어갈 무렵 지도부가 복귀를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야당에서 국정 정상화가 되면 철도파업에서의 부당한 탄압 조치와 성과퇴출제 문제를 다룬다고 하니 그들을 믿고 그만 복귀하자고 하였다. 그런데 웬 걸,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그건 아니라고 거세게 항의하였고, 이 일은 없던 것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11월 말, 지도부는 ‘국회 소위원회 구성을 여야가 합의하면 복귀’하자고 파업대오를 설득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들의 항의방문과 농성으로 무산되었다. 물론 여야합의 자체가 불발되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한 번, 두 번 흔들린 파업대오를 다잡으며 연말까지는, 혹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할 때 까지는 가보자고 조직을 추스르는 와중에 지도부는 임금 및 부속합의를 하고 복귀를 결정하였다. 쟁의의 끝이 아니라 현장투쟁으로의 전술변화라고 하면서.

 

이 합의에는 그동안 목 놓아 외쳤던 ‘성과연봉제 저지’는 단 한 줄도 없었다. 지도부 일부를 제외한 조합원과 대개의 간부들은 이 합의와 파업종료라는 소식을 언론을 통하여 처음 접하였고 당연히 분노하였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하였다.

그렇게 철도노동자들은 74일간의 파업을,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하는 날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단 하루라도 더 해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그 자부심으로 복귀하자는 요구조차 이미 마음을 정리한 지도부에게는 우이독경에 불과하였다. 복귀 후 지금까지, 사측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취업규칙(성과연봉제 도입)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만 있다.

 

 

짚어봐야 할 것들

 

- 필수유지업무제에 따른 파업은 더 이상 파업이 아니다

이 제도는 파업을 해도 어느 정도의 업무가 유지되게 인력을 배치하도록 한다. 따라서 배치되는 인원은 파업을 할 수가 없으며, 이를 어길 시 개인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였다.

대표적인 노동악법이었던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고 도입한 필수유지업무제는 결국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시켰다. 평균 70% 정도의 업무가 유지될 수 있도록(출‧퇴근 시 전동차와 KTX는 100% 운행) 인력을 배치하고 거기에 더해 대체인력(관리자, 기간제, 군인 등)을 무더기로 투입하였고 그 결과 열차운행은 거의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 대체인력과 안전의 문제

위의 법은 ‘합법‘ 파업 시 참가자의 50%까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사측은 철도 파업을 늘 불법파업이라고 단정지었으며, 단 한 차례도 합법이라고 한 적이 없다. 이러니 대체인력은 필요한 만큼 투입하면 되고 그 인건비는 노동조합에 떠안기는 소송을 하면 된다, 그 결과야 어찌 되든.

고속으로 대량수송을 하는 철도는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하며 숙련노동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업무의 특성상 대체인력은 숙련된 사람일 수가 없으며 따라서 철도파업 시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은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정부와 사측의 도박이다.

 

- 정치권이 파업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경험으로 보건대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직화, 규제완화, 노동탄압 등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관련해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야의 이해가 다르지 않다. 다만 여당과 야당이라는 위치만 다를 뿐이다.

우리는 정치권력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철도민영화를 경험하였다. 3년 전 23일간의 파업은 국회 철도발전소위원회 구성이라는 정치권의 약속을 믿고 정리하였으나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회에 해결을 요구한 전술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연대와 단결과 투쟁을 더욱 확대하고 그 위세에 정치권이 해결책을 낸다면 조금은 우리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겠으나, 이번 같은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그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 민주노조, 조합원이 주인이라는데

파업중단 소식을 언론을 통하여 접한 일과 확대쟁의대책위원회 등 현장 간부 및 조합원 들과의 소통을 위한 요구가 무시된 일이 있었다. 조합 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조합원이 대상으로 전락한다면 이것을 누가 민주노조라고 할 것인가. 이 문제는 특히 더 비판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제

 

필수유지업무제도라는 악법을 폐기시키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이번 파업에서 현장투쟁을 병행하는 등의 전술을 다양화하지 못한 부족함이 있었다. 파업의 해결을 위해 정치권의 중재를 중요하게 배치한 것은 잘못된 것이었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부재, 노조 민주주의에 상처를 낸 점은 냉철히 비판해야 하지만 74일이라는 기간 동안 흔들림 없이 파업투쟁에 임한 조합원들과 각급 지도부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철도노조는 지금 선거중이다. 지난 일을 평가하고 각급단위 대표와 대의원을 선출하는 지도력 재편기이다. 냉정한 평가와 조합원과의 소통을 통하여 민주노조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박근혜가 탄핵되어도 노동개악은 지속될 것이기에 연대와 단결을 공고히 하고 폭 넓은 연대투쟁을 도모해야 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없애고 온전한 단체행동권을 확보해야 한다. 집회와 선전전 참석 위주의 파업대오 운영보다는 파업투쟁전술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많은 부족함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공동총파업은 역사적인 일이었으며, 향후를 준비하는데 있어서도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3 [출처 필자].jpg

 

74일철도파업,소회와과제_엄길용_질라라비2017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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