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조할 권리 쟁취! 교섭창구단일화 폐기투쟁으로 시작한다!

정성훈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2017년 한국의 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를 외치고 있다. 그 옛날 ‘박통’ 또는 ‘5공’ 때나 외쳤을 법한 구호를 지금도 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씁쓸하기도 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며 나와 같은 노조활동가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만들어 자신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권리를 확장하는 것을 일반적인 ‘노조할 권리’라 하겠지만, 여기서는 노조가 존재하되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유령노조와 식물노조가 되기를 강요하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출처 교섭창구단일화폐기 페이스북 페이지].jpg

 [출처: 교섭창구단일화폐기 페이스북 페이지]

 

‘추미애법’이 노조파괴의 시작이다

2009년 말, 당시 환경노동위원장이었던 민주당 추미애의 주도로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핵심골자로 한 복수노조법이 통과되었고, 2011년 7월 법이 시행되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잊었을지 모르만 그래서 ‘추미애법’으로 불리었고, 우리는 아직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쉽게 말하면 한 사업장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할 때 회사측과 어느 노조가 대표로 교섭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이 원하면 양노조(복수의 노조) 각각 개별교섭을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 더러운 복수노조법과 교섭창구단일화제도로 인해 2011년 전후부터 엄청나게 많은 민주노조가 파괴되었다.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고 투쟁했던 복수노조법 시행 후, 그 복수노조법이 부메랑이 되어 재앙으로 날아와 우리의 노조할 권리를 박살내고 노동자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복수노조법의 핵심적 독소조항이며 반노동자적인 이유는 쟁의권으로 이어지는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순전히 사측의 맘대로 다수노조와의 대표교섭을 진행함으로써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설립 후 개별교섭을 진행하여 노조 간의 차별을 둘 수 있는 점을 악용하여 사측성향의 복수노조 설립으로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이후 소수노조(민주노조)의 노조할 권리, 즉 교섭권과 쟁의권을 빼앗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권리(교섭권, 쟁의권)를 오로지 자본가의 선택에 따라 박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현행 복수노조법의 실체, ‘추미애법’이다.

복수노조법이 시행되고 초기에 ‘창조컨설팅’을 중심으로 한 노조파괴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하여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컨설팅을 시작했고 자본가들은 노조파괴를 자행했다. 대표적인 방식으로 노조가 파업을 하면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깡패를 투입하여 노동자들을 몰아낸 후 사측 주도의 복수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무력화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소수노조가 된 민주노조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의해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임금과 단체협약, 성과급, 잔업‧특근 배제 등 어용노조와의 온갖 차별과 현장통제, 탄압 등으로 고립되고 고착되어 더욱 소수화되기도 하고 민주노조가 사라지기도 했다.

 

복수노조 하의 소수노조는 식물노조가 된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는 현재 17개의 지회(사업장)가 있다. 그 중 6개 지회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유성기업, 콘티넨탈, 보쉬전장 등의 현장에서는 사측의 적극적인 직장폐쇄, 용역투입 및 폭력 등을 동반한 노조파괴 행위가 자행되었고 동시에 복수노조를 설립하여 노조파괴를 완성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금속노조 지회들은 소수노조로 전락하였고, 사측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통한 개별교섭으로 노조 간 차별을 가하여 민주노조를 고사시키는 방식으로 탄압을 이어갔다. 또한 엔텍지회는 관리자를 포함한 노조탈퇴파들이 복수노조를 설립하고 다수노조 지위를 자연스럽게 점유했고, 2014년 설립된 한국타이어지회와 2017년 설립된 현대성우메탈지회는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만들었지만 어용노조의 세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소수노조로 존재한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의 복수노조 사업장들은 유성지회를 제외하고 모두 소수노조 지위의 복수노조 사업장이 되었다.

그나마 노조파괴가 된 이후에도 콘티넨탈, 보쉬전장, 유성지회는 싸울 수 있었다. 개별교섭으로 타결되지 못한 이전 임‧단협이 남아있었기에 쟁의권이 존재했고 소수노조의 지위에서도 부당한 차별과 부당노동행위, 사측의 탄압과 해고에 대응하여 파업투쟁을 벌일 수 있었다. 쟁의권을 활용하여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며 일정하게 사측을 압박할 수도 있었고, 잦은 파업으로 임금이 줄어들었지만 사측에 굴복하여 수치스럽게 어용노조에 들어가지 않고 금속노조의 깃발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뜨거운 동지애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교섭권과 쟁의권이 없는 소수노조 지위의 다른 지회들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징계, 갖가지 탄압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법적대응이 할 수 있는 최선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법도 우리 편이 전혀 아니었으며 ‘혐의 없음’, ‘증거불충분’, ‘불기소’ 따위의 용어가 익숙하다.

