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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 포커스 

 

직업계고 현장실습, 이제는 끝날 때가 되었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우리가 만든 틀, 교육이 걸어야 할 길은 따로 있다

 

지금의 학교는 우리가 만들었다. 이 간결한 말 속에 많은 생각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만든 틀이기에 우리가 새로이 고쳐 쓸 수 있을지 아니면 용도 폐기하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낼지 고민하게 된다. 자주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가 그 틀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도 품는다. 아마 내가 교육노동운동을 하는 교사이기에 가지는 작은 꿈일지도 모른다. 교육의 본질에서 동떨어진 지금의 학교 체제 속에서 인간 발달의 한 측면으로 노동 교육을 교육과정에 녹여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나는 교육이 평등한 사회 건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한 세상을 향한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천박한 자본주의 국가는 물론이고 성숙한 자본주의 모습을 띠고 있는 국가조차도 인간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삼게 마련이다. 그러나 소외된 삶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인간화교육, 해방교육 등 교육이 걸어야 할 길은 자본주의 교육과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학교는 우리가 만든 틀이기에 우리 힘으로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교육은 인간의 발달과 성장을 위한 수단이라는 본모습을 찾아야 한다.

 

 

현장실습 정책의 핵심문제는 ‘방향이 없다’는 것이다

 

산업의 발달과 교육 발달은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 사회는 짧은 근대화 과정을 겪었다. 1970~1990년대 초까지 직업계고 위상은 지금과 달랐다. 고졸 노동자는 생산 공정 전반에 일어나는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시대의 산업은 구상과 실행이 분리되어 더 이상 장인들이 누리는 성취감, 행복감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다수였던 1960~1980년대에는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을 교육 문제로 인식할 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경제성장은 한계에 이르고 학교 교육이 팽창되는 가운데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노동과 교육 과정에서 줄타기를 한다. 교육부는 입으로는 교육과정이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을 노동현장의 노동과정으로 내몰았다. 회사에서는 학습과정이니 적은 임금을 감수하라면서 부당한 근로계약서를 썼다. 자신들이 유리한 점만 취하고 불리한 점은 버렸다. 그래서 교육부와 회사 양쪽 모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의 사각지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현장실습이 교육인가 노동인가? 얼핏 보면 교육은 교육답게 취업은 취업답게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실습의 목적과 위상을 접어두고라도, 죽어가고 다친 무수한 현장실습생들이 증명한다. “노동으로서의 현장실습은 실패했다”고.

현장실습의 교육으로서의 위상은 어떠한가. 직업교육 교과라고 할 수 있는 전문교과는 기술원리를 이해하는 지능 발달, 노동활동을 통한 신체 발달, 물체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심리 발달을 돕는 교육과정이다. 현장실습은 기술이 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현상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학교 현장의 높은 수준의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기업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는 매우 고도의 인력 양성 활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도의 인력 양성 활동에 걸맞는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고 있는가. “하지 않는다”라고 답하는 것이 맞다.

교육부의 방향은 학교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 활동만이라도 이루어지도록 교육을 개혁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실습 폐지는 당연한 주장으로 봐야 한다.

 

 

교육부의 현장실습 보완안은 ‘교육 포기 선언’이다

 

2005년 엘리베이터 점검 도중 추락사한 현장실습 학생의 희생을 계기로 3학년 2학기 수업일수 2/3 이후 현장실습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실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이 2006년에 발표되었다. 하지만 2년 후 학교자율화 조치라는 이름으로 이 방안이 폐지되고, 형식상 현장실습은 학교구성원의 결정으로 나갔다. 학교구성원은 교육 3주체를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 학교상황에서 현장실습 운영은 학교장의 의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자본주의가 만들고 확대 재생산하는 취업률 확대정책, 직업계고 정체성 강화라는 명목에 정부의 재정정책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실습 정책은 2005년 이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다시 2011년 자동차공장에서 과로에 의한 의식불명 사고를 계기로 관리를 강화하는 듯 보였지만, 2013년에 3학년 1학기 실습도 가능한 방안을 발표하면서 무의미한 개선안이 되고 말았다.

현장실습이 이름만 바뀌어 유지되는 동안 실습생들의 참혹한 죽음들은 이어졌다. 진천 CJ, 성남 토다이, 구의역 사고, 전주 LGU+, 제주 생수업체 사고 등은 잘 알려진 최근의 사고들이다. 삼성 반도체 산재 희생자를 제외하고 과거의 죽거나 다친 산업재해는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전주 사건 이후 2017년 부임한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근로를 제공하는 현장실습 폐지’라고 말하고 8월에 개선안을 발표한다. 11월에 제주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에는 ‘학습중심 현장실습’ 적용시기를 2018년으로 앞당기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개선안은 외피만 ‘학습중심’을 쓰고 있었지 구체적 내용은 교육과정 수준이 아니었다. 문서에 사용되는 언어가 기업 현장에서 쓰던 것을 교육훈련 용어로 대체하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면 월급을 수당, 근로기간을 훈련기간으로 하는 식이다.

