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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김희정 성서공단노동조합 위원장

 

 

성서공단노동조합은 대구에서 가장 큰 공단인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와 조직화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성서공단은 자동차부품, 기계, 전기전자, 섬유 등 다양한 업종의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9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노동조합을 만들면 고의부도, 폐업, 노조파괴가 항시 이루어졌다. 또 자본의 열악함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하기도 어려워 초기업 지역노조의 필요성이 높았다. 당시 산별연맹들에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특히 중소영세 사업장 조직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아 각 지역마다 지역노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던 때였다. 그 시기인 2002년에 지역 활동가들과 성서공단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뜻을 모아 성서공단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김희정 동지는 올해로 18년이 된 성서공단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대구에 내려가 인터뷰하고 싶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면으로 대신하였다.

 

인터뷰 및 정리: 안명희 (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5 김희정.jpg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회사와 공단은 필요없다!’

 

성서공단노조의 활동 초기 구호는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였습니다.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들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예를 들면 주 40시간이 시행되면서 노동부와 사업주에 의해 노동자들에게 알려진 것이 바로 연차유급휴가였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연차유급휴가를 명절, 여름휴가, 4대절(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로 강제 대체하려 했습니다. 이런 문제로 현장위원회가 3~4개 만들어지고, 건설하려고 논의했던 사업장들도 몇 개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노동절이 유급휴가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선전물 제작과 현수막 게시를 매년 해야 할 만큼 쉬는 사업장이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대구의 주력사업이라고 하는 섬유사업장의 경우 3교대 근무에 월 100만 원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고령 노동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회사와 공단은 필요없다!’는 모토 아래 매월 공단노동자용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공단 선전전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이 특수한 어떤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상과 함께하고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것임을 알리기 위해 성서지역에 전교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사회단체들과 ‘성서공단 기본권 공대위’를 건설하고 노동자이면서 주민이기도 한 공단 주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수요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상담이 들어오면 중식 선전전과 집회를 통해 해당 사업장의 문제 해결뿐 아니라 주변 사업장에도 환기시키며 반드시 그 결과를 선전물에 담아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현재는 최저임금 정도는 지키는 공단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 탓에 늘 최저임금의 차상위 수준의 임금을 요구했던 노동자들이 최근 최저임금 요구안 설문조사에서는 시간당 1만 원을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꾸준한 활동이 노동자들의 인식을 높인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식은 높아졌으나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개별로 존재하는 노동자들이 사업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고를 전제하는 것이고, 왕따를 견뎌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고 퇴직금을 주지 않거나 처음부터 임금에 포함되었다고 서명을 받는 사례가 여전히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아예 남의 나라 법이고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20여 명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공장이 있는데 한 달에 기숙사비를 1인당 30만 원을 뗍니다. 20명이면 600만 원이잖아요~ 숙박업이죠. 이주노동자 숙식비 공제지침 이후에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조정되었잖아요. 저들이 약한 고리를 먼저 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운동진영은 대응 박자가 늦거나 안 맞는 것 같아요.

최근에 총자본이 연장근로시간의 확대나 탄력근로시간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등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고 있습니다. 노조에 가입해 있는 곳에선 단체협약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사례나 여러 사례로 보면 순차적으로 접근해 올 것이 뻔하잖아요. 노조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공단에서는 이에 맞서 노동자들의 분노를 어떻게 모으고 분출하게 할 것인가,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 빼놓을 수 없는 고민이고 일상사업이지만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노조가 싸울 테니 여러분들도 함께 싸우고 지지해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에게 희롱당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민주노총과 노조로 돌아오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민주노총에 계신 동지들이 정권과 자본을 향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야 (미조직) 노동자들의 지지도 민주노총으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더디지만 함께 가야 한다

 

