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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간접고용형태 개선의 쟁점 및 한계

- 공공운수노조 사업장 사례를 중심으로

김유경 (철폐연대 법률위원,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

 

지난해 7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으나 대다수 공공기관에서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부문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핵심 논의는 올해 들어 본격화했다. 그러나 정부 가이드라인의 여러 한계와 전환 당사자들을 배제한 협의 등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공공운수노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이 공동으로 진행한 ‘간접고용 연구용역’에서는, 이 시점에서 정부가 주도해 온 간접고용 형태 개선 정책의 쟁점과 한계를 점검해보았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보고서에 담긴 ‘과거 및 현 정부가 주도하는 간접고용 형태 개선에서의 쟁점’을 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기존 정부 주도 사례

 

1)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 방식의 고용 전환

현 정부가 2017년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 방식의 하나로 기관 직접고용, 자회사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설립을 통한 전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노무현 정부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제정, 이명박 정부의 ‘지역형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제’ 도입, 2011년 11월 28일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중 사회적 기업 방식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지원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최초의 파업투쟁’으로 볼 수 있는 2010년 원주시 사회적 기업 ‘다자원’의 경우 민간위탁 시장 진출 당시 발생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노동조건 개선 요구 등에 대해 일반기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 결국 파업에 이르렀다. 2014년 연세재단본부는 현장소장을 통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용역계약 만료 시점에서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추진하면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 4명의 고용승계를 거절, 그해 10월까지 장기간 투쟁이 지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단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민간 위탁이나 용역업체에 비하여 공적 책임을 다하는 것일 수는 없다. 간접고용 인력을 흡수한 사회적 기업 등이 여전히 용역비에서 인건비를 감축해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면 간접고용 구조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노동조건 하향,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현재 사회적 기업 설립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추진 중인 공공기관이 있다면,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공공기관 또는 원청에 있는 상황에서 원청의 권한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제시하여야 한다.

 

2) 지자체가 주도한 전환 사례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온 지방자치단체 중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로 주목받은 곳은 서울시, 광주광역시 등이다. 서울시의 경우 과거 정부 주도 정책에 비해 한층 개선된 전환 기준 등을 제시하고 2017년 12월 2차 대책에서 처우가 가장 열악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전환하는 등 진일보한 노동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의 공무직 전환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시 주도 하에 서둘러 진행된 시혜성 정책은 현장에서 적지 않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1) 서울시립대 사례: 정년 및 노동조건의 하락

기존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던 서울시립대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더 이상 고용 불안에 떨지 않고 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자 2012년 10월 12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시립대분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 대책으로 인해 조합원들은 오히려 고용 불안에 내몰리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되었다. 당시 노동자 대부분이 60~70세 사이의 고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정년 만 60세(촉탁직 기간을 포함하면 만 65세)가 적용됨에 따라 23명이 일시에 해고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시립대분회는 서울시에 ‘정년을 70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사회적 합의 부족과 다른 이들의 취업기회 박탈을 이유로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지속적인 교섭과 투쟁의 결과 현재 정년은 여전히 60세이지만 정년 이후 촉탁직(기간제) 계약 시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1회 계약으로 5년간의 촉탁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 노동자들이 만 65세가 넘었다고 하더라도 2015년부터 4년간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클린사업장’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만, 클린사업장 제도는 2018년도가 마지막 시행년도이다. 이는 노조 설립 초기부터 고용 안정을 위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워오다가 최근 고용을 만 70세까지 보장하기로 합의한 국립국악원의 경우와 대비된다.

2015년 1월 1일자 공무직 전환 이후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의 다른 노동조건 역시 크게 달라진 바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2015년 기존에 지급받던 직무수당, 교통비, 급식비 등이 모두 없어지고 호봉제에 따른 기본급에 명절휴가비만 연 2회 지급으로 변경되면서 호봉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급받는 임금은 동결 혹은 삭감되었다. 특히 시립대분회는 공무직 전환 이후 서울시 공무직지부와 공동 교섭을 추진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립대분회가 교섭을 주도할 수 없었기에 이러한 임금체계 변경 시도 과정에서 공무직으로 전환된 청소 노동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서울시립대 사례는 지자체 노동정책의 의도와 정책 방향이 기존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들과의 협의가 없는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나아가 당사자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례였다.

