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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직화 전략이 필요하다

- 2017 파견노동포럼 섹션3 [조직화 경로 찾기] “파견노동자, 단결하다”

한상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3 섹션3 플로어 전체토론 [출처 철폐연대].JPG

 

지난 9월 2일에 열린 2017년 파견노동포럼은 3개의 섹션으로 진행이 됐다. 그 중 섹션3 ‘조직화 경로 찾기’는 두 개 파트로 나뉘어 진행이 됐는데, 1부에서는 ‘파견노동 현황과 조직화의 시사점’을 다루고, 2부에서는 ‘조직화를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우리가 조직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장시간·고강도·저임금·노동3권미보장·인권침해 등 처참한 노동조건 속에 갇힌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단결하여 정부와 자본을 상대로 요구하고 싸울 수 있어야 하지만, 이들의 조직화가 매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견노동‧간접고용의 실태와 조직화에 대한 시사점

 

우선 1부에서는 전체 파견노동·간접고용의 현황과 더불어 업종별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조직화와 관련한 시사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철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장은 전체적인 파견노동의 현황을 짚으면서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산업별로 볼 때는 건설업‧제조업‧유통서비스업 순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제조업의 경우에는 모든 업종에서 직접고용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파견법상 제조업은 불법파견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문적 업체가 아니라 영세업체들이 폐업과 재창업을 반복하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합법적인 파견의 공간이 크기 때문에 파견업체 자체가 전문화·대형화하고 있고 자본은 외주화를 통해 특정 기능이나 업무단위로 파견노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직화의 시사점과 관련해서는 먼저 이른바 ‘플랫폼 노동’의 등장을 통해 고용관계 자체가 불명확해지는 ‘디지털 특수고용’ 문제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가 논의됐다. 기존의 파견업체들은 그래도 노동자를 고용하였지만, 플랫폼 업체들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소비자나 사용업체에게 노동력을 프리랜서(개인사업자) 형태로 순수하게 중개만 하기 때문에 고용이 생략되고 노동권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개별화되는 문제가 지적됐는데, 근속기간이 짧고 사업장을 빈번하게 옮겨 다니며 동료관계나 작업장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노동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 단위 중심의 전통적인 조직화 방식을 넘어 지역과 직종 단위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숙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활동가는 반월시화공단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파견노동 실태를 짚었다. 반월시화공단은 대부분 영세 제조업 중심의 사업장이 밀집해 있고, 공해와 관련된 업체들이 집단화돼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공단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조건의 악순환 속에서 일감을 찾아 공단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불안정 노동을 겪고 있다. 특히 안산은 ‘편의점보다 많은 게 파견업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견업체가 난립하고 파견노동이 일반적이며 그와 더불어 불법파견 역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조직화의 시사점으로는 먼저 노동자들이 긍정적 경험과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저임금·장시간 노동조건 개선 투쟁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공부문의 생활임금을 참조하여 공단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지역표준임금 등이 고민된다. 그리고 불법파견을 근절하기 위하여 무허가 파견업체 및 불법파견 단속과 더불어 직업알선기관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사업장을 떠나지만 여전히 계속 공단 안에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틀을 벗어난 지역노조 방식의 조직화가 필요한데, 개별화된 노동자들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유됐다.

 

정현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콜센터를 중심으로 금융권의 간접고용 실태를 알렸다. 제1금융권은 한국노총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에, 제2금융권 중심으로 조직된 사무금융노조 소속지부 사업장의 실태를 보면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대부분 IT‧콜센터‧시설관리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직접고용 대비 규모와 관련하여 업종별로 보면 여수신업에서 간접고용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콜센터를 도급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조직화의 시사점으로는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별·집단적 조직화를 뛰어넘는 구상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를 위해 개별가입 조직화 방식의 필요성이 논의됐는데, 특히 콜센터 노동자들은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한 작업장에서 집단적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고립화된 노동’ 형태여서 전통적 방식의 조직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노조에 상담 등을 위해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관계를 촘촘하게 구성하고 개별 가입을 가능하게 하여 노조로의 조직이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

 

윤종욱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직쟁의실 차장은 언론·방송업 중심으로 파견노동의 실태를 짚으면서 파견 허용업종이 확대된 이후 방송업계에 파견계약직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였음을 지적했고,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의 문제도 강조했다. 특히 <무한도전>이나 <삼시세끼> 같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카메라 뒤의 노동자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방송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거대방송사가 갑이고 외주제작업체는 을이며 스태프 노동자들은 병일 수밖에 없는 환경도 함께 짚었다.

