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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부동 삼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 철폐연대 후원회원)

 

 

지난 촛불 정국에서 박근혜 만큼이나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사람은 삼성 이재용이었다. 재벌이 국정농단의 진짜 주범이라는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며, 여러 재벌들과 이재용이 법정에 섰고, 이재용은 결국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삼성그룹 총수 중 최초의 구속자였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삼성의 총수가 드디어 처벌 받았다. 수백억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해도, 수조 원의 차명 비자금을 조성해도, 처벌받지 않던 삼성이었기에 국민들은 기뻤다.

   

기쁨도 잠시 구속된 지 1년이 채 안 된 지난 2월 5일, 삼성 이재용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구치소 밖으로 나왔다. 이재용의 엄중 처벌을 요구했던 노동자 시민들의 분노는 컸다. 결국 삼성을 벌주기 위한 싸움은 역시나 긴 싸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많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삼성의 범죄에 맞서 싸웠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도 그 중 하나였다. 삼성의 보이지 않는 범죄와 은밀하게 자행하는 노동인권 탄압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삼성에 맞서 싸우는 일은 큰 사건이 생기면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가 문제가 해결되거나 관심이 떨어지면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삼성의 범죄와 노동인권 침해 행위를 막기 어려웠다. 일상적으로 삼성을 감시하고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해 싸우는 조직이 절실해졌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바로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일상적으로 삼성노동자와 연대하고 삼성의 범죄를 감시하고 맞서 싸우기 위함이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활동은 10여 명의 운영위원과 1인의 상임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할 일이 많은데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때다. 실제 일할 집행력이 부족하다 보니, 사건이 벌어질 때 일할 사람을 찾는 게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삼성노동인권지킴이에는 삼성의 노동인권 탄압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많은 인권활동가들, 노동조합활동가들, 법률가들, 연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런 연대에 힘입어 그동안, 삼성 에버랜드 삼성지회가 자리 잡고 활동할 수 있도록 ‘에버랜드 나들이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에버랜드 삼성지회를 지지하는 사회적 행동을 해왔다. 최근에도 현장에서 부당한 사건이 발생하면 사회 각계각층의 연대를 모아 삼성을 규탄하고 삼성지회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삼성지회의 사회적 방패막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삼성지회는 놀이공원에 한정됐던 조합원이, 차량정비, 골프장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6년여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결과 이제 현장 노동자들도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하고자 했던 일이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노동조합과 산별노조에 가입했어도 사회적 방어막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사회 각계각층, 시민사회의 지지와 엄호가 계속된다는 안심이 든다면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은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하고자 했던 역할이 삼성노동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방패가 되어주고자 했던 것인데, 소기의 목표는 이뤘다고 감히 자평해 본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도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은 노조 인정과 최종범, 염호석 열사 투쟁을 거치면서 꽤 힘든 과정을 거쳤는데 사회적 연대가 없었다면 열사 투쟁이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투쟁의 사회적 연대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를 넘어서서 수많은 단체와 조직 들의 연대였기에 더 큰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연대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삼성 문제를 집요하고 끊임없이 제기하는 조직은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삼성에서는 <한겨례21>에 보도된 바와 같이, 감사를 이용한 괴롭힘이 횡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로도 부당하게 감사를 당하고, 조직 내에서 왕따 및 감시‧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삼성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조직 내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 괴롭히고 내쫓는 일이 빈번했다. 그 정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피해를 호소하는 노동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에서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법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안내하고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을 비롯해서 법률적 대응을 함께하고 있다. 또한 숨은 피해 사례를 찾기 위해 삼성 직장내 괴롭힘 피해 사례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고, 앞으로 피해 신고 상담 게시판을 만들어 피해 노동자들을 모으고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다.

 

지난 3월 6일. 봄과 겨울의 경계가 모호한 어느 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故 황유미 씨를 추모하는 이들이 서울 거리를 행진했다. 11년 전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故 황유미 씨를 추모하는 거리 행진과 문화제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11년째 이어져온 추모 행렬이다. 이 추모 행사는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서 거대자본 삼성과의 기나긴 싸움을 상징한다.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은 11년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 본관 앞에서 현재까지 900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벌이는 중이기도 하다. 지난 3월 12일부터는 농성장 앞에서 이재용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시민촛불문화제를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반올림 투쟁에 연대하면서, 삼성의 노동인권 탄압 문제,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삼성의 문제점과 범죄가 함께 폭로될 때, 삼성직업병 문제 역시 사회적으로 더 잘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노동조합도 아니고, 직업병 피해당사자도 아니다. 실질적인 주체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삼성을 감시하는 역할, 삼성에게 탄압당하는 여러 영역의 피해자를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삼성의 범죄와 인권 탄압이 멈추지 않는 한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활동 필요성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활동을 한 지 5년에 접어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고, 반성되는 부분도 많다. 더 많은 삼성노동자들을 만나는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지 못한 반성과 아쉬움도 있고, 여전히 변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삼성노동자들을 보면서 실망도 했다. 또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는 직업병 피해자와 반올림 동지들을 보면서 많은 배움도 얻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삼성과의 싸움은 누가 먼저 포기하는지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점이다. 힘과 권력은 시간을 벌어주고, 시간은 삼성의 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삼성노동자들이,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이 삼성의 시간을 거슬러 당당히 싸우고 있음을 본다. 이제 삼성노동인권지킴이를 비롯해서 더 많은 사회단체, 민주노조 운동, 시민사회가 함께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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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6. 황유미님 11주기 추모행진 [출처: 반올림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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