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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이슈

■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경계를 넘어, 권리를 향해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서재유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

 

 

제가 일하는 현장인 코레일네트웍스는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2004년 ‘철도시설을 이용한 부대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졌습니다. 사실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초석이었지만,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해고를 불사한 투쟁과 시민들의 지지 덕분에 민영화는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역전철역과 업무분담역, 여객매표, 철도고객센터 등의 업무들이 하나둘 자회사의 업무가 되어가며 같은 역무원이 정규직·자회사·용역 등으로 나뉘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회사’이지만, 15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역무원들과 상담사들의 처우 문제도 심각합니다. 철도공사는 2019년에 2017년 시중노임단가의 90%만을 인건비로 주겠다며, 주 52시간제와 전철역 안전을 위해 투입된 인건비는 주지 않겠다는 몽니를 부리는 중입니다.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서 근속을 반영해 정규직 임금의 80%를 주겠다던 약속은 정부의 예산편성지침 때문에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당연히 파업투쟁을 준비하려 합니다. 투쟁을 통해 올해 쟁취할 목표는 정규직 임금의 80%와 호봉제 쟁취, 공사 정규직과 동일한 휴일 보장, 정년 65세로 연장 등입니다.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지만, 선을 넘어 투쟁해가려 합니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명제를 앞선 노동운동가들로부터 배웠고, 특히나 비정규직 문제는 단위사업장 내에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싸워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많은 노동가요 속에서 ‘단결’과 ‘연대’를 왜 그렇게 강조했는지를, 현장에서 몸소 깨닫게 되면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철도공사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와 같은 처지의 철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 속에서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에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습니다. 후속절차로 2017년 7월 20일 이른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1차 공공기관 중 10대 중점 공공기관으로 철도공사가 선정되었고 2017년 8월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여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 관련 논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노사전문가협의회’는 이름 그대로 노동자, 회사,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10대 중점 기관 중 하나인 철도공사에는 정부에서 선정한 30명의 전문가 중 노광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오계택(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3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진행하는 내내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려는 철도공사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 제시보다는 ‘가이드라인에는 직접 나타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지시’를 수행하는 전문가 그룹들의 모습 속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염원이었던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어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진행하는 줄 믿었었지만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구성한 30명의 전문가그룹 인사로부터 어렵게 속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시․지속 업무면 당연히 직접고용 정규직화해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 왜 자꾸 ‘생명안전’만을 직접고용 대상이라고 하고, 자회사는 전환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해당 인사는 “규모의 문제다. 내부에서도 ‘생명안전’과 관련한 뚜렷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다만, 역무 업무는 그 속성상 소방안전 관리와 승강기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민간의 건물 관리 및 경비 업무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가져올 수 있어서 직접고용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한다. 따라서 선로 작업 및 침입 금지 등의 속성을 강조해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정부는 ‘노사전문가협의회’가 자율적인 협의체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을 이용해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상을 규제하고 있었고, 그 규제의 최종 목적은 민간의 비정규직 상황도 통제하고자 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어려웠습니다. 싸워야 할 대상이 철도공사만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청와대로 이어지는데, 철도공사의 제안으로 갈라치기 된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 신규노동자들의 반발로 압박을 받는 노동조합 상황에서 단결된 투쟁을 통한 돌파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철도 전체 노동자가 아닌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 철도차량엔지니어링(로테코) 고양지부만이 서울역 농성을 진행하였고, 80일간 이어진 농성은 철도공사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투쟁이기는 하였으나,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는 이룰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2018년 6월 27일 합의서가 나오면서, 다른 비정규직들과 노동조합으로부터 농성을 접으라는 요구를 받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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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서울역 농성 [출처: 필자]

 

사실 저는 지난해 12월부터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선 투쟁은 다른 동지들이 정리하고 평가했던 것을 뒤늦게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2018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4박 5일간 “비정규직 그만쓰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투쟁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성과를 과시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잘 해결된 것처럼 포장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욕심을 좌절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이 투쟁 속에서 저마다 다른 사업장에서 투쟁하던 비정규직들이 각자의 얘기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후 11월 24일 토론회와 ‘비정규직 그만쓰개! 1,100만 비정규직 1차 선언운동’ 및 11월 27일 신문광고, 11월 26~12월 7일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과의 대화 촉구 조합원 인증샷’ 등을 통해 참여 범위를 넓히고, 투쟁 방식을 다각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도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함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문의하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12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때, 故 김용균 동지의 사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가 남긴 한 장의 사진과 처참한 죽음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겼습니다.

故 김용균 동지의 부모님은 ‘비정규직 공동투쟁’과 함께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투쟁에 큰 동력이 되어주셨습니다. 그 결과, 부족하지만 그의 동료들을 노무비 삭감이 없는 자회사로 전환한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없었다면 김미숙 어머님의 투쟁은 외로웠을 것이고, 故 김용균 동지 죽음은 이전 노동자들의 죽음처럼 묻힐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12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이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것을 시작으로, 12월 13일 세월호광장 1차 추모문화제, 12월 19일 1박 2일 2차 공동투쟁,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범국민대회 등이 이어졌습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중심이 되어 벌인 일련의 투쟁은 문재인 정권을 압박하고 일정한 답변을 내놓도록 만들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준비되어 있는 조직적 힘’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그 역할을 했다고 자평합니다.

3월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밀실야합을 시도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습니다. ‘비정규·여성·청년’의 이름으로 ‘탄력근로 기간 확대’, ‘노조법 개악’ 등이 통과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이었는데.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기존의 노동조합 체계와 속도로는 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가장 큰 의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위사업장을 넘어서, 산별을 넘어서 함께 모여 투쟁하는 최초의 흐름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자본가들을 상대로 “비정규직 이제그만!”이라고 외치며 투쟁하고, 개별 사업장의 요구보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걸고 싸우며 이것이 각 사업장별로 실현되도록 하는 구조여서, 개별조합원의 참여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각 사업장의 일정을 맞추는 것과 소속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 등 함께하는 투쟁의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도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저마다의 현장이 그렇겠지만, 코레일네트웍스는 전국 사업장이면서 아직 단체협약이 맺어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간부들은 너무나 바쁜 일정 속에 있고, 조합원들과 만나서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함께하자는 순회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투쟁을 하며 외로울 때가 많았던 제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이 기쁘고, 그런 동지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이 기쁩니다. 그리고 동지들과 함께 작든, 크든 하나 둘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저는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우리 사회 차별과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는 역할을 할 거라고 믿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故 김용균 동지의 장례 이후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명칭을 확장 개칭했습니다. 지난 2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내용을 걸고 투쟁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비정규직 못 쓰게, 비정규직 이제그만!, △월급 빼앗지 않게, 비정규직 이제그만!, △진짜사장이 책임지게, 비정규직 이제그만!, △노조하기 쉽게, 비정규직 이제그만!, △불법파견 처벌받게, 비정규직 이제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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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13. '비정규직 공동투쟁' 기자회견 [출처: 필자]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조직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흩어져 있는 현장들에 찾아가 함께 간담회를 하며 세를 규합해 가기로 했고, 5월 11일 문재인 정부 취임 2주년에 맞춰 ‘비정규직 다 모여라’라는 총력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7월에는 총파업과 맞물려 ‘비정규직 이제그만 10만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비정규직 이제그만!”이라는 구호와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 차별과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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