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를 마음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자

by 철폐연대 posted Apr 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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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월 6일에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노사간 합의된 경우와 신설 기업 등에 한해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2년)의 예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기간제를 마음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자



  정부는 4월 6일에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노사간 합의된 경우와 신설 기업 등에 한해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2년)의 예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나라의 고용경직성이 너무 커서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간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해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서 이미 이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4월 말부터 노사정위원회를 가동하여 합의안을 도출한 휘 국회에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급적 연내 입법을 마치고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 관련 법은 모두 ‘보호’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정부는 기간제를 자유롭게 허용하되 남용되면 안 되니까 2년 이상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2년 이상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므로 이것이 바로 ‘비정규직 보호’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보호’라는 말은 진실을 가리기 위한 위장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정부의 진정한 마음은 일단은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비정규직을 점차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제한조항을 없애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그런 노골적인 정부와 자본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 주장했던 ‘2년 이상자의 정규직화’라는 허울조차도 이제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2년 제한은 기업환경에 방해가 되는 요인’이라면서 적극적으로 2년 제한조항을 폐지해나가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신설기업이나 노사간 합의된 경우”라는 단서를 붙인다. 기간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금 당장 해고하겠다는데 2년 이상 일하라는 합의에 서명하라고 하면 누가 그것을 반대하겠는가? 기간제노동자들이 약자이고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런 단서는 결국 기간제 2년 이상 정규직화라는 조항 자체를 없애는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이후에는 ‘2년 이상 정규직화는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하면서 전경련 관계자가 이야기하듯이 2년 기간제한 폐지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원래가 이런 수순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와 자본의 시도에 무엇으로 맞서야 하는가이다. 민주당에서는 기간제법으로 인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면서 30% 넘는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노동부 통계를 인용한다. 그러니 기간제법에 대해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지독한 숫자놀음이다. 노동부 통계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하는 30%의 노동자들은 기간제로 사용된지 2년이 된 노동자들이다. 그 수는 한 달에 2만여 명, 1년에 25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 기간제 노동자 수는 250만명 정도가 된다. 이 중에서 25만명만이 2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바꿔말하면 225만명의 기간제 노동자들은 2년에 도달하기도 전에 해고되어 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극히 일부 2년에 도달한 노동자들 중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이 법이 과연 정규직 전환 효과가 있는 법이란 말인가?

  기간제법이 만들어진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외주로 전화하기도 하고, 기간제로 일을 하지만 점차로 단기화되고 있다. 너무나 손쉽게 고용되고 너무나 손쇱게 해고된다. 기업들은 이제 아무런 이유 없이도 기간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기간제 노동자들을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손쉬운 해고의 대상으로 여겨서 쉽게쉽게 해고해버린다. 그로 인해서 수많은 기간제 노동자들은 지금도 2년을 채 일하지 못한 채 해고되는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를 추진하려는 정부에 맞서는 우리의 대안이 현재의 기간제법을 유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언제라도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그로서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지배하고 노동자들로부터 더 원활한 착취를 하고자 하는 자본의 욕망을 억누르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쟁취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애초부터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기간제법을 지키는 것도 아니요, 2년 이상 정규직 전환 조항을 폐지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노동자는 당연히 ‘기간에 정함을 두지 않고 고용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과 권리가 실현되도록 투쟁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기간제 사유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되어야 하고 우리의 권리를 소리 높이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시기가 되기 전에라도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기간제법을 둘러싼 허구적인 논쟁이 휩싸이지 말고, 최소한 우리에게 ‘안정된 노동의 권리’가 있다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외쳐야 한다. 바로 우리 비정규 노동자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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