성서공단노조는 일찍부터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함께 조직하고 활동하는 노동조합입니다.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느끼는 건, 시간이 흘렀긴 했어도 정주노동자들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무시, 고용불안을 야기시키는 노동자들이라는 생각은 쉬이 바뀌지 않는 거 같아요. 다만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조합원들의 의식은 상당히 변화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조합원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있어 파업 효과도 없고 노동조건이 악화된다며 출입국에 신고하자고 공공연히 이야기했다면,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들을 현장활동과 조직화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사무직 노동자까지 20명 정도 일하는 사업장에서 노조에 가입한 정주 조합원 1명은 휴업수당, 안전화, 작업복, 휴게시간 보장, 화장실 청소 중단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소규모이다 보니 현장에 정주노동자가 4명, 이주노동자가 10명 정도 돼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면 개와 같다는 사진을 붙이거나 이주노동자에게는 반말을 하는 등 노동자로서 자존감까지 짓밟았던 회사와 노동조합 활동, 안전 및 유해위험물질 조치까지 노사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 보장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관리자와 말다툼이 벌어졌고 현재 사측이 고소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관계기관에서 유죄를 받으면 징계해고가 가능하다’는 취업규칙 조항도 신설했고요. 3월 말경부터 단체협상을 시작하는데 교섭위원으로 노조 부위원장인 스리랑카 출신 차민다 동지가 함께할 예정이에요. 천막농성은 3월 말경에 시작할 계획이고요. 지난번에 중식집회를 하는데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는 회사를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나왔어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영어로 선동을 하고 선전물도 만들고 그룹 리더를 만나기도 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은 이주나 정주 노동자나 모두 똑같은가 봐요.

지금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마스크나 손소독제 같은 것도 구하기 어렵고 정보전달에도 취약한 상태입니다. 어떤 사업주가 밖에 나가면 코로나 걸리니까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CCTV로 지켜보겠다고 해서 20일씩이나 밖에 못 나온 이주노동자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민다 부위원장 동지의 역할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필리핀 친구들은 자신들이 왜 중식시간에 피켓을 들어야 했는지, 왜 노조가 시끄럽게 와서 떠들고 있는지 해명을 듣고 싶을 것 같아요. 노조가 무엇을 했다 해도 그들을 이해시키진 못했다는 것이죠. 결국 정주든 이주든 주체들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게 하고 노동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 나서도록 하는 것!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우스갯소리로 말합니다. “EPS제도는 회사를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고, 옮길 수도 없고, 선택할 수도 없고, 노예제도 아니냐. 그렇지만 우리는 마음대로 회사도 그만두고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이야기에 한바탕 웃었습니다만 소위 4D 업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허가제는 기본권조차 박탈당하는 노예제도입니다. 관리자나 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거나,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켜놓고 임금은 오전 8시부터 계산해주거나, A 회사와 계약했는데 A와 B 회사를 번갈아 가며 일을 시키거나 등등의 이유로도 사업장을 그만두거나 옮길 수 없습니다. 아까 그 사업장의 필리핀 노동자 근로계약서에는 사업주를 위해 피켓을 든다는 조항은 없을 텐데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재계약을 위해서는 회사 사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음식물쓰레기 선별장, 폐비닐 재활용 사업장, 도금이나 염색 공장, 4차 5차 하청 등에서 정주노동자들이 기피하는 현장에서 대부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주노동자들이 오래전에 그리고 현재에도 당하고 있는 문제들을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이 당하고 있는 거죠. 작년에 건설노조 서울지부가 2030수련회에서 청년 건설조합원의 발언이라며 공개한 것을 보면 ‘불법 이주노동자가 없는 정의롭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야겠다’는 내용을 턱 하니 올려놓았습니다. 조합원은 그럴 수 있다 해도 노동조합은 토론하고 교정해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노동자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문제이고 함께 단결해서 투쟁해야 하는 동지로 인식해야 한다고, 더디지만 함께 가자고 말해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분열하는 순간 누가 좋아하게 될 것인지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민주노조운동이 공단노동자를 조직해야 하는 이유

