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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캠퍼스가 드러내는 서울대 법인화의 맨얼굴

고근형 (서울대 점거위원회)

 

 

들어가며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학생들의 투쟁이 만 1년을 넘겼다. 1년에 불과한 짧다면 짧은 투쟁인데 그에 붙는 수식어는 ‘사상 최장’, ‘사상 초유’, ‘사상 최대’ 같은 것들이다. 민주화 이래 대학 사상 최장기인 153일간 행정관 점거를 진행했으며 사상 초유의 출교조치가 사상 최대인 10명에게 진행될 예정이다. 대학본부가 학생들의 농성장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사상 최악의 학생 집단폭행사태가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 6명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부총학생회장이 단식농성을 진행할 때에는 농성장에 효소와 간호인력 투입을 막아, 단식 8일 만에 응급실로 후송되는 안타까운 사태마저 발생했다. 물리적 탄압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본부점거에 돌입한 학생들은 총장실에서 <사회변혁노동자당>이라는 제목으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중단 투쟁에 주요하게 참여했던 학생들의 이름, 학번, 소속, 지도교수, 학생회 활동 경력 등이 적힌 문건을 발견했다. 정치성향까지 적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대학본부가 해당 학생들에 대한 정치사찰을 자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투쟁의 쟁점은 결국 대학기업화에 있다. 학사운영의 비민주화, 기업에의 대학운영 의존, 부동산 투기사업으로서의 제2캠퍼스, 구성원(학생)에 대한 물리적․정치적 탄압 등의 문제가 이번 투쟁을 통해 전면에 드러났다. 법인화를 통해 기업화된 서울대는, 다른 기업들이 그러하듯 경영진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최소비용으로 최대수익을 내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힐 경우, 당사자들을 탄압하고 배제하는 것마저 자본이 노동자를 대하는 것과 닮고 있다. 여기서는 시흥캠퍼스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어느 지점에서 대학기업화의 맥락을 담고 있는지 소개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연대를 구하고자 한다.

   

시흥캠퍼스: 부동산 투기사업에 발 담근 서울대

서울대에서 제2캠퍼스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대학본부는 「2007-2015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국제화캠퍼스로서 제2캠퍼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대가 제2캠퍼스 부지를 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여러 지자체에서 탐을 냈지만, 서울대는 시흥 배곧신도시를 제2캠퍼스로 선택했다. 2009년 서울대와 시흥시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흥캠퍼스’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0년 한 차례 더 양해각서를 체결한 두 주체는 2011년 12월 기본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2013년 (주)한라건설이 우선협약대상자로 선정된다. 서울대, 시흥시, 한라건설 3주체는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신도시를 원하는 지자체, 캠퍼스 팽창을 추구하는 대학본부, 분양수익을 원하는 건설사 세 주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은 시작된 것이다.

시흥캠퍼스 사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신도시사업을 진행하는 시흥시는 배곧신도시 부지 중 일부를 제공한다. 한라건설은 시흥시가 제공한 부지 위에 아파트를 짓고 분양수익을 얻는다. 이후 시흥시가 제공한 부지 위에, 아파트 분양수익을 바탕으로 캠퍼스에 필요한 건물을 짓는다. 이 작업이 끝나면 특수목적법인은 부지와 건물을 서울대학교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울대의 입장에서 보면, 무상으로 부지와 건물을 얻게 되는 셈이니 전혀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라건설의 입장에서도 어쨌든 아파트 분양수익을 올렸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시흥시의 입장에서는 신도시사업의 핵심인 서울대 캠퍼스를 유치하는 셈이니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무엇이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2013년 언론기사를 통해 시흥캠퍼스 사업의 내용이 알려진 이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이 부동산 투기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시흥시는 배곧신도시를 홍보할 때,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를 핵심으로 홍보했다. 실제로 배곧신도시 주요 광고 문구는 ‘유학가자, 서울대 신도시로!’였다. 배곧신도시 일부 건물의 경우 노골적으로 ‘서울대가 바로 앞! 투기수익이 맨 앞!’이라는 문구를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하며 서울대라는 이름을 활용한 투기를 조장했다. 또한 서울대 총장이 학내갈등을 수습하고자 일부 학생 의무기숙 또는 일부 교육단위(단과대 등)의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신문광고에는 버젓이 배곧에 서울대 학생들이 들어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소개되었다. 이른바 ‘서울대 마케팅’이 배곧신도시의 분양성을 높였고 시흥시와 한라건설은 높아진 분양성을 통해 얻은 차익금으로 시흥캠퍼스 내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흥캠퍼스는 첫째, 부동산 투기를 적극적으로 조장해 얻은 수익을 통해 지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둘째, 한국이 학벌주의가 어느 나라보다 팽배해있고, 그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이 학벌주의를 통해 투기를 조장했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일부 시민들은 서울대생의 투쟁을 ‘학벌 지키기’ 투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오히려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부끄러운 ‘서울대 장사’를 규탄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대학의 캠퍼스 건축과 운영이 국가나 사회의 책임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민간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이 문제적이라 할 것이다. 마땅히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활동인 교육이 부동산 시장 등에서의 사적 재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업 강행부터 학생 징계까지, 법인화된 서울대의 당연한 결과