 

(2) 서울지하철 안전업무직 사례: 완전한 정규직 쟁취를 위한 투쟁

서울지하철 안전업무직 사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완전한 정규직 쟁취 투쟁이자 공공부문에서 자본의 주장대로 ‘무기계약직=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임을 확인하고 말로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 아닌 진짜 정규직화를 이뤄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서울지하철 경정비 업무는 2008년 공기업 경영효율화 과정에서 용역/하청으로 전환되었다. 2011년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 건설 이후 지난한 투쟁과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구의역 참사 이후인 2016년 9월 PSD, 차량검수, 모터카, 구내운전, 역무 등 5개 직종 용역/하청 노동자들이 외주화 9년 만에 ‘업무직(무기계약직)’으로 다시 직접고용되는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서울지하철의 경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안전업무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신분만 바뀌었지 여전히 차별과 열악한 처우에 놓여 있었다. 이에 따라 2017년 5월 15일, 50여 명의 업무직 대표자들이 모여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를 결성하고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안전업무직의 정규직화 논의가 본격화했으나 지지부진했고 2018년 1월 2일까지 62일간 공사 앞 천막 농성 끝에 2017년 12월 29일 정규직 전환 노사 합의가 마무리된다.

문제는 무기업무직을 2018년 3월 1일자로 일괄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근속기간을 기준으로 한 차등전환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입사년도 또는 전환년도를 기준으로 근무기간이 3년 이상인 자는 7급으로, 3년 미만인 자는 한시적으로 7급보로 하고, 근무기간 3년 경과 시 익월 1일자로 7급으로 임용되기로 하였다. 3년이라는 기준의 근거와 이러한 차등을 두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사측과 정규직 노조를 통해 들을 수 없었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서울시와 정규직 노조집행부가 안전업무직 당사자들을 협의기구에 적극 참여시키지 않아 전환 당사자들이 외곽에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여기에 공채 출신 입사 4년 차 이하의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1인 시위, 집회까지 하며 안전업무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였다. 무엇보다 이에 대하여 서울시는 ‘합리적인 차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을 포장하였다.

안전업무직 정규직 전환 투쟁은 서울시, 공사, 노동조합 모두 2017년 안전업무직에 대한 정규직화 계획이 없었던 상태에서 비정규직 스스로 조직화하고 행동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당사자 배제 등의 과정 속에서 근속에 따른 차등전환이라는 차별적 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위한 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사자들은 합의안에 머물지 않고 이후 노사 재협상, 임‧단협, 법적 검토 등을 통하여 차별적 내용을 개선하고 불합리한 내용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3) 광주광역시 사례: 시와 노조의 지속적 교섭을 통한 전환

광주광역시는 2014년 민선 6기 출범 이후 사회통합추진단과 비정규직개선팀을 신설하고, 2015년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 896명을 단계별, 시기별로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을 시행해왔다. 시 산하 공공기관 896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기간제로 전환해왔고, 2018년 1일 1일자로 공무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마무리하였다.

광주광역시 정책이 타 지자체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시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과의 지속적인 교섭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했다는 점이며, 시 산하 기관의 반발에 대처하면서도 노조와의 협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전환 방식과 관련하여 노조는 바로 직접고용 공무직, 무기계약직 등의 형태로 전환이 가능함을 주장하였으나, 기준인건비의 제약이 따랐고 다른 지자체 등에서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광주광역시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의 4가지 안 중 공동출자 형식의 자회사 방식이 주되게 제기되었으나 결국 2016년 5월 최종적으로 현 기관 내 직접고용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는 노동조합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별도로 구성한 TF내에서의 투쟁이 따랐기 때문이고, 그를 통해 간접고용 구조의 개선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지속적으로 견인된 결과였다. 용역 만료 시점마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우선적인 직접고용 전환을 추진하도록 압박하고 시행되도록 했다는 점 역시 지자체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2. 현 정부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사례

