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사람장사 합법화하는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안 반대한다!

by 철폐연대 posted Sep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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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9월 15일, ‘직업안정법’을 완전 개정한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파견법을 비롯하여 근로자공급사업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직업소개와 직업훈련 등               사람장사 합법화하는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안 반대한다!



  노동부는 9월 15일, ‘직업안정법’을 완전 개정한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다. 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하여 원활한 인력 수급이 가능한 노동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정부에서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서 파견법 확대와 고용지원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민간위탁 등을 주장해왔고, 이번의 법안은 그러한 정부 정책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파견법을 비롯하여 근로자공급사업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직업소개와 직업훈련 등은 정부의 역할로 온전하게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 사람장사를 허용하는 고용서비스 활성화법안 반대한다  

  이 법안은 겉으로는 ‘직업소개소를 대형화하고 민간위탁한다’는 내용이다.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맺어지도록 하는 직업소개는 고용관계가 성립하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한다. 고용이 안정화된 곳에서는 직업소개의 역할이 크지 않다. 그런데 이 법안은 ‘직업소개’를 빙자하여 ‘근로자공급사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공급하여 중간착취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해온 직업안정법을 무너뜨린 것이 ‘파견법’이었다. 정부는 그 파견법을 계속 확대하려고 시도해왔고, 이제는 이 법안을 통해서 겉으로는 ‘파견’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 사실상 ‘파견’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이 법에서는 ‘복합고용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 제공사업만이 아니라 파견사업도 가능한 대형업체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 업체가 ‘복합고용서비스 업체’로 허가를 받으면 이 업체는 노동자들을 모집한 이후에, 다른 기업으로 보내면서 파견이나 직업소개 등의 이름으로 계속 중간착취를 할 수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은 편의에 따라 파견을 하기도 하고 같은 회사에 1개월 단위로 기간제를 보낼 수도 있고 직업소개만 하는 형식으로 노동자를 보낼 수도 있게 된다.
  특히 이 법안에서는 노동자들을 ‘모집’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파견업체들은 대부분 이러한 ‘모집’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을 모집해두었다가 사용기업과 자신들이 파견계약을 맺으면 그 때가서야 노동자들과 고용계약을 맺고, 그 기업과 파견계약이 해지되면 노동자들을 자연스럽게 해고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복합고용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에 대해 ‘노동자들을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그들은 노동자들을 모집해놓고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서 기업들에게 노동자들을 임대하는 형식으로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직업소개’를 빙자하여 사실상 사람장사를 허용하는 이 법안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 직접고용 원칙이 무너지고 고용이 외부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 법안의 핵심은 ‘복합고용서비스 사업 육성’에 있다. 이 때의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은 노동자들을 ‘모집’하여 두고, 기업과 협약을 맺어서 노동자들을 파견하기도 하고 소개를 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소개받은 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이 소개받은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그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면 이 복합고용서비스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없다. 고용서비스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많이 소개되고 많이 이동해야 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고용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여, 사용 기업의 필요에 따라 노동자들을 넣었다 뺐다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에는 언제라도 필요한 때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해주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노동자들을 자주 이동시키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사실상 이 업체들이 고용시장을 왜곡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용기업들은 언제라도 필요할 때에 노동자들을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직접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관행은 사라질 것이다. 이미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마구 사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만들어서 간접고용과 기간제를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이런 관행 속에서 이제 ‘복합 고용서비스’ 컨설팅 업체까지 등장하게 되면 기업들은 더 이상 채용과 훈련, 노무관리라는 과정을 자기 기업 내에 두지 않고 복합고용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어서, 필요에 따라서 노동자들을 파견으로 혹은 기간제로 공급받게 될 것이다.
  기업의 인사 노무관리를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으로 아웃소싱하게 만들고 직접 채용 원칙을 무너뜨리는 이 법안에 대해서 반대해야 한다.


  ○ 직업소개와 직업훈련의 기능을 민간에 넘기는 이 법안에 반대한다

  국가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고 노동자들이 이동할 때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필요할 때 교육훈련을 받고, 직업선택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애초부터 고용지원의 주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고용서비스 업체로 명시하고 있다. 즉 국가가 해야 담당해야 할 영역을, 개인에게 비용을 받아 이윤을 챙기는 민간업체에게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는 ‘민간고용서비스 육성’이 명시되어 있고 이를 위한 별도의 정책이 명시되어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세제상 지원을 하기도 하고, 고용서비스 우수기관을 인증하여 정부와의 공동사업이나 위탁사업에 참여하게 한다고 한다. 심지어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의 경우 직업소개만이 아니라 직업훈련까지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직업훈련과 직업소개 역할을 이 업체에 민간위탁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집중하던 많은 사업을 지자체로 이양한다고 하는데 지자체로 이양된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게다가 정부에서 사업을 위탁하는 경우 적정한 위탁 물량, 위탁단가, 위탁기간 등을 보장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하여 이러한 민간업체를 키우는 것으로 방향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당연히 해야 직업소개와 직업정보 제공, 그리고 교육훈련 업무가 민간에게로 넘어가면 개인들의 정보가 사사로이 사용된다. 물론 정부에서는 영업비밀 유지 의무를 둔다고 하지만 이 말 자체가 노동자들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제공하는 개인 정보를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에게 떠넘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민간에게로 이런 업무가 넘어가면 직업소개와 교육훈련의 비용이 개인들에게 전가된다.
  ‘고용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미명 아래 정부가 자신의 의무로 해야 할 직업소개와 고용안정의 역할까지를 민간에 위탁하여 이윤창출의 도구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 노동자들을 불안정하고 빈곤하게 하는 이 법안에 반대한다