서울대 학생들과 투쟁을 지지하는 교수들은 시흥캠퍼스 문제를 법인화가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국립대학이었던 서울대는 2011년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자율’을 주창하며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는 ‘법인’으로 거듭나기를 선택했다. 국가의 책임 아래 국가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대신 법인이사회의 책임 아래 법인이 스스로 마련한 재원으로 서울대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래 6년간, 서울대가 주장하는 ‘자율’은 돈을 아낄 자유에 지나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법인이 알아서 재정관리를 하게 되자 기업식 운영원리인 ‘저비용 고효율’의 원리가 학내 곳곳에 도입되는 추세다. 고용의 외주화와 전반적인 학내 노동자 비정규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기조의 서울대가 제2캠퍼스를 짓는다면 어떤 지자체, 건설사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 두말없이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하는 지자체, 무상으로 시설을 지어주는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실상은 완전 무상이 아니라 서울대의 이름값을 팔아서 캠퍼스를 짓는 것이겠지만, 이름값을 팔았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못한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 시장원리에 대한 비판적 성찰, 대학공공성에 대한 고민 등은 법인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기에, 법인의 고려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법인은 시흥캠퍼스를 위해서라면 비민주적 학사운영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대학본부는 한 번도 시흥캠퍼스 진행 사실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신문광고를 보고 분노한 학생들이 2013년 천막농성을 진행한 끝에 대학본부로부터 월 1회 대화협의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 대화협의회는 1년 넘게 열리지 않기 일쑤였다. 2016년 5월 30일, 법인이사회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인준하려 하자, 학생들은 이사회 회의장에 항의방문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해당 학생들을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실시협약이 체결되자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실을 점거했다. 얼마 후 학생들은 총장실에서 몇몇 학생들의 명단이 적힌 문건을 발견했다. 열심히 투쟁한 학생들을 특정 정치조직으로 묶어서 이름과 정치성향을 담은 이른바 ‘블랙리스트’였다. 대학본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순간, 대학본부는 학생들에게 자기 멋대로 낙인을 찍고 있었다.

투쟁이 진행될수록 물리적․정치적 탄압의 수위는 높아졌다. 지난 3월 11일 대학본부는 새벽부터 직원들을 동원해 행정관을 점거하는 학생들을 건물 밖으로 던져버렸다. 학생 2명이 구급차를 타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재진입을 시도하자 소화전을 끌어 물대포로 활용했다. 4월에는 부총학생회장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6일차에 총장실 앞 농성을 시작했다. 다음날 학생들이 효소와 간호 인력을 농성장에 보내려 하자 대학본부는 현관문을 쇠빗장으로 잠가버렸다. 결국 부총학생회장은 다음날 새벽에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4월 27일에는 단과대 학생회장 5명과 일반 학생 13명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1층에 연좌를 시작했다. 그러나 5월 1일, 대학본부 직원들은 다시 학생들의 사지를 붙잡고 건물 밖으로 내팽개쳤다. 학생 3명이 구급차를 탔고 1명이 찰과상을 크게 입었다. 그러나 폭력사태에 대한 사과의 말은 없었다.

분노한 학생들은 5월 1일 저녁 다시 행정관에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직원들을 동원해 1층 앞에 강제로 연좌하도록 지시했다. 학생들은 직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2층 창문을 통해 행정관에 진입했다. 다음 날 성낙인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점거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와 형사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징계 대상자는 출교 10명 포함 수십 명이며, 4명의 학생들에게 관악경찰서로부터 출석통지서가 날아왔다. 학생들은 총장 면담을 수도 없이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본부는 징계절차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초유의 탄압에 맞서, 이젠 사회적 연대가 절실하다

아쉽게도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사업의 내용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고, 교수사회가 예전만큼 활발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대학본부는 끊임없이 투쟁하는 학생들을 패륜아로 묘사하며 악선동을 일삼고 있어 연대를 넓히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학생들의 투쟁이 사회적으로 넓어지지 못하고 학내에만 갇혀 있다 보니, 대학본부도 부담 없이 중징계와 형사고발은 물론이고 물리적 폭력까지 학생들에게 가하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시흥캠퍼스 문제에 대한 연대를 구하고 있다. 5월 25일 출범하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사회적 전면 재논의를 위한 시민사회 대책회의(시흥캠 대책회의)’가 그 출발이다. 시흥캠퍼스 문제의 주요 쟁점을 사회적으로 소개하고, 공동의 실천을 전개하며 대학본부를 압박하고자 한다. 이제야말로 이 투쟁이 단순 학내분규가 아닌, 대학기업화 전반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투쟁으로 거듭날 양상이다. 물론 학내에서도 힘차게 집회를 진행하고, 함께하는 실천들을 통해 학생들의 힘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계획이다.

대학은 4년 다니면 떠날 곳인데 뭘 그리 열심이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나 오늘 내가 있는 곳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춰야 한다면 앞으로 어딜 가든 침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생각 하나로 서울대 학생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이 투쟁에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하며 글을 마친다.

 

2 농성장 연대자 단체 인증샷 [출처 서울대 본부점거본부].jpg

농성장 연대자 단체 인증샷 [출처: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시흥캠퍼스가 드러내는 서울대법인화의 맨얼굴_고근형-질라라비20170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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