 

노동자계층 피라미드가 있다면 가장 아래에 ‘제조업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청으로부터 여러 번 내려온 하도급 업체이고 대부분 여성, 장애, 이주, 고령, 현장실습생(특례병)이 일하고 있습니다. 영세한 업체 탓에 조직화도 쉽지 않고, 작업복·안전화·통근버스 등 노동조건이 말할 수 없이 열악하고 최저임금 혹은 차상위 임금으로 사실상 하루하루 버티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민주노조가 곧 폐업이라는 패배감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현대자동차노조가 투쟁을 하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성서공단까지 미치는 시절도 아니고요. 더구나 한국어로만 조직해선 안 되고 손짓발짓을 써서라도 이주노동자들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영세한 사업장 규모는 이들을 더욱 개별로 존재하게 만듭니다. 단결이라는 노동자의 무기도 이들에게는 당장 손에 쥐어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이 공단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규직에 비해 덜 가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들의 노동은 어디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유령이었던 청소노동자들처럼 말이죠. 우리가 공단 조직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조합원 숫자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조합원들이 노동자의식으로 무장되고, 민들레 홀씨가 되어 공단으로 퍼지고 세상을 바꿀 변혁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그러나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숫자에 연연하는 듯 보입니다. 조합원 수가 많은 산별노조의 입장이 민주노총의 중요 결정사항에 영향을 미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옳고 그름은 토론되지 못하고 산별연맹의 일정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습니다. 조합원 숫자가 많음을 자랑할 일이 아니라 조합원이 많음으로써 운동의 발전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가 더 고민되고 토론하고 실천되어져야 합니다.

1930년대 체공녀 강주룡은 평양고무공장 한 사업장의 문제로 고공농성을 하지 않았지요. 굳이 강주룡까지 가지 않더라도 1990년대 전노협은 하나는 전체를, 전체는 하나를 위해 고민했고 싸웠습니다. 이것은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으로서 연대이고 동맹이었습니다. 조합원 안에 머무르는 사업을 넘어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전체 노동자를 바라본 임단협 요구와 투쟁이어야 합니다. 공단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다 보면 변함없는 그들에게 속상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원칙적으로 활동하고 투쟁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프랑스 노란조끼운동이 가진 노동자의 투쟁성을 믿으면서 지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공단노동자들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도전과 실패, 연구를 거듭해야 될 거 같아요. 철폐연대에서 제안하셨던 업종별(자동차, 전자 등) 조직화 방안이나 성서공단노조가 수년 전에 집중했던 단지별(안경, 도금 등) 조직화 방안에 대해 상호 공유와 비판이 필요할 텐데 이것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포괄하는 공단조직화 전국회의 단위가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공단노동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임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 철폐,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와 고용허가제 폐지 등 운동의제와도 만나야겠지요. 말은 쉬운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로서 자존심과 자존감은 가져야 한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지키는 일과 노동자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처럼 돈은 없지만 세상을 만들고 굴리는 노동자로서 자존심과 자존감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민주노총 집행부가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장난치고 산입범위를 개악한 문재인 정권의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선전전을 하면서 만나는 노동자들은 ‘민주당한테 가서 이야기해라, 문재인한테 이야기해라’며 그전과 다른 태도를 취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보기에 문재인=민주당=민주노총이라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국가와 지자체에서 노조운영자금까지 지원받는 한국노총을 두고 그런 비판을 했듯이 말입니다. 민주노총이 계급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로만 백번 천번 이야기하면 뭘 하겠습니까. 머릿속에 각자 다른 생각으로 총자본을 인식하고 대응한다면 뭐가 되겠습니까. 100만 민주노총이라 하지만 20만 전노협보다 더 투쟁적이지도 자주적이지도 못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원칙을 정해놓고 지키지 않는다면, 혹은 이것이 지킨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민주노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하기 어려울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적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원래 문제 많은 사람들이나 그런 조직들이나 비판을 하는 것이며 ‘좋은 게 좋고, 싫은 것도 좋은 척하면서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처세처럼 되어 있습니다. 또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만 하면 되고 그 외는 정당이 알아서 다 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2년 전 총선을 앞두고 제가 속한 조직에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를 멈추고 각성하라는 비판적인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지역 일부에서는 이 성명서가 연대운동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못했고 지역연대를 훼손했다며 해명과 입장을 요구했고 SNS에는 어떻게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끼리 이런 성명서를 낼 수가 있느냐며 비판적인 입장들이 올라왔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만, 당시 제가 속한 조직 사람들은 지역에 소위 혐오스러운 인물들로 낙인찍혔고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진보정당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더 나아가 지역사회가 상호를 향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조운동도 그렇습니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지역투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장에 출입금지를 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투쟁에 결합하지 말라는 것이죠. 입을 열지 말라는 것이거나……. 그 당시에는 ‘더 이상 운동이 희망이 있나’ 절망감이 컸었습니다. 비판하거나 토론되어야 할 내용이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산별이나 단위노조 입장 때문에, 바쁜 시간으로 인해 제대로 되지 못한다면 좋은 관계는 유지되지만, 민주노조다운 내용은 점점 더 실종되어 가지 않을까요. 민주노조라 했을 때 그 노조는 그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 것만도 아니고 그 노조 대표자만의 것도 아니고 이천만 노동자 모두의 것 아니었나, 그래서 우리가 이천만 노동자 단결투쟁을 이야기했던 거잖아요. 인간적인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무엇을 먼저 보고 어떻게 입장을 취하는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지역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해보고 싶다

