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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보육현장을 다스릴 노동조합을 꿈꾼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보육분회장, 철폐연대 후원회원)

 

“우리한테 노동조합이 있어?”

보수교육장 선전전 중에서 있었던 일이다. 보육교사는 3년 마다 직무교육을 받아야만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직무교육이 열리는 교육장은 노동조합을 알리는 장이기도 하다. 올 봄 보수교육장에서 노동조합 선전물을 전하는데 보육현장에서 10년은 넘게 일했다는 사람이 “우리한테 노동조합이 있어?” 라고 물었던 것이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지나고 난 후에야 그 사람은 비로소 ‘노동조합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작년 분회장이 되고 난 후 어디 회의라도 나갈라치면 “보육에도 노조가 있어요?” 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곤 한다. 그럴 때면 “안타깝게도…… 10년이 더 된 노조가 있답니다.” 라고 계면쩍게 웃으며 대답하곤 한다.

보육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합이 있다. 사회운동으로부터 시작한 노동조합이다. 1980년대 여성노동의 문제와 맡길 곳이 없어 길거리에 방치되던 아이들의 문제를 고민하며 시작한 ‘지역탁아운동’, ‘지역탁아소연합회(지탁연)’, ‘한국보육교사회’로 이어지는 20여 년의 활동이 있었다. 20여 년간 보육운동을 이끌어오던 ‘한국보육교사회’는 사회운동단체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노동조합으로 전화할 것인가 라는 조직 발전 논의를 2년가량 거친 후 2004년 11월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화한다’는 결정을 하고 해산한다. 그리고 2005년 1월 업종산별인 ‘전국보육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당시 ‘전국보육노동조합’은 공공연맹의 산별조직전환 논의와 궤를 같이 하며 전국적 대산별 운동에 복무할 것을 결의하고, 업종산별의 틀을 깨고 각 지역으로 산개했다. 현재는 각 지역지부에 보육분회/보육지회 형태로 속해 있으며, 각 지역 보육분회/보육지회 대표자들은 보육협의회라는 명칭으로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2007년 10월 지역지부로 통합하면서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보육분회’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복잡다단’ 보육현장

보육 관련 문제에는 소위 ‘전문가’가 거의 없다. 내로라하는 전문가조차도 보육현장을 왜곡해서 이야기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 사회운동단체 기관지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자체가 직접운영하고 고용하는 어린이집’이라고 기술한 적이 있는가 하면, 국책연구기관이나 사회단체 실태조사서에서 보육교사의 평균 노동시간을 8.4시간이나 9.0시간 등으로 기술하는 등의 일들이 종종 있다. 소위 전문가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일부러 왜곡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보육업계가 ‘너무 복잡해서’, ‘너무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보육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전국 42,000여 개의 ‘어린이집’이 있고 운영 주체, 정원규모, 영아반과 유아반 등으로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 중 운영 주체에 따른 분류만 보면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민간, 가정, 부모협동, 직장’ 어린이집 등의 일곱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 국가가 보육을 어느 정도 국가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국공립어린이집일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약 6% 정도인 2,600개 정도다. 이에 반해 순수하게 민간자본이 설립한 민간, 가정 어린이집은 86%에 달한다. 그나마 6% 정도 된다고 하는 국공립어린이집도 각 지자체에서 위탁심사를 거쳐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조차 반 이상인 56%는 개인사업자인 원장에게 위탁하고 있다. 그나마도 재위탁을 통해 10년 이상 한 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비율이 43%를 넘는다. 이에 더해 얼마 전 원장 출신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영구위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영유아보육법일부개정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한 상태이다. 실제로 시군구 등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그 개수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고 대략 50개소 이상, 혹은 1% 정도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전국 42,000개가 넘는 어린이집 중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운영하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어린이집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보육현장을 들여다보면 국가에서 제시하는 구분 틀로만 보더라도 아홉 개 종류의 보육교사가 있다. 담임교사, 대체교사, 방과후교사, 시간연장교사, 24시간교사, 시간제보육교사, 보조교사, 주 30시간 이상 누리과정·비담임교사, 주 30시간 미만 누리과정·비담임교사. 이런 형태 중 한 어린이집에 최소 두 종류 이상의 교사가 상시적으로 같이 근무하고 있다. 각각 교사들의 노동시간이 천차만별인데 그 노동시간을 모두 모아 평균을 내고 보육교사의 평균노동시간이 8.4시간이나 9.0시간이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80% 이상을 차지하는 풀타임 노동자인 담임교사의 평균 노동시간은 ‘휴게시간 없이’ 평균 9.4시간 이상이다.

 

