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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인권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이사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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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11. 촛불집회에 등장한 무지개 깃발 [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인권은 나중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 구치소에 가고, 5월에 조기대선을 치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이 모든 게 촛불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작년 10월에 시작해 올해 3월 박근혜가 탄핵될 때까지, 돌이켜보면 참 길게도 이어진 촛불집회에는 성소수자들도 매주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왔다. 종로 거리로 행진을 할 때는 확성기를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 같은 구호들을 선창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무대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통역사들이 함께 올랐고, 발언을 할 때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했던 것은 촛불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촛불의 열기가 대선으로 수렴되는 과정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자는 촛불의 의미가 퇴색되는 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기간 중 단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온 적 없는 문재인 현 대통령은 촛불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2월 중순 극우 성향의 기독교계 인사들을 만나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직접 찾아가 “저는 여성이고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제 평등권을 반반으로 자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유력 대선후보시면 대답을 해주시란 말입니다. 왜 이 성평등 정책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성평등을 포함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라고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나중에” 문재인 지지자들이 연발하는 구호뿐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그저 대통령 한 명을 갈아치우기 위해 다섯 달 동안 촛불을 들었던 것이 아니었듯, 성소수자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중’ 취급이나 받기 위해 광장에 나왔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저를 반대하십니까?
4월 13일에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을 통해 장교 한 명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고, 결국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다. 지금도 50명 가까이 되는 군인들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군형법 92조6항이라는 상호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확보된 물증에 근거하여 범죄자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악법을 이용해 특정 대상을 표적으로 삼아 수사를 기획하라고 지시하는 수준 이하의 인물이 육군참모총장이라는 자리에 올라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공포와 분노를 느꼈고, 매주 금요일 용산에 있는 국방부 앞에서 모여 구속된 A대위 석방, 장준규 처벌, 군형법 92조6항 폐지를 외쳤다.
성소수자들의 분노에 불을 붙인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 후보들이었다. 4월 25일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며 문재인 후보에게 “동성애는 국방 전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동성애를 반대하느냐?” 라고 물었고, 문재인 후보는 “반대한다.”는 대답을 거듭 내놓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발언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촛불 민심을 받들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로부터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을 생중계로 들었던 것은 전례가 없고,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다음 날 성소수자들은 문재인 후보를 만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성소수자들이 문재인 후보를 찾아가 했던 것은, 문재인 후보의 발언이 끝난 후 문재인 후보 앞에 서서 무지개 깃발을 펼쳐들고 “문재인 후보님, 저는 동성애자인데 저를 반대하십니까?” 라고 외쳤던 것뿐이다. 비폭력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진 이 항의행동에 참여했던 성소수자 13명은 문재인 후보와 기자회견 참가자들 앞에서 질질 끌려 나간 후 연행되었다. 4월 27일 문재인 후보는 기자들과의 만남 시간에 “동성애는 허용하고 말고 하는 찬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라며 TV토론에서의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며 “성소수자들에게 아픔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그었다. 

 

지금 당장, 함께 걸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들 이야기한다. 2016년 겨울의 촛불은 분명 승리했지만 촛불의 승리가 투쟁의 종착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6월 30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처럼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조6항 폐지, 동성결혼 법제화’를 요구하는 성소수자들의 싸움 역시 계속되고 있다. 또한 성소수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에 함께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55개 노동조합‧노동사회단체가 성소수자 군인 처벌 시도 중단과 군형법 92조6항 폐지를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노동운동과 성소수자운동 사이의 연대 역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다가오는 7월 15일에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제18회 퀴어퍼레이드가 열린다. 퀴어퍼레이드는 1969년 미국에서 성소수자들이 경찰의 게이바 단속에 맞서 거리로 나와 격렬하게 직접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던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함과 동시에, 성소수자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한껏 드러내는 날이다. 올해 퀴어퍼레이드의 슬로건은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이다. ‘나중에’를 외치는 누군가에 기대어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눈앞에 놓여 있는 현실을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바꿔가겠다는 뜻이다. 뜨거운 여름날,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 우리들 중 그 누구의 권리도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는 확신과 함께 성소수자들 행렬에 함께하기를 소망해본다. 

 

 

성소수자의인권“나중은없다, 지금당장!”_이사벨-질라라비2017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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