2018년 개선안의 최소한의 성과는 학교 자체 기준으로 진행하던 사업체 현장 실사를 교육청 단위에서 통일하고, 교육청에서 보내는 실사단이 기업을 방문해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동안 쉽게 쓸 수 있었던 현장실습생 노동력을 굳이 교육청 실사단의 실사를 받아가며 쓸 이유가 없다. 회사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노출되는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은 한 달에서 석 달 사이 학습중심 현장실습 기간에 낮은 수당을 받고 나갈 이유가 사라졌다. 11월 수능 이후, 특히 방학을 앞두고 더 이상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을 빌려 나갈 이유가 없어졌다. 이런 조건이 맞물려 현장실습 참여자와 기업은 급감하였다. 그런데 2019년 1월에 정부가 다시금 취업률 60% 정책을 빼들었다. 현장실습을 조기취업으로 규정하고 6개월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보완안으로 발표한 것이다.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을 교육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교육과정으로서 현장실습’은 학생도 학교도 기업도 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학습원리에 의하면 ‘교육과정으로서의 현장실습’은 학기 중간에 2주~4주면 충분하며, 일을 경험하는 수준 이상으로 장기간 운영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보완안은 교과 선택을 통한 전환학기제라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즉 교육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보완안은 졸업 시점에서 6개월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그것은, 6개월을 학교교육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포기 선언과 같다.

 

 

이런 의견에 난 다르게 생각한다

 

의견 1

“현장실습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주요 문제들은 산업현장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안전한 산업현장에서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어야 한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할 수 없다.”

 

기본 전제가 잘못되었다.

첫 번째, 안전하지 않다. 산업 현장에 무결점 상태의 안전은 존재할 수 없지만, 사고를 대하는 태도와 산업 안전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에 대한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가지는 숱한 문제를 덮어두고, 현장실습에서 제공하는 공간만 안전할 것이라 믿고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두 번째, 산업 발달의 토대가 다르다. 생산공간과 훈련공간을 분리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일 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직무훈련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직무훈련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도 극소수 회사만 운영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동현장 내의 직무훈련은 현장실습이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가 그나마 교육활동의 최소 조건을 지키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의견 2

“고졸 취업이 쉽지 않은 여건에서 그나마 학교가 개입하는 것이 직업계고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여건의 노동시장에 진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학교가 취업기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교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취업 기능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2000년 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였고, 저임금 불안정 비정규직 일자리 공급 수단인 현장실습은 일할 기회 확대로 포장하여 운영되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간 취업률 60% 정책의 압박이 학교 현장을 지배하면서 직업교육 개혁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당시 몇 가지 당근책도 있어 아무런 정책 지원이 없었던 시기보다 양호한 여건의 노동시장에 진입하였던 직업계고 졸업자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고졸 취업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을 통한 대기업 입사를 과대 포장했을 뿐 아니라 현장실습 운영이 필요하지 않는 분야에 인력소개소처럼 학생들을 소개하였다. 양심을 가진 교사라면 고개를 들 수 없는 실상이었고 참혹한 수준이었다.

 

의견 3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가 청소년의 노동할 권리를 침해한다.”

 

우선, 청소년이 노동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직업계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노동문제이다. 개인의 선택지가 좁아서 이른 나이에 일에 내몰리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사회 체제를 합리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 수준에서 조기 노동이 필요하다고 하여 교육과정 자체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는 청소년의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즉, 인간 해방으로서 교육을 확립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도 유지로 인해 이익을 얻는 집단을 주목해야 한다. 현장실습 제도는 청소년의 정당한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은 학교 기본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고졸학위를 얻는다. 욕망이 지나치다. 교사 입장에서도 고단한 학교 현장에서 3학년 수업은 쉬엄쉬엄 할 수 있다. 용서는 되지만 용인할 수 없다. 저임금으로 회사의 이익을 남기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속성이다. 이해는 되지만 규제해야 한다. 교육을 포기한 채 취업률에 매달리는 교육 당국의 욕망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교육부 폐지론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3 2019.01.30.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악 중단 촉구 기자회견 [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JPG

2019.01.30.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악 중단 촉구 기자회견 [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작은 희망의 불씨가 있을까?

 

한 단계씩 진보하는 역사의 흐름을 반추하면 희망이 있다. 2017년에 교육과 노동을 저울질하던 교육당국이 이제는 내놓고 교육과정을 포기하고 ‘조기취업’ 즉, 노동력 공급을 선택하였다. 다만 전환학기제라는 교육 외피를 쓰고 있을 뿐이다. 더 교묘하게 제도를 만들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정부 정책의 핵심을 잘 응시하고 있다.

중등 후기인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논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희망을 찾으려 한다. 신체발달과 지적발달,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노동활동을 통한 교육과정이 일반계고에서는 전무하다. 노동교과가 중등 전기와 후기 전반에서 확대되는 교육과정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2학년을 통합하여 중등 5년제 과정을 공통 기본과정으로 운영하고 고등학교 3학년은 선택과정으로서 일반과정, 직업과정, 예체능과정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누구나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기회의 평등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졸업 후 경로에 따라 선택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고등학교 3학년 선택과정에서도 일반과정, 직업과정, 예체능과정 등 각 과정에 맞는 교육과정이 충실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노동 현장에 파견하는 방식의 현장실습은 폐지되어야 한다. 현장실습 제도의 최전선에서 서 있는 활동가로서 현장실습 폐지를 넘어 교육 평등과 인간의 자유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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