 

 

새로운 조직화의 경로로서 ‘지역노조’와 ‘온라인 모임’

 

이처럼 1부에서 짚어본 파견노동 현황은, 제조업이 ‘불법파견’으로 상태가 안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견의 합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와 자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파견이 합법화된 사무·서비스·방송업에서 보여지는 외주화‧도급을 통한 이중파견과 장시간·고강도 노동의 만연 및 파견노동자 비율의 급증이라는 현실은, 정부와 자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떨어지는지를 웅변한다. 따라서 파견노동·간접고용 자체를 철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조직된 이들에 의한 권리 요구 투쟁을 통해 가능하다. 2부에서는 이러한 조직화를 위한 경로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인천지역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활동을 이어온 이대우 금속노조 인천지부 수석지부장은 인천 지역에서의 파견노동자 조직사업 경험을 통해서 파견과 관련한 의제화, 상담 및 제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지역지회(업종분회) 건설과 업종 중심의 아파트형 공장 조직화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사업 진행의 경험에서 기업별·사업장별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 조직화의 한계를 경험하고 이후 시선을 지역으로, 즉 공장 밖 공단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토로했다. 그리고 ‘지역사업단’을 꾸려 활동하면서 상담과 제보에 대한 대응, 개별조합원 가입 유도와 더불어 파견 의제를 중심으로 실태조사, 차별시정 캠페인, 메탄올 선전전, 휴업수당 받기 운동 등을 진행하며 거둔 성과들에 대해 공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견노동자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열악한 조건을 감당하고 있고, 사업단을 통해 사건이 해결되면 관계가 소멸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아울러 노조 내부에서도 전통적인 조직화 방식에 대한 통념에 기대어 사업단의 활동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단의 경험을 토대로 지역과 업종 단위의 조직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확인됐다. 특히 파견노동자 개개인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단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오고가는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기존의 사업장 단위 분회 편제와 교섭을 극복하여 업종 분회 단위 조직화를 포함한 지역지회 건설과 아파트형 공장을 기반으로 한 업종 중심 조직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진호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활동가는 직접적인 노조 조직화보다 노조가입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운동으로서 ‘온라인 모임’ 내지 ‘노동 플랫폼’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촛불’ 이후 열린 공간과 잇따른 미조직 노동자들의 ‘사회적 죽음’ 이후, 노동자들 스스로가 구조적인 문제들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노조에 대한 거리감 내지 불안‧불신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직접적인 노조 가입과 조직화 이전 단계 내지 과정으로서 자신들의 삶과 일터를 바꿀 수 있는 활동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노조가 아닌 개별 노동자들이 문제를 해결해온 방식은 개인이 언론에 제보하여 이슈화하거나 국회나 청와대에 청원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는 개인적 수준에서만 끝나거나 해당 문제만 해결되면 단순하게 끝나버리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해결하는 경험 역시 요구된다. 이를 위해 ‘노조’라는 타이틀을 일단 떼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모임을 만들어 자신의 일과 일터의 문제에 대해 토로하고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들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뒤 집단적으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거쳐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이들에겐 집단적 해결이라는 경험이 남고 해당 해결과정을 외부에 알리고 공유하면 더 많은 이들이 해당 모임에 함께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임은 전체모임-직종별 모임-회사별 모임으로 구분할 수 있고, 전체모임은 초기 유입방 형식으로 전체 공지와 수다 등 최소한의 역할만을 하고, 직종별 20인 이상이 모이면 직종별 모임을 구성하여 활동가를 해당 모임에 배치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공통의제를 선정한다. 그리고 회사별 10명 이상이 모이면 추가로 회사별 모임도 구성한다는 식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의 집단적 문제 해결과 노동권과 관련한 사회적 의식화 경험을 쌓고 노조로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담 활동가의 필요성과 정규직 노조라는 쟁점

 

이어진 발표자들과 플로어 전체토론에서는 앞서 많이 이야기 됐던 지역노조와 온라인 모임이 새롭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방식이든 새로운 방식이든 노조를 조직하기 위한 전담 활동가들의 재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어려운 조건이지만 그래도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에는 활동가가 투입된 사례가 절대 다수라는 것.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활동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기아차, 판매연대 사례가 보여주듯, 그리고 앞선 발표들에서도 언급이 됐던 것처럼, 정규직 노조의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및 노조에 대한 배제와 무관심, 적대의 확산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누었다. 민주노조운동 30년, 그 위에 서 있는 우리의 목전에는 전체 노동자의 노조가입률 저조는 차치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의 분할이 고착화된 것을 넘어 서로 적대시하는 지경까지 이른 상황이 있다. 이 속에서 미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별화된 채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장시간·고강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각종 차별과 탄압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파견법·간접고용 철폐와 이를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노동의 분할을 넘어선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더불어 진행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 조직화 경로를 찾는 우리에겐 어렵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남겨졌다.

 

 

2017파견노동포럼, 새로운조직화전략이필요하다_한상규-질라라비20171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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