 

올해는 여력이 닿는 대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에 결합을 하고 대구경북지역 비정규직 단위들과 함께 지역 비정규직 투쟁을 대응해보고 싶습니다. 오래전에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가 있었는데 비정규직 단위들이 산별을 넘어 전국과 지역 전선을 형성하고 공동투쟁을 진행했었습니다. 대구에서도 대구비정규연대회의가 있었는데 대구동산병원영양실, 화물연대, 지역건설노조, 수성레미콘 투쟁 등에 함께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비정규직 노조 중에서도 우경화된 노조도 있는 거 같고요. 산별 내로 안착한 곳도 보입니다. 그렇지만 더 착취받는 비정규직이 싸울 이유는 분명하고 많겠지요. 공단의 소규모 공장에도 불법 파견노동자들이 있고 이주노동자들도 사실상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개별로 존재하다 보니 역량을 쏟는 데 한계가 분명합니다. 결국은 원청 비정규직 노조들의 투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지역 단위들도 뭔가 공동투쟁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고요. 남은 문제는 시간을 얼마나 낼 수 있느냐와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인데…… 고민해 봐야죠~^^

오래~ 전에 철폐연대 대구모임에 공부하러 몇 번 간 적이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정규직 구조조정 대응투쟁이 바로 비정규직 철폐투쟁과 같다는 주장이었어요. 그 뒤엔 철폐연대 활동가 중에 지인이 있어 그냥저냥 소식을 받다가 몇 년 전부터 비정규운동의 역사와 전망,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철폐연대 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라 철폐연대의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지지라고 해야겠네요. 더불어 저 스스로도 놓치지 않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철폐연대 동지들, 지금처럼 한결같이 비정규직 철폐와 사회변혁을 위해 투쟁하시길, 저처럼 아마 많은 동지들이 바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We are Laborer. We are One”을 구호와 팔뚝질이 아니라, 뛰는 심장과 두 발로 실천하는 성서공단노조 동지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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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라라비> 200호 발간 기념행사에 함께해주세요.

- 2020년 4월 24일(금) 오후 6시 30분 /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강당(지하)

- 후원계좌 : 하나은행(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824-910011-23204

<질라라비>가 200호를 넘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운동에 함께하는 동지들의 참여와 후원을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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