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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 오늘, 우리의 투쟁

 

노조탄압 분쇄, 무기계약직 철폐 투쟁에 나선 노원구서비스공단 노동자들

 

이상현 •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 사무장

 

 

*편집자 주: 노원구서비스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농성 투쟁은 "정년 연장 원칙에 공감하고, 정년 연장과 정규직 전환 관련해 3자(구청, 공단, 노조) TF를 통해 논의”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 8월 2일 합의에 이르게 되어 종료되었음을 알립니다. 

 

 

저는 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노원구청에서 31일째 농성 중(7월 24일 기준)이며 동지 2명은 10일째 단식 중입니다.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는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고령친화직종 정년 65세 연장 등을 핵심 요구로 공단과 2년 5개월간 40여 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공단의 실질적 사용자인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우리의 요구를 번번히 묵살해 왔습니다. 우리가 이곳 노원구청 로비에서 점거농성과 단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사정을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흐름에 역행하는 노원구청의 불통 행정

 

노원구서비스공단은 노원구 관내 구민체육센터, 공영주차장, 평생교육원, 보훈회관, 캠핑장 및 각종 야외체육시설을 노원구청으로부터 수탁 받아 노원구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과 2017년 9월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을 위한 추가 지침’에 따르면, 용역노동자와 고령친화직종(경비․미화․주차)의 경우 65세로 정년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 지침에 의거해 청소와 경비, 주차 등 고령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정년을 5년 연장한 사례는 서울시 종로구, 강북구, 중랑구, 도봉구, 구로구, 중구 등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도 노원구서비스공단에 시설을 위탁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노원구청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례로 2020년 1월 기준 노원구서비스공단의 정규직 비율은 18.4%, 비정규직의 비율은 82.6%로 24개 자치구 공단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노동조합은 2년 5개월 전부터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였지만 노원구서비스공단과 노원구청은 여전히 요지부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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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25. 노원구청 농성32일차, 단식11일차를 맞은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 조합원들과 연대 방문 온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김소연 동지의 모습. [출처: 김선기(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임금 차별, 고용 불안정 … 참을 만큼 참았다!

 

노원구서비스공단은 2014년 12월 약 100여 명의 노동자를 정규직 정원에서 임의 제외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평가급 항목에서 임금삭감이 발생하였고, 2020년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명절상여금은 연 130만 원에서 230만 원가량, 평가급은 300만 원에서 700만 원가량 차별이 발생했습니다.

임금에서의 차별은 신분의 차별로 이어졌습니다. 공단의 한 관리자는 언젠가 이런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이사장은 ‘신’, 일반직은 ‘양반’, 무기계약직은 ‘평민’, 계약직은 ‘천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단 관리자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관리자들의 억압, 폭언, 욕설 등에 시달렸으며, 이러한 인간적인 모멸감은 노동조합으로 떨쳐 일어나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일들이 특정 관리자의 개인적 일탈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작성한 ‘노동조합 와해 문건’이 지난 6월 24일 공개되었습니다. ‘노조 파업에 대비 사업장 운영방안 수립(안)’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건은 공단 관리자들이 작성하고 공유한 것으로, “자율경쟁을 강화하여 노동조합 와해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파업 사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자율경쟁 강화’는 시간외근무수당을 미끼로 민주노조 활동을 포기하라는 겁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노동조합이 공개한 녹취록에도 “노조 활동을 지속할 시에는 초과수당을 자르겠다”는 관리자의 노골적인 협박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처럼 공단 관리자들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에 성실히 응하기는커녕 연일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와해시킬 계획에만 골몰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지난 6월 29일 오승록 노원구청장을 비롯한 관계자 6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공식 요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노원구청과 노원구서비스공단은 노조파괴 공작 혐의에 대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며 아직까지도 부당노동행위 당사자를 대상으로 어떠한 징계절차도 밟지 않고 있습니다. 노원구청과 공단이 노조파괴 공작을 조직적으로 공모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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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작성한 노조와해 문건 [출처: 민주일반연맹]

 

청년일자리 빼앗는다는 사기극

 

노원구청과 공단 측의 노조파괴 공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초단기계약직, 이른바 ‘시니어인턴’을 양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행위라고 판단됩니다. 그동안 노원구서비스공단은 현행 무기계약직 정년 60세를 유지하면서, 퇴직자가 발생하면 그 자리에 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의 초단기계약직 노동자를 채용해 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고령친화직종의 정년을 65세나 70세로 보장하는 다른 자치구 공단들의 고용안정 노력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실제로 오승록 노원구청장 취임 이후 최동윤 공단 이사장 체제에서 총 62명이 채용되었고, 이 가운데 52명이 초단기계약직 노동자였습니다. 전체 채용 인원의 무려 83.87%가 초단기계약직인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은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초단기계약직 노동자를 채용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초단기계약을 통해 빠르게 노동자를 교체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비방, 중상모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노조가 주장하는 고령친화직종의 정년 연장이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혈세를 들여 노원구민에게 단체문자까지 발송하였습니다. 이 말 또한 사기극에 불과합니다. 현재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퇴직하면 60세 이상 70세 미만의 초단기계약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공단은 2020년 6월 말 10명의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퇴직하자 그 자리에 70세 이하의 초단기계약직 10명을 채용했습니다. 심지어 60세 안내데스크 직원이 퇴직하고 나서는 64세의 또 다른 고령 노동자를 9개월짜리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채용한 일도 있습니다. 이렇게 초단기계약직 채용을 남용하게 되면, 업무가 익숙해질 무렵 퇴직을 하는 상황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원구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에게 강력히 경고합니다. 거짓으로 진실을 덮을 수 없습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앞으로도 노동조합에 대한 허위, 왜곡 주장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는 곧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갉아먹는 짓입니다. 지금이라도 노동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주차․경비․미화 등 고령친화직종의 정년 연장을 위해 터놓고 대화하길 강력히 촉구합니다!

노원구서비스공단분회는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노동조합을 적대세력으로 규정하는 구청과 공단의 반노동, 반헌법적인 처사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도 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에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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