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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보건역사를 만든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조직화와 투쟁
박재영 (서울시정신보건지부 파업뉴스룸 편집장)

 

 

여는 말, 서울시정신보건지부를 소개합니다.
요즘 시대의 화두이자 현대인과 공존하고 있는 ‘우울증’, ‘마음’, ‘정신건강’, ‘스트레스’, ‘힐링’…….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서울시정신보건지부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이 기관은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을 것이고요.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소속으로 서울시 산하 2개 기관 광역형 정신건강증진센터(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와 25개 자치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의 노동조합입니다. 현재 광역 2개 기관, 자치구 22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300여 명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서울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정신보건전문요원(사회복지사, 간호사, 임상심리사)은 시민들에게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상담, 교육, 홍보 등의 광범위한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알코올 중독 등의 정신건강상담을 비롯해 자살예방사업,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사업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정신장애로 인한 강력범죄 등이 급증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정신보건사업에 대한 역할과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진2 [출처 서울시정신보건지부 페이스북 @smhjob0222].jpg


그렇다면, 우리는 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을까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정신보건법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지역사회 정신질환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면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설치 및 운영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당시 국가에서는 정신질환 관리에 대한 전문성과 운영의 노하우가 부재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민간기관 위탁사업으로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20년 동안 사회적 흐름에 따라 정신보건사업의 영역은 중증정신질환 관리사업 중심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다양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에 투여하는 투입(input) 중 업무량, 흔히 말하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비대해지고 팽창하는 데에 비해 업무수행도구, 즉 일하는 사람(노동자)에 대한 정책과 예산은 미비한 투자로 지속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력의 질적 저하를 불러왔지만 도리어 더 나은 노동력과 결과물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투자 없이 산출물(output)에 대해서만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수행하면서, 이에 대한 성과평가와 실적 서열화로 인한 경쟁이 치열하게 지속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지방분권화가 가속되면서 정신보건사업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노동법 개악도 이루어진 시대였죠. 정신보건사업은 이 두 가지 흐름의 편법과 부작용이 현재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게 됩니다. 우선 지방분권 영향으로 정신보건사업은 점점 관치로 흘러가게 됩니다.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민관협력이 결국 고용문제와 예산(돈)이라는 카드를 흔들며 전시행정 등에 많이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정신보건사업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되었고 사업의 근간들이 흔들리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관의 ‘갑질’이 점점 심하게 자행되면서 이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불평등 요소들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민간위탁 후 고용되는 노동자(정신보건전문요원)의 근로형태 및 근무조건 등이 실질적으로 노동법상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애매한 경우가 지속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노동법의 사각지대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민간위탁을 받은 위탁기관이, 위탁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에게 또 위탁하는 재하청의 편법 구조가 만연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결과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소속된 종사자들은 20년째 100% 비정규직으로 고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간위탁에서 직영전환 시 동일한 사업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이 더 악화되거나 저하되는 상황들이 발생되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우리나라 국가와 지자체 사회의 모습입니다. 

 

“담당 공무원이 본인 자격증 시험 보고서 작성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갑자기 감사 나왔다. 그래서 결국 그냥 해줬다.”
“5년 동안 근무했는데 보건소 직영되면서 10개월 쪼개기 계약했다. 평가해서 나쁘면 계약 못한다고 하더라. 누가 누굴 무엇에 대해 평가한다고 하느냐. 담당공무원이 전문가냐.”
“나는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건소가 운영하더니 경력이며 휴가가 다 처음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라.”
“인센티브 평가서 작성은 정신건강증진센터가 하고, 인센티브 성과급은 보건소에서 챙긴다.”
“퇴근시간 1분 전에 전화해서 내일 아침까지 보고서 달라고 한다.”
“어느 날 회의공문을 봤는데 제가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거기에 식사했다고 이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일을 시키는 사람은 담당주무관이다. 그런데 우리 사용주는 개인 센터장이다. 우리가 노조 한다고 했더니 다 직영시킨다고 협박했다. 그래서 우리 고용안정협약 해달라고 했더니 담당주무관은 내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10년을 그렇게 일 시켰는데 이제 와서 나는 모른다고 하니 그럼 일도 시키지 말아야 하지 않나.”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이는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운영체계를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전문인력)은 위탁기관에서, 예산은 관에서 지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지자체), 법적사용자(위탁기관장)가 구분되게 되는데요. 실제 노동조합 결성 후 단체협약 과정에서는 서로가 본인은 진짜 사용자가 아니다, 본인들이 책임질 수 없다는 ‘핑퐁게임’이 지속되면서 진짜 사장을 찾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수도 없이 급여문제, 고용불안, 종사자 안전 등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었지만 해결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미봉책으로만 대처하고 결국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최근 2~3년 사이 관치행정으로 인한 근로조건 저하(임금․직급․노동조건 하락 등)가 지속됨에 따라 서울시 내 정신건강증진센터 종사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급증되었고,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맺는 말, 서울시정신보건지부 51일간의 파업, “진짜사장을 찾아라”  


<서울시정신보건지부 단체협약 핵심쟁점>
1. 서울시정신보건사업의 열악한 업무환경 개선 등 공공성 확충
2. 위탁 변경, 재계약, 직영전환 등에 따른 고용안정
3. '진짜 사장' 서울시의 '노동 존중' 역할 강화
4.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노사관계 정상화


2월 22일 노동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5월 18일 부터 9월 9일까지 노사가 5차 교섭을 실시했고, 7월 13일 부터 8월 17일까지 면담, 노사정간담회 상견례, 노사정 4차 간담회 등을 통해 임금 및 단체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임금 및 조합 활동에 관련한 실질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때문에 서울시와의 원활한 임금 및 단체협약의 체결이 어려웠으며, 이에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9월 12일 쟁의조정신청을 하게 되었고, 9월 19일~27일까지는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와 다인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해 별다른 진전이 없어 ‘2016 투쟁승리를 위한 서울시 정신보건지부 조정신청 보고대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9월 22일과 23일 양일간 각 센터별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찬성 96%라는 압도적인 조합원의 지지로 10월 5일 파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9월 28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1차 고용안정협약에 잠정합의하여 협약 체결의 기미가 보였으나 10월 4일 자치구와 서울시가 서로 협약서에 사인할 수 없다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서울시의 귀책사유로 ‘진짜 사장’을 찾는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1월 24일 서울시, 구청장 협의체, 노조가 함께 고용안정합의문에 이행된 사항에 대해 잠정 합의함에 따라  51일 동안 진행된 파업을 잠정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51일의 파업 성과를 짧게 정리하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면의 한계(?)로 인해 굳이 몇 가지만을 꼽자면 처음 파업에 참여했던 300여 명의 조합원들이 51일 동안 한 사람도 이탈 없이 끝까지 함께했던 단결력과 투쟁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무섭고 단단한 단결력과 강경한 투쟁력이 우리 노동조합을 이끄는 힘입니다. 또 한 가지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자로서 활약한 우리가 현재와 미래의 정신보건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자랑스러움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정신보건지부 단체협약 성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자주] 업무 복귀 한 달도 되기 전에 강북·동작·성북·성동·용산·서초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위탁업체에서 노동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총력투쟁으로 맞설 것을 결의하며 12월 21일부터 다시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시정신보건지부 조직화와투쟁_박재영-질라라비20170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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