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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운동 주요쟁점 토론 “정규직들, 왜?”

전장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

 

2018년도 철폐연대 총회를 준비하면서 비정규운동에 대해 토론하는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비정규직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과제도 고민해보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딱 들어보면 주제도 다양할 것 같고 할 이야기도 많은 좋은 사업 아이디어였다. 당연히 총회에서 사업으로 통과되고 기획팀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막상 기획팀 첫 모임을 하다 보니 고민이 깊어졌다. 비정규운동 토론이라고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난감했고 또한 무슨 무슨 평가토론회 등과 같은 기존의 자리들과 어떤 차별성도 없이 딱딱하고 정형화된 평가서와 주체들의 투쟁 경험, 현재 상황을 듣고 끝나는 그런 토론자리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기획팀은 생각을 바꿔보았다. 모두들 비정규직 철폐운동을 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냥 한 번쯤 생각해보았던 고민과 질문에 답을 찾아보는 자리로 이 사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가령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건가’, ‘파견법 철폐는 20년이 넘어가는데도 왜 여전히 구호일 뿐일까’, ‘불안정노동 철폐운동의 마지막은 정규직화인가’, ‘불법파견 투쟁의 한계에 대한 평가토론은 오래 전부터 해왔는데도 실천에서는 전혀 극복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과 같은,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비정규활동가라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들로 주제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런 주제들로 무겁거나 엄숙하지 않게,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작은 집담회를 시작해 보는 것으로 사업방향을 잡았다.

 

1 2018.6.26. 비정규운동 쟁점토론 집담회 [출처 철폐연대].jpg

 2018.6.26. 비정규운동 쟁점토론 집담회 [출처: 철폐연대]

 

지난 6월 26일 첫 번째 워크숍이 열렸다. 주제는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처음 기획팀에서 잡은 제목은 ‘정규직들 왜 이러나’ 였다. 너무 과한 표현이었을까, 제목을 순화해서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내부갈등 중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활동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을 하고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의료연대노동조합 활동가, 그리고 비정규직 당사자인 기아자동차사내하청지회 등 비정규직 활동가들을 포함해 다수가 참가했다. 소속되어 있는 현장은 모두 다르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문제와 같은, 노동조합 내에서 비정규직을 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태도에 대해 현재의 상황과 고민을 나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

먼저 전교조는 정부가 제안한 ‘전환심사위원회’의 참가여부를 놓고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는 ‘전환에 대한 입장’으로 논의가 옮겨가면서 확대되었다.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는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와 기간제 교원에 대해 정규직 전환요구가 아닌 ‘고용안정 방안’이라는 표현이 담긴 결정을 했다. 이는 결국 전교조가 전국적으로 약 4만 5천 명에 달하는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고 전체 조합원에게 문자로 공지되었다. 현장은 혼란에 빠졌고 모든 여론이 전교조에 집중되었지만 전교조는 정규직화 반대라는 언론보도에 정정요구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대의원대회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하고 연대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발의되었으나 재석 대의원 247명 중 71명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전교조의 이러한 결정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기간제교사를 심의대상에서 제외시킬 때 저들의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교사들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반대를 전교조가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심지어 노조를 탈퇴하기도 했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사범대학생들과 수험생들은 정유라와 같은 특혜라고 비판하며 정규직 전환에 극렬한 반대여론을 형성했다.

 

서울지하철은 더욱 심각했다. 2017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11개 투자출연기관의 무기계약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하철에서는 입사 4년차 이하의 정규직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차이 없는 무기직의 일반직화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졌고 역사에는 반대 포스터가 붙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 특혜반대 법률 소송단이 구성되어서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처음에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하던 노동조합이 정규직 전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조합원 간담회를 열어 적극적으로 내부를 조직하고 있지만 갈등은 이미 표출되었다. 또한 사측은 이러한 혼란을 틈타서 입사시험보다 더한 수준의 7급전환평가시험을 도입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2017년 11월에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공청회에서도 정규직들은 ‘무임승차 반대’, ‘공정사회 공개채용’, ‘정규직 전환 반대’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집단적인 시위를 했다.

   

기아자동차에서는 불법파견 판결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업무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나섰다. 기아자동차지부는 고용노동부를 직접 찾아가 여성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사측에는 그 업무에 정규직 조합원들을 배치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심지어 기아자동차지부는 지난해 4월 비정규직지회를 노조에서 분리시키는 결정을 함으로써 같은 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의 노동조합에서 함께 투쟁한다는 원칙에 따라 9년 동안 함께한 1사1노조를 깨버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쳐버렸다.