최근 콘티넨탈지회는 2012-13년 임‧단협에 합의하였다. 쟁의권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동지들도 있었지만 2명의 해고자를 즉시 원직 복직하겠다는 사측의 제안과 더 이상 해고된 동지들을 두고 볼 수 없었기에 총회를 통해 결단을 하고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 교섭권과 쟁의권이 사라진 식물노조가 되었다.

 

스스로 노조할 권리를 찾는 투쟁에 나선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2017년을 준비하면서 지부 내에 많은 노조파괴 사업장과 복수노조 사업장의 노조할 권리 쟁취 투쟁을 결의하였다. 이는 단지 노조파괴‧복수노조 사업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노조파괴 분쇄, 노조할 권리 쟁취라는 핵심 투쟁의제를 가지고 2017년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놓여있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기 법개정 투쟁도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부는 지회들과 함께 상반기 노조파괴와 교섭창구단일화 폐기라는 의제를 확대하기 위해 꾸준한 지역선전전을 진행하고 조합원 교육과 간부 간담회를 진행했다. 선전물을 제작하여 지역의 노조 단위와 시민들에게 배포하여 알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페이스북페이지도 운용하는 등 선전활동을 확대하였다. 금속노조와 하반기 투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7-8월 지부 내 복수노조 사업장들의 결의로 ‘교섭창구단일화폐기’를 요구하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와 ‘추미애법’의 원죄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사 두 군데 상경 일인시위를 매일 진행하였다. 복수노조 사업장들은 단협도 없기에 어떤 지회는 조퇴로, 어떤 지회는 파업으로, 어떤 지회는 연월차를 사용하여 상경하였다. 특히 콘티넨탈지회와 보쉬전장지회는 전 조합원이 한 번 이상씩 상경하여 투쟁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등 식물노조가 되지 않기 위하여 어렵지만 투쟁을 만들어갔다.

이후 9월에는 지부 내 복수노조 아닌 사업장들도 상경 일인시위를 진행하여 이 투쟁이 비단 복수노조 사업장들만의 투쟁이 아님을 알리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다각도의 투쟁과 노력의 결과 지난 9월 16일 청와대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 전 ‘교섭창구단일화 폐기와 노조할 권리 쟁취’를 요구로 한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릴 수 있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하반기 집중투쟁 의제 중 하나로 결의되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폐기는 노조할 권리의 첫걸음이다

지금 복수노조 상황의 소수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의해서 노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식물노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섭권과 쟁의권이 없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 활동만으로 노조의 역할을 수행하고 조합원들의 권리를 지켜내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분명, 자본가들이 복수노조를 민주노조 탄압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용이한 방편이 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조금은 불투명하고 어려워보여도 스스로 투쟁하고 길을 찾아야 한다.

10월 국정감사와 정기국회가 시작되었다. 투쟁사업장들의 현안 해결과 법제도를 바꾸기 위한 1차 집중투쟁이 10월 23일~26일 국회 앞에서 농성투쟁과 함께 진행된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의 복수노조 사업장 동지들도 함께하기 위해 상경투쟁을 결의하였다. 또다시 연월차 휴가를 내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수많은 의제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외쳐지겠지만 ‘교섭창구단일화 폐기’의 목소리도 그 투쟁의 한 편에서 힘차게 울려 퍼질 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폐기된다고 해서, 또는 교섭권과 쟁의권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서 노조할 권리가 온전히 쟁취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우리 앞의 어려움을 우리 손으로 하나씩 해결하기 위해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2017년 하반기, 교섭창구단일화 폐기와 노조할 권리 쟁취투쟁으로부터 시작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 안 되면 내년에도 투쟁할 것이다. 노조할 권리는 우리가 투쟁할 때에 비로소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 폐기투쟁은 노조할 권리의 첫걸음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