  고용에 대해서 컨설팅을 하는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이 활성화되면 더 이상 기업들은 직접 채용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 개인이 개별 기업을 선택하여 들어갈 가능성은 점차로 사라진다.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주체가 될 수 없다. 고용서비스 기업에 등록된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자신을 파견해주거나 소개해주기만을 바란다. 자신을 빌린 회사에서도 자신을 지속적으로 고용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워낙 노동조건이 획일화되었기에, 노동자들이 조건을 고려하여 기업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용되지 않으면 먹고 살아갈 수 없기에 이 시장에서 단지 팔려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고용이 외부화되고 불안정해지면 노동자들은 한 기업에서 자신의 전망을 세우고 열심히 일해서 승진을 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겠다는 꿈을 버리게 된다.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에 등록된 노동자들은 자신이 기업을 선택하거나 계속 일할 권한이 없이 언제라도 고용서비스 기업과 사용기업의 편의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 특히 고용서비스 기업과 사용기업은 둘 다 더 많은 돈을 남겨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중착취를 하므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고착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결하려고 할 경우에 여러 가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사용기업은 언제라도 노동자들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은 고용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고, 이곳저곳 이동하는 노동자들로서는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투쟁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더 이상 한 기업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권을 지키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의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이 누구의 탓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대상이 불명확한 불만과 사회에 대한 깊은 분노만 남게 된다.
  그러니 이번 정부의 법안에는 그야말로 인권의 파괴이자 생존을 파괴하는, 노동자들을 대상화하고 물건으로 취급하는 극악한 논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 ‘구직자 수수료를 없앴다’는 기만으로 중간착취 확대라는 법의 속성을 가리지 말라

  정부에서는 이 법에서 ‘구직자에게 수수료를 없앴기 때문에’ 이 법이 노동자들을 위하는 법이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만이다.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이 만들어지면 노동자들은 여기에 등록을 해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된다. 등록을 통해 모집된 노동자들은 회원관리비용 명목의 회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법적으로 회비를 노동자들에게서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법에서는 구직자 수수료는 없앴지만 구인기업으로부터 받는 소개료를 자율화했다. 그런데 고용서비스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소개료를 많이 받으면 어느 회사도 그 고용서비스기업에게서 노동자들을 공급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고용서비스회사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소개료를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담합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직자 수수료를 없앴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구인기업의 소개료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파견사업체들은 기업에서 ‘관리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부분으로 이익을 남겨야 하지만, 지금도 업체들이 관리비 외에 노동자들의 임금에서 파견수수료를 매달 떼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다양한 편법들로 자율화된 수수료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그런데다가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은 직업훈련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렇게 될 경우 노동자들이 직업훈련을 받아야만 직업에 대한 소개 혹은 파견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직업훈련의 명목으로 노동자들은 각종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다. 복합고용서비스 기업들이 이윤을 창출하려면 자신들이 계약을 맺어야 하는 기업보다는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구직자 수수료를 없앴기 때문에 좋은 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차피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을 쥐어짜야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파견이나 직업소개 업체 등의 속성을 감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이 너무나 다양한 편법으로 노동자들을 중간착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다.


  ○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하고 고용지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투쟁하자

  정부에서는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를 체계적으로 파괴해왔다. 비정규직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정부에서는 비정규직법으로 이런 파괴를 제도화했다. 전반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해지니까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언제라도 필요한 때에 안정적으로 노동자들을 공급받을 필요가 생겼다. 정부에서는 이 점에 착안하여 아예 노동자들을 공급하는 산업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이것을 그들은 ‘노융산업’이라고 부른다. 금융산업은 돈을 빌려주고 이윤을 얻지만 ‘노융산업’은 노동자들을 빌려주고 돈을 번다는 것이다. 즉 불안정한 상황을 확산하여 이것을 통해 돈을 버는 산업을 활성화하자고 만든 것이 바로 ‘노융산업’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직업안정법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바로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이다.
  그런데 이 노융산업의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노동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야 하고 그 노동을 통해 생존을 영위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서는 그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노동은 너무나 중요한 권리이다. 이런 권리를 함부로 파괴하여 삶조차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동안 쟁취한 노동권마저 무력화하는 정부의 정책을 바꿔내지 않으면 우리의 노동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바꾸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의 힘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비정규직이 되어도 살아남기 위해서 참고 견뎌왔을지 모르지만, 혹은 ‘나는 자유로운 노동이 좋다’는 자기 기만을 하면서 버텨왔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면 무기력감과 체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권리를 가진 인간이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계속 자본에게는 비용을 줄여야 할 대상이자 착취를 더 많이 해야 할 대상이 될 뿐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기업의 이윤만이 최고인 사회에서 어떤 더 악독한 제도가 등장할지 모른다. 그러니 이제 저항할 때가 되었다. 노동자는 일회용처럼 폐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충분히 살아갈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그것을 보이는 것은 ‘논리’가 아닌 ‘힘’이다. 그런 힘을 모아서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정책에 저항하자.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을 무너뜨리고, 직업안정법을 강화하며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직업을 이동하고자 할 때의 직업소개에 대해 정부가 공공적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투쟁하자.



                                          2010년 9월 17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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