‘무법천지’ 보육현장

보육현장은 ‘무법천지’다. 보육교사는 ‘자격증’을 취득할 때부터 원장들과 교수들의 무법천지의 카르텔, ‘좁은 바닥’ 안에 들어가게 된다. 어린이집에서 채용이 이루어질 때에는 관행적으로 ‘사전조사’를 한다. 어떤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일했는지,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사전 조사한다. 몇 년 전 이것이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만들어져 돌아서 문제가 됐던 적도 있다. 단지 문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전조사’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좁은 바닥’을 형성하는 데에는 원장들의 단체인 ‘어린이집연합회’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원장들은 어린이집연합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연합회는 각 지자체별, 어린이집 유형별로 촘촘한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세세한 곳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린이집연합회는 전담 노무사와 회계사의 협조를 받아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사용자단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시 몇 개 구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공유한 민간 어린이집들이 동일한 근로계약서를 쓰는가 하면, 국공립어린이집들에서는 동일한 동의서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노동조합이 체불임금 송사를 진행하는데 해당 구 연합회 전담 노무사가 출석해 “우리 구에서는 절대 체불임금은 있을 수 없다.”며 사용자단체로서 대표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현장을 들여다 보면 약 60% 정도가 노동법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이다. 평균 근속년수는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5년이 조금 넘고,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 교사는 2년이 조금 넘는다. 3월 개학을 앞두고 매해 12월이면 원장과 ‘독대’를 해서 근로계약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나마 국공립어린이집은 해마다 ‘보육교직원 임금 기준표’에 따라 임금을 받으나 그 외의 어린이집은 원장과 개별 근로계약을 맺으며 ‘원장이 주고 싶은 만큼’ 최저임금 선에 맞춰서 임금이 결정된다.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하거나,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집이 허다하다. 아직도 노동조합의 요구 중에는 ‘임금명세서 지급’이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근로계약서와 다른 노동시간이다. 근로계약서에는 관행적으로 ‘1시간 휴게시간 포함 9시간 근무’가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휴게시간’이라고 하는 식사시간이 보육교사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식사양식, 고르게 먹는 것을 가르치는 ‘식사지도시간’이고 가장 업무강도가 센 시간이다.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실제로는 9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연차대체합의서도 허다하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이나 수시 의무교육은 대체인력이 들어오지 않는 한 업무 시간 중에 받기 어려워 주말이나 사이버과정을 통해 이수해야 한다. 평가인증 때에는 몇 달씩 합숙을 해가며 준비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주로 ‘체불임금’ 송사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체불임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 좁은 바닥을 떠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간혹 노동조합에 의뢰하며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그 때는 대부분 ‘이 바닥 떠날’ 각오나 결심을 했을 때다.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육노동자들이 저항의 방법을 선택할 때는 ‘각오’와 ‘결심’을 할 때뿐이다.

   

무법천지 보육현장을 다스릴 노동조합을 꿈꾼다!

어린이집, 보육현장에는 정말 엄청난 문제들이 얽혀가며 산적해 있다. 산적한 모든 문제들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키워내는 일’에 국가가 그 책임을 방기해왔기 때문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민간시장이 90% 이상을 잠식하고 있는 보육‘시장’과 민간의 전횡을 수수방관해 온 국가가 부끄러운 짓을 했는데, 그 부끄러움의 몫은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몫이다.

원장들의 카르텔과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꿔나가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보육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것 또한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육노동자들의 조직률은 전무한 상태이고, 부산과 경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변변하게 어린이집 현장에서 임·단협을 체결한 경험을 가진 곳조차 없다. 현장권력을 통해 자본과 노동의 힘의 기울기를 조절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다. 조직과 현장투쟁이 현재 보육분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이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보육분회는 몇 년간 분회장을 선출하지 못해오다가 지난해 5월 분회장을 선출했다. 그리고 보육분회가 직면한 한계와 풀어야 할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게나마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조직 확대와 내부역량 강화를 위해 선전전과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교육이 있는 매 주말마다 보수교육장에서 노동조합 홍보물을 배포하면서 조합원들의 실천 활동으로 제안하고 있다. 매 주말 아침에 선전전을 해야 하므로 ‘최소의 인원이 끊임없이 하는 것’이 목표다. 지속적으로 선전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장 인근에 살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실천 활동으로 제안하고 같이 해보고 있다. 또 시범적으로는 5주 연속 주말과정을 듣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노동권’ 관련 연속 기획 선전물과 기념품을 배포했다. 주말 5주 동안 언제든 연락하면 같이 점심을 먹으며 노동 상담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안타깝게도 같이 점심을 먹자는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

그리고 사회운동 단체와 함께 지역을 거점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구상하고 진행 중에 있다. 첫 시작은 동작구의 ‘노동이 아름다운 동작’이라는 사회단체와 함께 노동권익센터의 지원을 받아 동작지역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실태조사도 원장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교육주관단체인 ‘동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방해를 받으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못할 실정이지만 ‘원장-육아종합지원센터-구청’이 뗄 수 없는 ‘한 몸’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조직 확대의 노력이 단순히 조합원 수를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이 일하고 있는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합원들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은 현장투쟁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노동조합운동, 노동자운동이 기본적으로 복무해야 할 일 중 비어있는 ‘현장투쟁’을 ‘연대’로라도 채우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기아차고공농성장 앞 집회에 두 차례 참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반올림농성장 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로 분회장의 일이 되어있지만 조금씩 연대의 공간과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리고 흩어져 있는 보육교사들의 단체들이 연대해보자는 취지에서 보육협의회 차원에서는 ‘전국 보육노동자 한마당’을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개최하고 있다. 보육 관련 교사단체들 몇 군데가 함께 연대해 만들고 있는 행사이며 앞으로는 내용, 형식, 연대의 밀도를 더 다져나가려고 한다.

   

앞으로 보육분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정부가 내건 또 하나의 빈 약속이 될 위기에 처해 있는 ‘사회서비스 공단’ 문제가 있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에 비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그동안의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에 적게나마 공공성을 가미해 국가에게도 역할을 쥐어주는 일이다. ‘질 좋은 보육을 받을 권리’의 문제로 사회운동으로 만들어가고 싶고, ‘직접고용’의 문제로 보육노동자의 운동으로 만들어가고 싶고, ‘직접운영’과 ‘국가책임’의 문제로 보육뿐 아니라 사회복지 전반의 공공성확대 운동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어찌되었건 보육분회는 이러한 운동 방향을 잡고 운동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망이 하나 있다. 꿈이 너무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근자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확대도 이루어져야 하고 튼튼한 현장도 있어야 한다. 보육분회에서는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소박한 꿈이 아니다. 그래도 이 소박한 꿈을 향해 좀 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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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23. 보육노동자 한마당 [출처: 보육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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