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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전교조는 보잘것없는 사람을 훌륭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이민숙 후원회원 인터뷰

 

 

 

8. 본문사진.jpg

 

2022.03.10.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 과정에서 해고되었던 이민숙 동지를 복직한 학교 교실에서 만났습니다. [출처: 철폐연대]

 

 

2019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노동교육연구를 함께했던 이민숙 동지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복직이 결정된 이후 법외노조 투쟁백서에 관해 잠깐 얘기를 나눈다고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도 한참 시간이 흘렀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으로 학교를 찾아갔고, 다행히도 얼굴이 좋아 보여 안심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침 그날이 대선 다음 날이라서, 윤석열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소식이 들려온 날이라서 이래저래 할 말이 나눌 말들이 참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Q.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2020년 9월 3일에 대법 판결을 받자마자 복직이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의 해고자들은 피해 회복 기간을 요구했어요. 몇 년 만에 갑작스럽게 학교로 돌아가서 수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거든요. 물론 학교마다 지역마다 다르긴 했고, 퇴임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은 바로 교단에 서셨어요. 저는 작년에 복직을 했어요. 이석증이 와서 병가도 냈었고. 4월 1일 자로 시작을 했는데, 진짜 한 달 동안은 아, 그래, 내가 선생이었지, 가르치는 게 이렇게 재밌었지 그랬어요. 학교 집 학교 집만 다니면서 오롯이 수업만 했어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까 되게 미안한 거예요. 싸움은 계속 있는 거고, 밖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으니까요. 저희 해고자들끼리는 진짜 연대해야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저희의 그런 노력을 알아봐 주시는 동지들이 계셨고, 같이 해고됐던 다른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전교조 해고자들 그러면 되게 고마워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청와대 앞에서 복직 기자회견을 할 때 그랬거든요.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같이 싸울 거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이런 다짐을 분명히 했단 말이에요. 핑계를 찾자면 아프기도 했고, 나는 좀 더 쉬어도 돼 그랬는데, 그러고 나니까 1년이 갔더라고요.

사실 대법 판결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는 대법 판결에 기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계속 싸워 왔지만 사실 지쳐가는 것도 있었고. 우리의 투쟁이 폄하되는 조직의 분위기도 있었고. 우리가 잊히는 느낌, 조직에 부담을 주는 존재라는 느낌도 사실 있는 시점이어서 스트레스 지수도 분노 지수도 되게 높았어요. 해고자들 모두 심리 상태가 안 좋았어요. 내년에도 복직을 하지 못한다면 내가 좀 더 건강한 활동가로 살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할 때였어요. 피해 회복 기간을 요구했던 배경 중에는 그런 것도 있었어요.

다행히도 심리 치료 과정에서 치유가 좀 되기도 했고, 막상 학교 나오니까 스트레스 지수가 거의 0인 거예요. 옛날에는 화가 한번 나면 걷잡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해고라는 게 여러모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생각보다 힘든 기간이었구나, 그런 생각은 좀 들어요. 되게 긴장을 하면서 학교에 왔는데, 학생들이 오랜만에 교단에 서는 건데도 잘 다가와 주고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해 주고 그래서 잘 보낸 것 같아요. 다른 투쟁하는 동지들한테 미안할 정도로요. 이제 한편으로는 뭘 하고 살아야 내가 또 제대로 사는 걸까, 이런 고민들도 다시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Q.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백서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요?

 

A.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가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가, 법외노조 해고자 34명이 복직되면서 8명의 해고자들만 남았어요. 저희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해요. 이제 한 시대는 저물었다. 사실 법외노조 투쟁은 뭔가 하나를 일단락 짓는, 그게 승리로 마무리 지어지지는 않았지만요. 왜냐하면 이건 안 싸워도 되는 싸움을 한 거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법외노조를 해소하는 상태가 된 건데, 만약 승리한 거라면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갖고 와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법외노조 투쟁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남은 거죠.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을 교원 공무원이 어떻게 가져가야 되는 거냐 이런 건데. 그렇더라도 우리가 복직하면서 전교조 전체 흐름이나 우리 스스로도 그렇고 일단락은 된 거예요.

전교조 30년 역사를 보면 결성 시기 비합 10년, 그다음에 합법화 15년, 그다음에 다시 법외노조 7년, 그리고 이제 다시 재합법화인데 어찌 되었든 큰 단락들이 마무리가 지어진 거죠.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역할은 뭘까, 조직을 사수하기 위해 해고됐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했을 때 법외노조가 어떤 투쟁이었는지, 이걸 왜 했는지, 남겨진 과제는 뭔지를 기록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겠다 싶었던 거죠. 이런 논의 속에서 원복투 해소되기 전에 저희의 마지막 사업으로 투쟁백서를 만들기로 한 거예요. 현재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서 3분의 2 정도 초안이 나온 상태입니다.

