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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현장의 ‘정규직화’ 진통과 이후의 방향

손근호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철폐연대 후원회원)

 

서울교통공사 합병과 24년 만의 노동조합 통합

2017년 5월 31일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합쳐지면서 서울교통공사로 합병되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994년, 서울메트로는 1974년도에 개통하였고, 개통의 역사는 곧 노조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는 초창기 노사협조주의적인 집행부가 주류였고, 현장의 조합원들은 그 기간만큼 냉혹하고 어두운 시기를 보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에는 5~8호선의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1~4호선 서울메트로에는 서울지하철노조와 메트로노조, 9호선 2단계는 자회사로 별도의 노조가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민주노총 계열인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 그리고 한국노총 계열의 메트로노조,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서울도시철도 내의 노조들은 2011년도 이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조직간 경쟁으로 내부 출혈이 심하다고 판단하여 각 노조(도시철도노조, 통합노조, 단일노조)의 결단으로 2015년도에 5678서울도시철도노조로 하나가 되며,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 인원 그대로 변동 없이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어 5~8호선 직원 대부분은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조합원이다.

지난 기간 노조가 분리 운영되었던 데는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1994년도에 제2기 도시철도가 건설될 때 노동계와 지하철 내부에서는 분리 운영에 대한 우려와 중복운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 운영 방식에 강하게 반발하였으나,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두 회사를 분리 운영하였다. 분리 운영의 목적에는 당시 강성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에 힘을 실어줄 수 없다는 김영삼 정권의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의 간극만큼 양공사의 문화는 사뭇 다르며, 노동조합 역시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결국 표면상은 ‘합리적 경쟁체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분리가 되었고, 그것이 다시 24년이 지나서 원상태로 복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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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똑바로!’ 하루행동 [출처: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현장을 가른 ‘정규직화’

2017년 7월 17일 서울시의 산하 모든 투자기관 정규직화 발표와 함께 노조는 지속적으로 물밑 협상을 시도하였다. 그동안 조합원의 관심은 주로 임금, 복지, 단체협약 등 실질적인 자신의 문제와 직결된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모든 문제가 정규직화로 집중되어 현장이 들끓었다. 사실상 모든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모든 행정이 마비될 정도로 정규직화 문제만이 모든 것인 양 이슈화 됐다. 이는 그동안의 사례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과잉이슈’화 된 것이다.

가장 심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집단은 2010년도 전후로 입사한 2~30대다. 일단 몇 가지 현상이 있는데 첫째, 그들은 사내 ‘소통마당’이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하여 정규직화에 대해 집단적인 댓글과 반대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참고로 소통마당은 무기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둘째, 그들만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하여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셋째, 이를 통하여 그들은 노동조합의 틀과는 다른 집단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정규직화 반대집회를 연다든지, 정규직화에 적극 찬성하는 노조 집행부에 집단면담을 요구하는 행동, 또한 정규직화 반대를 빌미로 노조에 집단탈퇴를 예고하거나 실행하며, 비교적 온건한 성향 즉 비정규직에 차등을 주자는 한국노총 계열 메트로노조에 가입을 예고하는 등의 집단행동을 한다. 이러한 집단행동은 노·사·정 3주체 모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담보되지 않고, 차등을 주자는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사측의 행동으로 인하여 결국 노·노 갈등이 촉발되었다. 서울시의 정규직화 발표는 무늬만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생색내기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러한 퇴보된 안을 인정하지 못하는 두 개의 노조(서울지하철노조, 5678도시철도노조)의 온전한 정규직 요구의 거부, 사측의 무책임으로 인해 현재 협의는 중단된 상태이다.

 

- 젊은 청년들의 반대의견

첫 번째로 느끼는 감정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은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 왔는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용이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은 불평등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주로 “기회의 평등은 박탈됐고 결과적 평등만 존재한다”고 표현한다. 즉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합리적 공개채용을 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인데 이런 과정 없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결과적 평등만 존재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 정규직화를 하려면 무기계약직을 상대로 ‘제한경쟁’ 시험을 다시 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건부 수용을 주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첫째, 임금 책정에선 정규직과 결코 동일해선 안 된다. 둘째, 무기계약직으로 오래 일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규직 초봉을 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일의 체계에서 무기계약직의 통제나 지시를 받을 수는 없다. 넷째, 만약 정규직이 되어서 임금이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에 준하는 정규직의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정규직화를 하더라도 차이를 계속 두라는 것이 주요 주장이다.

이러한 내용은 정규직화 반대를 주장하는 당사자들과의 5차례 토론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비공식적인 토론회도 3차례 있었다.