 

도대체 이러한 현상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획팀이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이 문제가 단지 몇몇 정규직 노동조합에 의해서 벌어지는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소위 어용노조가 사측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갈등을 만들고 분위기를 몰아가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 특징을 보면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20~30대 초‧중반의 조합원들이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공정성’이다. 이는 소위 대공장 정규직 이기주의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도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의미이다. 자신들이 힘겹게 공부해서 통과한 임용고시를 치르지 않고 정규교원이 되어서 자신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오랜 기간 고시원에서 힘들게 취업을 준비한 청년에게 정규직 일자리가 돌아가는 것이 합당한 것이고 공명정대한 공개채용 제도를 부정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정유라의 특혜와 같은 반칙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제 개개인의 개별적 불만과 볼멘소리로 그치지 않고 세력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댓글을 달고 화내는 정도가 아니라 서울지하철에서와 같이 집단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어서 노동조합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빠르게 대처해 막아냈다는 것처럼 비단 서울지하철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세력화‧집단화가 된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발전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실 공정성이라는 논리에는 상당히 모순이 많다. 이들이 말하는 공정성은 공평하게 기회를 보장해줬으니 그 결과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모두 그것에 수긍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간제교사에게 임용고시를 합격하라고 말한다. 기간제교사는 모두 ‘교원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교원자격증만 있어도 소위 취업이 되는 사립학교에서 교사를 하려면 돈과 인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많은 교원자격증 취득자들은 10:1의 좁은 관문인 임용고시를 치르고 국‧공립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국‧공립학교 임용의 문을 이렇게 좁게 만들어 놓고 교육부는 현장의 교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간제교사를 채용한다. 긴 시간과 많은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임용고시를 두고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기간제교사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가 과연 기회의 공정인가.

 

연일 터져 나오는 채용비리와 대기업의 특혜에는 침묵하는 청년층이 이 문제에는 정의감을 가지고 달려들고 있다. 이는 흙수저로 태어나면 절대로 금수저와 동등하게 될 수 없다는 철저한 차별과 위계질서에 근거한 수저론의 절망적 표현이다. 대중은 이미 우리 사회가 돈과 배경이 없이는 절대로 꿈은커녕 생존을 위한 기회도 쉽게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사회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개선시킬 수 있는 수단을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불안한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10대 시절 전체와 20대 청춘을 모두 시험에 매달려 무의미한 경쟁에 내몰렸던 이들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경쟁해야 하는 대상이 늘어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공정성이 아니라 한평생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절망과 두려움이다. 그리고 철저히 개별로 경쟁하던 이들이 집단화되려 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불만의 목소리였지만, 전교조와 같은 영향력 있는 세력이 동조해주고 언론에서 집중해주면서 이 사회가 불만을 의견으로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창립 15주년이 되었다. 지난 15년 동안 철폐연대를 비롯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정말 열심히 투쟁했다. 그래서 이제 비정규직은 잘못된 고용형태이므로 정규직이 되어야 하고 불안정노동이 아니라 노동권이 보장되는 안정된 노동이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내 삶을 바꾸겠다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박근혜 퇴진투쟁 이후 우리가 마주한 사회는 이것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노동자 계급 안에 위계와 차별을 만들고 노동자를 개별화시키고 스스로 경쟁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20년 간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목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정권과 자본이 비정규직을 도입하고 확산하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가 비정규직을 예외적이거나 한시적인 것이 아닌 정상정인 고용형태로 인정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 차별은 당연한 것을 넘어 공정한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20~30대 청년층에게서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반자본운동으로서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내서는 안 된다. 워크숍을 진행하며 참석한 동지들이 자기 현장 젊은 조합원들의 상태에 대한 걱정을 많이 이야기했다. 심지어 자본과 구사대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했던 그때보다 더 어렵고 고민이 많아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각자의 해결 과제도 도출해 보았다.

우선 청년 조합원들의 상태와 그들이 살아온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봤다. 소위 IMF 경제위기 이후 공동체가 아닌 개별화로 내몰려왔던 세대의 사회에 대한 인식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의 활동이다. 우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그동안 정규직 노동조합이 보여줬던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로 인정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조합의 시혜적 접근은 비정규직의 요구가 정규직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유발한다. 노동자의 동등한 권리로 접근한다면 경쟁의 대상이 아닌 함께 연대하고 단결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책임주체가 누구인지 항상 분명히 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지난 20년 간 자본과 정부가 만들어놓았다. 노동조합은 끊임없이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투쟁을 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의료연대노조와 같이 비정규직 도입을 막아내기 위해 매년 파업투쟁을 마다하지 않고 투쟁하는 곳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노동자를 분열시키기 위해 침투할 틈이 없이 노동자 계급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집담회는 어느새 모인 동지들 모두 다시 실천을 고민하고 결의하는 자리가 되었다.

철폐연대는 하반기에도 다양한 현장의 동지들과 비정규운동의 주요쟁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각자도생과 경쟁의 원리에 길들여진 청년들과도 노동과 삶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불안정노동 철폐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철폐 요구는 자본주의를 거스르는 투쟁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은 침체한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동안 비정규직, 최저임금 투쟁 등 불안정노동자의 투쟁은 패배도 하고 승리도 하며 많은 경험 속에 현재에 와 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그리고 패배할 때마다 무엇인가 다르고 새로운 돌파구가 있을 수 있다는 고민을 해본다.

특히 이번에 다룬 주제처럼 자본과의 직접적인 싸움이 아닌 대중과 부딪히며 넘어서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가 아닌 비정규직 철폐가 맞고 비정규직은 한 뼘도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기형적 고용형태라는 것이다. 실천하는 방식에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냈듯이 노동조합과 단체와 진보정당운동이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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