막상 투쟁백서를 만들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차라리 해고자들만의 원복투만의 백서였다면 이 투쟁의 성격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오류를 좀 더 냉철하게 성찰하고, 과제를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전교조라고 하는 조직의 사업으로 진행이 되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가 않더라고요. 법외노조 시기가 7년이지만, 사실 이게 이명박 때부터 시작이 됐거든요. 노조 파괴랑 같이 왔잖아요. 원세훈이 시작한 것부터 하면 실제 10년이거든요. 10년이면 집행부가 다섯 번 바뀌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집행부마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성격이나 판단, 평가가 다르다 보니까, 이걸 다 아울러서 백서로 정리되고 있는 과정이라 평이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 시기시기 치열했던 쟁점들을 날 것으로 기술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조직이 내놓는 거다 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기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워낙 길고 중요한 싸움이었기 때문에요.

 

 

Q 현재 전교조의 모습은 어떠한지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A. 법외노조 투쟁 7년 동안 잃어버린 게 많아요. 현장이 많이 무너졌어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신규 조합원들에게 전교조는 곁에 있지 않은, 노조 사수를 위해 법외노조 싸움만 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챙기지 못하는 노조였던 거 같아요. 조합원으로는 있으나 학교에서의 조합 활동이라는 건 별로 없다 보니 공립 학교의 경우엔 5년에 한 번씩 학교를 옮기는데, 옮기는 그 달에는 조합원들이 많이 탈퇴해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전교조를 잘 모르고요. 옛날처럼 전교조가 학교의 민주화, 이런 상징이 아닌 거예요. 실제로 전교조를 모르는 젊은 새내기 선생님들도 의외로 많더라고요. 예전에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어쨌거나 전교조를 아는 사람은 많았잖아요.

또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 속에서 새롭게 정규직 교원의 이해를 대변하겠다고 하는 교사연맹이 들어섰어요. 이들의 숫자가 굉장히 많아요. 예전에는 학교 사회에서 노동조합 하면 전교조였는데, 뭔가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그런데 이제 전교조는 비정규직 편만 들고, 현장과 유리돼 있고, 이런 오해를 받으면서 실제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설득하기도 어려워진 거예요. 어떤 정부든지 간에 노노 갈등을 일으키려고 하잖아요. 전교조에게 대표권을 주지 않으려고 정규직 교원 노조를 키워주기도 한 거죠. 작년에 학교에 와서 보니까 우리 학교에 4개의 노조가 있더라고요. 전교조, 서울교사노조, 학교비정규노조, 교육공무직노조 이렇게요. 법외노조 시기에 변화된 조건 속에서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활동가들의 가치관이 달라진 건지, 아니면 대중조직으로서 떨어져 나가는 조합원들을 붙잡기 위해서인 건지, 전교조가 수많은 쟁점에 있어서 선명함을 포기하는 경우들을 많이 봐요. 예를 들면 현장 실습 관련해서는 사실 폐지가 정답이거든요. 현장 실습은 폐지가 정답인데, 그 폐지의 입장을 작년에도 끝내 내지 못했어요. 전남의 홍정운 학생 사망사건에 있어서요. 설사 폐지까지는 어렵더라도 폐지를 우리가 줄기차게 주장해야 그나마 정부가 조금이라도 뭔가를 내놓을 텐데, 그 싸움을 전교조가 힘 있게 붙지도 못했어요. 아주 날카로운 쟁점이 붙었을 때 치열함과 원칙을 갖고 가기보다는 조직 내 이견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조직 내 논쟁이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해 저는 좀 많이 걱정이 돼요.

 

 

Q 해고 시기에 전교조 노동교육 연구를 하셨잖아요. 학교로 돌아와서 보니 또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A. 우리가 같이 노동교육 연구하면서 우려했던 게 있잖아요. 노동교육을 제도화하면서 기업과의 상생을 꾀하는 것. 그때 우리가 많은 시도 교육청에서 노동교육에 관한 자료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걸 봤잖아요. 학교 교육과정으로 실험을 하고 있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정말 노동자의 관점으로 보고 있느냐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잖아요.

학교에 와서 보니 제도적인 변화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공문이 계속 내려와요. 노동교육 관련해서 뭐 해라, 무슨 자료 있으니 해 봐라, 교육청에 신청하면 찾아가는 노동교육 교실 이런 거 하겠다. 자세하게 분석은 안 해 봤지만 교육청 자료들이 나쁘지는 않아요. 완벽하게 노동자의 관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내용이에요. 전태일 관련해서는 상당히 잘 만든 영상도 있고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도 꽤 있어서 저도 수업시간에 활용하기도 했거든요.