 

- 무기계약직의 입장

첫째, 공개채용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는가가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의 무기계약직이 그동안 20년, 혹은 최근에 만들어진 보안관 업무의 경우 6년 동안 잘해왔다는 것이다.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이상, 나름대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사람에게 또 다른 시험을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투명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서 입사한 사람에게 또 다른 정규직 시험을 보라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다. 둘째, 일의 경중에 있어서 ‘가볍다’는 판단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보안관의 경우 역무원이 하는 모든 일을 하고 있고, 열차의 중정비를 하는 무기계약직의 경우 오히려 경정비를 담당하는 정규직보다 열차 안전에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PSD(출입문안전문)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의 경우 시민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는 일인데 자의적으로 업무가 경하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요약하면 정규직에 준하는 형태로 다시 시험을 보거나 일이 정규직보단 수월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 공존에 대하여

정규직을 반대하는 청년들과의 토론회를 하면서 신규 공채생들의 1/3정도가 이전의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겪어본 사람에게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훨씬 절박하고 강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사했다. 차별을 직접 겪어본 당사자들에게 정규직화 문제는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그렇게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정규직이라는 근로형태는 단순히 선택해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살아남았거나 혹은 그렇지 못했다면 더욱더 인간성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들은 실력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을까? 정규직이 되지 못한 다수는 운이 없거나 미세한 차이로 탈락한 다수일 것이다. 결론은 양자가 다 피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나름대로 이러한 상황이 견디기 힘든 불편하고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3개월 동안 공사는 정규직화 문제로 들끓었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서로 인신공격 이상의 공방을 한참 주고받을 때인 11월 16일 20시경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업소 검수팀에서 일하던 36세의 김모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이 된 부모님은 아들이 지하철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 정규직인지 아닌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계셨던 것으로 추측된다. 유가족의 주요 요구사항은 ‘정규직화와 산재 인정’이었다. 이 두 가지는 결국 이루지 못하고 장례를 치렀다. 지난 20여 년간 공사 내 인재에 준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유가족이 미망인과 자녀가 있는 경우 필사적으로 산재 인정을 요구하며 노조와 장기간 장례투쟁에 함께해 왔다. 하지만 부모님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장례를 치르는 경향이 있다. 그건 아픔의 방증이리라 짐작된다. 김모씨의 경우도 그러했고, 죽어서도 정규직이 되지 못한 채 소중한 젊은 삶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사내 소통마당엔 서로를 극단적으로 모욕하는 공방이 오간다. 무기계약직들에게 ‘쓰레기, 폐족, 3류 양아치’ 등의 모멸적인 댓글이 달렸고, 이런 댓글을 근거로 무기계약직들은 이를 방기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태호 사장을 인권위에 진정하게 된다. 또한 즉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자체적으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 12월 18일 현재 48일차 농성을 진행 중이다. 열차보안관과 역무원은 일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데, 정규직 반대활동을 했던 이들과는 현장에서 서로 얼굴도 안 마주친다고 한다. 결국 도가 넘었다고 판단한 노동조합의 요구로 소통게시판은 잠정폐쇄된다. 게시판은 소통이 아닌 ‘혐오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 시사점

정규직화를 둘러싼 현장의 갈등은 서울교통공사 내에서도 온도차가 있었다. 서울도시철도 내 젊은 사번들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 외로 적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도 이후 사번은 금전적으로 상당히 불이익이 있는데 5678서울도시철도노조는 이러한 불이익을 보전하고자 가호봉을 부여하였다. 이러면 기존의 직원들이 손해를 보지만 전체적으로는 임금 면에서 평탄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둘째, 복지포인트도 하후상박 위주로 분배하는 노력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내부적 반발을 누르기도 한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결국 운동의 방향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어야 함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노동조합의 방향

공사 내 3개 노동조합은 서울교통공사 통합에 의해 3노조가 통합하기로 결정하였고 임‧단협 및 운영협약서를 체결하였다. 이로 인하여 부득이 3개 노조 위원장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했고, 노조의 크기와 성향과는 상관없이 사측은 줄곧 3개 노조가 협의해오라며 일종의 ‘꽃놀이패’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5678서울도시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는 12월 19일~22일까지 두 노조 간 통합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두 노조가 통합되면 83%로 과반수가 훌쩍 넘는 하나의 노조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임‧단협과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결국 여기서 마무리가 될 것인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또한 지금까지의 과정을 실패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방향성에 동의하는 노동조합이 주류가 된다면 또다시 조직정비를 할 것이며 차이를 두지 않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 정규직화는 시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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