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립유치원 임시강사 투쟁 승리의 의미

by 철폐연대 posted Feb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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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에서 더 이상 비정규직 양산되지 않도록, 그리고 학교에서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일이 남아있다. 경기도 공립유치원 임시강사들의 투쟁이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임시강사들은 90년대 초반부터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에 따라 임용되어 10년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유치원 교사들이다. 초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이 일하다가 2002년 기간제 교사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맞서왔고, 2005년 기간제 교원으로의 전환과 계약해지 공세에 맞서 본격적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 번의 합의가 있었으나 종일반으로 직군이 한정되고 계약제로 분류되어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고 2009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을 상대로 끈질긴 투쟁을 하면서, 마침내 2011년 1월 28일 상시고용 인정을 중심으로 한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아직 고용안정에 대한 약속 이행 절차가 남아있지만 상시고용이 인정됨으로써 그동안 끈질기게 투쟁해온 유치원 임시강사들의 투쟁은 일단락되었다.

무려 7년간의 장기투쟁이었다. 유치원 교사라는 특성상 방학 때마다 천막을 치고 삭발도 하고 3보1배도 하는 등 열심히 투쟁했지만 다시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임무에 더 충실하기 위해 투쟁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는 교육청은 시간끌기로 일관해왔다. 쉽게 지칠만도 하건만 유치원 임시강사들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기 위해, 방학이 시작되면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교육청 앞으로 찾아갔다. 이렇게 긴 시간을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현장에 비정규직이 양산되어서는 안 되고, 더 이상 이런 차별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 되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유치원 임시강사들은 전교조의 도움을 넘어 스스로 권리를 쟁취했다. 유치원 임시강사들은 전교조 소속의 조합원들이었으나 투쟁 과정에서 전교조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다. 2005년 전교조에서 합의한 내용이 임시강사들을 종일반이라는 별도의 직군으로 내몰고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도 보장받지 못하는 안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임시강사들은 정규직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자신들이 스스로 투쟁하여 성과를 만들고자 했다. 전교조가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큰 어려움을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 교육현장에서 유치원 교사들, 그것도 비정규직 교사들이 가질 수 있는 지위는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교조에 기대지 않고, 더 원활하리라고 예상되는 교섭 구조에 자신들의 삶을 대리하도록 맡기지 않고 더 어려운 길을 개척하여 교육청을 상대로 직접 투쟁하고 교섭하면서 결국 자신들의 힘으로 승리한 것이다.

유치원 임시강사의 상시근로의 인정은 참으로 어려운 과정이었다. 이미 10년에서 20년이 넘게 일을 해왔는데도 1년단위 계약을 강요하는 틀을 이제야 벗어던졌다. 그런데 유치원 임시강사만이 아니라 학교현장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상시근로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기간제 교사나 방과후교사, 특성화 교육 담당 교사 등 비정규직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아이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행정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정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이 다 학교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방식으로 방치되어왔다. 이제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상시근로’여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상식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리고 교육현장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라도 도교육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 더 이상 차별과 착취를 자행하는 곳이 되지 않도록,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 더 이상 경쟁과 불안과 생존의 공포를 양산하는 곳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임시강사들의 오랜 투쟁이 이제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학교현장에서 더 이상 비정규직 양산되지 않도록, 그리고 학교에서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일이 남아있다. 그리고 교과부나 도교육청을 상대로 전체 학교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해가는 일이 남아있다. 유치원 임시강사들의 투쟁이 바로 그 길로 전진하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이 투쟁도 일부 노동자들의 권리 쟁취를 넘어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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