 

1) 자회사 형태로의 전환 시도: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공부문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 ‘가늠자’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깜짝 방문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공사는 현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2017년 4/4분기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은 약 1,265명 수준이며 파견‧용역을 비롯한 간접고용 규모가 9,225명에 달하는 상황이었고, 문 대통령이 직접 ‘생명‧안전 분야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황에서 사실상 거의 대부분 업무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인천공항에서 얼마나 많은 간접고용 인력이 공사에 직접 고용될 것인지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전환 규모, 전환 방식, 노사전문가협의체 구성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 노사 간 이견과 가이드라인에 내포된 근본적 한계 등으로 인해 출발부터 난항을 겪었다. 결론적으로 오랜 노사 간 진통과 대립 끝에 2017년 12월 26일 보안방재 부문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 중 소방대와 보안검색 관련 분야 등 2,940명이 공사 직접고용 대상으로 결정됐다. 노사 합의문에는 ‘공항운영 분야 및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 약 7,000명은 공사가 전액 출자(출연)하여 설립하는 별도의 자회사 2곳에서 고용’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정규직 전환 논의가 쉽지 않았던 것은 노사 간 이견을 좀처럼 좁히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환 논의 초기부터 공사 측은 ‘생명·안전 업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대폭 축소하고 854명만을 공사로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는 4~5개 별도회사를 설립해 분산 채용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가이드라인 상에는 ‘생명‧안전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만을 제시했을 뿐 그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2017년 11월 23일 개최된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공청회’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발표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9,838명, 이 중 직접고용 규모는 9%에 해당하는 854명에 그쳤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전환 대상자를 9,492명으로 보고 ‘직접고용 4,504명, 자회사 고용 3,589명(보안방재)’안을 가장 바람직한 안으로 제시했다. 2개 연구용역 기관별로 정부 가이드라인 상 ‘생명·안전 업무’를 해석하는 기준이 매우 상이했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또한 가이드라인 상 전환에서 제외되는 예외사유가 광범위하게 제시된 가운데, 사용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예외조항의 하나인 ‘민간의 고도의 전문성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를 들어 수하물 검색장비 등 일부 용역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이유로 전환에서 배제된 인력은 총 108명이다.

공항을 운영하는 전 부문에 걸쳐 간접고용 인력이 존재했지만 다수 전환 대상 업무 영역에는 노조가 조직화되지 않아 협의회 구성에만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했다. 용역계약 기간이 2년 넘게 남은 업체가 다수여서 이를 협의하는 것 역시 과제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전환 사례는 정부 가이드라인의 한계 상 파행을 겪기도 했으나 지난 10년간 비정규직이 주체가 된 전략조직 사업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로서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환 합의 이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차별 없는 통합임금체계의 구축은 물론 7천여 명이 소속될 2개 자회사의 노동조건, 인천공항과 자회사를 포함한 노사공동운영협의회의 운영 방향 등은 노동조합 운동 전체에 간접고용 투쟁이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또 이후로도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실패로 끝난 자회사 1: 철도공사 자회사, 인력 외주화 도구로 전락

보고서에서 철도공사의 사례를 살펴본 것은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철도공사 자회사 운영 과정에서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자회사 설립을 통한 대규모 간접고용 인력 흡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 가이드라인 상 ‘모회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자회사’를 전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시킴으로써 열악한 처지에 놓인 자회사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개선시킬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것이 전환 협의 내내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철도공사는 정부의 2001년 철도산업구조개혁 정책 이후 2003년부터 사업부문을 몇 가지 떼어내어 5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철도공사는 자회사 설립 당시 ‘독자적 사업영역 구축’을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현재 이들의 업무 구조를 살펴보면 사실상 이들 자회사 중 코레일테크, 코레일관광개발 등은 모회사에 싼 인건비로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관제시스템이 필요한 영역을 다수 자회사로 외주화하고 운영마저 일부 분리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위험한 작업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철도 자회사 노동자들은 원청 노동자들의 약 45%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철도공사 자회사 설립 이후 정규직 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었고, 비정규직은 증가하는 등 고용 불안 역시 확산됐다.