문제는 제도적 공간은 열렸는데 그것을 실행할 사람, 좀 더 노동자적 시각으로 재구성해서 학생들을 실제 만나야 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권, 노동, 평등 등의 가치들을 제대로 꾸준히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전교조가 하지 않으면 대단히 비관적이겠다 싶었어요. 그나마 학교라는 공간에서 인권과 민주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담보해 내고 있는가 그런 고민이 있는 거예요.

전교조 하면 참교육, 이렇게 얘기를 했잖아요. 참교육의 집중 영역을 어디에 둘지, 새롭게 기본 철학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교조가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근데 만여 개의 학교에 전교조 조합원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이 정말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합의하고 꾸준하게 학생들을 키워내고 있느냐, 이게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저는 요즘 좀 들더라고요.

 

 

Q. 역사 선생님이시잖아요. “학교로 돌아가면 헌법의 가치, 노동이 존중받는 내용을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어떠신가요?

 

A. 다행히도 학교에 마음이 맞는 젊은 선생님들이 좀 있으셔서 교과 융합 수업을 해보기로 했어요. 3학년 역사, 국어, 도덕, 이렇게요. 얼추 정한 것은 역사 시간에는 신분 제도를 살펴보고, 그다음 도덕 시간에는 현재 한국 사회에도 신분 제도는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국어 시간에는 쟁점을 잡아서 토론하는 거예요. 과거의 신분 제도를 알아보면서 현대판 신분 제도인 비정규직 문제까지 오면 괜찮겠다. 더 나아가 사회 문제까지를 바라보면서 공정 담론에 대해서도 얘기하면 좋겠다. 과연 무엇이 공정한 건가, 또 역사는 어떻게 이러한 불평등을 폐지시켜 왔는가 알아보는 거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 모둠 수업을 한번 해봤거든요. 현대사, 현대 민주주의에 관해서요. 처음이에요. 정규 교육과정에서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이렇게 모둠 수업을 해본 게요. 그동안은 자투리 수업으로만 하든가, 아니면 계기수업으로 잠깐씩 했었거든요. 4.19, 5.18, 4.3항쟁, 87년투쟁, 전태일, 이렇게 다섯 개 주제를 주고 해방 이후부터 현대까지 아이들이 자료 조사하고 발표하게 했는데 생각보다 잘해 오더라고요. 그래서 안 한 것보다는 나았다, 나 혼자 떠드는 것보다 나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다른 과목이랑 연합해서 수업하면은 공정 담론이나 비정규직 문제까지 아이들이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이민숙 동지한테 전교조는 어떤 의미일까요?

 

보잘것없는 사람을 훌륭하게 만들어 준 조직 같아요. 전교조 활동을 통해서 저는 많이 성장했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86학번이에요. 남들 다 운동하고 때로는 죽음으로 저항할 때 저는 되게 소심해서 운동이라는 걸 안 했어요. 그렇지만 그 시대의 흐름은 있잖아요. 학교에 나가면 전교조를 해야지 하는 정도. 그런데 전교조는 정말 많은 걸 가르쳐 줬어요. 전교조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한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청소년 인권 잘 몰랐어요. 애들한테 잘해 주면 되는 건 줄 알았어요. 지금은 훨씬 성장한 눈으로 학생들과 수업하거든요. 성평등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변혁적 가치를 고민하게 하고, 실천하게끔 하는, 정말 보잘것없던 사람을 되게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 조직인 것 같아요.

해고됐을 때 실제로 그런 고민 많았거든요. 나는 그냥 좋은 선생 하려고 했을 뿐인데, 전교조 지키려고 내가 선생을 내놓아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오버하는 건 아닌가 싶어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요. 근데 그게 맞았고, 그게 맞다는 걸 가르쳐 준 조직인 것 같아요. 좋은 게 좋은 게 아니고, 옳은 게 좋은 것이다를 알려 준 거죠. 또 싸움의 기술도 잘 가르쳐 줬어요. 작년에 갑질하는 교장과 싸울 때였는데, 제가 뭐가 무섭겠어요. 1인시위, 노숙농성, 오체투지, 삼보일배, 삭발, 단식, 안 해본 게 없잖아요. 진짜 이런 싸움의 노하우들은 노조 하면서 알잖아요.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해야만 진짜 이기는 거다라는 걸 배웠지요. 아무튼 전교조는 훌륭한 조직이다, 나에게 많은 걸 가르쳐 줬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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