이처럼 기존 자회사의 문제점이 극명히 드러난 상황에서도 철도공사가 지난해 제시한 정규직 전환 대상은 철도공사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 약 1만여 명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7년 10월 철도공사가 노사전문가 협의과정에서 자체 분석한 생명·안전 업무는 차량정비·선로보수·전기보수·스크린도어 유지보수·소방설비 유지보수 등 5개 업무에 국한됐다. 전체 1만 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가운데 이들 5개 업무에 종사하는 민간 위탁업체 소속 1,337명만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대폭 축소 판단한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은 생명‧안전 업무 종사자의 규모를 약 4,000명 선으로 주장해왔다.

특히 이번 전환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가이드라인에서 ‘자회사 위탁업무’를 전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적용하여 공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 소속 노동자 2,464명은 처음부터 전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공사측은 KTX 승무원처럼 이미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직접 채용한 정규직은 정규직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철도공사는 올 초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비로소 전환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방식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임금체계를 비롯하여 공사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 고용의 경우 모두 어떤 노동조건을 가져갈 것인지가 여전히 첨예한 쟁점으로 남아있다.

 

3) 실패로 끝난 자회사 2: 우체국시설관리단, 은폐된 간접고용

우체국시설관리단의 전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체국 기능직 공무원이 직접 수행해 온 경비‧미화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2000년 11월 설립한 비영리 재단인 ‘우정복지협력회’이다. 우정복지협력회 설립근거는 민법 제32조(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 자본금 7억 원은 우체국금융개발원이 출연했으며, 2008년 1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타 공공기관으로 설립됐다. 시설관리단의 인력구조는 매우 특이하다. 정규직 47명 외에는 2,216명에 달하는 무기계약직 인력이 전부이다. 이들 무기계약직들은 전국 1,030여 개 우체국에 흩어져 있으며 금융경비(912명), 미화업무(850명), 청사경비(318명) 업무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의 사례를 ‘자회사로 은폐·왜곡된 간접고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 온 것처럼, 기관의 성격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을 뿐 일반적인 모자회사의 모델로 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으며 원청인 우정사업본부가 불법적으로 인력을 파견하는 용역업체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여러 징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법파견과 관련하여 시설관리단 무기계약직 2,500여 명이 근무하는 전국 1,030개 우체국 중 시설관리단 소속 직원 1인이 근무하는 우체국은 742개에 달한다. 2~5인 이하 근무 우체국도 211개로 이들 총 953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시설관리단 노동자들은 원청 공무원들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특히 시설관리단 노동자들에게 매년 정규직 임금의 1/3을 지급한 결과 남은 수익은 매년 정관에 따라 ‘우정사업본부 정규직 직원들의 복지증진사업’에 사용되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이렇게 사용된 누적금액은 302억 원에 달한다.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시설관리단은 전환 대상에 포함됐으나 위 철도공사 계열사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부 가이드라인 상 ‘모회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자회사’라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노동조합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 발표 이전부터 시설관리단 노동자들을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고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주장해왔다. 무엇보다 자회사가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구조를 살펴볼 때 우정사업본부의 추가적인 예산 투입이 없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운용되는 자회사를 없애고 원청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 소결

 

2018년 4월 현재 간접고용 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각 기관들은 이제 막 협의회에서 구체적인 전환 범위와 조건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업장별로 현장의 이해당사자들이 협의회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환 일정에 쫓겨 서둘러 협의가 마무리된다면, 불가피하게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경우는 물론 직접 고용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역시 당초 예상대로 제대로 담보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존에 이미 실패한 자회사 모델들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마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정규직 전환이 성공적인 정책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사례들에서 우리는 향후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위 사례들에서 우리는 노동조합이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투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은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이 될 뿐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가 주체가 된 전환과 이후 ‘진짜 사장과의 교섭’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나가는 주체 역시 노동자임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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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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